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53화 (353/486)

〈 353화 〉 라비아 맥퀸

* * *

“정확한 보고 부탁드립니다.”

소식을 듣고 회의실로 달려간 민국이 군인들에게 물었다.

클랜 내의 정보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 원정에 동행한 정보팀은 일부에 불과했다. 정보 수집력 또한 군단 규모의 전투 부대와 비할 바도 아니었다.

“일단 화이트 하우스를 노리는 몬스터의 움직임은 전부터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보다는 카우킹이 움직였다고 들었습니다. 놈이 정말로 모습을 드러냈나요?”

민국이 한 군인의 말을 끊으며 되물었다.

화이트 하우스가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당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십이 재앙 중 한 명인 카우킹이 정말로 모습을 드러냈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만약 놈이 정말로 화이트 하우스 멤버들을 공격했다면….

‘화이트 하우스의 멤버들은 전부 죽었겠지.’

아무리 세계 최강의 공격대, 인류 최후의 보루라고 떠들어대도 십이 재앙을 직접적으로 상대할 수준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영웅은 던전을 공략 중일 경우 외부에서의 공격에 굉장히 취약했다. 부활석 때문이었다.

‘공격대의 던전 클리어는 영웅들만의 활약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물론, 90% 이상은 영웅들의 활약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영웅들이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공격대를 호위하는 군인들의 활약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뭐, 안전이 확보된 장소라면 군인의 도움이 크게 필요 없었다. 예를 들면 서울 내에서 클랜들이 관리하는 그러한 던전을 공략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어둠 괴물과의 전투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인도에서는 영웅들이 부활석을 설치하고 그것을 공략이 끝날 때까지 유지시켜줄 수 있는 호위 병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임시 던전의 공략을 위해 인도에 진출한 쉴더급 공격대는 다들 자국의 병력이나 인도군의 도움을 받아 던전을 클리어하고 있었다. 이는 GGW 공격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민국이 알기론 화이트 하우스 또한 인도 8 여단의 호위를 받고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군단 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웬만한 괴물 부대는 쓸어버릴 수 있는 화력을 지니고 있는 부대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미군의 정보에 의하면 카우킹은 본래의 구역을 이탈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화이트 하우스를 호위 중이었던 인도 8여단의 보고에 의하면 자신들을 카우킹의 심복인 ‘오발드’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전투가 진행 중인가요?”

대답을 들은 민국이 고개를 주억이며 바라보자, 대령급 군인이 말끝을 흐렸다. 그 모습에서 민국은 큰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투에 들어갔다는 보고와 함께 십여 분 전부터 통신이 끊겼습니다.”

“…….”

민국은 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막사의 구석에서는 계속해서 8여단과의 통신을 연결 중에 있었다. 하지만 신호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민국은 통신이 끈긴 이유가 격렬한 전투 때문은 아니리라고 생각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심복급 어둠 괴물, 그러니까 지휘관 급 개체가 등장한 전투였다. 그것을 다수의 영웅도 아닌 일반 군인이 감당하리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의아한 점이 있다면 화이트 하우스 멤버들은 뉴델리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구역에서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다.

얼핏 들으면 위험한 장소에서 작전을 수행중인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다수의 구역에서 어둠 괴물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인도의 상황을 생각하면 화이트 하우스의 구역은 그나마 굉장히 안전한 곳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오발드….”

민국은 그 이름을 뇌까렸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여러 어둠 괴물들 중에서도 네임드 축에 들어가는 놈인데다가 카우킹의 심복인지라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십이 재앙의 심복답게 위험도는 S. 다만, 퐁디셰리의 악마였던 찬드라니암보다는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물론, 실제로 붙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카우킹의 무리가 갑자기 화이트 하우스를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실제로 사단 규모의 미군이 다급히 인도로 오고 있다고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장 미군이 인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 정도의 규모의 군대가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미군이 인도에 온다 한들 화이트 하우스를 구출할 수도 없었다.

