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04화 (404/486)

〈 404화 〉 뜨거운 휴식

* * *

“어제 이상형 월드컵이 끝나고, 기쁜 마음으로 리오히를 하려고 했었잖아? 그러다가 갑자기 방종을 하고 나갔는데 솔직히 이유가 뭐였겠어? 다들 알고 있지 않아?”

[잠깐, 그 때 방장 잠시 나가지 않았었음?]

[갑자기 핸드폰 메시지 확인한다고 했었음. 설마 그 때 연락이 온 거임?]

“딩동댕.”

카메라를 바라보며 겨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의 분위기를 확인했다. 어느 정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 그리고 다시 한 번 후원 메시지가 인공지능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칭일거라고는 생각도 안 한 거임?}}

메시지의 내용에 겨울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응, 전혀. 솔직히 말해서 누가 한민국 영웅님 아니, 민국 오빠를 사칭하겠어? 제정신이면 절대로 그런 짓 못할 걸? 나중에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건 그렇지.]

[한민국 사칭했다가 잘 못 걸리면? 그냥 가는 거야.]

{{영웅과 척을 진다? 그것도 10성 영웅과? 진짜 죽고 싶을 듯.}}

[ㄴㄴ. 실제로 뒈질 수도 있음. 십이 재앙의 뚝배기도 깨버리신 분이신데…. 여기 있는 킹수 대가리 쯤이야….]

그런 겨울의 말에는 시청자들 대부분도 동의했다.

영웅을 사칭한다? 최하가 징역 5년인 중범죄였다. 하물며 그 상대가 국민 영웅인 한민국이라면? 민국의 인기와 상징성을 생각하면 정말로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짓이었다.

R’s 클랜과 라온 그룹을 포함해 민국을 존경하는 수많은 영웅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한민국의 행보 때문에 똥줄이 타고 있는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사칭일거라고는 조금도 생각 안했어. 실제로 만나기 전에 통화도 했고. 그렇게 해서 갑자기 약속을 잡았는데, 일단 약속 장소는 라온 호텔이었어.”

서울 새빛 호텔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급 호텔로 국내에서는 숙박료가 가장 비싼 호텔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특급 호텔을 경험한 겨울을 부러워하기보다 민국이 라온 호텔로 약속 장소를 정한 이유를 추측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역시 라온 그룹 회장 남편….]

{{김태연 부럽다. 한민국과 같은 남자가 남편이라면 무슨 기분이 들까?}}

[그런데 김태연 라온 그룹 부회장 아니었음? 벌써 회장됨?]

[그룹 전권을 이끌고 있으면 그게 회장이지 뭐. 명색만 부회장일 뿐 사실상 회장이나 다름없기는 함.]

그렇게 주제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새는 모습에 겨울은 빠르게 말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데이트라고는 생각 안했어. 감히 내 주제에?”

[구라핑 ㄴㄴ]

빠르게 올라오는 반대 의견들.

겨울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손가락으로 구부린 모습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아, 솔직히 아아아아아주! 조금 했지. 아, 그건 어쩔 수 없는 본능과도 같은 상상이었다고. 너희들은 안 그럴 꺼 같아?”

[한민국 영웅과 데이트 한다?]

{{이미 머릿속으로 자녀 계획 다 세우고 손주 볼 생각하고 있음.}}

[ㄹㅇㅋㅋ]

그런 겨울의 말에 빠르게 공감하는 시청자들. 여자가 미남을 만나면 혹은 남자와 대화 한 마디만 하더라도 자연스레 하게 되는 상상들이었기에 다들 순식간에 긍정하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데이트라기보다는 영웅 팬 사인회에 나가는 느낌으로 나섰지. 운 좋게 민국 오빠를 만나서 사진도 찍고, 싸인도 받을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는 생각?”

{{솔직히 방송 컨텐츠로 써먹을 생각 했다, 안 했다?}}

“당연히 했지. 하지만 그 자리에서 카메라 켜놓고 야방을 진행할 수는 없잖아?”

한민국과 만나는 자리에서 카메라를 켜놓고 방송 진행?

그건 마치 로또 1등이 당첨된 복권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냥 나중에 한민국과 만났던 썰 좀 풀면 관심 좀 끌 수 있겠다는 생각 정도는 했음.”

[인정합니다.]

[역시 프로 방송인, 김겨울!]

철저한 방송 마인드에 입각한 겨울의 행동에 감탄하는 시청자들.

