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79화 (379/486)

〈 379화 〉 미노스

* * *

“어둠 괴물들이 오고 있다! 모두 전투 준비!!!”

“총기 챙기고 빨리빨리 움직여!!! 가만히 있다가 다 죽을 거야?!”

“기관총 사수는 준비가 끝나는 즉시 몰려드는 괴물들을 저지한다!”

“전차 시동 걸어!!!”

갑작스럽게 등장한 어둠 괴물 무리에 인도군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미노스는 혼란스러운 인도군에게 끔찍한 악몽을 선사했다.

쿠쿠쿠쿵!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둠 괴물의 정점에 위치한 네임드.

미노스가 휘두르는 커다란 도끼와 강력한 발길질에 탱크가 장난감처럼 박살이 나고, 감시탑이 폭삭 무너졌다. 놈은 인류를 멸종시키기 위한 재앙이었다.

“이, 이런…!”

예상치 못한 미노스의 등장에 루브리나 장군을 포함한 지휘관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후퇴?’

루브리나 장군의 머릿속으로 후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녀의 귀로 무전들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지원을 요청하는 비명 섞인 다급한 무전들이었다. 루브리나 장군은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 놈들의 공세는 매서웠고, 이런 기세라면 후퇴조차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명령을 내려야 했다.

“후퇴란 없다! 이 자리에서 괴물을 몰아낸다!”

그렇게 피로 피를 씻는 전투가 시작되었고, 인도군이 시간을 버는 동안 민국은 GGW 멤버들과 함께 전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R’s 클랜의 1군과 시바 공격대도 마찬가지였다.

원래라면 후퇴를 하는 게 맞겠지만, 지금까지 함께했던 전우들을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자신들이 상위급 개체를 막아서지 않는다면 수 만이 넘는 인도군은 이 자리에서 차가운 시체가 될 게 분명했다.

“미군 쪽 준비는?”

“전방의 부대는 어쩔 수 없이 전투에 휘말린 것 같은데….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화이트 하우스 멤버들에게 연락온 것은 없어?”

“연락은 해 봤는데, 그 쪽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김소정의 말에 민국은 한숨을 쉬었다.

화이트 하우스의 지원이 있다면 좀 더 쉽게 미노스를 견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들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그냥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아무튼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건 분명했다.

“힘든 전투가 될 거야. 전선이 밀리더라도 다들 본인들의 안전부터 챙기는 거 잊지 마.”

물론, 마하 강 전선을 목숨 걸고 막아낼 생각은 없었다.

어느 정도 싸우다가 상황이 너무 불리해지다 싶으면 뒤로 빠질 생각이었다. 그렇게 민국이 앞으로 나섰고, 그 주위로 GGW 영웅들이 포진하기 시작했다. 힐러를 중심으로 진영을 짜는 것이다.

민국은 자신의 마력을 확인했다. 다행이도 컨디션을 나쁘지 않았다. 못해도 몇 시간은 전력으로 싸울 수 있으리라.

‘단검의 상태도 나쁘지 않네.’

딜러 클래스, ‘악의 칼날’의 고유 능력은 사용할 수 없지만, 단검을 이용해서 적들을 베어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딜러와 같은 강력한 데미지를 뿜어낼 수 없지만 급소를 찌르면 큰 문제는 없었다. 단검을 마력으로 강화시키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좋아, 가자.”

공대장의 명령이 떨어졌고, 열 명의 영웅들이 앞으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괴물들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GGW 공격대다!!!”

“영웅들이 오셨다! 이 개년들아! 좀 더 버티란 말이야!!!”

“앞으로 갈겨! 영웅님들의 길을 뚫어!!!”

힘겹게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던 병사들의 환호가 터뜨리며 전의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최전선까지 접근한 민국은 멀리 보이는 어둠 괴물 무리의 사이에서 기운 좋게 날뛰는 미노스를 찾을 수 있었다. 몸 전체가 근육으로 뒤덮인 놈은 전의 세계에서 봤던 미노타우르스를 닮은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입이 절로 다물어질 정도로 흉악한 얼굴은 보기만 해도 신음이 나올 정도였다. 언제였던가, 홀로그램을 통해 놈의 모습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확실히 쎄 보이긴 하네. 탱커들 공격에 주의해.”

“응.”

“알겠습니다.”

“미노스와 전투에 들어가게 되면 지젤과 켄달은 다른 것보다 탱커의 보호막 유지에 신경을 써 줘.”

“오케이.”

상대가 상대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더욱이 놈의 공격력과 능력은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녀석의 공격력을 과연 아군의 탱커들이 버텨낼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인간들의 영웅? 크하하하!]

