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394화 (394/486)

〈 394화 〉 강한 남자 한민국

* * *

“…….”

가루다가 민국의 씨앗을 받아들이면서 충성의 맹세를 하고 있을 때, 메를린은 자신이 만들어낸 던전의 심장부에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 아닌 갑작스럽게 만들어낸 던전인 까닭에 속성으로 만들어진 심장부은 외벽이 얼기설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가 파죽지세로 몰려드는 인간들의 공격에 당황했다는 증거였다.

상황도 좋지 않았다.

인간들의 공격은 대대적으로 이뤄졌고, 이는 자신의 세력 하나만으로 막아서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인간들의 집중 공격에 힘을 모아야 할 재앙들은 언제나 그렇듯 남의 일처럼 행동을 하고 있었다.

[메를린 : 인간들이 공격해 왔어, 당장 지원이 필요해. 이 자식들…. 내가 있는 곳에 쉴더급 공격대만 여덟 팀을 투입했다고!]

[실버백 : 쉴더급? 걔네들 입만 산 병신들 아니야? 전부 장난감으로 만들어 버려.]

[메를린 : 무슨 개소리야? 내 능력으로 세뇌를 하면 이 년들은 바로 자살을 하고 카오스의 힘으로 되살아날 게 분명한데?]

[바이콘 : 우리끼리 지원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한데…? 부하를 통해 인도의 상대를 지켜보고는 있는데, 정말로 우습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아. 게다가 미노스가 당했다는 걸 잊지 마.]

[메를린 : 입만 번지르르하게 말만하지 말고, 병력이나 크론이라도 지원해 주던가! 이 네토리충 새끼가!]

[바이콘 : ‘충’이라니? 이왕이면 ‘마’라는 단어를 붙여줬으면 좋겠군. 그리고 네토리는 저급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것을 빼앗기고 좌절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공허의 무서움을 알릴 수 있는 아주 성스러운 행위일 뿐이지.]

[쉬다인 : 뀌익. 그래도 나는 처녀가 좋아.]

[메를린 : 아무튼 가루다는 본인이 직접 나를 도와서 인간들과 싸워주기로 했어. 너희들은? 직접 움직이지는 않아도 시선을 끌어줄 녀석은 없는 거야?]

메를린은 자신의 통신구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지금까지도 대답이 없는 재앙들의 행태에 으득 이빨을 깨물었다

카우킹의 세력이 소멸되고 미노스가 공허의 벽으로 끌려가면서 십이 재앙이 아닌 십일 재앙이 된 상황. 하지만 지구상에 남은 재앙들은 조금의 위기감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인간? 콧김만으로도 죽일 수 있는 놈들 아니야?]

[지상계에 있다는 게 조금 짜증나기는 하지만 8,9 등급의 개체만 내보내도 꼼짝도 못하는 놈들인데 뭐…. 그냥 느긋하게 던전 브레이크나 기다리지, 뭐.]

그만큼 수십 년이 넘도록 인간들과 전쟁을 하면서 이들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던전 브레이크만 터트리면. 자신의 본체가 지상에 제대로 강림만 할 수 있다면.

인간 세계의 정복은 어린애 손목 비트는 일보다 간단한 일이었다. 때문에 재앙들이 가장 주의하고 신경을 쓰고 있는 적은 지구라는 행성을 차지하고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자신의 신체를 이 땅에 강림할 준비를 가장 일찍 시작한 쉬다인의 페피족이나 카슬이 이끄는 도르만 부족의 행보가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자신들보다 놈들이 먼저 지상계에 세력을 투사하게 되면 본인들이 차지할 땅이 그만큼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마하 강 전선에서 인간들에게 당했던 미노스는 오히려 한심한 녀석이 되어 버렸다. 자신드릐 연합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땅을 탐내는 라이벌이 사라진 것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 무플런이 공격받는 것 역시 본인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있겠지.”

메를린은 짜증을 억누르며 중얼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같은 십이 재앙인 가루다가 자신을 돕기 위해 던전에 합류했다는 점이었다. 그녀를 데리고 오기 위해 많은 것을 내줘야 했지만, 지금의 위기만 넘길 수 있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GGW 공격대와 가루다가 부딪친 다음 날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인간 영웅들을 보며 메를린은 이를 으득 갈아야 했다.

“씨발년, 개 같은 년, 인간들에게 따먹힐 년.”

