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65화 (365/486)

〈 365화 〉 마하 강 방어전

* * *

미국의 화이트 하우스 공격대를 구출한 민국은 10군단과 함께 인도 서부의 도시 바도다라로 이동했다.

루브리나 장군이 지휘하는 10군단을 포함해 4개 군단 규모의 인도군은 바도다라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바도다라에서 400km 정도 북상하면 라자스탄 주에 진입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카우킹의 본대가 있는 세력권이기 때문이었다. 거리가 짧지는 않았지만 배치된 병력들 사이에서는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활동하는 쉴더급 공격대들도 쉬이 원정을 나서지 못했다.

“호위 병력은 얼마나 되죠? 대대급 규모는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163연대요? 으음…. 그 정도의 호위 병력으로는 원정을 나가기가 곤란하겠는데요. 화이트 하우스의 경우를 생각하셔야죠.”

화이트 하우스처럼 자신들도 던전을 공략하다가 어둠 괴물의 손에 의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심지어 화이트 하우스의 상황을 전해 듣고 자국으로 귀환한 쉴더급 공격대들도 있었다.

● 인도에서 벌어진 참극, GGW 공격대도 귀환을 생각해야….

● 운 좋게 희생자는 없었지만, 그 행운이 어디까지 지속이 될까? 한국의 괴물 방위를 위해서 GGW 공격대의 귀환이 정부가 힘을 써야 할 듯.

국내 여론도 난리였다.

쉴더급 공격대 그것도 화이트 하우스라는 인류 최강의 공격대가 어둠 괴물의 손에 죽을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민국은 국내에서 말이 나오든 말든 주변의 【S】 난이도 던전을 전부 정리하고 GGW 공격대의 북부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GGW 공격대의 귀환을 바라는 이들이 들었더라면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민국이 북부 진출을 계획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주변에 【S】 난이도의 던전이 없어.’

민국이 GGW 공격대를 이끌고 인도로 온 이유는 어둠 괴물로 신음하는 인도인들을 도와주겠다는 인류애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해 실버급 이상의 마력의 결정을 손에 넣고, 그것을 토대로 GGW 공격대의 영웅들을 성장시키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지금까지 충분히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인도에 진출하기 전과 지금의 GGW 공격대 전력을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의 수준이 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격대의 성장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쉴더급 공격대의 활약으로 인도 중부와 남부가 깨끗하게 정리된 게 원흉이지.”

GGW 공격대가 공략한 【S】 난이도의 임시 던전이 전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임시 던전이 공략된 것은 아니었다.

“북부와 동부에는 아직도 많은 숫자의 【S】 난이도 던전이 남아 있다.”

문제는 그곳이 카우킹과 무플런의 세력이 자리를 잡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

당연하지만 그 어떤 쉴더급 공격대도 그 지방으로는 진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목숨이 아까운 것이다. 심지어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들이 사고를 당하기까지 했다. 미국 제일의 공격대이자 인류의 방패라 불리는 그녀들조차도 십이 재앙이 아닌 그

휘하의 심복에게 공격을 받고 사단이 날 뻔했던 것이다.

때문에 다른 쉴더급 공격대들은 인도 중부나 남부에서 더 이상 북쪽으로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아무튼 화이트 하우스의 사고는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아직까지도 인류의 영웅들은 십이 재앙과 직접적으로 부딪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지.’

민국이 북부 진출을 계획한 것은 부활석과 자신의 경험을 과대평가한 만용이 아니었다.

그만큼 GGW 공격대의 전력이 탄탄하기 때문이었다. 오현아, 김소정, 켄달 등 자신을 포함해 무려 여섯 명의 영웅이 10성의 마나를 다룰 수 있었다. 아니, 골드급 마력의 결정이 더 있었더라면 다른 이들도 10성으로 올라섰을 터였다.

‘가루다 녀석이 빨리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보내줘야 할 텐데….’

