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8화 〉 마하 강 방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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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 강을 낀 방어전은 영웅들의 활약에 힘입어 어느 정도는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전황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산발적인 승리에 불과했다.
“크아아아악!”
“꺄아악!”
본대의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강을 건너오는 놈들을 저지할 수 있는 화력이 부족했다. 포병대가 제 활약을 펼칠 수 있으면 모르겠다만, 생각 이상으로 많은 적의 공중병력 때문에 제대로 된 지원이 힘들었다.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영웅들은 숫자도 부족했고, 지쳐가고 있었다. 그나마 전차가 제 역할을 해줘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즉에 밀리고도 남았을 전투였다.
“후퇴! 후퇴…! 뒤로 2차 방어선으로 물러난다! 중기관총은 아군이 후퇴할 수 있도록 적들을 저지해!”
결국 무수한 병사들의 피를 빨아먹은 어둠 괴물들의 파상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기관총이 쉴 새 없이 불을 뿜었지만, 쓰러지는 것은 소형 개체뿐이었다. 5. 6 등급 이상의 괴물들은 4cm 두께의 강철 장갑도 완전히 관통시키는 12.7mm의 마력탄을 얻어맞고도 버티는 괴물이었다.
“전선 유지하면서 천천히 물러나!”
민국은 달려드는 괴물을 베어내며 주변을 살폈다.
못해도 이 만은 되어 보이는 괴물 무리가 온전히 강을 건너온 듯 보였다. 공중 병력까지 합치면 뭐…. 게다가 공중의 놈들은 비행기처럼 활주로가 필요한 놈들이 아니었다. 날개를 접으면 바로 지상에서도 전투가 가능한 놈들이었다.
아무튼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못해도 강을 건너온 놈들을 반 이상은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렬한 전과가 필요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지.’
궁극기.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궁극기를 연속으로 사용한다면? 적의 공세를 꺾을 수 있는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문제는 궁극기가 지속되는 시간이겠지만, 놈들이 몰려있다면 상관없었다. 검을 휘두르는 족족 쓸려나갈 테니까.
그리고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체크하면서 타이밍을 잡는 민국에게 다급한 통신이 들어왔다.
[한민국 공대장! 이대로 물러나면 괴물들을 밀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든 버텨야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시바 공격대의 락슈미바이였다.
조금씩 물러나는 GGW 공격대와는 달리 그녀들은 최전방에서 사방에서 달려드는 괴물들을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녀들은 본인들이 무너지면 방어선이 뚫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강을 건너는 괴물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그런 놈들을 막을 수단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영웅들의 신체에 여기저기 상처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 와중에 힐러들을 노리는 괴물들끼리 나올 정도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힐러가 쓰러지면 모든 게 끝이었다.
“음. 조금 더 놈들을 끌어들여서 최대한 많은 숫자를 줄이고 싶었는데….”
락슈미바이의 통신에 민국이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시바 공격대도 함께 움직여주면 더 많은 놈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서로의 생각이 달랐던 까닭인지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뭐, 따지고 보면 본인 잘못이었다. 후퇴 지시도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물러났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지. 모두 위치 사수해.”
[여기서? 우리들의 움직임을 보고 병사들도 함께 뒤로 물러나고 있는데?]
“원래는 조금 더 놈들을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시바 공격대의 상황이 좋지 않네.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부터 놈들을 밀어버려야 할 것 같아.”
[아…. 쟤들은 왜 멍청하게 버티고 서서…….]
[지휘체계가 통일된 게 아니니 어쩔 수가 없죠.]
갑작스러운 지시였지만, 다들 알았다는 듯 본인들의 자리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적들을 베어내는 영웅들 곁으로 후퇴하던 병사들도 모여들며 진지를 만들었다.
쿼어어엉! 퀴에에에엑!!!
전투 시작 전, GGW 공격대가 버티고 있던 기존 구역은 괴물들로 가득했다.
교두보를 확보한 괴물들이 꾸역꾸역 강을 건너오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 그리고 심각한 눈으로 놈들을 바라보던 민국이 달려드는 괴물을 베어내고 김소정을 잠시 바라보다가 영웅 패드를 확인했다.
