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88화 (388/486)

〈 388화 〉 강한 남자 한민국

* * *

‘조금 오래 걸리네.’

민국은 커피를 마시면서 라비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리저리 연락을 돌리면서 열심히 골드급 마력의 결정에 대해 어필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더니 곧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뭐, 쉽게 결정이 날 일은 아니라고 예상은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일이 커지는 느낌이었다.

“아니지, 사단급 규모의 군대가 움직이는데 저 정도는 해야겠지.”

아무튼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화이트 하우스는 캘커타 탈환에 참여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것이 골드급 마력의 결정 때문인지, GGW 공격대에 대한 호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쁠 건 없었다. 군부 또한 긍정적인 반응인 것으로 보였다. 계속해서 실버백의 이름이 들려오는 것이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 중 10등급 영웅이 나오면 본토의 어둠 괴물 방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였다.

다만, 현재 국내의 권력을 잡고있는 수뇌부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군인들의 희생자가 늘어나게 되면 자신들의 지지율에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보였다. 하지만 라비아의 단호한 태도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여기에 인도의 영웅 전력까지 더해지면….’

미군이 참여한다는 가정하에 지상전에서는 쉽게 무플런의 세력을 몰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둠의 괴물들은 지상에서는 제 힘을 낼 수 없으니까.’

거기에 캘커타 탈환이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면 쉴더급 공격대인 비수뉴,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했던 시바 공격대를 포함해 다수의 인도 공격대가 원정에 함께할 게 분명했다. 다들 나쁘지 않은 실력을 지녔으니 대형 사고가 터지는 게 아닌 이상 바로 메를린의 던전에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십여 분 정도 더 라비아를 기다리던 민국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비아의 대화가 끝나면 분위기 좀 잡아보려고 했는데….’

대화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금발의 미녀를 두고 그냥 물러나야 하는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지만, 어차피 자신의 성욕을 처리해 줄 여성은 많았다. 금발의 미녀가 땡긴다면 미리암 로스나 카미라 벨도 있었다. 혹은 인도 여성이 끌리면 시바 공격대의 멤버들을 불러도 됐다.

그 뿐인가? 눈만 맞아도 스르르 다가오는 GGW 멤버들도 있었다. 아무튼 여기서 지루하게 앉아 있으니 나중에 결과를 드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아….”

민국이 일어나는 모습에 열심히 캘커타 원정에 대해 어필을 하고 있던 라비아가 아쉬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런 라비아에게 슬쩍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 민국은 조용히 그녀의 숙소에서 나왔다.

“날씨 좋네. 그리 춥지도 않고.”

12월이지만 제법 선선한 날씨였다. 북쪽에 있는 뉴델리 지방은 조금 춥다고 하던데 그래도 평균 11도 정도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남인도는 1년 내내 밤낮없이 덥다는데, 그런 곳에서는 대체 어떻게 사람들이 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눈은 내리려나?

“안녕하십니까!”

“네, 수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던 도중 민국은 몇몇 군인 무리와 마주칠 수 있었다.

자신을 보자마자 자신의 상관이라도 되는 것마냥 차렷 자세로 경례를 하는 인도 군인들. 때문에 민국도 그런 군인들을 볼 때 마다 슬쩍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십이 재앙인 미노스를 물리쳤기 때문일까?

“봐, 봤어?!”

“한민국 공대장님이 나한테 인사해줬어.”

“아니, 나라니까?”

“나는 눈도 마주쳤어.”

잠깐 인사를 해준 것만으로도 다들 아주 좋아 죽으려는 모습. 민국이 흔히 보는 광경이었다.

몇몇 남성 영웅들은 자신의 인기를 알고 있어서인지 인사를 해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귀찮다나? 하지만 민국은 과할 정도로 호들갑을 떠는 그녀들의 모습이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좆 같은 군대. 미남이라도 봐야지 군 생활을 할 맛이 나지.’

자신 역시 군대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부대에 눈이 돌아갈 정도의 미녀가 방문하면 군인들이 어떤 의욕을 보이는지 말이다. 농담이 아니라 산을 옮기라고 해도 옮길 수 있을지 몰랐다. 아무튼 이 한 몸 희생에서 그녀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면? 그녀들을 위한 인사쯤이야 몇 번이든지 할 수 있었다.

“아…….”

그렇게 자신의 숙소에 도착한 민국은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는 순간 얼굴을 찌푸렸다.

‘큐우♡좀 따먹을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숙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Sex 포인트로 소환한 큐우♡가 드디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다시 조그마한 공간에 갇혀 있어야 하기 때문일까? 그녀는 자신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귀환을 했다.

“한 판 땡기고 싶은데…….”

라비아 맥퀸 때문일까?

자신의 욕구를 풀어줄 부드러운 여체가 필요했다. 민국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섹스 스케쥴을 확인했다. 오늘의 순번은….

“현아네.”

여기에 한 명 더 부르면 제법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젤이나 최유나 혹은 신나연이 끌렸는데, 일단 현아를 만나고 나서 부를 생각이었다.

