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8화 〉 어서 와, GGW는 처음이지?
* * *
[이 놈! 이 놈!!! 온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려주마!!!]
가면을 쓴 거인.
무플런의 심복이자 10등급의 어둠 괴물인 훔바바의 포효가 동굴을 울렸다
하지만 민국은 그를 앞에 두고 귀를 후비적거릴 뿐이었다. 상대는 분명 강력한 몬스터였다. 하지만 민국은 훔바바를 상대하는 것에 대해 그리 큰 걱정이 들지 않았다.
일단 찬드라니암의 말에 따르면 훔바바는 자신보다 비슷하거나 약했던 존재라고 했다. 그리고 GGW 공격대는 그 찬드라니암을 물리친 이들이었다.
‘그나마 훔바바의 능력이 까다롭다고 생각했었는데….’
찬드라니암이 말했던 일곱 갑옷.
정해진 속성에만 데미지를 받는다는 찬드라니암의 말에 어떻게 공략을 해야 할지 고심을 거듭해야 했던 놈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그저께 큐우♡를 소환하는데 성공하면서 쉽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훔바바의 아내들은 맛있고 달달했다. 훔바바를 잡을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크아악! 크악!!!]
거친 콧김과 함께 몽둥이로 계속 지면을 내리치는 훔바바.
분노 장애 조절이 있는 것 같은 놈을 뒤로하고 민국은 그저께의 일을 떠올렸다.
* * *
“이곳이…!”
주위를 둘러보던 여성이 상기된 음성으로 말했다.
그녀의 정체는 민국이 Sex 포인트로 불러낸 큐우♡였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는 처음 보는 큐우♡는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천사와 비슷한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특이하게도 그녀는 흰색이나 검은색이 아닌 회색빛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
큐우♡가 소환이 되자마자 민국의 눈앞으로 메시지 폭탄이 투하됐다.
보아하니 뿌우가 난리를 치는 모습이었다. 배신, 혼자만 인간계라는 단어들이 있는 것을 보아하니 둘 사이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뿌우가 큐우♡를 굉장히 부러워한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아무튼 포인트로 소환이 된 큐우♡를 보던 민국의 눈이 그녀의 날개로 향했다. 회색빛의 날개가 퍽 인상적이었다.
“카오스님은 선과 악 모두를 관장하시는 분. 때문에 저 역시 한 쪽의 색상에 치우치지 않는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아….”
뭔가 그럴듯한 큐우♡의 대답에 날개의 색상에 질문을 던졌던 민국은 바로 수긍했다.
실제 외모인지는 모르겠지만, 큐우는 20대 초반의 외모로 머리카락의 뿌리 부분은 금발이지만 끝 부분으로 갈수록 검은색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머리 색상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제법 장신이었다. 가까이 서면 이마가 자신의 입술에 닿을 정도. 공격대 영웅 중에서는 타냐 정도가 그녀와 비슷한 수준일 것 같았다.
“큐우♡는 예상했던 대로 여성체였네. 그렇다면 뿌우 너는?”
《저는 남자입니다, 민국님.》
기다렸다는 듯 바로 나타나는 메시지. 예상했던 대로였다.
“너는 평생 소환할 일은 없겠네.”
《미, 민국님?! 민국님! 저도 직접 눈으로 인간계를 보고 싶습니다! 충성!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어? 그러면 카오스님은 배신하겠다는 건가? 이거 실망인데?”
《아, 아니!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면……?!》
그렇게 민국이 뿌우와 장난을 치는 동안 큐우♡는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인간 세계는 자신이 살던 곳과는 많은 곳이 달랐다.
그녀의 시선이 창문 너머의 인간들에게 향했다. 그렇게 인간들을 관찰하던 큐우♡는 자신의 날개를 접는 행동으로 날개를 숨겼다. 자신과는 달리 인간들은 날개가 없었다.
그렇게 행동을 마친 큐우♡가 민국을 향해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카오스님의 부름에 의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분. 저 큐우♡가 민국님에게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립니다.”
“뭐…….”
뭔가 굉장히 거창한 수식어에 민국은 민망한 듯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긁었다.
그래도 카오스에 의해 끌려온 것은 사실이었으니. 딱히 뭐라 해명을 하거나 지적하지는 않았다. 이어서 큐우♡가 감탄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위대하신 분답게 굉장히 빠르게 저를 이 세계에 불러내 주셨군요.”
“훔바바였던가? 그 녀석의 던전이 꽤 큰 역할을 했지.”
“아하….”
민국의 대답에 큐우♡가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면서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민국을 바라봤다.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둠 괴물에게 굴욕을 주는 일에 거리낌이 없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민국님을 노리는 훔바바의 던전 공략은 어떻게…?”
