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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소녀 전쟁-349화 (349/486)

〈 349화 〉 어서 와, GGW는 처음이지?

* * *

1트, 2트, 5트, 10트.

[크악! 크아아아악!!!]

전투가 계속될수록 훔바바의 몸에 생겨나는 상처들은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훔바바 역시 카오스 및 다른 세력들과 여러 번의 전쟁을 경험했던 역전의 용사. 처음 몇 번은 인간들의 실수를 역으로 이용해 그녀들을 차디찬 시체로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오스의 힘으로 되살아나는 인간들은 공허 벌레 이상의 끈질김을 자랑했다.

[크아아악! 이 놈들…!]

게다가 어째서인지 자신의 자랑거리였던 칠색갑옷의 장점조차 인간들 앞에서는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인간들과의 전투가 힘겹게 이어지다보니 자신의 아내를 따먹었던 인간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던 훔바바의 머리 또한 조금씩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놈들은 나의 약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전투가 이어질수록 인간들은 빠르게 자신의 능력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카오스의 힘이 담긴 부활석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만들어 주고 있는 셈이었다. 게다가 외부의 상황 또한 훔바바에게 아주 안 좋게 돌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던전 주위로 인간들의 주둔지가 구축되었고, 자신의 부름에 따라 다가오는 어둠 괴물 무리들을 모조리 쫓아내고 있었다. 등급이 높은 개체가 아닌 놈들은 인간들의 화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큰일이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이렇게는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훔바바의 머리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오래 전, 찬드라니암이 했던 인간들에 대한 경고가 이제야 뼈저리게 느껴지고 있었다.

[어서 빨리 메를린님에게……!]

23번째 전투.

인간들의 공격에 정말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훔바바는 부끄럽지만 자신의 주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공허의 틈새에 갇혀서 억겁의 시간을 고통으로 보내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야만 무플런의 여왕이신 메를린님에게도 더욱 충성을 할 수 있을 게 아니던가? 그렇게 훔바바가 메를린님에게 통신을 연결하려던 때였다.

[…….]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훔바바가 움찔 몸을 떨었다.

멀리 한 남성을 앞세운 인간 영웅 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메를린님은 카우킹 녀석과 한 판 벌이시고 있는 모양인지 자신의 다급한 연락조차 받지 않는 계셨다.

그리고 경계의 선 앞에 도착한 인간들을 보며 훔바바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희들…. 조금 전에 죽었잖아…….]

본인들의 능력으로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고, 곧 전투를 재개하려는 GGW 공격대의 영웅들 보며 훔바바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 * *

콰드드득!!!

칠색 갑옷이 뚫리며 커다란 대검이 훔바바의 몸을 꿰뚫었다.

[크아아아아아!!!]

동시에 밀려오는 통증에 훔바바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가 잔뜩 부릅뜬 눈으로 인간들을 바라봤다.

조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온 몸이 상처로 가득했던 인간들은 부상을 회복시키는 능력 덕분인지 멀쩡한 모습이었다.

결국 24 번째 전투에서 훔바바는 인간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빌어먹을…!]

훔바바의 눈이 방패를 든 두 년에게 향했다.

공허 괴물의 공포를 자극하는 카오스의 능력을 사용하는 저 두 년만 없었더라면…. 놈들을 간단히 쓸어버렸을 텐데….

그렇게 죽음을 앞둔 훔바바를 향해 민국이 느릿하게 걸어오더니만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우리가 이겼네?”

[노옴…! 감히 나를 모욕하다니!!!]

“무플런들의 여왕인 메를린의 심복이라고 하더니만…. 뭐, 갑옷만 믿고 날뛰는 네 놈의 전투력을 보니 메를린도 별 거 없겠네. 아무튼 따지고 보면 찬드라니암이 좀 더 까다로운 상대였어.”

[죽여! 죽여 버리겠다…!!!]

너무 깐죽거렸나?

노성을 지르는 훔바바의 살기 때문에 피부가 따가웠다. 그렇다고 심대한 타격을 입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불꽃으로 타오르는 놈의 눈동자를 보니 당장이라도 맨손으로 자신을 잡아 뜯을 기세였다.