그렇게 민국은 발기된 자지를 진정시키며 현아의 숙소로 향했다.

“빼야 돼요, 뻬야 돼요, 빼야 돼요!”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커다란 목소리. 현아의 목소리는 아닌 것이 보아하니 누가 방문을 한 모양이었다. 슬쩍 고개를 내밀어 확인해보니 현아와 유나가 노트북에 헤드셋을 연결하고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리그 오브 히어로네.’

전 세계의 게임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있는 AOS 게임.

재미있게도 현존하는 영웅 클래스를 게임 직업으로 채택했으며, 영웅들의 대표적인 외형은 코스튬으로 착용한 까닭에 영웅들 사이에서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민국도 두어 번 정도 협곡 다리 전투 정도는 해 본 적이 있었다. 취향에 맞는 게임이기는 했지만, 레이드 때문에 제대로 즐긴 적은 없었다.

‘오늘은 저 둘이 좋겠네.’

이왕 이렇게 된 거 현아와 유나를 상대로 성욕을 풀면 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유나의 재미있는 변화도 있었고 말이다.

지젤처럼 자궁에 문신을 했는데, 뭐라더라? 정액이 자궁을 때려야만 절정에 느낀다는 뜻의 문신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사정을 하지 않고 몇 번 보내버리긴 했었는데, 오늘은 배부르게 정액을 먹여줄 생각이었다. 그래도 지금 하는 게임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민국은 천천히 코트를 벗으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채팅창?’

노트북의 조그마한 액정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채팅창. 방송도 함께 하는 모양이었다.

* * *

미노스를 쓰러뜨린 이후, 현아는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쉬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직 미공략된 【S】 난이도의 임시 던전이 몇 개 남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민국은 다른 쉴더급 공격대가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할 수 있도록 공략을 포기했다. GGW 공격대의 전력상 실버급 마력의 결정이나 그 수준의 아이템은 얻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트라이의 일정이 없는 편안한 자유 시간을 부여받았지만, 그것도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현아는 몸이 아주 배배 꼬일 지경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인터넷 방송도 할 겸 해서 유나를 불렀다.

“언니, 준비됐어요?”

“오케이. 연결 끝. 캠 설정도 다했고…. 접속한다고 공지는 올렸지?”

“네. 사람들 반응 벌써부터 장난 아니에요.”

“힛! 내 인기가 다 그렇지, 뭐. 내가 누구? GGW 공격대의 메인 탱커 오현아!”

아니나 다를까 방송을 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엇?! 오하!!!]

[오하!!!오하!!!오하!!!오하!!!오하!!!]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그 분이 오셨다!]

[오현아가 누구? 십이 재앙 미노스를 잡은 히어로! 오현아가 누구? 십이 재앙 미노스를 잡은 히어로! 오현아가 누구? 십이 재앙 미노스를 잡은 히어로! 오현아가 누구? 십이 재앙 미노스를 잡은 히어로! 오현아가 누구? 십이 재앙 미노스를 잡은 히어로!]

오랜만에 방송에 접하니 채팅창은 난장판 그 자체였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GGW 공격대의 소식에 목말랐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현아는 제법 오랫동안 방송을 해온 만큼 수많은 시청자들 앞에서도 자연스레 멘트를 이어나갔다.

“안녕, 다들 오랜만이지?”

[왜 이렇게 방송 안 했어? 왜 이렇게 방송 안 했어? 왜 이렇게 방송 안 했어? 왜 이렇게 방송 안 했어?]

“몰라서 묻는 거야? 인도에서 뺑이치고 있었잖아. 우리가 인도에서 공략한 던전만 해도 백 개가 넘을 걸?”

“…그 정도는 안 되지 않아요? 우리 【S】 던전만 공략했잖아요.”

“오랜만에 방송을 켜서 그런가? 감 많이 떨어졌네, 최유나?”

찌릿 눈치를 주는 현아의 행동에 유나는 꾹 입을 닫았다.

그리고 현아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 속에서도 몇몇 시청자들의 물음을 캐치해서 대답을 이어나갔다.

[언니, 귀국했어요?]

“아니, 예정 중. 그런데 어떻게 될 지 모름. 공격대 일정 알지? 공대장님이 귀국 하자고 말해야 가는 거야.”

[미노스 잡은 썰 좀 풀어주세요!]

“아, 그거 얘기하자면 또 긴데…. 참고로 미노스 막타는 탱커인 내가 쳤어. 그리고 레이드가 끝날 때 유일하게 살아있던 영웅도 나였지. 뭐, 여기까지만 말해도 알겠지? 그만큼 내가 미노스의 공략에 영웅적인 기여를 했다 이거임.”

콧대를 높이는 현아의 행동이 꼴 보기 싫었는지 장난을 치듯 나락이라는 단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십이 재앙인 미노스를 쓰러뜨린 그녀의 영웅적인 행동을 칭찬하는 후원들이 무수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나님은 뭐했어요?]

“저요? 저도 공대장님하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는데…. 미노스 자식이 죽기 전에 예상치 못하게 충격파를 날려서 그 때 죽었어요. 공대장님도 그 때 사망했는데, 현아 언니는 탱커라서 그런가 용케 살아남았더라고요.”