골드급 마력의 결정과 몇 백만 크론이나 되는 돈을 받아쳐먹은 가루다가 인간 영웅들의 공격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새의 탑으로 도망을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그렇게 GGW 공격대와 분노한 메를린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정신 조작!!!”

“최유나 막아!”

“우와앗?! 이 빛줄기 뭔 데…! 꺄아아악! 신나연 타락했어요! 누가 쟤 좀 말려 봐!!!”

“자지라도 박아!!! 자박꼼 시켜버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일단 기절부터 시켜!!!"

메를린은 자신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정신 조작과 타락한 마력을 이용해 인간들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만들어 버리며 놈들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장난감이 되어버린 인간은 곧 팀원들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본인들의 동료를 죽이면서 분노를 터뜨리는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은 십이 재앙의 행동으로 더러워진 메를린의 감정을 치유하며 또한 고조시켰다.

“그래, 이렇게 버티다가 인간들이 물러나게 되면 그 때 세력을 재정비하자. 그리고 던전 브레이크를 통해 나를 공한 이 놈들에게 공포를 안겨다 주는 거다.”

메를린은 그렇게 다짐했다.

고작 하루 만에 가루다를 공략한 놈들 치고는 인간들의 능력은 그리 대단치 않았다. 다른 영웅들보다는 튼튼해 보였지만, 그게 전부였다. 신기한 것은 여성체 사이에 단독으로 남성체 하나가 끼어있었다는 점이었다.

전투를 할 때 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인간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여성체들이 남성체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원래는 그 반대인데 말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전투 횟수가 백여 번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메를린의 안색 또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 영웅들에게 자신의 능력이 조금씩 통하지 않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심지어 정신 조작으로 놈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도, 죽이지 않고 기절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정신 조작을 파훼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자신의 능력에 대처하는 인

간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나의 공허가 너희들에게 공포를 안겨다 줄 지어니, 거부하지 말고 타락의 시간을 기다려라!!!]

그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던 터라 메를린은 자신의 모든 힘을 꺼내어 인간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전력을 꺼낸 우위조차도 오래 가지 못했다. 인간들과의 싸움이 이백 번이 넘어가고, 삼백 번쯤 되었을까? 메를린은 자신의 능력이 인간들 앞에서 무력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노스는 바보 놈이 아니었다. 이들이 이상할 정도로 강한 것이었다.

* * *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멍청한 소리를 내는 십이 재앙의 모습을 보며 민국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짧게 숨을 돌렸다.

원래의 계획은 가루다를 동원해서 메를린을 잡는 것이었는데, 굳이 비장의 무기를 쓰지 않고서도 쉽게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바로 죽여 버릴게.”

“아니, 잠깐 그냥 둬 봐.”

“쳇!”

민국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메를린의 목을 내리치려는 현아를 재빠르게 말렸다. 너무 속이 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전의를 상실한 십이 재앙을 쳐다보았다.

목까지 내려오는 회색 단발에 붉은색 눈동자. 메를린은 양 특유의 머리 양 옆으로 난 두꺼운 뿔을 제외하면 괴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인간과 흡사한 외형을 하고 있었다.

‘왜 어둠 괴물들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기에 나쁠 건 하나도 없었다.

조그마한 머리에 비해 가슴은 제법 컸다. 공격대 내 가장 큰 거유인 시라누이 마이와도 충분히 비교를 할 수 있을 정도.

복장도 인간들이 입는 복장과 흡사했다.

본인의 피가 묻은 하얀색 블라우스에 짧은 붉은색 치마. 캘커타가 둥지인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현대식의 복장이었다. 특이한 것은 블라우스 위로 검은색의 천이 브래지어처럼 덮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블라우스도 가슴 양 옆과 등 뒤로 잔뜩 찢어져 있어 하얀 살갗이 전부 드러나 있었다.

이 때문에 메를린을 트라이하던 중간중간 자지에 힘이 들어가서 고생을 조금 하기는 했었다. 물론, 그것도 트라이 횟수가 늘어나자 꼴리기는커녕 빨리 때려잡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진짜 CC가 없으니까 개불편하네.”

가루다에게 듣기는 했지만, 메를린은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까다로운 네임드였다.

기절, 수면 등 아군에게 사용할 수 있는 군중 제어 능력이 있었더라면 메를린의 세뇌와 타락에 좀 더 쉽게 저항할 수 있었을 텐데….

