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42화 (342/486)

〈 342화 〉 공포와 부정한 뱀

* * *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처녀였던 신나연과 관계를 맺고 획득한 포인트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수준이었다.

퀘스트를 받고나자마자 확인했던 신나연의 보유 포인트는 15000. 지금의 관계로 획득한 포인트의 그 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지만, 그녀와의 섹스가 마지막에서 살짝 어정쩡하게 끝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다음 기회에 포인트를 쪽쪽 뽑아먹으면 될 이었고. 하지만….

‘72700?’

이건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민국이 인도 원정에 참여한 GGW 멤버들과 여러 1군 멤버들을 따먹으면서 획득한 포인트가 지금까지 합해서 6만 가량이었다.

심지어 상점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서 계속 모은 포인트였는데…. 지금 보니 찬드라니암 한 명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135200!’

Sex 포인트를 확인한 민국은 급히 표정을 가다듬었다. 당장이라도 히죽히죽 웃음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레전드리 클래스 스톤이나 당장 큐우♡를 불러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가지고 있던 돈이 두 배로 뻥튀기가 된 느낌이었다.

아무튼 찬드라니암한테서 얻은 포인트는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양이었다.

아니, 애당초 민국은 어둠의 괴물이 Sex 포인트를 줄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대량의 포인트를 획득한 원인은…….

《찬드라니암, 부정한 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셨군요!》

‘오?! 뿌우!’

생각을 이어가던 도중 갑자기 보이는 메시지에 민국이 눈을 크게 떴다.

녀석이 사라진 지 기껏해야 두어 달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었다.

보아하니 찬드라니암을 제압하면서 녀석도 힘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퀘스트를 만들어내고 잠들기 직전, 강력한 힘을 지닌 어둠의 괴물을 제압하면 깨어날 수 있을 거라 했지만 여러 던전을 클리어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살짝 불안한 면도 없잖아 있었는데….

찬드라니암이 그 조건을 부합시켰던 모양이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강해지셨군요?》

‘10등급으로 올라섰지.’

《역시 카오스님의 전사, 민국님이십니다! 흐…. 찬드라니암도 민국님에게 무릎을 꿇었군요. 무플런의 왼팔, 메를린의 수호자라 불리는 뱀의 저 꼴사나운 모습이라니….》

꼴사나운 모습으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고스 로리 소녀를 보며 열심히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뿌우의 모습에는 기쁨이라는 감정이 잔뜩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어대던 메시지 창이 살짝 구겨지더니만 문자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큐우♡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군요?》

‘너와 동일한 이유로 잠들었어. 나에게 Sex 퀘스트를 하나 만들어줬거든.’

《Sex 퀘스트? 아아, 그렇군요. 그녀는 곧잘 그런 부류의 퀘스트들을 내준 적이 있었죠. 인간마다 지니고 있는 포인트가 정해져 있는 까닭에 쉬운 퀘스트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확실히 보상의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해 얻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이 적기는 하지.’

《처녀의 존재가 아주 중요했었습니다.》

‘음음.’

퀘스트의 대해 제법 잘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뭐, 자신도 뿌우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퀘스트의 새로운 해결법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바로 어둠의 괴물이었다. 찬드라니암을 통해 엄청난 포인트를 얻은 이유. 그것은 인간의 형태를 한 찬드라니암의 진정한 정체가 인간이 아닌 어둠의 괴물이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가루다를 상대로도….’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였다.

하지만 가루다와 관계를 맺기 위해 자신이 인도를 떠나는 건 상황상 쉽지 않았다. 게다가 라오스로 향하는 자신을 행동을 퀘스트가 GGW 공격대의 퇴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퀘스트의 보상을 제대로 얻기도 전에 퀘스트가 종료될지도 몰랐다.

‘괜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

어차피 인도에 머무르고 있는 어둠의 괴물은 한두마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충분히 ‘가능’ 범주 내에 들어가는 이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서큐버스와 같은 몽마라던가…. 타락한 다크 엘프 라던가….

따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공허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은 이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제가 못보던 사이에…. 취향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지셨군요.》

벌써부터 의욕을 드러내는 민국의 모습에 뿌우가 땀방울을 만들어내었다.

* * *

찬드라니암의 던전이 무너졌다.

정확히 말하면 찬드라니암이 공허의 어둠과 연결을 끊고 던전을 소멸시킨 것이지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인도인들은 퐁디셰리의 학살자를 물리치고, 도시의 안전을 되찾은 GGW 공격대의 이름을 소리높여 외쳤다.

북부 역시 충분히 기뻐할 만한 소식이지만, 그쪽은 어둠 괴물과의 충돌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GGW 공격대를 필두로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얻기 위한 여러 쉴더급 공격대가 인도를 도와주고 있었지만, 아직 북부로 향한 공격대는 아무도 없었다. 너무나도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남부는 안정화가 됐다지만 북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판국이었다.

그리고 공허의 어둠과 연결을 끊고 자신의 모든 힘을 잃은 찬드라니암은 조그마한 새끼 뱀의 모습으로 던전에서 빠져 나와 민국의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일단.”

민국이 자신의 침대를 차지한 고스 로리 소녀를 바라보았다.

인간이 생활하는 물건들이 신기한 모양인지 고개를 한시도 가만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힘을 되찾는 데까지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아!”

짤막한 탄성을 낸 찬드라니암이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는 듯 잠깐 명상을 하던 찬드라니암이 눈을 뜨고는 입을 열었다.

“인간의 기준으로 하면…. 17년이요.”

“17년…? 그렇게나 많이?”

