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85화 (385/486)

〈 385화 〉 미노스

* * *

“저건….”

“일단 미스릴 혹은 오리하르콘 상자보다 수준 높은 상자는 확실해 보이네요.”

“맞아. 십이 재앙을 쓰러뜨리고 얻은 보상인데, 분명 대단한 게 있겠지?”

힘겨웠던 전투. 이제는 그 과실을 딸 시간이었다.

그리고 명목상의 회의 끝에 보상 상자는 공대장인 민국이 직접 열기로 했다. 천호동 럭키걸이 있기는 했지만, 첫 십이 재앙의 보상 상자라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기둥 준비 됐지?’

《네, 민국님.》

《후아…! 지, 진짜로 미노스를 쓰러뜨리실 줄이야……. 정말로 대단하세요, 민국님! 그 어떤 소환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렇게나 빠르게 해내시다니! 저 큐우♡, 아까부터 그곳이 간질거리는 게…….》

《…….》

미노스가 쓰러지자마자 모습을 드러내는 두 녀석.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대는 큐우♡를 뒤로 하고 민국은 칠흑색의 보상 상자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는 상자의 걸쇠를 풀고 천천히 뚜껑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모두의 눈이 크게 치떠졌다.

“꺄, 꺄아아악!!!”

“한민국! 한민국! 한민국!!!”

“오빠, 나 죽어!!! 아니, 진짜로 죽여줘요!!!”

“그래!!! 예스! 예스! 야스!!! 이게 바로 섹스지!!!”

민국이 열고 있는 보상 상자에서 빛기둥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웅장하게 솟아오르는 빛기둥을 보자 모두들 보름의 고생들이 사르륵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빛기둥이 솟아오른 상자에서는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아이템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었다.

“이건…. 골드급 상위 단계의 결정인가?”

검은색으로 빛나는 마력의 결정 한 개.

“어, 어어?! 이제 나도 10성 영웅?!”

이어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마력의 결정 세 개를 포함해 1500에서 1700 사이의 점수를 보유한 기어스코어 장비가 다수 들어 있었다.

개 중에는 유별나게 독특한 외형과 특이한 마력을 지닌 장비들도 있었다.

“우, 우와! 대박! 이거 레전드리 장비 아니야?!”

동급 장비들보다 훨씬 좋은 스펙과 함께 특수한 능력을 지닌 장비로 영웅들 사이에서는 복권 장비, 일명 레전드리라 불리는 아이템들이었다.

“거래 가능? 가능한 거예요?”

“어…. 아쉽게도 내가 들고 있는 건 거래 불가인데? 혹시 거래 가능한 템 있나 한 번 찾아볼래?”

장비들을 뜯어보는 팀원들을 뒤로 하고 민국은 한 번 더 보상 상자의 내용을 확인했다.

아쉽게도 클래스 스톤이나 스킬 스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내용물 전부가 하나같이 공격대의 스펙 업에 도움이 되는 물건들이었기에 실망스럽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보상 상자의 물건들을 전부 꺼낸 민국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 이 정도면 십이 재앙도 잡을 만하네.”

* * *

“아직도?”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물음. 공대장 조선아의 물음에 유다희가 답했다.

“이십분 전에 부활석이 하나 깨졌어요.”

“그럼 이제 몇 개나 남은 거지?”

“대충…. 스무 개도 남지 않으셨을 거예요.”

그녀의 대답에 조선아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어떻게든 결계 내에 갇혀 있는 GGW 영웅들을 구출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다. 미노스가 만들어낸 강력한 결계는 영웅들의 마력도 군대의 무기도 통하는 것이 그 어느 것도 없었다.

1 세기 가까이 이어온 전쟁.

‘젠장할….’

하지만 미노스의 결계는 어둠 괴물과 인류는 아직도 이 정도나 되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조선아가 입술을 깨물며 미노스의 던전을 바라볼 때였다.

“어…?”

잠깐의 착각이었을까?

미노스의 게이트를 바라보던 선아는 잠깐이지만 게이트의 입구가 출렁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눈에 마력을 집중해서 게이트를 관찰했을 때였다.

“^^&!@%!@#”

“!@#^&^@#%”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선아와 유다희 역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니?!”

“차, 착각이 아니었어?”

놀랍게도 미노스가 만들어낸 게이트의 형태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수많은 게이트를 공략해 본 그녀들이 모를 리 없었다.

주둔지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빨리빨리 움직여!”

“결계! 결계부터 확인해!!!”

