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00화 (400/486)

〈 400화 〉 뜨거운 휴식

* * *

[오늘도 국회에서는 줄어드는 출산율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성의 의무 정액제에 대한 규정을 논의했습니다. 야당의 반대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술취한 남성을 성폭행한 피해자가 오늘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23세 최 모양는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41세 김 모씨와 술을 마신 뒤, 그가 취하기를 기다렸다가 여관에서 집단 성폭행을…….]

[눈호강 제대로! 세계에서 유명한 남자 영웅들 특집!]

[국민 아이돌 김아랑, 자신의 이상형으로 대한민국의 영웅, 한민국을 꼽아.]

어둠의 괴물이 활개치고 다니는 이 세계는 그야말로 자지가 벼슬인 남녀역전 세계.

남녀의 성비가 너무나도 크게 무너진 까닭에 여성들은 남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은 기본이고 그들의 웃음을 차지하기 위해 집 문서까지 들고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뿐만 아니라 본인들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범죄 문제로 볼 것이 아니었는데, 이대로라면 몇 대가 지나지 않아 인간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구수조차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들 때문이었다.

현실 또한 그런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가면서 이대로라면 어둠 괴물이 아니라 인류 자체가 자멸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사회의 전반적으로 팽배해 있었다. 때문에 각 국 정부는 바닥을 치고 있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판국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대부분 남자들의 희생을 요구했기에, 쉽사리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아무튼 남자 입장에서 당장은 너무나도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지금의 사회였다.

그런 와중에 능력까지 있고 외모도 준수하다면?

월드 스타가 따로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미녀들의 헌팅을 받는 것은 기본이며, 원하는 여성들을 골라 만날 수 있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런 남성들의 정점에는 외모, 능력, 사회적 배경을 모두 갖췄다는 남성 영웅들이 존재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남성 영웅들이 몇 있었으니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한민국이었다.

세계 최고의 영웅으로 불리고 있는 그는 남성치고는 흔치 않게 직접 던전에 진입해 어둠 괴물과 직접 전투를 벌이는 것도 모자라 하나의 공격대를 이끌고 있기도 했다.

실전 경험이 아주 풍부하다 못해 수많은 쉴더급 공격대들이 공략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십이 재앙도 두 개체나 쓰러뜨리기까지 한 것이다.

그런 민국의 존재감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

괜히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신이 강림했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 민국은 인도 전쟁에서 십이 재앙 두 개체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했고, 이 때문에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는 거의 신 취급을 받고 있기까지 했다. 그리고 민국 역시 이러한 자신의 인기에 대해서 모르지는 않았다.

“방송이라….”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방송을 해보라는 현아의 제안에 살짝 흥미가 돌았다.

공격대에서도 현아와 유나가 주기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통해 GGW 공격대를 응원하는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괜히 궁금하기도 했다. 연예인 그 이상의 존재라 불리는 자신이 일반인들과 소통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이다.

‘딱히 말주변은 없지만…….’

솔직히 이 정도 수준의 외모라면?

그냥 웃기만 해도 시청자가 몰려 들 것이 분명했다. 원래 우월한 외모는 이성의 호감을 가장 빠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이자 수단이었으니 말이다.

괜히 예전의 세계에서 그와 비슷한 짤방들이 돌아다닌 게 아니었다. 미남은 웃기만 해도 그것이 컨텐츠였다.

“좋아, 방송 한 번 해볼게.”

그렇게 결정이 내려지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굉장히 쉬웠다. 민국의 주위에는 이미 방송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적잖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 공대장님께서 인터넷 방송을요? 일단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는 아세요?”

“아니, 어차피 취미로 하는 건데 대충 해도 되지 않을까?”

민국의 대답에 방송 경험이 있는 공대원들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럴 수는 없죠.”

“맞아, 맞아. 시청자들을 위해 카메라만큼은 최고급으로 준비해야 돼.”

“집에 컴퓨터는 있으시죠?”

“새로 사야 될 거야. 그거 나랑 자취할 때 쓰던 건데 7년은 넘었어. 그래픽 카드가 GTX 7090이었던가?”

“헐…. 제대로 노인 학대하고 계셨네. 그러면 제가 최고급으로 견적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 준비는 유나가 도와주기로 했다.

현아는 두 달 뒤에 있을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함께 결혼식을 준비하자고 했더니 퇴짜를 맞았다. 원래 결혼식은 여자가 준비를 해야 한다나?

