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5화 〉 마하 강 방어전
* * *
콰앙!
메인 탱커인 오현아의 전진을 시작으로 첫 트라이가 시작되었다.
“천천히 가자! 다들 방어에만 집중해!!!”
다르잔을 중심으로 GGW 공격대는 Y자 형태로 포지션을 잡았다.
그리고 민국은 탱커를 커버하면서 황금 소의 공격 패턴을 하나씩 머릿속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쿠웅! 쿵!
역정을 내며 몸을 휘두르는 놈과 탱커의 단단한 방패가 부딪치면서 묵직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투레질에 이은 짧은 돌격. 좌우로 흩어진 딜러진을 견제하는 꼬리의 불꽃. 양 쪽에 난 뿔로 메인 탱커를 멀리 던져 버려서 어그로를 초기화 시켜버리는 특수 패턴까지. 어둠 괴물들의 지휘관급 몬스터답게 공격 하나하나의 데미지는 상당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버틸 만한데?’
다르잔이 부상을 입은 것이 그 원인이겠지만. 아무튼 놈의 공격이 이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면 첫 트라이에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전투가 3분가량 이어졌을 때 민국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의 어둠 괴물은 자신의 상태에 따라 특별한 공격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르잔의 공격 패턴은 전투가 제법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변화가 없던 까닭이었다.
그리고 영웅 패드로 확인한 황금소의 생명력은 민국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 정도로 높았다.
‘1조3100만?!’
어쩐지 아무리 때려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더니만.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생명력이었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저게 부상을 입은 녀석의 생명력이라는 점이었다.
“계속 휘둘러!!!”
상황을 파악한 딜러장 김소정이 외쳤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조금도 쉴 틈이 없었다. 치명적인 부상은 입은 녀석이라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조 3100만?!”
“아주 돼지가 따로 없네. 이거 밸런스가 잘못된 거 아니예요?!”
1조가 넘는 생명력은 지금까지 GGW 공격대가 만났던 괴물 중 가장 체력이 높았다.
심이 재앙인 가루다나 인도에서 만났던 가장 까다로운 상대였던 찬드라니암과 같은 개체들을 포함해서도 말이다. 그것도 배 이상 높았다.
그렇게 영웅들의 공격이 쏟아졌지만, 다르잔은 간지럽다는 듯 탱커만 노리고 달려들었다.
실제로 민국과 GGW의 영웅들은 오 분 가까이 전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녀석의 생명력에 15% 남짓한 데미지만을 줬을 뿐이었다.
민국이 미간을 찌푸리며 놈을 주시했다.
‘이상할 정도로 생명력이 높은데…. 무턱대로 깡 딜로 놈을 잡는 게 정말 정답인건가?’
민국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을 살폈다. 하지만 녀석과 관계있어 보이는 오브젝트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일단은…. 녀석의 패턴부터 체크하자.’
다행히 전투를 이어나가는데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일단 지금까지 알아낸 놈의 공격 패턴은 영웅 세 명을 대상으로 하는 장판 공격과 탱커와 근접 딜러들을 짧은 시간 동안 마비시키는 포효와 그에 이은 꼬리치기 연계 정도만이 위협적이었다.
다른 패턴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집중만 하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보였다.
초보 영웅도 아니고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키워는 베테랑들. 이제는 웬만한 패턴쯤은 알아서 척척 대처할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김소정! 교향곡 연주해!”
민국은 소정에게 파괴의 교향곡을 주문했다. 일단은 궁극기를 소모해서라도 놈의 생명력을 깎을 생각이었다.
“네! 모두 내 근처로 모여!”
“저는요? 저도 타켓 찍을까요?”
“교향곡 버프 들어가고 스킬 돌리기 시작하면 그 때 찍어.”
“넷!”
이어서 김소정의 붉은 마력이 팀원들이 지닌 마력을 증폭시켰고, 최유나의 썬더 애로우가 다르잔의 이마에 번개를 만들어냈다.
[쿠우우우우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고 느낀 것일까?
다르잔이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전장의 무거운 공기가 다르잔의 숨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그의 입 안에 타닥타닥 불꽃이 튀었다.
“…드래곤도 아니고 소가 브레스를 사용하네? 이거 맞는 거야?”
