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35화 (335/486)

〈 335화 〉 공포와 부정한 뱀

* * *

던전에 진입하자 매콤한 흙냄새가 GGW 공격대를 반겼다,

“…….”

민국은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이어진 커다란 대로 옆으로 호수처럼 느껴질 법한 물웅덩이들이 다수 눈에 들어왔다.

검녹색의 지면과 따끔거리는 피부, 그리고 짙은 색의 호수들. 던전 내 곳곳에서 강한 독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아하니 호수가 아니라 독물인 모양이었다.

“녀석이 애꾸눈 뱀이라고 했죠? 아주 살림을 차렸네, 차렸어.”

“진짜 뱀이 나타나기 딱 좋은 서식처 같네요.”

“정화 스킬 스톤 챙기기를 잘했다. 이 녀석들 내가 장담하는데 100% 독 스킬 사용한다.”

“그건 그냥 주위만 둘러봐도 알 수 있을 거 아닌가요…?”

“뭐야?”

던전에 진입한 멤버들의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무플런의 심복이라 불리는 찬드라니암. 10등급에 가까운 괴물로 추정되는 놈은 부상은 입었던 가루다와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추정되는 놈이었다. 만만한 녀석이 결코 아니었다.

예전이었다면 진즉에 겁부터 먹었을 테지만 GGW 공격대 역시 인도에서 결정 뺑뺑이를 돌며 만만치 않은 성장을 이뤄냈다.

게다가 아무리 상대하기 어려운 놈이라 해도 민국이 있다면 잡을 수 있다는 강한 믿음도 가지고 있었다.

“어…, 슬슬 오기 시작하네요.”

침입자를 발견한 모양인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몬스터를 보며 김소정이 말했다. 이어서 지젤이 한숨을 푹 내쉬며 얼굴을 구겼다.

“파충류 파티인가…. 미끌미끌거리는 것은 정말 딱 질색인데.”

“나도. 나도 그래서 개구리 못 만지잖아.”

최유나가 지젤의 말에 동의하며 몸을 떨었다.

그녀들의 말대로 모습을 드러내는 어둠 괴물 무리들은 개구리, 뱀, 가재, 창을 든 물고기 등 기괴하게 생긴 놈들이 총 출동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몇몇 개구리 괴물들은 혀를 날름거리며 붉은 눈으로 여성 영웅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에서 음심이 짙게 느껴졌다.

“많이 곤란한데….”

심지어 민국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녀석도 있었다.

“일단 왼쪽에 있는 놈부터 찢어버려야겠네?”

“감히 누구를 노려? 넌 뒈졌다.”

민국을 노리는 개구리 괴물의 모습에 여성 영웅들이 우둑 목을 꺾었다. 놈을 세포 단위로 분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감히…!”

가장 먼저 공격을 시작한 것은 팀의 메인 딜러인 김소정이었다. 개구리 괴물을 향해 대검을 휘두르려던 그녀는 놈을 단숨에 베어버리려고 하다가 생각을 바꿨는지 옆면으로 날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퍼드득!

김소정이 휘두른 검에 커다란 소리와 함께 몽둥이에 얻어맞은 것 마냥 개구리 괴물이 지면에 쳐 박혔다.

놈의 덩치가 1톤 트럭보다 조금 더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힘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화르르륵!

[구루루룩?!]

김소정이 만들어낸 불꽃이 마력이 개구리의 몸체에 달라붙었다. 이어서 몸을 태우는 뜨거운 열기에 개구리 괴물이 발작처럼 경련하기 시작했다.

[구루룩! 구룩! 구룩!]

네 개의 다리를 사방으로 바둥거리며 어떻게든 자리에서 벗어나 불길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놈의 몸에 달라붙은 마력의 불길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떨어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캬카카카카칵!]

이어서 괴물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사방을 울렸다.

그러나 온 몸이 타들어가는 개구리 괴물 한 마리에게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여기저기서 괴성과 폭발 섞인 싸움이 펼쳐지고 있엇기 때문이었다.

퍼억!

혼란스러운 전투 속에서 민국도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물고기 괴물을 발로 걷어찼다.

아무리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힐러라고 해도 네임드도 아닌 일반 괴물을 상대로 고전할 정도로 허약한 것은 아니었다.

퍼걱!

지금처럼 지팡이에 마력을 불어넣고 잘만 휘두르면 쉽게 괴물의 대가리도 부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상처를 입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놈들의 공격쯤은 힐 한 방이면 만사형통이었다.

“더럽게도 많네…!”

괴물들은 수적 우세를 앞세워 쉴 새 없이 달려들었다.

“원형진 구성해! 그리고 김소정!”

“교향곡 한 번 연주할까요?”

하지만 GGW 공격대는 괴물들이 일반적으로 상대하던 평범한 공격대가 아니었다.

