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05화 (405/486)

〈 405화 〉 뜨거운 휴식

* * *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나네.”

“자기는 대체 본인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당신, 무려 인류의 수호자라 불리는 영웅이거든요? 게다가 인터넷 방송으로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허락하는 남자가 도대체 어디에 있어…?”

강채영은 저도 모르게 목덜미를 쓸어 내렸다.

어젯밤 약속이 있어서 잠시 라온 호텔에 다녀온다고 하더니만 그새 여자 관련해서 대형 사고를 쳐버린 민국이었다. 물론, 그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카르텔에 여자 한 명 늘어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채영은 일반 여성들의 입에 한민국이라는 이름 석 자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싫었다. 채신머리없이 자신의 남자인 그가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성적 대상이 되는 것은 상상조차하기 싫었다.

그렇게 굳은 얼굴로 자신의 화를 드러내고 있는 강채영을 보던 민국이 살짝 그녀를 끌어안았다.

“샤워한 거야?”

피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냄새가 기분 좋게 와 닿았다.

“조금 전에. 아무튼 무슨 생각인건데?”

“크게 의미를 두고 한 일은 아니야.”

“어휴…. 못 말려, 정말. 남자 친구 있던 나를 유혹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래서 싫어?”

“당연히 너무 좋지.”

대답과 함께 자신의 품에 안기는 강채영. 민국이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냥 세상에는 이런 남자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리고 영웅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이유도 있고. 원래 섹스! 외치면 모든 게 통한다고 하잖아? 여자들은?”

“정말…. 인터넷이 문제라니까. 아무튼 영웅과 일반인의 관계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긴 하지. 아직 내 주변에는 그런 개념 없는 애들도 없고, 클랜에서도 단단히 단속을 하는 모양인데…. 아시다시피 사람 심리라는 건 모르는 거잖아?”

마력을 각성한 영웅과 그렇지 못한 일반인.

이 두 집단의 불평등한 관계는 조금씩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힘을 지닌 영웅들을 두려워하는 것이 그 이유였고, 영웅들은 또 본인들만이 어둠의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반 시민들을 아래로 깔아보는 선민의식을 가지지 시작한 것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두 집단 사이의 거리감이 크게 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일반 시민들과 친근해지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바로 수긍하는 강채영을 보니 핑계거리로 제대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뭐, 원래의 목적은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예쁜 일반인 정확히 말하면 꼴리는 일반인들을 몇 명 건드릴 의도가 전부였다.

‘보통 이럴 때는 현아가 한창 난리를 부려야 정상인데.’

민국은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들고 일어날 것 같은 여성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바쁜 결혼식 준비와 함께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과 함께한다는 것을 공인받기 때문일까?

의외로 현아는 이번 일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현아가 아닌 오현정이 장난스러운 협박이 담긴 메시지 몇 개를 보내오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아, 최근 클랜으로 일반인들의 면접 연락이 계속해서 온다고 해서 하소연도 했다. 아무래도 방송을 통해 면접 어그로를 끄는 건 중단해야 할 것 같았다. 정말로 연락을 하는 이들이 꽤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스트리머 김겨울의 방송은 자신의 이름을 입에 올린 것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그것도 19금의 내용이 섞인 이야기였으니…. 슬슬 인터넷 언론에서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으니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로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설마 그렇게까지 될까도 싶지만….’

자신의 인기 그리고 한민국이라는 이름 석 자의 존재감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개인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언급했던 겨울에게는 이러한 관심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게 분명했다.

‘성역을 건드렸다고 난리치는 사람들이 분명 나오겠지.’

인터넷 커뮤니티의 내용을 살펴보던 민국은 곧 방송을 켤 준비를 했다.

지금부터는 김겨울이 받을 부담감을 덜어줄 시간이었다. 또한 이번 기회를 이용해 민국은 좀 더 친근한 옆집 오빠 이미지를 구축할 생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성을 조금 많이 좋아하는 살짝 짓궂은 옆집 오빠였다. 그래야만 훗날 대놓고 여자를 밝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 *

[민하!!!]

[오빠! 사랑해요!]

[우유빛깔 한민국! 오늘도 너무 멋져요! 카메라 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방송을 켜자마자 물밀듯이 밀려오는 시청자들. 그리고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지는 채팅창을 보며 민국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 ㅜㅑ….]

