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76화 (376/486)

〈 376화 〉 마하 강 방어전

* * *

“놈의 돌진 공격은 한 번이 아니야.”

말을 하면서 민국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몸으로 그것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최소 두 번 이상. 혹은 전장에 세워지는 기둥 전부를 부셔야만 돌진이 끝날 가능성도 있어. 때문에 돌진 대상자는 놈을 기둥에 부딪치게끔 유도해야 한다는 것을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어야 해.”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첫 돌진 이후, 기둥이 무너지면 먼지 구름이 시야를 어지럽힐 거야. 그 속에서 녀석의 돌진 타이밍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아. 그러니까 그냥 근처의 기둥으로 가서 숨도록 해.”

자신도 먼지 구름 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보고 피하기는 했는데 결국 교통사고를 당했고, 죽었다.

“그리고 알지? 놈의 돌진 경로는 반드시 비워놔야 해.”

그렇게 트라이는 실패했지만 앞선 트라이를 통해 녀석의 공략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트라이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민국과 GGW 공격대는 다르잔의 공략법을 하나하나씩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콰아앙! 쾅!

넓지 않은 공간에서 붉은색 천을 들고 사나운 소를 유인하는 투우처럼 민국과 GGW 멤버들은 기둥이 등장하자마자 거칠게 투레질을 하는 황금소를 돌기둥으로 유인해 큰 부상을 입혔다.

일명 기둥 패턴이라 명명한 놈의 공격을 무난하게 넘기기까지 걸린 트라이는 4트.

그렇게 기둥 패턴까지 무난하게 넘길 수 있게 되자 전투의 난이도가 급속도로 낮아졌다. 그러자 황금소 다르잔도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 * *

던전의 어둠 괴물은 굉장히 강력한 존재다.

어둠 괴물과의 전쟁 도중 【A】난이도 혹은 【B】 난이도 최상위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부활석의 존재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결코 어둠 괴물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을 터였다.

그렇게 부활석을 통해 인류는 던전의 강력한 네임드를 공략해나갈 수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어둠 괴물이 어떤 공격 패턴을 보이는지 또 그에 맞서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인간들의 발전을 어둠 괴물이 모를 리 없었다.

[크, 큰일이다…!]

다르잔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상의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그는 임시로 만들어낸 던전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웅이라 불리는 인간의 추격대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다르잔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곳은 지상도 아닌 던전. 게다가 자신은 카우킹 세력의 최상위 괴물이었다.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 하더라도 인간 영웅들과는 큰 격차가 있었다.

그는 던전에서의 자신은 무적에 가까운 존재라는 자신감이 넘쳤고, GGW라 불리는 인간의 공격대를 상대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것이 다르잔의 실책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괴물 학살자인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 다르잔의 머리로 공포가 깃들었다.

눈앞의 영웅들은 자신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강력한 마력 공격을 하나, 둘씩 파훼하며 보호막에 타격을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놈들을 쓰러뜨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사용해도 인간 한 명을 죽이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도 그랬다.

[쿠워어어어어!!!]

거구를 들어 올리며 앞다리를 뻗은 다르잔이 그대로 눈앞에 보이는 오현아를 향해 내리찍었다.

쿠웅 소리와 함께 돌바닥이 공격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졌다. 하지만 그가 노리던 목표는 이미 자리를 피하고 없었다.

뿐만 아니라 좌우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다르잔이 몸을 돌릴 틈도 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던 영웅들의 검이 다르잔의 뒷발을 스치고 지나갔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다르잔의 몸을 지키는 보호막에 금이 갔고, 그렇게 깨진 틈 사이로 화살과 마법들이 꽂히기 시작했다.

괴물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11%”

“조금 더 집중해! 안전하게! 안전하게 가자!!!”

발광하는 녀석의 공격범위에서 벗어난 김소정이 다시 한 번 자세를 잡았다.