민국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파괴의 교향곡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몇 분 뒤 주위는 어둠 괴물들이 소멸하면서 만들어낸 마력의 가루만이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모두 수고했어.”

살짝 지쳐 보이는 팀원들을 향해 민국이 휴식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외부 상황을 생각하면 급하게 공략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네임드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궁극기의 쿨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현아가 민국에게 달라붙었다.

“찬드라니암이 있는 던전이라 그런가? 일반 몬스터들의 숫자가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 같은데?”

“그만큼 오랫동안 공략이 되지 않았다는 말이겠지. 찬드라니암을 붙잡는데 성공하더라도 보름 정도는 여기에 발이 묶여 있어야 할 것 같아.”

“던전의 마력을 전부 걷어내려면 말이지?”

현아의 물음에 민국은 그녀의 말이 맞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인도 전역을 괴롭히고 있는 던전과는 달리 찬드라니암의 던전은 십이 재앙끼리의 충돌로 생겨난 던전 브레이크로 만들어진 임시 던전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던전을 무너뜨리려면 던전이 보유하고 있는 공허 마력을 한계까지 소모시켜야 했다.

그리고 던전의 공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던전이 품고 있는 공허 마력의 양은 상상 이상일 터였다.

‘그렇다고 해도 일단 반복해서 잡다보면 답이 나오겠지.’

어차피 찬드라니암은 못해도 9성 이상의 괴물.

무플런의 심복이라는 놈을 잡게 되면 기본적으로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있었으며, 전리품 상자에서 색다른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퀘스트를 만들어내고 잠이 든 뿌우와 큐우♡를 깨울 수도 있었다.

‘빨리 일어나서 또다시 퀘스트를 내놓으라고, 친구들.’

잠시 후, 휴식을 끝낸 민국은 팀원들과 함께 던전의 내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100 미터를 전진할 때 마다 양 옆의 웅덩이에서 몬스터들이 우글우글 나타났던 터라 길을 뚫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일반 몬스터를 청소하면서 처음으로 던전 내에서 마주한 네임드는 예전에 공략한 경험이 있던 놈이었다. 비록 임시 던전을 통해 공략한 놈이었지만, 아무튼 패턴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리고 최유나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잘됐다.”

“놈의 공격 패턴은 잊지 않았겠지? 놈의 전력이 온전한 것을 생각하면 조금은 주의해서 움직여야 할 거야. 아무튼 실수 없이 원 트 클리어 갑니다. 아, 그리고 목표 달성하면 알지?”

꿀꺽꿀꺽 침을 삼키는 팀원들을 보며 민국은 조용한 미소를 만들었다.

팀원들이 그것을 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포상에 눈이 돌아간 GGW 영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네임드를 몰아붙였다.

* * *

[인간 무리들이?]

“네, 그렇습니다.”

혹여 조금의 실수라도 할까, 노란색의 갈라진 눈이 전전긍긍하며 허공을 주시했다. 소용돌이 모양을 한 채 바깥쪽으로 끝이 휘어진 거대한 두 개의 뿔을 가진 여성이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찬드라니암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신경을 쓰게 만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아, 되었다. 빌어먹을 소 새끼가 갑자기 나타나서 난리를 피우더니 이제는 인간마저도 나를 귀찮게 구는군. 아무튼 브레이크의 준비는?]

“인간들의 시간을 기준으로 두 달 정도의 기간이 더 필요합니다.”

[두 달이라…. 얼마 남지 않았군.]

영상 속의 무플런이 고개를 주억였다. 오랫동안 참았다는 얼굴이었다. 실제로 찬드라니암의 던전에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인도 대륙은 무플런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인간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대규모의 병력을 동원해 던전을 공략한 것으로 보였다.

더욱이 현재 던전에 쳐들어오고 있는 인간 놈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기존의 녀석들과는 달리 공허의 힘을 부여받은 네임드들이 빠른 속도로 쓸려 나가고 있었다.

아마 하루나 이틀 후면 자신이 있는 곳까지 도착할 것 같았다.

[쉴더급인가…?]

찬드라니암의 보고에 무플런이 인상을 썼다.

그렇지 않아도 쉴더급 공격대가 다수 등장하면서 신경을 거스르게 하던 참이었다. 그렇다고 카우킹 녀석과 신경전을 벌이는 지금 그 년들에게 전력을 투입할 수도 없었다.

일반적인 영웅이라면 모를까, 쉴더급이면 못해도 그녀의 심복이나 상위 네임드가 나서야 했다. 찬드라니암이 말했다.

“평범한 쉴더급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땅에서 비수뉴라 불리던 년들보다 더욱 강한 느낌입니다.”

그렇게 보고를 올린 찬드라니암은 바로 말을 덧붙였다.

“아, 물론 제 상대는 되지 못할 겁니다.”