놈의 앞에서 그 모습을 본 현아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파악한 민국이 잽싸게 외쳤다.
“지젤!”
다르잔의 입에서 뿜어진 브레스가 방사형으로 퍼져 나갔다.
“새벽이 밝았습니다!!!”
하지만 놈의 브레스는 지젤이 만들어낸 새벽의 방패를 뚫어내지 못했다.
뜨거운 숨결이 몇 번이나 마력의 방패를 두들기면서 방패의 힘을 대부분 소멸시켰지만, 결국 모든 숨을 뱉어낸 이후에도 방패는 멀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음에는 궁극기 없이 버티는 걸로 해보자. 브레스의 범위 모두 체크했지?!”
“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대답. 그리고 지친 기색을 보이는 다르잔에게 화살 세례가 쏟아졌다.
최유나를 필두로 한 원거리 공격이었다. 빙결 마법과 마력구의 레이저가 놈의 피부를 얼리거나 그을렸다. 그리고 김소정과 시라누이 마이가 양측으로 나눠서 놈에게 달려들었다.
“소고기 다짐으로 만들어주마!”
김소정의 커다란 대검이 그대로 녀석의 몸을 내리쳤다.
시라누이 마이도 우주류 검술로 놈의 취약한 부분을 향해 연속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다르잔의 육질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피부와 검이 부딪치면서 불꽃만 만들어낼 뿐. 치명적인 피해는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오랜 시간동안 어둠 괴물들을 사냥한 영웅들.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할 이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공격이 들어가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던 레이드에 변화가 생긴 것은 다르잔의 생명력이 80%가 되었을 때였다.
[음무어!!!]
갑작스럽게 투레질과 함께 다르잔이 자신의 목을 들어 올렸다. 현아가 바로 외쳤다.
“새로운 패턴이다!”
“일단 물러서! 충격파일 가능성이 높아!”
놈의 마력이 요동치는 것을 느낀 영웅들이 잽싸게 다르잔의 주위에서 멀어졌다.
일반적으로 레이드 규모의 어둠 괴물이 이런 움직임을 보일 경우 충격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녀석이 폭발시키려는 마력의 양이 점차 많아지는 것을 느낀 지젤이 앓는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우리 X 된 거 같지 않아? 이거 높은 확률로 전멸기로 보이는데?"
옆에 있던 최유나가 지젤의 이야기를 듣고 뒷목을 잡았다.
“이게 전멸기라고? 놈의 생명력을 이제 막 20% 깎았는데? 시발.”
“아니지 않을까? 만약 전멸기가 맞다면…. 이놈은 대체 어떻게 잡아야 하는 건데?”
“…….”
민국도 지젤의 의견에는 회의적인 생각이었다.
놈이 폭발을 위해 압축시키는 공허 마력의 양이 몸이 떨릴 정도로 많은 건 사실이었다. 그 위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
하지만 이게 놈의 전멸기라면…. 전멸기를 사용하기 전에 녀석을 잡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트라이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게 틀림없었다.
‘뭔가 놓친 게 있는 건가?’
입을 다문 민국은 다르잔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이제는 온 몸의 피부에 붉은 기운을 띄기 시작하는 황금소의 모습은 전투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 때였다.
쿠쿠쿠쿠쿵!
갑자기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아름드리나무 크기의 기둥이 몇 개가 전장의 뒤편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민국이 반사적으로 외쳤다.
“모두 기둥 뒤로 피해!”
콰아아아아!!!
하지만 너무 늦은 발견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다르잔 트라이는 놈이 공허 마력을 집중시키는 모습만 멍하니 보다가 전멸했다.
* * *
민국은 바로 두 번째 트라이 준비했다.
“돌기둥이 생겨났던 위치 기억하지? 그쪽에서 미리 대기를 하고 있을 거야. 혹시 모르니까 자신의 발밑에 기둥이 생겨날 것 같다? 바로 피하는 것 잊지 마.”
“맞네. 재수 없으면 기둥에 꿰뚫리는 꼬치구이가 될 수도 있겠다.”
“나는 기둥보다 더욱 단단한 우리 공대장님 자지에 뚫리고 싶은데….”
머릿속에 섹스밖에 없는 지젤이 색정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지젤의 야한 농담에 부끄러워할 민국이 아니었다.