가장 먼저 결계에 접근한 인도 영웅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어 스코어 장비로 미노스의 결계를 쿡 찔렀다.

원래라면 장비가 가루로 변해 사라져야 했다. 하지만 기어 스코어 장비가 결계를 건드리는 순간 그 누구의 통과도 허락하지 않았던 결계가 파삭 소리를 내며 먼지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건…?”

“결계를 유지하는 마력이 끊어진 것 같아요.”

“그렇다는 말은…. 설마?!”

조선아가 입을 우물거렸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이 머릿속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무너지는 게이트 속에서 열 명의 영웅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들 잔뜩 고생을 한 듯 만신창이인 모습이었다.

특히나 메인 탱커인 오현아의 모습은 엉망 그 자체였다. 격렬했던 전투의 흔적들이었다. 그 모습을 본 영웅들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 진짜로…?!’

‘십이 재앙인 미노스를 쓰러뜨렸다고?’

인류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강력했던 괴물.

그 괴물이 죽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힘이 약해진 지상에서조차 놈을 상대할 수 있던 건 GGW 공격대뿐이지 않았던가? 하물며 게이트에서의 십이 재앙은 얼마나 강력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민국은 그리고 GGW의 영웅들은 정말로 십이 재앙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

보상 상자의 아이템을 전부 챙기고 게이트에서 빠져 나온 민국은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을 바라봤다.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 99% 이상이 여성으로 이루어진 무리들이 자신의 입만 주목하고 있었다. 아마, 던전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듣고 싶을 테지.

그렇게 말을 꺼내려던 찰나 머리가 핑 돌았다.

“큿….”

계속된 트라이 때문인지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트라이는 진짜 운이 좋았던 트라이였다. 아무튼 빨리 뭐라도 먹고 자고 싶었다.

“미노스는 죽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들을 향해 덤덤한 목소리로 던전에서의 일은 간략해서 정리해서 말했다.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지만, 일단은 쉬고 나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

“지, 진짜로?!”

“우와아아아아악!!!!”

그렇게 민국의 말이 끝나고, 마하 강이 출렁일 정도의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인류의 강력한 적이었던 십이 재앙을 쓰러뜨린 진정한 영웅들을 위한 찬사였다.

* * *

대한민국의 GGW 공격대.

가장 최근에 쉴더급 공격대로 격상된 한국의 GGW 공격대는 세계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공격대였다. 그도 그럴게 공격대를 이끄는 영웅이 보기 드문 남자 영웅, 한민국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민국은 신이 손수 만든 것 같은 조각과도 같은 미남이기도 했다.

그만큼 세계 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애타게 만드는 장본인, 그가 GGW 멤버들과 함께 미노스의 던전에 갇혔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이 걱정과 우려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아는 이들은 대부분 GGW 공격대가 무사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GGW 공격대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GGW 공격대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특히나 GGW 공격대는 미노스의 결계에 갇히기 전, 고작해야 이백 개 남짓한 부활석을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웬만한 【A】 난이도 네임드를 처음 트라이 할 때도 이, 삼백 개 가량의 부활석을 사용하는데 심지어 상대는 십이 재앙인 미노스였다.

아무리 한민국의 기량이 대단하고, GGW 공격대 멤버 대부분이 10 등급 영웅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놈의 함정에서는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십이 재앙 미노스 공략 성공?]

갑자기 미노스가 쓰러졌다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아, 씨발. 기레기들 또 기레기짓 하네.

이 새끼들은 선이라는 게 없나, 진짜. 상황이 그냥 심각한 것도 아니고 쉴더급 공격대가 함정에 빠졌는데 이지랄을 떠네?

언론사 어디야? USA Today? …여기 제법 큰 곳 아니야? 그런데 이런 기사를 올렸다고?”

그리고 십이 재앙의 무시무시함을 아는 이들은 헛소문처럼 들리는 기사를 접하고 바로 코웃음을 쳤다. 특히나 어둠 괴물들의 무시무시함을 잘 알고 있는 영웅들은 십이 재앙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질 나쁜 농담이라며 욕까지 했을 정도였다.

[GGW 공격대 마하 강 던전에서 빠져나오다!]

[괴물이 쓰러졌다. 십이 재앙을 공략하는데 성공한 GGW 공격대!]

[인류의 대반격! 영웅들의 손에 드디어 십이 재앙이 쓰러지다. 이제는 무플런이 목표?]