[뭐, 그렇겠지. 그러면 인간 영웅들을 쓸어버리고 예정했던 대로 브레이크를 일으키도록. 네가 일으킨 브레이크를 통해 공허 마력을 보충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병력을 일으켜 카우킹 놈을 쓸어버리겠다.]

“알겠습니다.”

찬드라니암이 고개를 숙이자 허공에 나타났던 무플런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어서 괴물이 긴 혀를 날름 거렸다.

“…골치 아프네.”

인간들의 계획된 습격.

원래라면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을 일이었다. 인간들의 전력이 그리고 영웅들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자신의 상대는 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현재 던전을 공격하고 있는 인간 공격대는 찬드라니암이 기존에 맞닥뜨렸던 이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제까지 상태가 좋지 않은 영웅들만 투입했던 인간들이 제대로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무플런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는데….”

찬드라니암은 고개를 까닥이며 다시 한 번 혀를 날름거렸다.

무플런님의 군대나 심복 하나가 밖에서 시선만 끌어도 큰 도움이 될 텐데, 어째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 혼자서 인간 놈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전부 북쪽의 카우킹 놈 때문이었다.

“귀찮네.”

하지만 찬드라니암은 자신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어차피 놈들의 운명은 여기가 끝이었다. 아무리 인간 영웅들이 강하다 해도 자신은 앞선 놈들과 격이 다른 존재. 공허의 지휘관 중 하나인 무플런의 오른팔이었다.

이틀 뒤, 예상했던 대로 인간의 공격대가 도착하고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고 찬드라니암은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생각을 몇 시간 만에 취소해야 했다.

‘이, 이 놈들 대체 뭐야?!’

공포와 부정 그리고 독기를 사용하는 자신의 공격은 수십 년 간 이어진 전쟁 중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했던 힘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놈들은 괴물처럼 빠른 속도로 자신의 힘에 적응하면서 점점 목덜미에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게다가 카오스의 힘 때문에 아무리 죽여도 계속해서 살아나서 덤벼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자신을 공격하는 놈들의 움직임은 한층 더 발전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간들에게 쉴 새 없이 지시를 내리는 다른 성별의 영웅이 있었다.

“독기 항아리 충전! 모두 독기 충격파 대비해!”

“최유나, 정예린 힐 업해야 돼!!!”

“모두 등 돌려!!!”

찬드라니암이 모았던 독기의 항아리가 터지면서 항아리를 중심으로 충격파가 터져 나갔다.

정면으로 독기의 충격파를 맞닥뜨리게 되면 강한 독에 감염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충격파로 받는 데미지도 배 이상이나 되었기에 놈의 공격을 최소한의 피해로 넘기려면 등을 돌리거나 엄폐물로 몸을 숨겨야 했다.

전부 몇 번이나 죽어가면서 트라이 끝에 경험으로 얻어낸 것들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덩치를 지닌 녀석과 전투를 진행하다 보면 독기의 충격파가 터질 때 엄폐물로 몸을 숨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충격파가 터지는 순간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재빨리 등을 돌려서 피해를 최소화 시킨 영웅들은 힐러들이 중독된 독을 해독하자마자 바로 전투에 들어갔다.

[젠장…!]

순식간에 몸을 돌리면서 자신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인간들의 움직임에 찬드라니암은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자신의 예상대로 이 놈들은 결코 만만한 이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공격대를 이루고 있는 영웅들 중 몇몇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찬드라니암의 상대가 될 것 같으냐…!]

쐐애애애액!

검은 뱀의 얼굴이 벼락처럼 움직였다.

“어디를 가려고!!!”

곧바로 방패를 든 여성이 바로 찬드라니암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가 내뿜은 불길한 마력이 찬드라니암의 신경을 미친 듯이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찬드라니암은 그것이 함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년 보다는…!’

인간 영웅들을 회복하는 놈들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그래야만 놈들을 찢어버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찬드라니암은 방패를 든 여성을 향해 머리를 내뻗는 척 하다가 바로 몸을 틀었다.

[캬아아아아악!!!]

이어서 이들을 지휘하는 남자 영웅을 향해 찬드라니움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이대로 한 번 물기만 하면 이번 전투도 자신의 승리였다. 그리고 찬드라니암은 인간 남자에게 최대한의 고통을 주어 남성 영웅에게 자신의 무서움을 뇌리에 깊이 새겨줄 생각이었다. 다시는 덤빌 생각조차 않도록 말이다.

콰드득!

하지만 찬드라니암의 날카로운 이빨은 애꿎은 땅바닥만 갉아야 했다. 인간 영웅이 어느새 몸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자신의 공격이 실패했다는 사실에 당황한 찬드라니암을 향해….

“그건 내 잔상입니다만…?”

민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까부터 힐끔힐끔 자신만 쳐다보는 게 너무나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다. 이래봬도 자신은 레이드 경력만 전 세계에서 10년, 여기서 5년차나 되는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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