아군 힐러들의 마력 상황은 후퇴를 하면서 살짝 회복한 덕분에 50%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적어도 한 시간 반 정도는 전투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수준. 민국이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지금부터 강 안쪽까지 한 번에 쓸어버릴 거야. 시작은 파괴의 교향곡으로 하고, 콜 들어오면 바로바로 궁극기 사용해.”
[알겠습니다.]
“오케이, 다들 거리 유지 잊지 말고. 탱커는 선두에서 확실하게 라인 조율해 줘.”
[다들 내 앞으로 넘어가면 죽는 거야!!!]
“그래그래, 원거리 딜러들도 비행 괴물에 신경 쓰면서 틈 날 때 마다 화력 지원하고. 그러면 바로 가자.”
우우우웅!
민국의 목소리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김소정의 몸에서 피어난 붉은색의 마력이 GGW의 영웅들을 뒤덮었다.
영웅들의 전투 능력을 극대화시켜주는 궁극기, 파괴의 교향곡.
키이익?!
레전드리 클래스, 불꽃의 광채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 능력의 발동에 어둠 괴물들의 시선이 GGW 공격대에게 향했다. 전장에 있는 모든 괴물들의 관심을 끌 정도로 막대한 양의 마력이 대지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GGW의 영웅들이 사용한 궁극기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나만 믿으라고…!”
이어서 지젤 뷘드셴의 궁극기 ‘새벽의 방패’가 발동되었고, 눈에 보일 정도의 단단한 방패가 GGW 영웅들의 몸을 뒤덮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민국이 외쳤다.
“모두 쓸어버려!!!”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열 명의 영웅들이 괴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약진 앞으로…!”
“돌격! 돌격! 어둠 괴물 놈들에게 총탄을 박아버려! 씨발, 기관총병! 탄 가지고 있는 거 전부 쏴버려! 길 터줘!!!”
“와아아아!!!”
그런 GGW 공격대의 움직임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도 무슨 용기가 났는지 소총을 들고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다들 가만히 본인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보다 GGW 공격대를 따르는 것이 생존확률이 높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GGW 영웅들과 괴물 무리가 부딪친 순간 뒤를 따르면 병사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눈을 휘둥그레 떠야 했다. 괴물과 인간들의 상황이 반전된 학살극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크에에엑! 캬아아아악!”
어둠 괴물들은 버프를 받은 영웅들의 공격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소형도, 중형급 괴물도 똑같았다. 그나마 상위 개체만이 어느 정도 버틸까?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원 샷 원 킬.
심지어 괴물들은 탱커인 오현아의 공격조차도 막아내지 못했다. 때문에 병사들은 다 죽어가는 놈들을 확인 사살하며 그 뒤를 따를 뿐이었다.
콰콰쾅! 쾅!
강력한 마력 공격이 어둠 괴물을 휩쓸 때 마다 무수한 인도군의 피를 빨아먹은 괴물들이 산산조각이 나 쓰러졌다. GGW 공격대는 추행진으로 한 점 돌파를 시도했고, 어둠 괴물 무리는 영웅들의 진격에 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그녀들을 표현하는 단어 그대로라 말할 수 있는 영웅적인 행보. 그렇게 얼마나 괴물들을 쓰러뜨리며 돌파를 했을까?
GGW 공격대의 뒤를 따르는 인도군은 이대로 영웅들이 괴물 무리들을 전부 쓸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둠 괴물도 그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쿠워어어어어어!!!
4 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괴물이 자신의 흉성을 토해내며 GGW 공격대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그리고 놈이 휘두르는 주먹을 현아가 막아냈고, 커다란 충격파가 주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이어서 놈을 보던 민국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네임드. 십이 재앙의 심복쯤 되는 녀석이겠네.”
그 증거로 괴물의 공격을 막아낸 현아의 방패가 움푹 들어가 있었다. 이는 페널티를 잔뜩 받은 평범한 어둠 괴물은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강력한 개체의 등장으로 인해 질주하던 공격대의 진형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민국이 영웅 패드를 잠깐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유나! 썬더 애로우 찍어!”
유나가 그 말을 듣자마자 괴물의 이마에 번개 모양의 마크를 찍었다. 이어서 민국이 진형을 조절하며 외쳤다.