GGW 공격대를 확인한 미노스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거리가 제법 있는데도 불구하고 귀가 아플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에는 어둠 괴물 특유의 강력한 악의와 살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기 있는 인간들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놈의 생각이 훤히 그러졌다.

“젠장…. 시작부터 우리를 찍었나 본데?"

그와 함께 민국은 녀석이 들고 있는 강철의 도끼가 자신을 노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병사들이 생활하는 컨테이나 막사가 생각날 정도로 엄청나게 큰 도끼였다.

“타냐! 방패 들어!!! 그리고 지젤!!!”

“보호막 걸었어요!!!”

타냐가 커다란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섰고, 반투명한 막이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놈이 투창을 하듯 던진 도끼가 GGW 공격대를 덮쳤다.

후우우우웅! 콰자자자작!

먼 거리를 날아간 도끼가 지젤의 보호막에 닿자 파도가 치듯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렇게 큼지막하게 출렁거리던 보호막이 순식간에 깨졌다. 10성 영웅의 보호막도 십이 재앙의 앞에서는 종이나 다름없었다.

‘투척 공격. 원거리나 힐러들을 노리는 패턴일 수도 있겠네. 지젤의 보호막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수준인 것 같고….’

우혁은 날카로운 눈으로 미노스의 움직임과 공격 패턴을 관찰했다. 이어서 보호막을 박살낸 미노스의 도끼가 타냐의 방패와 격돌했다.

터어엉!!!

커다란 도끼를 막아서는 조그마한 여성.

탱커답게 타냐는 미노스의 공격에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도끼를 막아내겠다는 탱커의 마음가짐이 보이는 광경이었다.

“으그그극…!”

잠시 뒤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타냐는 미노스의 투척 도끼를 막아낼 수 있었다. 보호막 때문인지 생각보다 피해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한 글씨들이 회색으로 각인된 미노스의 도끼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소환이라도 된 듯 다시 미노스의 손으로 향했다.

“저건 무슨 마법 무기야?!”

“…….”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하는 팀원들 사이로 민국은 조금 전의 공격을 머릿속으로 집어넣었다.

지금의 공격은 레이드에서 볼 수 있는 녀석의 공격 패턴이 분명했다. 그리고 위력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강력할 터였다. 아무래도 어둠 괴물은 지상에서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으니 말이다.

[오?]

이 정도는 막아낼 수 있는 건가?

어렵지 않게 자신의 도끼를 막아내는 영웅들의 모습에 미노스의 눈동자에 흥미가 감돌았다. 그렇게 미노스는 몇 번이나 자신의 도끼를 던져대었고, GGW 공격대는 현아와 타냐를 방패를 앞세워 놈의 공격을 막아내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놈들을 쓸어 버려라!!!”

“발사! 발사!!!”

미노스를 상대하는 GGW 공격대의 활약은 주위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인도군에게도 큰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인도군이 어둠 괴물의 공세에 밀리지 않고 버티는 동안 준비를 끝낸 미군도 전투에 합류했다.

“괴물들을 모조리 쓸어 버려!!!”

“Fire!!! Fire!!!”

재앙이라 불리는 괴물을 상대로는 후퇴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겠지만, 인도군이 전투에 들어간 상황에서 자신들만 후퇴하면 세계의 비난이 본들에게 쏟아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려진 결정이었다. 그리고 미군의 합류는 인도군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늘려주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전선에 변화가 생기는 동안 민국과 GGW 공격대는 미노스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둠 괴물의 재앙과 인류의 영웅이 격돌했다.

[음무워어어!]

“방패 들어!!! 힐러 보호막!!!”

거칠게 콧김을 내쉰 미노스가 손에 든 도끼를 아래로 내리쳤다. 터엉하는 소리와 함께 마력이 충격파처럼 터졌다.

“끄으으으윽!”

얼굴이 크게 일그러지긴 했지만, 다행이도 현아는 미노스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짧게 영웅 패드를 확인한 민국은 조금 전의 공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지금의 공격은 던전에서는 감당하기 힘들겠네.’

놈의 공격을 막아낸 현아의 생명력이 50% 가량 깎여 있었다.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방패를 든 팔에 금이 갔을 게 분명했다.

빠르게 현아의 부상을 치유한 민국은 조금 전의 공격을 떠올렸다.

‘그나마 지상에서는 힐러들이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놈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던전에서는 공격을 받아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놈의 도끼를 정면으로 받아내는 순간 탱커도 푹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다행히 피하는 것은 타이밍만 잘 잡으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주의할 점은 충격파.’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는 순간, 마력이 충격파처럼 터지면서 근거리 딜러의 생명력도 조금씩 떨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던전에서 공략을 할 때는 이 점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았다.