바이콘 때문인지 연락이 잘 안 되는 것도 모자라 마력의 결정 공급까지도 뚝 끊겼다.

결국 자체적으로 수급을 해야 하는데,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획득하려면 못해도 10등급 수준의 괴물을 잡아야 했다. 십이 재앙이나 그들의 심복을 쓰러뜨려야 하는 것이다.

아무튼 GGW 공격대는 영웅들의 보유 장비도 탄탄했다.

9성 영웅과 10성 영웅의 가장 큰 차이는 기어 스코어 1200 이상의 장비를 착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

그리고 여러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GGW 공격대의 10성 영웅들은 대부분이 1400대에 근접한 장비 스코어를 보유하고 있었다.

메인 탱커인 현아와 같은 경우는 기어 스코어가 무려 1458이나 되었다.

‘원래 그 정도 수준의 장비는 【S – 6】 수준의 던전에서나 얻을 수 있는데….’

Sex 포인트 상점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튼 이런 점들을 토대로 민국은 GGW의 영웅들과 함께 10등급 괴물과도 붙어볼만 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10등급으로 정의된 괴물은 십이 재앙이나 혹은 그를 따르는 심복들뿐이었다.

“북부 진출 말씀이십니까?”

민국이 북부의 라자스탄 주에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루브리나 장군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어둠 괴물을 몰아내려면 당연히 생각할 일입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고요.”

인도군을 지휘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GGW 공격대와 함께 움직이면서 어둠 괴물 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북쪽의 라자스탄 주는 십이 재앙 중 하나인 미노스를 포함해 카우킹의 주 전력이 집중되어 있었다. 루브리나 장군이 이끄는 일개 군단으로는 라자스탄 주에 진입하는 순간 맛 좋은 먹이가 될 뿐이었다.

10군단을 이끄는 루브리나 장군의 머뭇거리는 모습에 민국이 재차 말했다.

“현재 어둠 괴물에게 포위되어 있는 델리 주의 지원도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민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녀를 설득해야 했다.

인도군의 도움이 아니면 GGW 공격대도 북부 진출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었다. 화이트 하우스의 상황처럼 자신들이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부활석이 깨지는 사고가 벌어질 게 분명했다.

“라자스탄 주의 공략은 뉴델리 방어선의 포위망을 느슨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아시다시피….”

“네. 델리 주를 활보하는 어둠 괴물들이 카우킹의 세력이니까요. 하지만 공대장, 저희들이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괴물들이 밥이 될 뿐입니다. 나 역시 GGW 공격대의 활약은 인정하고 있습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이는군요.”

“……어쩔 수 없죠.”

거절에 가까운 루브리나 장군의 말에 민국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물론, 그녀의 결정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다. 그녀가 이끄는 10군단은 엄밀히 말하면 마하라슈트라 주의 병력. 그리고 마하라슈트라 주 정부는 10군단이 뭄바이로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지옥으로 변한 인도 북부에서 인도의 소중한 생명을 갈아버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실전을 경험한 군인들이 자신들의 땅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이겠지.’

전쟁터가 된 북부와는 달리 인도 중부와 남부는 자신들과 쉴더급 공격대의 활약으로 대부분의 어둠 괴물을 몰아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 두 지역은 정상에 거의 가까운 행정 및 경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민국은 그런 주 정부의 재촉이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멍청한 결정이라 여기고 있었다.

힘겹게 버티고 있는 인도 북부가 어둠 괴물의 공격으로 무너진다면? 뉴델리에서 부딪치던 어둠 괴물의 다음 목표가 어디로 정해질 지는 어린 아이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한민국 공대장님, 아차나 라비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아차나 라비?”

“구자라트 주의 주지사입니다.”

“구자라트 주요? 그곳에서 왜?”

거기에 GGW 공격대의 북부 진출 계획을 들은 구자라트 주 정부가 민국을 찾아왔다.

