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10화 (410/486)

〈 410화 〉 그 남자의 정력

* * *

한민국의 귀환 이후.

한국 사회의 모든 관심은 전부 그에게 쏠려 있었다. 간단한 이유였다. 수십 년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상대조차 되지 못했던 강력한 괴물, 십이 재앙을 쓰러뜨렸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레 툭 튀어나온 강력한 남자 영웅.

R’s 클랜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터라 수 년 사이에 인류의 중심으로 떠오른 민국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리 많은 것들이 없었다.

게다가 십이 재앙을 상대하려는 목적으로 계속해서 본인의 등급을 높이느라 던전 뺑뺑이로 시간을 보냈던 까닭에 민국은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하기도 했다. 방송에 나온 적이 있기는 했지만,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레 한민국과 썸을 타기 시작한 네이처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애당초 한민국의 정실이나 카르텔 멤버로 알려진 이들은 많았지만, 그녀들은 강채영과 김태연과 같은 언론이 섣불리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의 인물들이었다.

“한민국 영웅님을 처음 만났을 때요? 어, 그 때는 저도 모르게 말문을 잃었어요. 실례인 줄 알면서도 멍하니 보게 되더라고요. 너무 잘생겨서 몸이 움직이지 않는 느낌?”

“아, 맞아요! 저와 같은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다는 생각? 웃긴 것 같지만 진짜 그때는 그랬어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보면 신들이 사는 올림푸스 산이라는 곳이 나오잖아요? 마치 그 곳에서 내려온 것 같다는 느낌?”

한민국과 썸을 타는 기사가 나오고 민국의 소속 클랜인 R’s 클랜이 긍정하면서 한창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는 네이처 멤버들은 수많은 방송계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녀들을 통해 한민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목적이었다.

그만큼 민국은 존재 자체가 화제의 중심인 인물이었다.

마력을 각성한 남자 영웅, 그것만으로도 놀랄지언데 그 힘들고 무섭다는 어둠 괴물과의 싸움에 직접 나서는 것도 모자라 천재적인 실력을 보이며 십이 재앙을 처리하는데 성공하며 인류의 구세주로 떠올랐으니까.

이는 남성은커녕 현재 인류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수많은 여성 영웅들도 해내지 못한 그런 대단한 업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연히 잘생긴 남자는 잘생긴 값을 한다는 속담처럼 그만의 단단한 벽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그가 출연했던 ‘금쪽같은 내 영웅’이라는 방송에서도 굉장히 까탈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조금…. 영웅님을 대하는 게 어렵지 않은가? 영웅 분들은 영웅 분들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가 있잖아? 그, 쉽게 친해지기 힘든?”

“어머, 저도 그래요?”

“아니, 우리 이화의 딜러장 한마디씨는 영웅이라기 보다는…. 그냥 연예인 아닌가?”

“어머…? 이래봬도 저 7성 영웅이에요, 7성.”

“에이, 한민국 영웅님과 GGW 사람들은 10성이잖아, 10성!”

한다미와 함께 대화를 주고받는 개그맨.

이어서 여기저기서 화기애애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을 느낀 김아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꼭 그렇진 않으세요. 의외로 장난을 굉장히 좋아하세요. 농담도 잘하시고….”

이어서 임사랑이 바로 말을 받았다.

“웃긴 것은 영웅님이 하시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거? 그 잘생긴 얼굴에서 말이 나오니까 모든 게 진심처럼 들리더라니까요?”

“그리고 어, 이거 말해도 되려나? 우리 영웅님이 의외로 응큼한 면이 있으세요. 그 때문에 처음에는 얼마나 놀랐는지….”

그렇게 네이처가 출연한 토크쇼를 통해 민국의 사생활이 살짝 알려지게 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한민국에 대한 관심을 보냈다.

가끔씩 등장하는 한민국의 일반 방송도 마찬가지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이름값만으로도 수많은 팬들을 집중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웬만한 여성 영웅 저리가라 할 정도로 호탕하고 능글맞은 태도를 보이는 민국의 모습에 사람들은 더욱 민국에게 호감을 가지고 환호했으며, 열렬한 성원을 보냈다.

그런 와중에 인도 원정 이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던 GGW 공격대의 공략 일정이 국내 영웅 협회 홈페이지에 등록이 되었다.

[R’s 클랜, GGW 공격대의 공략 일정 등록.]