[크워어어어!!!]

놈의 신체에서 터져나오는 갈색 빛의 마력.

미노스의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졌고, 민국과 영웅들은 녀석의 공격을 피하면서 무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땅을 강하게 밟은 김소정이 그대로 녀석의 어깨까지 뛰어오르며 자신의 대검을 휘둘렀다.

터어엉!!!

불꽃의 대검이 미노스의 어깨에 자그마한 상처를 내었다. 더럽게도 단단한 가죽이었다. 문제는 여기가 던전이었다면, 가죽에 상처를 내기도 전에 보호막에 의해 공격이 막힐 거라는 점이었다.

“보호막을 전부 깨부셔도 문제겠구만.”

잠깐 상대한 것에 불과했지만 진짜 더럽게도 강력한 몬스터였다. 괜히 재앙이라는 단어가 이름 붙여진 것이 아니었다. 인간 입장에서는 저항이 불가능한 막막한 괴물. 하지만 그런 괴물을 상대하고 쓰러뜨려야 하는 것이 영웅이었다.

* * *

미노스가 이끄는 어둠 괴물의 공격이 시작된 지 다섯 시간째.

전투는 아직 치열하게 진행 중이었다. 놀랍게도 미노스의 군대를 상대로 인도와 미군 연합군은 전선을 두 번 뒤로 물린 것을 제외하면 제법 선방하며 버텨내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3, 5 군단이 지원을 오고 있었으니 병사들이 도착하면 전선 유지는 어렵지 않게 이어질 터였다.

물론, 그 다섯 시간의 전투 동안 10군단은 전력의 60%를 상실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거의 궤멸수준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못하는 것은 여기서 후퇴한다 하더라도 도망칠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뚫리는 방어선은 미 해병사단이 버텨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아무튼 R’s 클랜의 1군은 전선의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시바 공격대와 함께 자신들이 맡은 방어선 근처로 몰려든 어둠 괴물들을 전부 쓸어버리는 전과를 올렸다. 다만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은, 본인들의 마력 대부분을 소모했던 까닭이었다.

“빌어먹을 놈. 더럽게도 쌔네.”

조선아가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게이트를 보며 얼굴을 구겼다.

전선에 등장한 지휘관급 개체를 상대하며 얻은 결과물이었다. 못해도 10 등급 괴물로 추정되는 녀석은 번개 뿔을 지닌 외뿔소 괴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지상에서는 놈의 힘이 약해진 터라 물리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바 공격대와 함께 무려 스무 명이나 되는 영웅들이 달려들어야 했다. 인도 전쟁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전투력도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다른 쪽 전선은 어때?”

“조금 전에 화이트 하우스 쪽에서 네임드 다스달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해요.”

“그래?”

팀원의 말에 조선아가 놀란 눈을 떴다.

최근 들어 이런 대규모의 전투가 벌어진 적이 있었을까?

조선아는 고개를 저었다. 벌써 이 전장에서만 지휘관급 개체가 두 놈이나 쓰러졌다. 저번 전투와 합치면 무려 네 개체의 지휘관급 개체가 쓰러진 것이다.

‘전부 카우킹 세력이었지?’

이는 카우킹 입장에서도 엄청난 피해가 틀림없었다.

그녀가 알기론 이번 전쟁에서만 무려 다섯 개체나 되는 지휘관급 괴물이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보통 한 세력의 지휘관급 개체가 대여섯 개체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피해였다.

그래서일까? 멀리 보이는 전투는 여전히 치열했다. 어둠 괴물 놈들은 말 그대로 사활을 걸고 몰려들고 있었다.

‘우리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간만 보려고 했다가 빨려든 모양새지만….’

실제로 어둠 괴물은 몇 번이나 전투에서 발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콰아앙! 쾅!

멀리서 강력한 기운이 부딪치면서 쉴 새 없이 마력의 폭발음을 만들어내었다. 쉬고 있던 영웅들의 눈동자가 전부 그쪽으로 향했다.

저 멀리 십이 재앙 미노스와 한국의 GGW 공격대가 다시 맞붙고 있었다.

“진짜 미쳤다, 미쳤어….”

“정말 저 소대가리를 잡는 거 아니야?”

“GGW 영웅들의 마력이 어떤지 알아봐야 겠는데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거야.”

전투가 시작된 지 다섯 시간 째.

양 측의 가장 강력한 전력은 십여 분이 멀다 하고 부딪쳤고, 아직까지도 그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다희가 자신의 개인 캠코더로 그 모습들을 생생하게 촬영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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