{{아, 그런데 꼴받게 왜 한민국 영웅님을 자꾸 오빠라고 부르는 거임? 호칭 정리 제대로 안 함?}}

그러던 도중 질투심이 잔뜩 담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리를 꼬는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자극한 겨울이 입 꼬리를 씩 올리면서 도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나는 너희들과 다르거든.”

[???????]

[갑자기 개 꼴받네?]

[겨울아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구독을 해제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 나는 어제 우리 영웅님께서 직접 오빠라 부르라고 했거든. 다시 말해 허락을 받은 여자라고.”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찐한 것도 했지만 그에 대해서는 한참 후에 썰을 풀 생각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건지….’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자신의 이야기가 이러한 방송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텐데….

그러나 민국은 데이트의 내용도 모자라 그날 밤에 있었던 일 까지 재미있게 방송에서 풀어보라고 부추기까지 했다.

영웅이라 그런 것일까? 다른 남자들과는 생각과 행동 자체가 판이하게 달랐다. 행동만 보면 여자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아무튼 ‘킹핀’에서 19금 썰을 푸는 건 사이트 자체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는 아니었으니 겨울은 일단은 민국이 시키는 대로 방송에서 어제 있었던 일을 전부 적나라하게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겨울이 다시 한민국을 만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했다.

[헐ㅋㅋㅋ? 갑자기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한민국 영웅과 오빠 동생하는 BJ가 있다?]

[킹핀 최고의 스트리머가 누구? 김겨울! 킹핀 최고의 스트리머가 누구? 김겨울! 킹핀 최고의 스트리머가 누구? 김겨울! 킹핀 최고의 스트리머가 누구? 김겨울!]

자신들의 우상이자 신적인 존재와 오빠동생을 하게 되었다는 겨울의 폭탄 발언에 시청자들은 놀라면서도 환호를 터뜨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겨울은 어젯밤 한민국과 보냈던 시간들을 자세하게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막 이슬만 먹고 사실 줄 알았는데….]

“커피는 아메리카노만 드신다고 하더라. 단 것은 별로 안 좋아하신대.”

[아메리카노, 메모.]

[오늘부터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음식은 가리는 거 없이 잘 드시는 것 같아. 좋아하는 음식은 일식이시래. 그리고 광어회 좋아하신다고….”

[???지금부터 일식 자격증 따러 간다.]

[오늘 광어들 다 뒤졌다.]

[전 재산 털어서 광어 양식장 세우러 간다.]

자신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계에 살 것만 같았던 민국의 평범한 모습이 겨울의 입에서 나올 때 마다 채팅창이 진동했다.

어느새 시청자 수는 5만을 넘어선 모습. 그만큼 한민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겁고 높은지를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민국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푸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겨울이 슬쩍 시간을 확인했을 때는 어느새 시간이 오후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자, 미성년자는 이제 주무실 시간이고. 이제부터는 성인들만 대화할 수 있어요.”

슬슬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겨울이 자연스레 자신의 방을 성인만 입장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뭐야? 이제 끝임?]

[아, 계속 얘기해 달라고!]

[김겨울 이렇게 나오는 거임?]

[나]

[락]

[나]

[락]

격동하는 채팅창과 화를 내는 시청자들. 하지만 겨울은 여기서 썰 푸는 것을 끝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에이, 설마. 어제 내가 느꼈던 것을 전부 이야기하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 걸?”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그러면 그렇지, 믿고 있었다고 김겨울!]

[그런데 썰 푸는데 왜 19 제한임? 굳이 제한 걸 필요가…?!!!!]

[잠깐, 김겨울 혹시…?]

[무쳤다, 무쳤어! 무쳤다, 무쳤어! 무쳤다, 무쳤어!]

눈치 빠른 시청자들의 채팅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겨울이 자신의 자리를 정리하면서 눈웃음을 쳤다.

“참고로 나는 어제 라온 호텔 스위트룸이 어떤 곳인지 구경을 좀 하다 왔어. 일단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기로 하고. 물 한잔 마시고 10분 뒤에 2부 시작하자?”

[야, 어디가?!]

[김겨울 올 때까지 숨 참는다, 흡!]

[어째 이거 느낌 나만 쎄함? 이러다가 김겨울 완전 큰일 나는 거 아님? 누가 한민국 영웅님 관련해서 고나리질 하려면 어쩌려고?]

[R’s 클랜이나 GGW 영웅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누가 무슨 자격으로 고나리질하겠음? 그리고 얘 말하는 거 보면 한민국 영웅님도 허락한 거 같은데?]