그녀들은 북부 진출보다는 북서부의 중심 도시인 아마다바드를 기점으로 구자라트 주에서 어둠 괴물을 몰아내자고 거듭 주장했다.

“구자라트 주라….”

민국은 주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구자라트 주에 대한 임시 던전과 【S】 난이도 던전의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 GGW 공격대가 머무르고 있는 도시인 바보다라는 구자라트 주에 속하는 도시였지만, 주 면적의 70%가 아직 어둠 괴물의 세력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카우킹의 영역. 그리고 조사 결과를 들은 민국은 곧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어야 했다.

“구자라트 전역의 【S】 난이도 던전은 임시 던전을 포함해 세 군데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A】 난이도 【B】 난이도의 던전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지만, 막상 GGW 공격대의 스펙에 도움이 되는 S 난이도 던전이 없었다.

‘굳이 구자라트 주로 방향을 꺾을 필요는 없겠네.’

세 군데의 【S】 난이도 임시 던전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자신들이 아닌 다른 쉴더급 공격대가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A】 난이도와 【B】 난이도의 던전은…. 인도 영웅들의 역할이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이 뉴델리 방어선에서 갈려나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결국 시간과 에너지만 버리고 얻을 건 없을 같다는 생각에 민국은 주 정부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주지사인 아차나 라비는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주지사의 입장에서 구자라트 주에서 어둠 괴물을 몰아내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업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의 일로 GGW 공격대를 움직이겠다고? 뉴델리 방어선을 지원하기 위해 북부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뉴델리 방어선의 영웅들에게 그 사실을 말해줄까?’라는 뜻을 전하자 그녀는 얼굴이 벌개져서는 고개를 떨궜다.

그렇게 귀찮은 일을 처리한 민국은 다시 북부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든 북부로 진출해야 하는데….’

그러나 본격적인 북부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민국은 자신의 계획을 통째로 바꿔야만 했다.

“어둠 괴물의 무리가 남하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북부로 올라가기 전에 치고 나오겠다는 걸까? 라자스탄 주의 카우킹 세력이 남하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공허 마력을 품고 있는 어둠 괴물은 레이더를 포함한 탐지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때문에 어둠 괴물이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인도군의 목숨을 건 정찰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유서를 쓰고 오토바이만 타고 부대를 떠났다. 그리고는 여러 정보를 전해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대로 복귀하지 못한 정찰병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교차 검증을 통해 이십 만 이상의 무리가 적어도 셋 이상 남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네.”

“…최악이로군.”

루브리나 장군의 말에 별 세 개를 단 장군이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까지의 전투를 생각하면 현재 남하하고 있는 무리를 이끄는 괴물은 적어도 카우킹의 심복 다시 말해 어둠 괴물의 지휘관급 개체가 분명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민국이 물었다.

“만약 지휘관급 개체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인도군의 화력으로 물리칠 수 있는 겁니까?”

“어렵습니다. 화력도 화력이지만 영웅들의 숫자가 부족합니다.”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어둠 괴물은 공허 마력이 가득한 던전처럼 무지막지한 전투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강력한 녀석인지라 인류의 전력으로는 막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뉴델리 방어전을 제외하더라도 인도 영웅들의 숫자가 적지는 않을 텐데요?”

“현실에서 싸우는 전투니까요.”

“…….”

그나마 영웅들의 공격이 괴물들에게 효과적이기는 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던전의 전투와는 달리 현실의 전투는 까닥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영웅들은 특히 등급이 낮은 영웅들은 현실의 전투에 참여하는 것을 굉장히 꺼렸다.

‘그렇다고 모든 전투를 피할 수는 없을텐데.’

그리고 지금이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해야 할 때라는 게 민국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웅들의 생각도 이해는 되었다. 병사들이 보내온 정보대로 괴물 무리를 지휘하는 놈들이 지휘관급 개체라면 그 전투력이 찬드라니암과 같은 수준일 터. 퐁디셰리의 재앙이 아닌 바도다라의 재앙이 펼쳐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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