장담은 할 수는 없지만, 잘하면 오늘 녀석을 마무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의 특수한 패턴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황금색 소는 미친 듯 발광했고, 영웅들은 그 빈틈을 노렸다. 무기와 어둠 괴물의 뿔과 발톱 그리고 이빨이 부딪치면서 불꽃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탱커와 딜러들이 곡예와 가까운 전투를 이어나가는 동안, 힐러들도 보호 및 회복 능력으로 쉴 새 없이 전투를 지원했다. 가쁜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있었지만 다들 능력 사용에 필요한 마력을 순환시키며 발동하는 것을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다르잔이 머리의 뿔로 오현아를 꿰뚫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아는 녀석의 돌진을 피해 짧게 몸을 굴렀다. 조금만 거리가 짧았더라도 발길질에 치였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거리. 그렇게 놈의 공격을 피해낸 현아가 방패를 집어 던지고는 손에 쥔 장검을 양손으로 잡고 녀석의 목을 향해 찔러 넣었다.

일반적이라면 놈을 신체를 막아서는 보호막에 의해 튕겨나갔을 공격. 하지만 현아가 내지른 검은 다르잔의 가죽을 뚫고 그의 목에 치명적인 상처를 내었다.

[크르르르르륵…!]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황금소의 커다란 눈이 뒤룩 움직였다.

하지만 그의 몸을 보호하던 보호막은 어느새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보호막을 유지하는 공허 마력이 전부 소모된 까닭이었다.

현아는 놈의 목에 박은 자신의 검을 바로 뽑지 않았다. 오히려 손잡이를 잡고 검을 반 바퀴 빙글 돌리더니 날을 아래로 향하게 한 후, 세로로 놈의 목을 찢어버렸다.

[끄르르르륵…….]

황금소의 입에서 괴로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전투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목이 반 쯤 잘린 괴물이 살아남을 방도는 조금도 없었다. 영웅 패드에 찍힌 놈의 생명력은 0.0001%. 발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죽는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가만히 둬도 죽을 놈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놈의 눈동자에게 생명의 기운이 사라졌다. 카우킹 세력의 지휘관급 개체가 죽은 것이다.

“자, 잡았다…!”

“오예!!!”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던전 토벌을 완료했다는 메시지가 영웅 패드에 떠오르자 살아남은 멤버들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환호를 터뜨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녀석을 잡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시간이었다.

“후우….”

민국도 짧게 숨을 내뱉고는 지팡이를 등 뒤로 메었다. 부상을 입었던 녀석이라 공략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만약 놈이 부상을 입지 않았더라면….’

전투는 좀 더 길게 이어졌을게 분명했다.

기둥 패턴이라 불리는 공격도, 시시때때로 사용하는 장판도, 포효에 이은 꼬리치기 연계 공격도 궁극기를 사용해서 대처해야 했을 정도로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전투가 필요했을 터였다.

하지만 놈은 부상을 입었고, 약해진 상태. 덕분에 민국과 GGW 영웅들은 평소보다 쉽게 녀석의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고생 좀 하겠는데….’

이렇게 약해진 녀석들을 잡다가 부상을 입지 않은 본래의 10등급 몬스터를 상대하게 되면 갑작스레 달라진 녀석들의 스펙에 적응하느라 적지 않은 숫자의 부활석을 깨먹을 것 같았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고.

“다른 건 필요없고, 골드급 마력의 결정이나 하나 줘라.”

민국이 눈앞에 나타난 반짝이는 보상상자를 보며 중얼대었다.

누구에게 들었더라?

십이 재앙의 심복 쯤 되면 고위 괴물의 보상 상자에서는 골드급 마력의 결정 한 개 혹은 실버급 마력의 결정 세 개를 얻을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았다. 당연히 민국이 원하는 것은 전자였다.

GGW 공격대의 현재 전력을 생각하면 실버급 마력의 결정은 큰 쓸모가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선물해줄 생각은?’

민국이 생각을 떠올리기가 무섭게 메시지 창이 등장했다.

《어…. 쉽지 않습니다.》

‘응? 해보지도 않고 답이 나온다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힘이 없거든요.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민국님. 이번에 최상위 개체를 쓰러뜨리면서 어느 정도의 힘을 되찾았으니 다음 번 녀석을 쓰러뜨릴 때는 퀘스트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쯧하고 혀를 차던 민국은 뒤이은 뿌우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퀘스트 없이 보상 상자에서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뽑아내면 만사형통이었다.

그리고 이럴 때 나설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천호동 럭키걸, 이키마스!!!”

자신만만한 얼굴로 성큼성큼 보상 상자를 향해 다가가는 오현아. 민국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골드급 마력의 결정 나오면 밤새 사랑해줄게.”