“놈을 잡고 골드급 마력의 결정이 나오면 입과 보지 그리고 엉덩이까지 뚫어줄게.”
“꺄악!”
자신의 가슴을 한 번 꽉 주무르면서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민국의 행동에 지젤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그의 말대로 몸의 모든 구멍으로 민국의 것을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몸이 흥분이 되었다.
옆에 있던 켄달 역시 몸을 움찔 떨었다. 민국의 눈과 마주친 까닭이었다.
“물론, 트라이에 성공할 경우.”
이어지는 민국의 지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민국의 말은 이게 끝 아니었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놈의 트라이에 성공하기 전까지 카르텔 멤버 모두가 밤에 제 방을 찾아오는 것을 금지하겠습니다.”
“어어? 그런 게 어디 있어?!”
“고, 공대장님의 성욕은요?”
“그거야 지나가는 여자 잡아서 해결하면 되지. 클랜 1군 영웅 분들도 있고, 화이트 하우스나 시바 공격대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 거잖아?”
“…….”
민국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다른 공격대의 이름에 GGW 의 영웅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의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 더러운 느낌. 흉흉한 기세가 그녀들의 몸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저 소 새끼는 오늘 뒤졌다.”
“대가리는 제가 잘라 낼게요.”
“놈의 공격 패턴 기억하지? 확실히 모르겠으면 다시 말해. 내가 설명해 줄 테니까.”
“오늘은 무리더라도 이틀 내에 무조건 잡는거야. 나는 공대장님의 자지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고!”
그리고 그 원망은 전부 황금소 다르잔에게 향했다. 벌써부터 놈을 토막낼 기세인 팀원들이 모습게 민국은 속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었는데 효과가 굉장했다.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트라이.
별 사고 없이 놈의 충격파 패턴까지 마주한 민국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곧 기둥 올라올 거야! 모두 준비해!!!”
공허 마력을 압축시키는 다르잔을 뒤로 하고, 모든 영웅들이 놈이 거리를 벌리며 기둥의 위치를 체크했다.
기둥이 나올 거라 생각되는 위치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전장의 뒤편으로 가까이 다가가니 기둥이 나오리라 생각되는 지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쿠쿠쿠쿠쿠쿵!
그리고 기둥이 솟구쳐 올랐을 때 모든 영웅들이 기다렸다는 듯 기둥의 뒤로 숨었다.
콰아아아아!
이어서 강력한 충격파가 전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기둥 뒤에 숨은 민국과 영웅들은 여파에 의한 데미지를 살짝 받은 것을 제외하면 모두 무사했다. 기둥 뒤에 숨는 것은 올바른 해결방법이었던 것이다.
“다시 포지션 잡자! 내가 먼저 어그로 잡을게!”
충격파를 버텨낸 것에 사실에 고무된 것일까?
기둥 뒤에서 빠져나온 현아가 방패를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놈의 몸에 생겨난 붉은 색의 기운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민국은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다.
‘게다가.’
전장에 생겨났던 기둥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여기저기 금이 가기는 했지만, 당장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다르잔이 천천히 앞발을 질질 끄는 게 눈에 들어왔다. 놈의 붉은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민국의 낮게 탄성을 터뜨렸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체력. 충격파 후 돌진을 할 것 같은 놈의 움직임. 자신의 뒤에 있는 무너질 것 같 기둥. 머릿속으로 모든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이어서 준비를 마친 다르잔이 황금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나한테 돌진! 모두 피해!!!”
벼락처럼 달려든 다르잔이 기둥과 부딪쳤다.
금이 간 기둥과 녀석이 부딪치면서 커다란 먼지구름을 만들어냈다. 물론, 아군도 피해가 없던 건 아니었다.
“꺄아아악!”
“부활!”
자신은 돌진을 잘 피했지만, 하필이면 타냐가 놈의 돌진 경로에 서 있던 까닭에 그대로 치이며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교통사고였다.
그래도 민국이 위그드라실의 부활을 사용하면서 트라이는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었다. 문제는….
"뭐, 뭐야?! 한 번이 아니었어?"
먼지 구름 속에서 튀어나오는 예상치 못한 다르잔의 돌진에 민국이 얻어맞고 죽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GGW 공격대의 두 번째 트라이가 허무하게 끝이 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