“응? 사실 그 때 나도 죽었는데, 우리 민국이가 부활 걸어놓고 죽었더라고.”

[???????]

[그러면 한민국 공대장이 일등 공신 아님?]

[그렇네? 그렇네? 그렇네? 그렇네?]

[나]

[락]

[나]

[락]

그렇게 현아와 유나는 국내에 있는 시청자들과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채팅을 치는 인원들 중에는 현직 영웅도 그리고 영웅 학교에서 훈련을 받는 예비 영웅들도 있었다. 때문에 둘은 그런 이들에게 레이드에 대한 조언, 그리고 인도의 상황을 이야기해주며 소통을 시간을 가졌다.

“어휴, 시청자들이 많네.”

반 년 만에 방송을 켜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영웅이라는 지위와 GGW 공격대라는 이름값 때문인지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자, 그러면 오늘의 컨텐츠는!”

“오랜만에 달려야겠죠?”

유나가 현아의 말을 받으며 외쳤다. 둘이 선택한 게임한 리그 오브 히어로. 인도 원정을 떠나기 전만 하더라도 마스터와 다이아 1티어였던 둘은 새로운 시즌이 시작한 까닭에 랭크를 위한 배치고사부터 다시 봐야겠다.

“아, 마스터였던 내가 언랭?”

“마스터 찍고 원정 갔어야 했는데….”

오랜만에 게임을 플레이 한 까닭에 잠깐 헤매기는 했지만, 그래도 짬밥과 영웅 고유의 반사 신경 때문인지 피지컬만큼은 어디가지 않았다.

오늘의 목표는 3승.

그리고 둘은 2승 2패를 하면서 다섯 판 째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 화살! 화살! 화살! 나 맞아줘야 돼, 맞아…. 야!”

“나도 모르게 피해 버렸네? 이 몸의 반사 신경이란…. 그런데 최유나 뭐? 야?”

“아, 아니이…! 언니가 그걸 맞아줘야죠. 제가 딜러고 언니가 탱커인데……. 저 죽었잖아요?”

얼핏 지루할 법도 했지만, 둘이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제법 재미있던 데다가 영웅들이 자신들도 흔히 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오히려 시청자는 처음과 비교해 배 이상 늘어나 있었다. 게다가 게임의 수준도 제법 높았다.

“잡아야 돼! 잡아야 돼! 잡아야…! 아아아…….”

“쓰읍…. 저게 안 맞네요.”

그렇게 게임은 밀고 밀리던 끝에 아군이 패배했다.

“한 판 더 해야겠네.”

“그러게요. 이길 수 있었는데…. 원정의 공백기가 크긴 커요. 감이 아직 안돌아온 것 같아.”

그렇게 마지막 1승을 위해 다시 한 번 큐를 돌리던 참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올라가던 채팅창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응? 내가 얼리기라도 했나?’

현아는 슬쩍 채팅방 설정을 확인했다.

하지만 딱히 그런 건 없었다. 그렇다고 시청자가 빠져나간 것도 아니었다. 설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 싶은 생각이 들 때 뒤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현아와 유나의 고개가 자연스레 뒤로 향했다.

“어, 어어?”

“히익?!”

어느새 들어왔는지 흰 반팔을 입고 있는 민국이 고개를 내밀어서 자신들의 게임 화면을 보고 있었다.

둘의 캠이 비치는 화면과 정확히 정면에 마주치고 있었기에 현아가 몸을 트는 순간 민국의 외모가 그대로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왔다.

[와, 와아…….]

[헤으으응, 한민국….]

[다들 채팅 조심해라. 다들 채팅 조심해라. 다들 채팅 조심해라. 다들 채팅 조심해라.]

[와…. 진짜 존나 잘생겼다. 저게 사람이야?]

[사람 아니고, 영웅.]

[쓰읍…. 눈이 정화되는 것 같다. 진짜 세상에 없는 외모.]

민국을 보자마자 현아는 바로 채팅창을 확인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인터넷 방송을 하다보면 당연하게 악질인 시청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민국이라는 이름값에 짓눌린 모양인지 다들 채팅에 자제를 하는 모습이었다.

‘하기야 악질적인 채팅으로 인해 민국이 인상을 찌푸렸다?’

채팅을 친 사람은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액수의 고소장이 날아들게 분명했다. 민국은 그 정도의 위상에 있는 남자였다.

그러나 어느 현자가 말했듯 인간이 다섯 이상 모이면 반드시 한 명은 병신이 있는 법이었다.

<하시모토 암컷님이="" 10,000원="" 후원!=""/>

[와 씨발, 존나 꼴리게 생겼다. 자지도 개 크겠지? 진짜 벗겨놓고 개 따먹고 싶다. 헉헉헉!]

침묵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메시지.

“……씨발년.”

“…….”

동시에 현아와 유나가 빙결 궁극기에 당한 것처럼 얼어붙었다. 채팅창 역시 조용해졌다. 대형 사고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