“…정말?”

민국의 말에 현아의 얼굴로 긴장이 서리기 시작했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숨결이 붉게 물든 그녀의 볼을 살짝 가렸다. 여기서 마력의 결정을 얻는다면…. 오늘 밤 자신은 민국을 독차지 할 수 있었다.

‘믿는다, 내 손.’

현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잡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정신집중과 기도였다. 그리고….

“하아아앙…! 좋아! 좋아! 너무 좋아…!”

“평소보다 더 적극적인데? 그렇게 내가 그리웠어?”

“무, 물론이지. 나는 민국이의 예신인데 맨날 다른 여자만 안아주고…! 민국이 자지는 내껀데…. 나만 먹을 수 있는…! 으극?!”

“혼자서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잖아. 다른 여자들과 같이 먹어야지. 아, 물론 오늘 밤은 혼자 먹게 해줄게.”

“오오오옷! 옷! 오옷!”

천호동 럭키걸이라는 별명답게 그녀는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뽑는데 성공하면서 하룻밤 민국을 독차지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 * *

“감사합니다, 민국님. 앞으로도 몸과 마음을 바쳐 민국님을 따르겠습니다.”

아침부터 민국의 숙소를 찾은 타냐가 허리를 꾸벅 숙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빠르게 민국의 몸을 훑고 있었다.

알몸에 팬티만 걸친 모습.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눈앞의 남성은 여성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타냐의 시선이 자신이 손에 쥔 물건으로 향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마력의 결정이 보였다.

“그래, 믿고 있어.”

아직 10성 영웅이 되지 못한 멤버로는 정예린과 시라누이 마이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투를 생각하면 앞 라인이라 할 수 있는 탱커진을 탄탄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 민국은 마력의 결정을 타냐 루스에게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맞다, 이번에 메모리아 클랜과의 재계약 건도 이야기 잘 끝내고.”

“아! 물론입니다, 공대장 님.”

타냐 루스와 메모리안 클랜의 계약 기간은 이제 1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메모리아 클랜과 R’s 클랜과의 임대 계약 역시 마찬가지. 때문에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러시아 클랜 특히 전 소속팀에서 타냐 루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러시아 정부 역시 마찬가지로 9성 탱커인 그녀의 전력은 러시아의 어둠 괴물 방위에도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타냐는 러시아로 돌아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나는 한민국 영웅과 함께 하는 여자며, GGW 공격대의 부 탱커니까.’

러시아의 위기에는 가능한 발 벗고 나설 생각이지만 러시아에 적을 두고 활동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래. 나도 재계약 관련해서 계약 조건에 힘 좀 쓰라고 태연이에게 이야기해 놓을게.”

“아…. 네, 감사합니다.”

김태연. 타냐도 잘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세기의 행운녀.’

라온 그룹의 3세인 그녀는 한민국 공대장의 와이프 중 한 명으로 그의 아들을 낳은 여성이었다.

다른 남자도 아니고 한민국 영웅의 아들이니…. 그것만으로도 김태연에 대한 여성들의 부러움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타냐 루스 역시 민국의 아들 그리고 딸을 본적이 있었다.

아주 사랑스럽고도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자신 역시 그런 아이를 가지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일반 남자들이 자신과 같은 영웅에게 씨앗을 뿌리기란 쉽지 않았다. 눈앞의 남성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래. 그러면 잠시 물 좀 가지고 올게.”

말과 함께 냉장고로 향하는 민국의 뒷모습을 보던 타냐가 한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젯밤 아주 질퍽한 시간을 보냈던 모양인지 공대장의 숙소에서는 지금까지도 밤꽃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에는 허리에 이불만 살짝 덮은 채 기절한 듯 누워있는 메인 탱커의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니…….”

타냐가 야릇한 눈빛으로 냉장고를 여는 민국을 바라봤다.

오늘은 자신이 모시는 날이 아니었다. 분명 다른 이들이 알게 된다면 섹스 스케줄과 관련해서 페널티를 받을 테지. 하지만 공대장님의 앞에서만 서면 도저히 욕구를 참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민국은 이런 유혹을 거절할 남자가 아니었다. 잠시 후, 침대 위로 던져진 슬라브 여성이 짧고 강렬한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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