[아, 우리는 그냥 한민국 영웅님 관련해서 재미있는 썰만 들으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채팅창이 북적북적해지는 동안 겨울은 빠르게 민국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리 민국이 허락했다 하더라도 남자의 19금과 관련해서 썰을 푸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컸다.

[한민국 : 괜찮아, 방송 재미있게 보고 있으니까 계속해도 돼.]

“…아아.”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오는 답변에 겨울은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느낌이었다.

잠시 후, 겨울은 노출이 살짝 잠옷으로 옷을 갈아입고는 자리로 향했다. 채팅창을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난리도 아니었다.

미성년자들이 들어올 수 없게 19세 이상으로 제한을 걸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청자들의 숫자가 더욱 늘어난 모습. 그만큼 제목이 시청자들의 어그로를 제대로 끈 셈이었다.

그렇게 채팅창에서 시청자들이 방제목과 관련해서 거칠게 치고 박는 반응을 보던 겨울은 마이크를 톡톡 두드리면서 분위기를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전문 방송인답게 그녀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어떻게 집중시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 내가 왜 제목을 19금으로 설정했는지는 전부 알고 있겠지?”

{{아, 그런데 괜히 썰 풀다가 방장 큰일 나는 거 아님?}}

[솔직히 우리야 당연히 19금 썰 듣고 싶기는 한데, 갑자기 집에 경찰들 몰려오는 꼴은 보고 싶지 않은데….]

예상했던 내용의 메시지.

그리고 겨울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변 또한 전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 둔 후였다.

“뭐, 사실 나도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싶거든? 그런데 오히려 오빠가 방송에서 썰 풀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해서 하는 거야.”

게다가 민국은 방송에 대한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라고 말을 하기까지 했다.

[아, 한민국 영웅님이 허락하셨다면 바로 방송해야지.]

[5252. 역시 믿고 있었다고!]

[선생님, 잠시 만요! 저 친구들 준비 좀 하고 오겠습니다!]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디아블로 가지고 온다.]

[미래의 남친님, 미안해요. 다시는 안 뽑기로 했는데…. 오늘 만큼은 초대형 딜도를 꺼내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로터랑 우머나이저 준비 완료.]

그렇게 겨울은 그날 밤에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맛깔스럽게 포장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울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 마다 채팅창은 때때로 불타오르고 혹은 침묵에라도 걸린 듯 조용해졌다. 어른들만의 뜨거운 시간이었다.

* * *

●김겨울 썰 푸는 방송 본 사람?

○진짜 역대급 썰풀이였다. ㄹㅇ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우리 한민국 영웅님은 잘생겼고, 성격도 좋으며, 정력도 뛰어나다는 말이지?

○그냥 뛰어난 게 아닌 모양임…. 김겨울 썰에 의하면 밤 새 세 번 기절했다고 함.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ㅜㅑ.

○그런데 그건 겨울이가 조루라서 그런 게 아닐까?

●한민국 영웅님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마라. 조금 전에 최유나 방송 켬.

○방송 내용 간단 요약. 적어도 여성 영웅 셋은 달라붙어야 침대에서 상대가 된다고 하던…데? 아니 근데, 이게 말이 되나?

○저게 사실이라면 어둠 괴물보다 더한 수준 아니야?

○바람직한 남성의 모습.

●그런데 나만 이런 저질스러운 이야기하는 거 좀 그럼? 그리고 한민국도 이상함. 본인이 영웅이라면 몸가짐 정도는 바르게 해야 하지 않을까?

○아, 바르게 해야 할 것은 님 자세고요.

○성인인데 뭐 어떰? 오히려 한민국 같은 남자 영웅이 나서줘야 어? 우리도 남자를 만나고 어? 섹스도 해볼 거 아니야!!!

○출산율 X 박았는데, 한민국과 같은 국가적인 영웅이 나서야 좀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

○대한민국 헌법 어쩌구조. 모든 국민은 성에 대해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첫 방송 때 여자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는 한민국 영웅의 말은 진실!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 영웅? 이거 너무 귀한데요?

○좋아, 날 가져라 한민국!

○한민국 영웅님은 취향이 확고하다고 하십니다. 글 내리시고 빨리 들어가 주세요.

당연하지만 겨울의 방송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관련 커뮤니티는 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로 난리가 났다. 그런 와중에 민국이 방송을 켰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민국의 방송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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