인도 8여단을 잡아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오발드 녀석이야 병사들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몰아낼 수 있겠다만, 던전 내 영웅들을 구출하는 건 어디까지나 영웅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생각을 마친 민국이 병사 아니, 루브리나 장군을 바라봤다.

“세계 영웅 협회와 미국 정부가 요청한 내용을 듣고 싶습니다.”

“예상하고 있으시겠지만, 던전 내에 있는 영웅들의 구출입니다. 구출이 불가능하다면 생존 여부라도 확인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오발드 녀석을 쫓아내야 할 텐데요?”

민국의 물음에 루브리나 장군이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에서 민국은 10군단의 다음 행보가 어디일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미군과 세계 영웅 협회의 영향력은 확실히 인도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튼 외부에서 부활석이 파괴되었다면 던전 내의 영웅들은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될 수밖에 없다. 부활석 없이 던전 내에서의 사망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니 말이다.

그렇다고 입구를 통해서 빠져나오느냐?

‘그것도 쉽지 않아.’

공격대 멤버 전체가 입구에 모여 있는 운이 좋은 상황이라면 가능했다. 하지만 8여단이 오발드의 무리와 전투를 진행 중일 때도 화이트 하우스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면 입구에 모여 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결국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들은 던전 내에서 사망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오도가도 못 하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리고 민국은 후자에 더욱 무게를 주었다.

“평범한 【S】 난이도 던전이었다면….”

그녀들의 운명은 안보나마나 뻔했다. 전부 죽었을 테지.

하지만 인도의 임시 던전은 【S】난이도가 【A ­ 2】 혹은 【A ­ 3】 난이도의 수준에 불과했다. 그 정도라면 이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전투력을 지닌 화이트 하우스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물론,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모험을 걸지는 않을 테니 던전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지는 않을 터였다. 한 번의 실수는 곧 죽음으로 연결이 될 테니까.

아무튼 부활석을 새로 설치한다 한들, 던전 내부에 있는 화이트 하우스 멤버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을 테니 결국 던전의 네임드를 뚫고 그녀들을 데리고 나올 공격대가 필요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인도에는 전 세계의 쉴더급 공격대 중 반 수 이상이 주둔해 있었다.

10군단의 이동 경로를 보아하니 미국 정부와 세계 영웅 협회는 그녀들을 구출할 공격대로 자신들을 점찍은 것으로 보이긴 했다.

물론, 인도에 있는 쉴더급 공격대에게 전부 비슷한 말을 전달했을 테지만.

아무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원래는 김소정에게 스킬 강화석을 주고 캘커타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계획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화이트 하우스 멤버들과 크게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GGW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대가 화이트 하우스였다.

그녀들이 어둠 괴물들의 손에 당하는 것은 인류 뿐 아니라 민국 입장에서도 큰 타격이었다.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캘커타의 공략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은 화이트 하우스를 구출하고 다음 계획을 정해야 할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카우킹의 무리를 상대로 강화된 파괴의 교향곡을 시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온전한 전력을 지닌 십이 재앙, 메를린을 상대하기 전에 말이다.

* * *

“젠장…. 외부에서 들어오는 연락도 없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화이트 하우스의 분위기 메이커, 카밀라 벨이 넋을 잃은 채 앞을 바라보았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 열 명의 영웅들은 오도 가도 못한 채 갇힌 상태였다. 네임드와 네임드 사이에 끼어 버린 것이다. 심지어 부상자도 있었다.

“모, 몸이 너무 뜨거워. 제발…. 자, 자…! 자지…!”

“어?! 빨리 붙잡아!!!”

“여기 한 명 더 붙어!!!”

몸을 뒤틀면서 날뛰는 여성 영웅의 위로 다섯 명의 영웅이 달라붙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힘을 빼고 나서야 영웅들은 미리암 로스를 다시 바위에 단단히 묶어놓을 수 있었다.

“끔찍하네.”

그런 모습들을 보며 화이트 하우스를 이끄는 리더인 라비아 맥퀸은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능력에 절망감마저 들었다.