다들 그런 스킬을 지니고 있지 않았던 터라 강제로 정신이 오염된 친구들을 기절시키는 꼼수까지 써서 공략을 시도해야 했었다. 처음에는 스킬 스톤을 통해 CC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면 영웅들의 화력이나 생존 능력이 크게 떨어졌던 까닭에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해야 했다.

아무튼 이십 일이 넘도록 이어졌던 메를린 레이드는 얻은 것이 많았던 전투였다. 다시 한 번 팀원들의 스킬 트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도 되었고 말이다.

“그러면 골드급 마력의 결정 수급처를 하나 더 늘려 볼까….”

“……따먹게?”

자신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옆에서 현아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심통을 부리는 것이다. 그리고 민국은 이런 현아의 마음을 풀어줄 방법을 몇 가지나 가지고 있었다.

“나중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훗날 우리 아이가 자라날 세계는 어둠 괴물이 없는 안전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서라면 괴물의 힘을 빌려서라도 우리들의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어.”

“…아아.”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세계. 그 단어에 현아의 눈동자가 감동으로 물들었다.

솔직히 말해 메를린을 따먹기 위한 핑계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이 세계의 여자들에게 있어 아이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우선시되는 존재였다. 뒤를 돌아보자 접전 끝에 살아남은 이들이 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무너진 돌 더미나 잔해와 같은 것들을 치우는 것은 아니고, 본인들이 입은 부상을 회복하고 무기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것도 좀 부탁할게.”

자신이 사용하던 스태프를 유나에게 건네 준 민국은 몸을 돌려 메를린을 향해 다가갔다. 메를린의 모습이 보이자 참기 힘든 미소가 계속해서 입가에 걸렸다.

점점 그녀에게 다가가자 메를린의 하얀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깔끔하고 깨끗함이 느껴지는 피부였다.

“…….”

허리춤의 단검을 빼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국을 본 메를린은 본인의 운명을 직감하고서 살며시 눈을 감았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리는 것 보다는 깔끔하게 공허의 벽으로 끌려갈 생각이었다. 수백 번의 전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 눈앞의 인간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메를린은 반항을 의지를 포기했다.

“……?”

그렇게 메를린에게 다가간 민국은 아까부터 입을 오물거리는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기울였다.

“빌어먹을 새끼들…. 나는 먼저 공허의 벽으로 가지만 다음은 네 놈들의 차례가 될 거야.”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니 재미있게도 그녀는 다른 십이 재앙을 욕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가루다의 경우처럼 다른 십이 재앙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것이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면 승자의 권리를 취할 시간이네.”

“…….”

단검을 가져다대자 눈을 감은 메를린이 자신의 목을 내밀었다.

하지만 민국이 단검을 꺼낸 이유는 그녀의 목을 찌르고 메를린의 생명을 거두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날카로운 단검이 메를린의 피부를 스치듯 내려가다가 툭 그녀의 가슴을 가리는 끈을 잘라내었다. 옷자락이 잘리면서 선명한 핑크빛의 유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제법 모양이 예쁘잖아? 관리 좀 했나 봐?”

메를린이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민국은 마치 자신의 것인 것 마냥 메를린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컷의 행위에 메를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민국을 바라봤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몇 개나 물음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음표는 곧 느낌표로 변했다.

승자의 권리.

메를린의 뺨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눈앞의 수컷은 자신의 몸을 취할 생각이 분명했다.

“……읏.”

수컷의 손이 자신의 젖꼭지를 계속해서 자극하며 자신의 몸을 떡 주무르듯 만져대었다.

하지만 메를린은 그런 민국의 행동에 반항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권리였으니까. 승자독식인 그녀의 세계에서는 민국의 행동은 너무나도 당연시 되는 행동이었다.

물론, 무플런이 아닌 다른 종족이 무플런의 여성체를 탐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게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메를린의 가슴을 만져대던 민국이 기다렸다는 듯 메를린의 두꺼운 뿔을 붙잡았다.

“히극!”

“오….”

민국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흘러 나왔다.

가루다도 머리의 양 옆으로 깃털 모양의 길쭉한 손잡이가 있었지만 메를린의 뿔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립감이 좋았다. 그렇게 메를린의 뿔을 붙잡고 민국은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사타구니에 문질러대었다.

마치 자신의 냄새를 그녀에게 각인시키듯 말이다.

“……♥.”

비로 그것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메를린은 자신을 꺾은 수컷이 풍기는 강렬한 체취에 빠르게 익숙해지고, 굴복하고 있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