[제 꾀에 넘어간 미노스! 와해된 카우킹의 세력! 뉴델리의 구출 작전 현실화 되나?]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미노스가 쓰러졌다는 기사가 도배되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미노스가 쓰러졌다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질 나쁜 농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나 한민국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미노스를 쓰러뜨렸다는 증거를 보이자 전 세계가 그의 이름을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만큼 민국의 보여준 미노스의 공략 증거는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검은색이네

●저런 색상의 마력의 결정도 있었어?

●무지개 끝나면 실버 그리고 골드급. 여기까지가 한계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영웅도 10등급이 한계라도 하잖아? 그런데 그게 아니었네?

●지휘관급 특수 개체가 주는 결정이 골드급 결정이니…. 그 놈보다 강한 십이 재앙은 그 격에 맞는 마력의 결정을 가지고 있었겠지.

●블랙급 마력의 결정이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대단하다, 한민국! 나 3 등급 영웅, 최소연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미친년아.

블랙급 마력의 결정.

실버급, 골드급을 넘어선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가 역사상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 GGW 공격대가 미노스 공략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이틀 뒤. 뉴델리를 제 집 마냥 드나들던 어둠 괴물 무리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카우킹의 세력은 미노스가 죽은 이후, 영웅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며 빠르게 무너졌다. 지휘관을 잃은 그들은 오합지졸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메를린이 이끄는 무플런 또한 미노스의 죽음과 함께 카우킹 세력이 토벌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모든 병력을 캘커타로 복귀시키며 바짝 웅크렸다.

* * *

“…….”

메를린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며 머리를 싸맸다.

미노스의 전력을 깎아내기 위해 인간들의 세력을 이용한 것 까지는 아주 좋았다. 덕분에 놈의 지휘관급 개체가 두 놈이나 공허의 벽에 갇히지 않았던가?

물론, 미노스가 직접 나선 것은 예상외의 일이었지만. 아무튼 인간들의 군대가 미노스에게 타격을 준다면 나쁠 게 하나도 없었다.

녀석의 힘이 약해질수록, 놈의 세력이 줄어들수록 이 땅의 패권이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노스가 죽었다고?”

자신과 동급 아니 전투력 면에서는 한 수 위에 있는 괴물 중의 괴물이 죽었다. 그냥 죽은 것이 아니라 공허의 벽에 갇혀버린 것이다. 영혼조차도 벗어날 수 없는 그 끔찍한 곳에 말이다.

게다가 지상전에서 인간들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받고 죽은 것도 아니었다.

본인의 던전에서 그것도 영웅들을 상대하다가 죽었다. 인간들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차륜전을 오랫동안 버텼느냐? 노. 고작해야 열 명의 영웅들에게 보름 간 싸우다가 뒈졌다.

“이거 정말이야? GGW 공격대? 아니, 미노스가 얘들에게 그대로 뒈져버렸다고? 인간 영웅들이…. 그렇게 강해?”

정말 웃기지도 않은 농담이었다.

어둠 괴물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메를린은 수십 년이 넘도록 인간들과 전쟁을 치렀고, 그 누구보다도 그들의 전력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불과 일 년전만 하더라도 인간들은 십이 재앙은 커녕 각 세력의 지휘관급 개체조차도 감당하지 못하며 물러나기 일 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십이 재앙도 인간들의 세력 따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이 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서로 간에 치고 박지 않았던가?

그런데 미노스가 죽고 카우킹의 세력이 쓸려 버렸다.

그 말은 즉, 자신들도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아프리카에 터를 잡고 본인들의 왕국을 구축한 세력들 정도나 되어야 걱정하지 않을까? 아니, 인간들의 세력이 접근하기 힘든 바다에 터를 잡은 이들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겠지만….

인도에 터를 잡은 메를린은 상황이 달랐다.

“GGW, GGW…. 대체 뭐하는 년들인 거야?”

메를린이 자신의 손톱을 깨물었다.

미노스가 쓰러졌으니 다음 목표는 자신일 게 분명했다. 더욱이 이 땅에는 자신과 미노스의 충돌로 인간들의 군대와 쉴더급 공격대가 다수 배치되어 있었다.

‘원래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년들이겠지만….’

그 강력했던 미노스가 쓰러졌다.

그들을 쓰러뜨린 괴물이라면 자신도 감당해내기가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더욱이 인간들은 카오스의 권능이 담긴 부활석이라는 돌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그렇게 메를린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

그 때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자신을 도와줄 세력이 하나 있었다.

아니, 세력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세가 부족하지만 아무튼 쓸 만 한 동료가 있었다. 최근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가루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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