미국의 자랑이자 화이트 하우스의 메인 탱커인 미리암 로스는 타락했고, 자신들은 던전 내에 갇혀 있었다. 물론, 외부에서도 뭔가 조취를 취하고 있겠지만. 자신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보통 이러한 상황에서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네임드와 싸우고 전멸을 하는 것. 하지만 라비아 맥퀸과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들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자신들을 죽음에서 되살려 줄 부활석이 깨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미리암 로스가 타락한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었다. 부활석이 깨진 것 때문에 살아날 수 없으니 몬스터에게 치욕을 당하면서 일단은 목숨을 구원한 셈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멀리 네임드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는 것 같은 포효. 그 소리를 들으며 라비아 맥퀸은 몇 시간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라비아와 화이트 하우스는 순조롭게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획득해나갔다.

평소보다 두 배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불만인 영웅은 아무도 없었다. 던전의 난이도가 두세 단계 이상 낮았던 터라 어렵지 않게 어둠의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던전을 공략할 때 마다 새로운 네임드를 상대해야 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들 오랜 시간 동안 어둠 괴물들과 전쟁을 치러온 터라 다양한 괴물들을 상대해 온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었다. 게다가 다들 성장에 목 말라있던 이들. 손쉽게 실버급 마력의 결정을 구할 수 있다는 말에 밤잠까지 줄여가면서 던전을 공략한 것이다.

하지만 화이트 하우스라 하더라도 모든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영웅은 부활석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죽여도 던전이 무너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어둠 괴물과는 달리 인간의 목숨은 하나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부활석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에서 가지고 온 부활석만 하더라도 몇 천개나 되었고, 던전의 외부는 인도군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방어를 해주고 있었다. 미군도 대대 규모의 병력이 함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수준으로는 본격적인 어둠 괴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읏?!”

팀원들과 수다를 떨면서 걸음을 옮기던 라비아 맥퀸은 갑자기 머리를 울리는 찌릿한 느낌을 받고 걸음을 멈췄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미리암 로스도, 카밀라 벨도 비슷한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다들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리고 베테랑 영웅인 화이트 하우스의 멤버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도 들은 것들이 있었다.

“설마…?”

“이거 그거…, 그거 맞죠?”

팀원들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라비아 맥퀸은 자신의 신체와 던전 내부의 마력을 점검했다. 그리고는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분명 부활석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무거운 얼굴을 한 라비아 맥퀸은 등에 멘 가방을 풀어 헤쳤다.

천만다행으로 화이트 하우스는 던전의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먼 거리는 불가능했지만 던전 입구를 기준으로 300m 이내에 있는 이들과는 연락을 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여러 연구진들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것으로 일회성에 불과하지만 비상시에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외부로 연락을 취한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우측에서도 옵니다!]

[괴, 괴물…! 끄아아아악!!!]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건 괴물의 등장을 알리는 비명뿐이었다.

그리고 뚜­ 하는 소리와 함께 통신이 종료되었을 때 라비아 맥퀸과 화이트 하우스의 멤버들의 얼굴을 새하얗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 괴물들의 습격….”

“녀석들이 우리를 노린 걸까요?”

영웅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들이 흘러 나왔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만큼은 분명했다. 자신들은 여기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 던전의 외부에서는 어둠 괴물들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고, 자신들을 보호하던 방위군은 전멸에 가까운 위기에 몰린 게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줄 부활석이 깨질 리 없었다.

“일단 돌아가자.”

라비아와 영웅들은 던전의 공략을 중단하고 빠르게 뒤로 향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더욱이 보스의 방을 지나치던 중 네임드가 생겨나면서 강제 전투가 벌어졌고, 목숨을 걸고 녀석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팀의 보루이자 메인 탱커인 미리암이 타락하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순결을 잃지는 않았지만, 농락을 당하는 과정에서 마력이 타락해 버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정찰을 한 결과 네임드가 다시 생겨난 것을 확인되면서 던전에 갇히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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