“뭐, 잘 되어가고 있지.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훔바바 말이로군요.”
큐우♡가 수긍하며 고개를 주억였다.
훔바바는 십이 재앙인 무플런의 심복이자 10등급의 괴물이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녀석의 존재가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진 어둠 괴물이기도 했다.
민국이 말했다.
“그렇다고 놈을 공략하지 못할 건 아니지만 뭐, 언제나 그랬듯 시행착오가 많이 필요하겠지.”
“민국님이시라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잘 해내실 겁니다.”
“그래야지. 그리고 찬드라니암을 통해 녀석의 능력을 듣기도 했으니까. 무슨 일곱색의 갑옷이라고 했던가?”
“일곱색의 갑옷….”
큐우♡가 잠시 기억을 떠올리는 듯 이마를 찌푸렸다. 잠시 후, 그녀가 아는 척 말했다.
“칠보 갑옷 말씀이로군요.”
민국의 눈동자가 그녀에게 향했다.
큐우♡는 자신이 인간계로 불려왔다는 것을 의식한 모양인지 쫙 달라붙은 검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커다란 가슴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었다.
“녀석에 대해 알고 있어?”
“네, 훔바바는 어둠 괴물 중에서도 이름이 있는 괴물이니까요. 아무튼 칠보 갑옷은 정해진 속성이 아니면 모든 것들을 막아내준다고 알려진 신화적인 능력입니다.”
“정해진 속성이라……. 뭐, 그 정도는 찬드라니암에게 들어서 알고 있긴 해.”
이어서 민국은 공격대에 속한 영웅들을 떠올렸다.
오현아와 김소정이 화염, 정예린이 냉기, 최유나와 신나연이 번개, 시라누이 마이가 바람…. 다행히 공격대 내의 마력 속성은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골고루 분포되어 있기는 했다.
하지만 훔바바에게 데미지를 넣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공격대에 없는 속성인 암흑 데미지로 녀석을 상대해야 하는 타이밍이 온다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보나마나 힘든 전투가 될 게 분명할 텐데…. 훔바바에 대해 알고 있다면 녀석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약점 같은 건 없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말씀드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시다시피…….》
잠시 후, 나타나는 뿌우의 메시지를 보며 민국은 인상을 팍 썼다. 이 놈들은 정말 되는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이러면서 뭐? 이 세계를 지켜 달라고?
요즘 신들은 치트급 능력을 하나씩 주고 이 세계로 보낸다는데, 아무튼 나쁜 놈들이었다.
“어휴, 보나마나 지켜보는 눈이 많다. 맞지?”
《그렇습니다. 다만, 강력한 어둠 괴물들을 계속 쓰러뜨리다보면 나중에는 말씀드리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됐다, 됐네. 지금 당장 훔바바를 상대해야 되는데, 어디서 다른 괴물들을 찾아?”
그렇게 민국이 뿌우의 메시지를 날려버리며 한숨을 쉬는 동안 큐우♡는 칠보갑옷의 파훼법을 떠올렸다.
뿌우처럼 차원을 넘어 전달하는 메시지라면 인과율의 어긋남과 함께 공허 괴물의 존재에게 걸릴 가능성이 백 퍼센트였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인과율의 어긋남은 포인트로 지불한 까닭에 잠시지만 인간계에 모습을 현신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당연히 공허 괴물에게 존재를 걸릴 일도 없었다.
생각을 마친 큐우♡가 민국에게 말했다.
“민국님. 강력하게 보이는 칠보 갑옷에도 커다란 약점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뭔가 알고 있는 것일까?
민국의 눈이 큐우♡에게 향했다. 그녀가 미소와 함께 말했다.
“훔바바의 능력은 정해진 속성에만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훔바바의 갑옷이 붉게 빛날 때면 그와 반대되는 냉기 속성의 데미지만 피해를 입는 것이죠.”
“그런데?”
“훔바바가 정해진 속성의 데미지를 받을 때 아주 잠깐이지만 칠보 갑옷이 무력화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뭐?”
민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큐우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훔바바의 갑옷 옆구리에 동그란 문양이 있을 겁니다. 그곳을 정해진 속성으로 공격하면 잠깐이지만 녀석의 갑옷을 무효화시키고 놈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마치 공략본과도 같은 큐우♡의 대답에 민국이 짝 하고 감탄의 박수를 쳤다. 어쩐지 소환에만 무려 50만 포인트가 필요하더라니….
《저, 저도 말씀 드릴게 ^@#$@#$ 있습니다. 아, 쓰읍 @#$@#$@!, 아! 저도 @&@$#@#$@#$》
이어서 나타나는 잔뜩 필터링 된 메시지.