[웃는 모습도 지린다. 진짜 개 잘생겼어….]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여성들이라는 점이었다.

에전의 세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이성들의 뜨거운 관심. 게다가 이 중에는 김겨울 못지않은 미녀들이 다수 섞여 있었다.

그렇게 정체 모를 미녀들이 모니터에 나타난 자신을 보며 이름을 부르고 흥분할 것을 상상하니 자지가 자연스레 딱딱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이 관심종자라 생각한 적은 없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좋아도 너무 좋았다.

‘혹시 나 방송 체질?’

하지만 금쪽같은 내 새끼 때를 생각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무튼 시청자들의 숫자가 폭발하는 것을 보던 민국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안녕, 다들 밥은 맛있게 먹었어?”

그렇게 가벼운 인사로 말문을 연 민국은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들을 확인하면서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화제는 바로 어제 있었던 김겨울의 방송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대부분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을 정도로 뜨거웠던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방송 내용? 전부 사실이야. 겨울이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방송에서 이야기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도 사실이고.”

[…ㄹㅇ상남자.]

[그러니까…. 김겨울과 첫 데이트에 식사에 커피에 호텔방까지 끌고 간 것이 우리 영웅님?]

[침대에서 세 번 기절시킨 것도 진실인가요?]

[저 벌써 쌌어요….]

난리가 나기 시작하는 채팅창.

그 중에는 제법 수위가 있는 채팅들도 섞여 있었다. 물론, 민국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첫 방송이 그저께였지? 그 때 분명하게 말했던 것 같은데, 나는 여자 좋아해. 그것도 아주 많이.”

{{광어회랑 김겨울이랑 둘 중 한 명을 선택한다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짓궂은 질문이 후원을 통해서 날아들었다.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올 수준의 질문이었다.

“둘 다 맛있게 먹으면 안 되나?”

짓궂은 질문에 짓궂게 대답을 해주자 다시 한 번 채팅창이 터져 나갔다.

그렇게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성욕에 미친 여자들이 잔뜩 모여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꾹 참고 있었던 그들의 욕구를 폭발시킨 것은 자신의 행동이었지만. 그리고 이들이 하는 질문은 뻔 한 수준이었다.

{{오빠! 저 예쁜데 우리 한 번 만날래요? 제가 광어회 쏠게요!}}

“전에도 말했지만, 면접…. 아, 이거 쓰면 안 되겠다. 요즘 클랜으로 면접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하던데…. 클랜장한테 한 소리 들었거든? 우리 전화는 자제하자?”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봐요?}}

“서로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김겨울? 걔는 바로 내 눈에 들어왔잖아. 그러면 너도 사진 보내보던가.”

{{침대에서 일반인은 최대 몇 명까지 상대 가능?}}

“…최소 열 명 이상?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다. 영웅 상대로 여덟 명까지 해봤거든.”

거짓말은 아니었다. 던전을 공략하면서 GGW 멤버들과 심심찮게 난교를 벌였으니까.

심지어 어둠 괴물까지 껴서 짐승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면 엄청난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민국도 거기까지는 이야기를 풀 생각이 없었다. 그건 친근함의 영역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와…. 저게 가능한 이야기임?]

[한민국 영.웅.님이시다. 그리고 최유나가 한 얘기 못 들었어?]

[대체 어떤 느낌일까? 딜도랑은 다르겠지?]

[여기서 팩트체크) 대부분의 남자는 물건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대부분이 자신의 정력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믿기는 힘들지만, 말을 꺼낸 이가 나였으니 수긍을 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김겨울과 최유나가 직접 방송을 통해 경험담까지 이야기했으니 믿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더욱이 유나는 GGW 공격대에서 원년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딜러였다.

{{이번에 GGW 공격대의 메인 탱커이시자 영웅학교 동기인 오현아 영웅과 결혼하신다는 소식 들었어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래서 와이프는 몇 명까지?}}

“당연히 다다익선.”

{{질싸? 입싸?}}

“둘 다 좋아하는데, 질싸.”

{{아들, 딸?}}

“이것도 둘 다 좋지. 일단 꿈은 아들만으로 축구 리그를 만드는 것인데…. 오늘 밤 채영이 상대로 힘 좀 써야겠다.”