물론 훔바바가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 김소정의 대검이 그의 심장을 갈라버릴 터였다. 그리고 놈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주먹만 꽉 쥘 뿐이었다.

“어디 보자….”

민국은 품에서 영웅 패드를 꺼내었다.

영웅 패드로 확인한 훔바바의 생명력은 0.01%.

힐러인 민국이 툭 건드려도 바로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민국이 훔바바를 마무리 짓지 않고 살려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너를 만나기 원하는 친구가 있어. 서로 오랜만일 텐데, 진하게 인사해봐.”

[뭐…?]

영문 모를 표정을 짓는 훔바바를 뒤로 하고 민국은 자신의 품에서 조그마한 뱀을 꺼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새끼손가락 크기의 뱀은 순식간에 자신의 크게 부풀리더니 곧 훔바바 이상의 크기로 자라났다.

[이게 무슨…!]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는 공포와 부정의 뱀.

찬드라니암의 존재를 확인한 훔바바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자신이 정복하기를 원했던 고고했던 뱀이 살아있는 채로 날카로운 눈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훔바바, 이 더러운 배신자!]

훔바바를 본 찬드라니암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잠시 후, 훔바바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찬드라니암의 던전이 무너진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찬드라니암은 살아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훔바바가 모를 리 없었다.

[배신자는 너겠지, 갈보 년아. 공허의 틈새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공허의 어둠을 배신하고 인간에게 생명을 구걸…. 크헉!]

훔바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찬드라니암의 꼬리가 놈의 몸을 후려쳤다. 우둑 거리는 소리와 함께 훔바바의 팔과 다리가 덜렁 늘어졌다.

하지만 훔바바는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아니, 어떻게 살아 있는 건데?”

민국은 다시 한 번 영웅 패드를 꺼내들었다.

0.0021%. 진짜 죽지 않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때린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훔바바는 계속해서 찬드라니암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하지만 민국은 그런 훔바바의 모습이 그냥 자포자기한 것처럼 보였다.

뭐, 본인에 이를 가는 찬드라니암까지 나타났으니 녀석의 운명이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민국 역시 놈을 살려 보낼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게 훔바바의 저주를 한 귀로 흘리던 찬드라니암이 갑자기 인간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바꿨다. 검은색 고딕 드레스를 입은 고스 로리가 훔바바를 향해 말했다.

[생각해 보면 너는 언제나 나를 가지고 싶어 했지. 수많은 부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하하하! 영웅이라면 다수의 여성을 거느리고 씨를 뿌리는 게 당연한 법.]

[그런데 그 여성들은….]

찬드라니암의 눈동자가 천천히 그리고 훔바바에게 보란 듯 민국에게 향했다.

[너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우리 민국님의 밑에 깔려서 좋아 죽으려고 하던데? 앙! 앙! 거리면서 말이야.]

거센 신음 소리를 연기하듯 내뱉으며 찬드라니암이 훔바바를 조롱하듯 말했다.

그런 찬드라니암의 도발에 훔바바의 얼굴에서 표정이 싸악 사라졌다. 성난 눈썹이 있는 대로 올라갔다.

[감히 네 년이…!]

분노로 눈이 활활 타오르는 훔바바를 보며 찬드라니암이 피식거렸다.

그렇게 훔바바를 보던 찬드라니암이 민국에게 다가가 안겼다. 그리고는 움찔 몸을 떠는 훔바바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민국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훔바바는 언제나 절 가지고 싶어 했죠, 주인님. 이 자리에서 절 안아주세요.]

얼씨구야?

[저 놈에게 잊지 못할 굴욕을 안겨다주고 싶습니다. 주인님에게 안기는 제 모습을 보며 놈이 울화통으로 죽게끔 하고 싶어요.]

민국의 눈이 훔바바에게 향했다. 아니, 저 놈은 또 왜 움찔하는 건데?

설마 지금까지도 마음이 있다거나 그랬던 건가? 아무튼 찬드라니암이 민국의 물건을 꺼내들고는 천천히 입에 물기 시작했다.

[크, 크윽! 큭!!!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찬드라니암!!!]

자신의 하렘으로 던전을 만들 정도로 여자에 대해 욕심이 많은 녀석이었다.