“메인 탱커 어그로 잡히면 바로 밀어버려!!!”
던전 내라면 모를까, 지상의 페널티를 지닌 녀석은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십이 재앙인 미노스가 직접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니, 미노스가 나타나도 어느 정도는 할 만하지 않을까?
‘여기서 확실하게 놈을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던전으로는 보내버릴 수는 있었다.
그리고 그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한다면? 미노스의 심복이자 카우킹 세력의 강력한 개체를 공허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우우우우웅!
민국이 들고 있던 단검에서 보라색의 마력이 피어올랐다.
단검을 사용하면 스태프를 사용할 때보다는 힐량과 보호막의 위력이 줄어들지만, 더욱 빨리 괴물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한 명의 딜러가 더욱 필요한 지금과 같은 난전상황에서는 아주 유용했다.
다른 영웅들이 들고 있는 무기에서도 본인들 특유의 색상을 지닌 마력의 불꽃이 거칠게 타올랐다.
카카카칵! 쾅!
잠시 후, 놈의 발톱과 주먹을 막아내며 전투를 벌이던 현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어그로 잡혔어!!!”
그것을 신호로 딜러들이 공격을 시작했고, 민국 역시 미끄러지듯 앞으로 달려 나가며 놈의 근처로 접근했다. 민국의 눈이 카우킹의 심복으로 생각되는 지휘관 개체의 신체를 빠르게 스캔했다.
‘보호막은 없고….’
확실히 던전 브레이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닌 터라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페널티가 상당히 강력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놈들도 어떻게든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려는 거겠지.
다시 말해 지금의 녀석은 던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다는 말이었다. 힐러라도 급소에 제대로 공격을 찔러 넣는다면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10성 힐러의 힘, 민첩 능력치는 그리 낮은 편이 아니었다.
능력치 하나만 대폭 높인다고 해서 영웅의 별을 올릴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비교하자면 6성 딜러와 비슷한 수준일까? 그리고 지금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놈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휘이이익! 카캉! 캉!
동료들과 놈이 부딪치면서 불꽃이 춤을 춘다. 이어서 형형색색의 빛 무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민국은 연달아 놈과 부딪치는 팀원들의 유려한 움직임에 어울리며 스리슬쩍 녀석의 뒤를 점했다. 암살자다운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당장 검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자신의 공격력을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치명적인 타격을 넣을 수 있는 타이밍이 중요했다.
아니, 굳이 데미지를 넣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이 자리에서도 충분히 힐과 보호막을 사용하며 팀을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이 틈을 보인다면?
그렇게 불꽃의 춤사위를 지켜보던 민국이 반짝 눈을 빛냈다. 마침 김소정과 시라누이 마이의 연속 공격에 놈의 균형이 무너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민국이 기다렸다는 듯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회를 포착했으면 망설임 필요가 없었다.
쿠워?!
자신의 접근을 눈치 챈 괴물 녀석이 뒤로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내뻗었을 뿐, 제대로 자신을 노린 공격이 아니었다. 민국은 허리를 숙이는 행동으로 녀석의 공격을 피하며 한걸음 더 놈의 간격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스치듯 단검을 휘둘렀다. 서걱하는 익숙한 소리.
기어스코어 1300의 단검은 보호막이 없는 괴물의 급소를 부드럽게 썰어 넘겼다.
‘가볍네.’
하지만 민국은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회심의 공격이 실패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그 짧은 타이밍에 어떻게든 공격을 회피해 낸 것을 보면 말이다.
“쩝.”
단번에 놈을 죽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연달아 공격을 넣을 수는 없었다. 일격필살의 공격은 실패하면 끝이었다. 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크와아아아아악!!!
그렇게 민국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치명적인 공격을 허용한 괴물이 비명과 함께 괴성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몸을 뒤로 돌리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 엇?! 저 새끼 튄다!”
“여기서 마무리해야 돼! 붙잡아!!!”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어둠 괴물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한 팀원들이 앞을 가로막은 어둠 괴물들을 베어내며 놈을 쫓았다. 하지만 놈을 잡을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놈이 영웅들에게 붙잡히기 전에 다급하게 임시 던전을 만들어내 안으로 숨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위에 있던 어둠 괴물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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