[휴식을 취하고 있던 수풀 속 사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나?]

[GGW 공격대가 트라이 목표로 등록한 던전은 【A ­ 4】 난이도의 던전.]

국내에서 가장 위험한 던전이라지만 GGW 공격대에 대해 걱정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공략에 나선 공격대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S】 난이도의 던전도 수십, 수백번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쉴더급 공격대에게 【A】 난이도의 수준의 던전은 몸 풀기 수준도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예상대로….

“더, 던전이 무너집니다!!!”

“시청자 여러분, 보십시오! 우와아아악! 지금 전남의 옥산 던전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함평군 옥산리에 있는 이 던전은 R’s 클랜이 관리하고 있는 【A ­ 4】 난이도의 던전으로…….”

“와아아아!!!”

민국이 이끄는 R’s 클랜의 공격대는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순식간에 던전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던전 공략에 나선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타이머를 초기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던전 자체의 공허 마력을 모조리 소멸시키면서 던전을 무너뜨리기까지 했다.

“국민들을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민국 공대장님.”

어깨에 대나무를 두 개 단 중령급 여성이 게이트를 빠져나오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민국을 향해 경례를 올리며 말했다.

던전이 무너졌다는 것은 단순히 국민들의 안전해졌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던전이 무너지면서 이 근방의 오염된 대지 또한 정리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국가가 운용할 수 있는 땅이 더욱 넓어진다는 말이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요, 뭐. 군인분들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클랜 지원팀을 통해서 고기와 술을 가지고 왔으니까 오늘 회식 한 번 하세요.”

“헛! 가, 감사합니다!”

민국의 말에 40대 초반 여성 군인의 눈동자에 하트가 뿅 생겨났다.

그렇지 않아도 일주일이 넘도록 부대를 떠나 외부 경계를 책임지면서 술이 당기던 참이었다. 역시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능력만큼이나 너그러운 마음씨.

이래서 잘생긴 남자는 그냥 옳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본인도 모르게 또 한 명의 열혈 팬을 만들어낸 민국은 그날 밤, 던전 공략에 참여했던 여성들과 진득한 시간을 보내고 홀로 찬드라니암이 던전을 편 섬으로 향했다.

찬드라니암이 거주하고 있는 섬을 찾아가려면 깊은 바다를 건너야 했다. 하지만 거리가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마력을 사용하면 배 없이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실제로 이동 수단도 그것밖에 없었고 말이다.

“그래도 쉽지는 않네.”

그렇게 민국이 찬드라니암의 섬에 도착했을 때는 보유 마력의 80% 이상을 사용한 후였다.

아무래도 10성급 아닌 이상은 배를 이용하지 않고 섬을 찾아오기란 힘들 것 같았다.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 말은 즉, 찬드라니암의 섬이 들킬 일은 거의 없다는 말과 동일했으니 말이다.

‘이 근방을 순찰하는 해안 경비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육지에서 바다를 관찰하는 경우는 있다지만 소형 함정이 홀로 바다를 돌아다니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했다.

만약 소형 함정이 홀로 바다를 돌아다닌다?

아무리 육지 근처를 항해한다 하더라도 해안 몬스터들의 맛있는 먹이만 될 뿐이었다. 항공모함이 포함된 대규모 함대조차도 리바이어선이나 파푸니르와 같은 바다를 지배하는 십이 재앙은커녕 그의 심복만 만나도 전멸을 각오해야 하는 곳이 바로 바다였다.

문명의 흔적이라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외딴 섬에 도착한 민국은 섬을 거닐며 찬드라니암의 보금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저기 있군.”

찬드라니암의 던전을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민국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생명의 마력을 찾고 그것만을 따라가면 되었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민국이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보랏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랜만이야, 찬드라니암.”

검은색 안대로 한 쪽 눈을 가린 찬드라니암이 민국을 보며 넙죽 엎드렸다. 그리고 민국은 고개를 돌려 찬드라니암이 구성한 던전을 바라보았다.

침입자의 눈을 현혹하려는 의도인 걸까?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색상과 함께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오브젝트들이 다수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찬드라니암의 거처로 생각이 되는 커다란 성이 하나 있었다.

“개방형 던전인가 보네, 네임드는 따로 만들지 않은 것 같고….”

“당장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침입자가 나서면 제가 직접 처리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혹시 던전에 진입한 이들이 있어?”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리바이어선의 마력을 품은 어둠 괴물 몇이 섬의 근방을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태평양의 지배자 리바이어선.