거기에 찬드라니암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었던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찬드라니암이 자신의 성기를 애무하기 시작하자 훔바바의 격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놈의 입에서 쿨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한 녹색의 피가 훔바바의 얼굴과 몸을 가득 적셨다. 그리고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보이는 삼각관계를 보며 다들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와! 나 같으면 진즉에 자살했다.”

“이래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하잖아요. 아무튼 저거 장르가 뭐죠?”

“NTR? 아니지, 공대장님이 주인공이니까 NTL?”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 훔바바랑 찬드라니암과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

GGW 공격대의 영웅들은 훔바바를 앞에 두고 격하게 몸을 섞는 민국과 찬드라니암을 보며 열심히 수다를 떨어댔다.

아무튼 찬드라니암은 훔바바의 멘탈을 제대로 터뜨려놓고 있었다.

그 증거로 놈의 눈동자가 붉게 변해 있었다. 분노로 실핏줄이 전부 터져 나간 것이다. 그리고 훔바바에 대한 도발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적나라하게 변했다.

“흐읍!!!”

민국이 찬드라니암의 몸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단단한 물건으로 그녀를 꿰뚫었다.

“하읏! 앗! 앗! 앗!!!”

M자로 다리를 벌린 채 민국의 손에 붙들려서 위아래로 박히는 찬드라니암. 교성을 내뱉는 그녀의 시선이 훔바바에게 향했다.

놈에게 아주 보란 듯 제대로 드러내놓고 하는 섹스였다.

그렇게 찬드라니암의 의도대로 훔바바는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어엇?!”

“빛 기둥이다!!!”

그리고 놈은 사망과 함께 골드급 마력의 결정이 들어있는 전리품 상자를 하나 내뱉었다. 마지막까지 달달한 보상을 주는 아주 착하고 불쌍한 녀석이었다.

* * *

무플런들의 여왕인 메를린 무플런은 최근 들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인도에 빌어먹을 소 대가리들이 나타난 이후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하려고 했던 계획은 완전히 무너졌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전력도 50% 이하로 떨어졌다.

물론, 카우킹에게 그 이상의 피해를 입혀주기는 했지만….

“빌어먹을…….”

문제는 전력의 하락이 아니었다. 어둠 괴물들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괴물의 존재. 자신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중 두 녀석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점이었다.

“보나마나 공허의 틈새로 빨려들어 갔겠지.”

자신의 마력 탐지에 잡히지 않는 경우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것이 아닌 다른 경우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문제는 두 명의 심복이 카우킹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은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GGW.”

메를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땅의 이들에게는 구원자로 불리던가? 최근 들어서 자신의 귀에 빈번하게 들려오는 인간 영웅들이었다.

그리고 GGW라 불리는 공격대에 의해 찬드라니암이 그리고 훔바바가 목숨을 잃었다. 당연하지만 그들과 함께 떠났던 자신의 휘하 괴물 또한 전멸을 면치 못했다.

“그 년들의 전투력은 무시할 수가 없어.”

찬드라니암과 훔바바가 당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른 심복들도 믿을 수 없었다. 앞선 두 놈들과 똑같은 꼴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나서는 것도 곤란했다. 카우킹 녀석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재수 없으면 인간들을 상대하던 도중 카우킹이 들이닥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신과 무플런은 끝장이었다.

하지만 GGW 공격대의 움직임을 보면 카우킹이 아닌 자신의 근거지가 있는 캘커타를 향해 오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을 노리는 것 같은 행보.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카우킹이라는 존재가 영 걸렸다. 두 세력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메를린이 박수를 짝 쳤다.

“놈들이 내 심복을 공허의 틈새로 보내버렸다면…….”

카우킹의 심복 또한 틈새로 보내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마침 인도에는 GGW 공격대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는 큼지막한 먹잇감들이 여럿 있었다. 겁 없이 자신의 세력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쉴더급 공격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메를린의 눈동자가 대륙의 중앙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공격대에게 향했다.

'화이트 하우스.'

자신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는 이들이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는 최정예 공격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그녀들을 위기에 빠뜨린다면? GGW는 분명 화이트 하우스를 도와주기 위해 움직일 게 분명했다. 인간들은 그러한 존재들이었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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