당연하지만 민국은 뿌우가 하려는 말을 조금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필요도 없었다.
“아, 넌 빠져도 될 것 같아. 훠이, 어서 사라져.”
민국이 손을 휘저으며 뿌우의 메시지를 날려 버렸다. 그렇게 놈을 보내버린 민국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큐우♡를 바라봤다.
인간계에 모습을 드러낸 큐우♡는 뿌우와는 달리 자신에게 어둠 괴물을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모양이었다. 민국이 큐우♡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어디 자세하게 한 번 설명해 줄래?”
큐우♡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오스의 부름을 받고 차원을 넘어온 용사에게 공허 괴물을 물리치는 방법 정도는 몇 번이나 더 설명해 줄 수 있었다.
* * *
“정예린!”
민국의 신호에 맞춰 정예린이 얼음 창을 만들어 냈다. 자신의 마력을 잔뜩 집중시킨 마력의 창이었다.
‘목표는 옆구리의 동그란 부분…!’
훔바바의 갑옷은 오직 자신의 공격만 통한다는 붉은색의 색상이었다.
현재 메인 탱커 역할을 하고 있는 타냐를 공격하느라 격한 움직임을 보이는 녀석이었지만, 공대장이 말했던 옆구리의 동그란 부분을 향해 얼음창을 맞추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타이밍을 잡은 순간…!
정예린 날린 얼음창이 빛살처럼 훔바바를 향해 날아들었다. 강력한 위력의 공격이었지만, 타냐에게 시선이 쏠린 훔바바는 그녀의 공격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퍼어억!!!
얼음 창은 정확히 갑옷의 옆구리에 있는 동그란 문양에 명중했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훔바바의 몸이 살짝 뒤로 밀렸지만 간지러울 정도의 데미지에 훔바바는 가소롭다는 듯 씨익 웃을 뿐이었다. 이 정도의 공격은 백 번이라도 더 맞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민국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훔바바의 칠색 갑옷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훔바바의 갑옷이 하얗게 변했다가 원래의 색상으로 돌아왔다.
“지금!”
민국의 신호에 따라 기다렸다는 듯 딜러들이 공격을 쏟아부었다.
다들 브리핑대로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위력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타이밍을 재고 있던 참이었다.
[바보같은 놈들!]
성난 사자무리처럼 자신을 덮치는 영웅들의 공격에 훔바바는 콧방귀를 뀌었다. 저 공격은 자신에게 아무런 해도 입힐 수 없다는 자신감이 가득 드러난 모습이었다.
하지만….
퍼억! 퍽! 퍼어어억!!!
“엇?! 데미지 들어간다!”
“거봐! 아킬레우스도 불사신이라고 하지만 발목이라는 약점이 있었어. 저 갑옷이라고 완전히 무적일 수는 없지.”
“맞아, 만약 그랬다면 저 녀석이 십이 재앙이 되었겠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녀들의 말처럼 조금 전의 공격에 의해 훔바바의 생명력이 뭉텅뭉텅 깎여나가고 있었다. 그래봤자 1,2%의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소득이었다.
훔바바 공략의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던 칠보 갑옷을 너무나도 쉽게 무력화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훔바바는 속성별로 데미지를 받는 칠보 갑옷의 존재만 제외하면 그렇게 까지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모두 공격 금지! 다들 방어에 집중해!”
다만, 공격대에는 없는 어둠 속성과 같은 공격에는 녀석의 공격을 버텨내면서 훔바바가 가진 칠색 갑옷의 색이 달라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차피 생존에만 모든 것을 집중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버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쿠와아아아악!!!]
자신의 약점을 잡요하게 이용하는 GGW 공격대의 전투 방식에 훔바바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의 속내는 당황으로 가득했다. 녀석들이 칠색 갑옷의 약점을 알고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찬드라니암이…?!’
훔바바는 곧 고개를 저었다. 이 사실은 공허의 어둠과 자신이 따르는 무플런님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뒈져라! 이 쥐새끼같은 놈들!!!]
훔바바는 손에 들린 몽둥이로 지면을 쾅쾅 내리쳤다. 눈앞에 보이는 쥐새끼들을 그대로 곤죽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웅들의 움직임은 날렵했고, 행여나 위험할 때면 탱커의 도발 능력이 훔바바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머리는 자신에게 타격을 주는 다른 년을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카오스의 힘 때문에 몸은 어쩔 수 없이 탱커에게 향해 있었다.
그렇게 이율배반적인 움직임으로 고통 받던 훔바바는 결국 탱커를 먼저 죽이고 다른 딜러들을 처리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하지만 방어력이 단단한 오현아와 타냐는 훔바바의 몽둥이도 거뜬하게 받아내는 모습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