아무튼 민국은 유나의 추천을 받아서 방송에 필요한 최신 기계들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돈이 제법 들어가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모은 자신의 재력에는 흠집조차 낼 수 없을 정도. 컴퓨터를 포함해 여러 방송 장비들의 설치는 R’s 클랜의 기술자가 집까지 찾아와서 해줬다.

직접 해보려고 했는데 이 세계의 컴퓨터와 방송 장비는 결정체 기술력이 적용된 까닭인지 민국이 알던 세계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방송은 저스트 채팅과 같은 토크 방송이나 게임 방송을 위주로 하면 시청자들에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했지.”

방송 세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방송을 진행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공격대 내에서도 클랜 내에서도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있었으니까. 그리고 인기 많은 남자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몇 번 견학하니 대부분 게임이나 채팅 위주였다.

자신이 게임은 더럽게 못했지만…. 남자라서 그런가? 잦은 실수가 나오더라도 채팅창은 화기애애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민국은 소영이와 신나게 놀아주다가 인터넷 방송을 서비스하는 ‘킹핀’이라는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그리고 간단한 회원가입과 인증 후 자신의 방송 채널을 열었다.

“시작은 간단하게 게임으로 해야겠다.”

그렇지 않아도 ‘리그 오브 히어로’라는 게임을 플레이 해 볼 생각이었다.

현존하는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 AOS 게임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었다. 때문에 공격대 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민국만 이 게임을 플레이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공격대 내에서는 현아와 유나가 상위 0.1%내에 들어가는 실력자였고, 가장 게임을 못하는 지젤 뷘드셴도 플래티넘 1 티어라고 했다.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돼서 여자보다 게임을 못하는 것도 조금 그렇지.”

거기에 아주 가끔 팀원들끼리 게임을 하다보면 자신이 핸디캡으로 적용되는 사실이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그렇게 민국이 리그 오브 히어로를 시작하는 동안 신입 남자 스트리머의 등장을 확인한 시청자들이 하나, 둘씩 민국의 방을 찾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신입 남 캠…??? X나 잘생겼다.]

[어허! 고소당하고 싶지 않으면 키보드 손 떼!]

[서, 설마 한민국 영웅님이심?]

└저 외모를 보면 찐이 확실함.

└ㄹㅇㅋㅋ. 카메라에서 빛이 나 다네.

[아니,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어떻게…?]

[후원 메시지도 전부 막아놓으셨네. 게임 플레이 하시는 거 보니까 채팅도 안 보시는 듯?]

그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민국의 얼굴을 보고 한 번, 그리고 신입 스트리머의 정체를 확인하고 두 번 놀라야 했다.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따로 없을 정도의 완벽한 외모.

합성이라고 해도 현실성이 없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의 미모를 지닌 남성이 화면 속에서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비록 시청자들과의 소통은 하나도 없었지만 외모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할 정도. 거기에 그의 정체가 한민국이라고 확인이 되는 순간 민국의 방으로 수많은 팬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킹핀’의 운영진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

때문에 운영진 측에서 부정 프로그램인가 싶어 부랴부랴 조사를 했지만, 신입 스트리머가 한민국 영웅 본인인 것을 깨닫고는….

[??? 저거 킹핀 운영진 아님?]

[아, 운영진도 사람이라고.]

[한민국 선생님이 오셨는데 당연히 구경하러 와야지.]

오히려 보기 힘든 킹핀의 운영진들이 한데 모여 민국의 방송을 관람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 사이 민국은 기껏해야 열 판 남짓해 본 경험이 있는 리그 오브 히어로의 매운 맛을 느끼고 있었다.

“아. 이거 보기보다 쉽지 않네. 현아가 할 때는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는데….”

게임 내 미니언을 잡고 골드를 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냥 막타만 치면 되는 거였으니까.

마력을 각성한 영웅의 판단력과 순발력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와 비슷한 게임을 전 세계에서도 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적들과 싸우는 게 힘들었다.

게임 경험이 부족한 까닭에 챔피언들의 스킬이 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무지성으로 돌격했다가는 죽기 일 수였다. 그나마 GGW 멤버들이 상대로 나오면 할 만 했다. 그녀들의 스킬이 무엇인지는 민국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국가의 영웅들이 상대로 나오면?

“아, 현실이었으면 이런 거에 죽을 데미지가 아닌데….”

어어 하다가 그녀들의 궁극기에 죽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쓰읍…. 안 되겠다.”