때문에 놈이 지배를 받는 괴물들이 이 근방에 돌아다니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이 대규모로 돌아다닌다면 문제가 되기야 하겠지만. 찬드라니암의 입에서 더 이상의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딱히 걱정할 수준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힘은 많이 회복했고?”

“인간의 기준으로 따졌을 경우 8등급 수준까지는 회복한 것 같습니다.”

“호오….”

나지막한 탄성과 함께 찬드라니암이 손가락을 딱 튕기자 푹신한 의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렇게 의자에 몸을 기대면서 민국은 아직까지도 넙죽 엎드려 있는 찬드라니암을 바라봤다. 퐁디셰리의 던전에서 직접 상대했던 그녀의 힘은 못해도 10등급 수준. 본신의 힘을 제대로 회복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어차피 장기 프로젝트였으니까. 급할 필요는 없겠지. 당장 쓸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생각과 함께 민국은 찬드라니암이 만들어낸 던전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그러던 도중 민국의 눈에 컬러풀한 컨베이너 벨트가 잠깐 움직였다가 멈추는 모습이 보였다. 저것이 무엇일까 궁금해 하던 참에 찬드라니암이 입을 열었다.

“결정체를 생산하는 장치입니다.”

“저것이…?”

그녀의 대답에 민국이 눈을 반짝 빛냈다.

“네, 주인님께서 마력의 결정체가 필요하긴 것 같아 미리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찬드라니암의 기특한 대답에 민국은 흐뭇함 감정이 들었다. 역시 살려두기를 잘한 것 같았다.

아쉽게도 찬드라니암의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결정체의 색상은 노란색에 불과했다. 5성 특수 개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마력의 결정으로 4성 영웅을 5성으로 높여주거나 5성이 된 영웅들의 마력을 증폭시키는데 사용하는 중급 수준의 결정이었다.

민국 입장에서는 쓸모가 없는 초보용 마력의 결정이었지만 사용할 곳은 많았다.

‘각성한 영웅 대다수가 4,5 등급 이하에 머무르고 있으니….’

덕분에 마력의 결정체 중에서는 가장 많은 소모량을 자랑하는 결정체기도 했다. 그런 마력의 결정들이 그것도 거래 가능한 결정들이 잔뜩 쌓여 있으니, 도움이 되지 않을 리 없었다. 물론, 마력의 결정을 외부에 풀 생각은 딱히 없었다.

‘위기 상황이라면 모를까.’

거래 가능한 결정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저 정도 물량을 푼다면 분명 출처에 대해 질문이 들어올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찬드라니암과 메를린의 존재에 대해 밝히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 일이었다.

아무튼 얼마 되지도 않은 생명의 마력을 자신을 생각해서 저런 시설을 만드는데 투자했다니….

“상을 줘야겠네.”

만족스러움이 담긴 민국의 목소리에 찬드라니암이 얼굴을 활짝 폈다.

“아, 아아….”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주인님이 던전을 찾은 이후부터 아래가 탈 것처럼 뜨거워지고 있었다.

공허와의 관계를 끊은 찬드라니암은 민국을 받아들이면서 그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민국이 자신을 원하기 시작하면? 몸도 자연스레 반응하면서 민국을 원하게 되는 셈이었다.

“벗어.”

“네, 네에….”

민국이 손짓하자 찬드라니암은 대답과 함께 손을 움직였다.

그녀가 입고 있던 프릴이 잔뜩 달린 검은색 드레스가 아래로 툭 떨어졌다. 이어서 모습을 드러내는 하얀색의 가터벨트.

“…오.”

찬드라니암의 작은 외형을 생각하면 살짝 어울리지 않는 속옷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배덕감이 강하게 들었고, 그것이 왜곡된 성욕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하얀색 가터벨트 사이에는 뻥 뚫린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은혜로우신 주인님. 여기 주인님의 충복에게….”

이어서 찬드라니암이 자신의 입구를 살짝 벌리며 달뜬 소리를 내었다.

“주인님의 뜨거운 물건을 넣어주세요.”

“좋아!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찬드라니암의 요망한 행동에 민국은 자지를 벌떡 세우고는 그녀의 몸을 덮쳤다. 그렇게 민국의 대물이 찬드라니암의 안을 꿰뚫었고, 그에 반응하듯 그녀의 보랏빛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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