그녀의 대답에 민국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17년 뒤라면 찬드라니암을 제대로 써먹기도 전에 어둠 괴물과의 전쟁이 끝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직접 그렇게 만들 예정이었다.

그리고 복잡한 표정을 하는 민국의 태도에 무언가 위기를 느낀 찬드라니암이 후다닥 말을 이었다.

“이, 일찍 힘을 회복할 수 있는 바, 방법이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봐.”

“잃어버린 공허의 힘을 다른 힘으로 대체하면 됩니다. 그, 그러니까 주군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기운이 필요합니다.”

말과 함께 민국은 찬드라니암은 눈이 자신의 아랫부위로 고정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뿌우가 설명을 덧붙엿다.

《민국님의 왕성한 정력을 말씀하시는 겁니다.》

‘아아….’

가루다도 그와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더라니만 지금보니 자신의 뜨거운 정액이 어둠의 괴물에게도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었다.

뉘앙스를 보니 자신의 정액이 괴물들이 사용하던 공허의 힘을 대체한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어 보였다.

‘살아있는 발전기인가?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 세상 자체가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였다.

아무튼 자신의 정액이 어둠 괴물의 힘을 회복시켜 준다면……. 순간 소름이 돋았다.

“혹시 나 몸 조심해야 되는 건가?”

“…네?”

“아니, 내 정액으로 공허 괴물들의 소모된 힘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서?”

눈을 휘둥그레 뜬 찬드라니암이 곧 박수를 짝 치며 대답했다.

“아! 그, 그렇군요! 십이 재앙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인간들을 손쉽게 찍어누를 수 있는 강대한 십이 재앙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과의 전쟁이 수십 년이나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브레이크를 제외한 방법으로 공허의 결계인 던전을 빠져나오는데 엄청난 힘이 소모되기 떄문이었다. 인간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브레이크를 막으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모된 공허의 힘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둠 괴물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찬드라니암은 다르게 인식을 한 모양이었다.

“버니! 버니가 이끄는 레포리데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 공허의 창녀들이 주인님의 능력을 알게 된다면…!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 능욕을 당할 겁니다!”

소름이 돋는지 찬드라니암이 크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민국도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어둠 괴물의 정자통 신세가 되겠네.”

민국은 찬드라니암이 말했던 버니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영국에 터를 잡고 있는 십이 재앙. 그리고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는 종족.

때문에 레이드 강국인 영국은 아델이 이끄는 원탁의 기사단을 필두로 실력있는 공격대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지만, 원탁의 기사단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대는 본토 밖을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도 그럴게 본토에서 생겨나는 던전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영국의 모든 영웅들이 투입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토끼라 번식이 빠른 건가…?’

듣기로는 영국의 본토는 일주일에도 몇 개씩이나 새로운 던전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을 계속해서 관리하는 것도 모자라 던전을 무너뜨려야 하니, 영국의 영웅들이 쉴 틈이 없다고 했다.

때문에 세계 영웅 협회와 유럽 영웅 협회에서도 매 년 영국에게 많은 공격대를 지원 보내고 있다고 잠깐 들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아프리카 원정도 주의해야 합니다. 쉬다인이 이끄는 페피족은 수컷이 수컷을 탐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입니다. 특히나 페피족의 성기는 나사처럼 빙글빙글 꼬여 있기도 하죠.》

“…그건 진짜로 끔찍한데?”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는 찬드라니암과 설명을 덧붙이는 뿌우를 보며 민국은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상상만 해도 속이 메스꺼워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아프리카 원정은 확실하게 전투를 끝낼 수 있다는 자신이 들었을 때, 그 때 마지막으로 공격을 시도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접근하기 직전, 모조리 돼지 통구이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렇게 민국은 못해도 11 등급 그 이상은 되어야만 아프리카 진출을 계획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튼 자신의 정을 받을 경우, 찬드라니암은 대략 1년 정도의 시간이면 자신의 힘을 모두 회복시킬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저번의 관계로 받았던 생명의 기운은 공허의 어둠과 연결된 마력을 끊어내는데 전부 사용했다고 했다.

“그리고 제가 힘을 회복하는 동안 안전한 장소가 필요합니다. 다른 어둠 괴물과 세력 다툼을 벌이지 않을 만한 곳이어야 하죠. 또한 인간들의….”

“영웅이 진입하지 않는 장소여야겠지?”

“…그렇습니다. 지금의 제 능력으로는 인간들이 말하는 쉴더급 공격대는커녕 그 휘하의 공격대들도 이겨내지 못할 겁니다.”

뭐, 그거라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한국이 있으니까….’

한국에 존재하는 어둠 괴물의 던전은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이라고 해봤자 【A ­ 3】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10 등급 몬스터나 다름없는 찬드라니암을 위협할 만한 개체는 없었다.

게다가 철저하게 관리도 되고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인도와 한국까지의 거리는 비행기를 타고도 몇 시간이 걸릴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주인님께서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힘을 잃었다 해도 남들의 눈을 피해 은밀히 이동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인데…….”

대답과 함께 민국은 태블릿으로 세계지도를 확대해서 홀로그램으로 찬드라니암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한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가 지금 우리가 있는 퐁디셰리 지역이야. 그리고…. 이곳이 내가 사는 곳이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군요.”

“…가깝다고?”

고개를 갸웃한 민국은 곧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둠 괴물의 기준을 인간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던 민국은 한반도의 남쪽, 신안 부근의 여러 섬들을 가리켰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도 조그마한 섬에 국한되기 때문에 처리가 어렵지 않은 터라 특별히 관리를 하지 않는 지역.

엄청난 숫자의 무인도들이 모여 있는 이 장소는 찬드라니암의 새로운 던전을 숨기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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