그렇게 최고급 인공지능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던 민국은 결국 게임을 중단하고는 리그 오브 히어로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능력을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민국의 눈동자가 화면 구석에 있는 채팅으로 향했다.

[하이하이!]

[민하! 민하!(한민국 하이라는 뜻)]

[게임 하시는 모습 너무 멋져요!!!]

[한민국 영웅 본인 맞으시죠? 그렇죠?]

딜레이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양각색의 언어들이 섞인 채팅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게임 몇 판을 하는 동안 무려 삼 만이 넘는 시청자들이 접속해 있던 것이다.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자신의 명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상황. 그리고 민국은 이러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아주 익숙한 남자였다.

“안녕, 이렇게 방송으로 인사하는 것은 처음이지?”

첫 인사로 존댓말을 꺼낼까 하다가 생각을 바꿨다.

일반인들은 대부분 마력을 사용하는 영웅을 존경하면서도 어렵게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자신들은 가지지 못한 특별한 힘인 마력을 무서워하며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인들과 친해지려면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가는 게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국의 인사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폭발했다.

그리고 민국은 눈에 마력을 집중해서 올라오는 채팅들의 내용을 빠르게 훑으며 읽어갔다. 도네이션도 열었다. 기본이 십만 원으로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최소 단위를 높게 설정하지 않으면 후원이 끊임없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렇게 들어온 후원 금액은 어둠 괴물의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과 병사들을 위해 기부할 생각이었다.

[갑자기 방송을 켠 이유가 따로 있나요?]

“방송을 하는 이유? 음…. 별 건 아니고 그냥 심심해서? 사실은 현아의 추천이 있었어.”

[한민국 영웅님 팬이에요!]

“땡큐땡큐, 앞으로도 GGW 공격대 많이 사랑하고 응원해줘.”

[앞으로의 GGW 공격대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또 다른 십이 재앙을 상대할 계획이신가요?]

“공격대 일정? 당장은 없는데…. 인도에서 그만큼 고생했는데 나도 조금은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어? 던전 브레이크와 같은 큰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야.”

[인터넷 방송도 좋지만, 정규 방송에서도 영웅님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은 딱히 없는데….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진지하게 출연에 대해 고민해 볼게. 아, 영웅 관련 프로그램은 말고. 이 짬밥에 방송까지 나가서 몬스터 때려잡기는 좀 그렇잖아?”

마치 편한 오빠처럼 여러 질문들에 편하게 대답을 해주는 민국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환호와 함께 민국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었다.

더욱이 잘생긴 외모에서 나오는 듣기 좋은 미성은 그녀들의 정신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한민국 영웅님의 이상형은 어떤 여자세요?]

“몸매 좋고 예쁜 여자.”

어느새 방송의 컨텐츠는 자연스레 소통 방송이 되어 있었다.

상대가 영웅인 만큼 민국에 대한 질문들은 굉장히 정갈했고 예의발랐다. 보통 남자 스트리머에 붙는 악질 및 변태 시청자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한민국을 잘 못 건드렸다가는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민국은 인류라는 종족을 위기에 빠뜨렸던 십이 재앙을 직접 때려잡은 영웅.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지면 그를 당해낼 수 있는 여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영웅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사람 다섯이 모이면 한 명은 꼭 병신이 끼어 있는 법이었다.

[하악, 하악. 여자 경험은 몇 명이나 됨?]

도네이션 메시지라는 것을 알리듯 여성 인공지능의 거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이어서 채팅창이 동결이라도 걸린 것 마냥 얼음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방송을 보고 있던 운영진조차 바짝 굳은 모습이었다. 만약 여기서 한민국이 화를 내며 방송을 꺼버린다면?

‘인터넷 방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킹핀’의 실태.’ 이런 식으로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

하지만 민국은 이 정도 수준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거나 부끄러워할 일반적인 남자 스트리머가 아니었다.

오히려 뻔뻔함이 가득한 그리고 여성과의 야릇한 행위를 아주 좋아하는 남자였다. 게다가 이런 질문들이 있을 거라고는 방송을 켜기 전부터 예상한 바였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스물? 스물다섯? 그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 많은 편인지는 잘 모르겠네.”

경직된 채팅창의 분위기와는 달리 웃으면서 대답해주는 한민국의 모습.

심지어 자신이 경험한 여성의 숫자가 많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민국의 모습에 꾹 참고 있던 시청자들의 욕망이 펑! 터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신이 현계로 내려오려고 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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