대답과 함께 목이 마르는지 컵에 담긴 물을 마시기 시작하는 민국.

목젖이 꿀꺽 움직이는 모습이 카메라의 화면에 적나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라가기 시작하는 채팅들을 보던 민국은 속으로 피식 웃으면서 자연스레 목을 조이고 있던 단추 두 개를 툭 풀었다.

무심하게 말이다.

[……쌌다.]

[엄마…. 나 이런 거 좋아하나 봐요.]

[진짜 별 거 아닌데, 왜 자꾸 몸이 떨리는 거죠? 이, 이것이 오르…?]

[오빠, 쇄골 너무 예뻐요!]

그러자 빠른 속도로 올라가던 채팅의 흐름이 연이은 감탄들과 함께 갑작스럽게 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다들 자신들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찾으러 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다들 자기를 위로하는 시간을 보내는 도중이었다.

{{오현정, 현아 자매와 결혼하시는데 지금까지 결혼하신 분들은 전부 한국인이었잖아요? 외국인과 결혼하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모니터에 보이는 메시지의 내용과 들려오는 인공지능의 목소리.

“물론.”

민국은 고민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카르텔에 있는 시라누이 마이나 타냐 루스, 뷘드셴 자매만 하더라도 외국인이었고, 민국은 그녀들을 버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어둠 괴물인 찬드라니암이나 메를린도….’

인간 모습의 형태를 따지자면 서양인에 가까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추파를 보내듯 자연스레 이야기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민국의 모습에 방송을 찾은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환호했다.

민국이 의도했던 대로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영웅이 방송에서 동성 친구처럼 친근하게 농담을 받아주는 한 편, 마치 본인만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많은 여자를 만나봤던 경험 때문일까?

민국은 여자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간간히 색기 어린 몸짓이 나올 때면 방송을 보던 여성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참으면서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민국의 방송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여성들의 성희롱과 성폭력에 도출되고 있습니다. 한민국 영웅님도 남자분이시라면 그런 남성분들의 고통에 공감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남자로 추정되는 소수의 몇 명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

하지만 민국은 이런 이들의 고통에 공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애당초 머리에 들은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어…. 그런 위협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인데, 나는 이성을 아주 좋아하는 특별한 부류라…. 딱히 공감이 되지는 않네. 그런 이야기는 나 말고 공감이 가능한 다른 남성분들에게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요즘 국회에서 출산율 문제 때문에 의무 정액제 관련해서 논의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세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뭐? 의무 정액제? 아…. 한 달에 한 번 이상 정액을 뽑아서 제출해야 하는 거라고? 그걸로 인공 수정을 해서 여성들을 임신시킨다고?”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면서 민국은 인터넷으로 출산율을 검색했다.

그러자 주식 저리가라 할 정도로 폭락을 하는 그래프가 나타났다. 출산율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대충 봐도 심각하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괜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각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와……. 이러다가는 어둠 괴물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인류가 소멸되게 생겼는데?”

{{팩트다.}}

“그래. 의무 정액제? 일단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에 그런 것들을 전부 따질 수는 없잖아?”

애당초 목숨을 걸고 어둠 괴물과 싸우고 있는 영웅과 군인들이 있는 세상이었다.

“솔직히 말해 남녀의 비율 차이가 크게 나니 모든 여성들을 대상으로 인공 수정을 진행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아.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인 것은 맞는 것 같아. 일단 나는 이 법이 통과된다면 기분 좋게 따를 의향은 있어. 그리고 이왕이면 어둠 괴물과 싸우는 군인들을 대상으로 의무 정액제를 시행하면 더욱 좋을 것 같아. 그녀들도 마땅한 보상이 있어야지. 군인들이 얼마나 힘들어? 아, 당연히 어떤 여성이 자신의 씨를 가져가는지도 알아야지. 이건 남자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봐.”

그렇게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민국은 계속해서 방송을 진행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슬슬 방송을 종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도중이었다.

{{안녕하세요, 한민국 영웅님? 색기가 부족해서 이상형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하게 된 김아랑입니다. 제가 오늘 최고급 대광어 한 마리 준비했는데…. 저희 네이쳐 멤버들과 함께 드실래요? 부족한 색기도 준비했어요!}}

민국의 눈동자가 화면 위쪽에 나타난 메시지로 향했다. 아, 이건 당연히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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