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8화 〉 그 남자의 정력
* * *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눈을 잡아 끈 것은 한민국과 친하다고 주장하는 다미와 그 주장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고민을 하는 민국의 모습이었다.
ㅋㅋㅋㅋㅋㅋ?
둘이 프로그램 하나 찍지 않았음? 왜 이렇게 어색해 보임?
그 이후로 접점이 없어서 그런 듯? 그나저나 우리 영웅님,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시는데?
매사에 진지한 남자? 아무튼 좋아.
남자면 다 좋아할 년들이 ㅋㅋㅋㅋ
잠깐의 개그 타임에 이어서 감동 포인트를 잡으려는지 어둠 괴물들과 싸우는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토크의 타이틀이 한국을 대표하는 남성 영웅들인 만큼 그들이 어둠 괴물과 상대하면서 받는 고충과 고뇌에 대해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자칫 토크쇼의 분위기가 무거워질 법도 했지만 중간 중간 개그성 멘트들이 나오면서 너무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계속해서 환기했던 터라 내용이 그렇게까지 지루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만큼 영웅들이 사람들을 위해 큰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남자 영웅들 중 어둠 괴물들과 본격적으로 전투를 하고 있는 영웅은 한민국 밖에 없었던 터라 포커스의 대부분이 민국에게 맞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출연진과 게스트를 포함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도 그에 대해 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거나 아니꼽게 보지 않았다. 방송 타이틀은 남자 영웅 특집이지만 민국의 위상을 생각하면 골드 피싱에서 한민국 단독 특집으로 몇 부를 구성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나오는 김석일과 민국의 상황극은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을 깔깔 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토크쇼의 분위기가 무르익던 도중이었다.
[자, 이거 민감한 질문인데…. 한민국 영웅님 괜찮으시겠습니까?]
능글맞은 얼굴로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한다미.
드디어 왔다…!
19 전담 공격수, 한다미!
골? 골? 골? 골?골?
여성 영웅답게 한다미는 골드 피싱에서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포지션이었다.
어떻게든 19금 주제로 몰고 가는 그녀의 입담에 말려 얼마나 많은 남성 게스트들이 얼굴을 붉히며 돌아갔던가?
이어서 나타나는 강채영과 오현아의 멘트 내용에 분위기를 탄 시청자들이 열심히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살짝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다지만 예고편에 나왔던 영웅들은 누가 봐도 강채영과 오현아였다.
ㅜㅑ….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생님 저 팬티가 축축하게 젖었네요. 아무래도 샌 것 같아요.
이미 민국의 정력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나온 증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터라 다들 대단하다고 인정을 하는 분위기였다.
쉴더급 영웅인 GGW의 멤버들도 개인 방송을 통해 한민국 공대장과의 성욕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왕성하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전부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에이, 어느 정도 포장했겠지.
아무리 그래도 여성 영웅이 남자 한 명 버티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
아무튼 일반 남자보다는 대단한 건 확실해 보임.
하지만 여성 영웅이 남자의 정력을 감당하지 못해서 밖으로 내보낼 정도라니.
예고편에 등장했던 영웅이 강채영과 오현아가 아니었더라면 혹은 다른 남자가 그 상대였더라면 조작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을 증언이 내용이었다.
[네. 그런데 현정이가 클랜장 일 때문에 바빠서 집에서 푹 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이후는…….]
그리고 곧 모두를 충격으로 빠뜨릴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미쳤다….
저 얼굴로 섹스를 하는 제스처라니!
아니, 이런 걸 대놓고 방송해도 되는 거임?!
감사합니다, 선생님들! 오늘은 이걸로 하겠습니다!
빨리 우머나이저 가지고 와, 얘들아! 이건 평생 소장각이야!
태연한 얼굴로 섹스를 뜻하는 제스처를 반복적으로 하는 민국의 모습이 방송으로 나오면서 커뮤니티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여자를 좋아하는 건 남자의 본능입니다, 본능. 이상한 게 아니에요.]
[NTR, 아니 NTL!]
[임자 있는 여성이요? 취향에 맞으면 다 좋아요. 원래 미녀는 제 손으로 쟁취하는 법이죠.]
[좋아하는 체위? 요즘 뒤로 하는 게 좋더라고요….]
[제가 침대에서는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걸 좋아해서…. 간혹 행위가 거칠어지기는 하는데 의외로 그런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성인 방송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수위를 넘나드는 토크에 시청자들은 얼씨구나 좋다 하고 방송에 집중했다.
적극적인 남자? 유니콘인가?
아, 아아…!
딥쓰롯 좋아할 걸 얼굴인데? 나 20센티까지 넣을 수 있는데, 한 번 넣어주실?
더욱이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여성 영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말을 꺼내는 민국의 모습에 잔뜩 흥분하는 것은 덤이었다.
[과거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좆집…. 아니, 예쁘게 사랑해주면 되니까요.]
…좆집? 이, 이게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냐?
상상만 해도 클리가 다 떨리네.
나도 한민국 영웅의 좆집이 되고 싶다. 열심히 물어줄 수 있는데…….
아니, 대화 수위 너무 쎈 거 아님? 우리는 좋지만 PD는 경고 먹겠네.
경고 받아도 시청률 보면 행복할 듯.
흐름을 탄 방송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커뮤니티에서 나돌고 있는 썰들을 전부 확인하려는 지 대부분의 질문은 민국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라비아 맥퀸, 강채영과 김태연의 임신 등 특별 게스트에 대한 질문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그리고 민국은 제법 부담스럽게 느껴질 법한 질문들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이야기를 해 나갔다.
[제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남녀가 매일 마다 섹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 어째서요?]
[인간이라는 종족의 번식 때문입니다.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출산율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계시죠?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어둠 괴물의 침략 때문에 아니라 우리 손으로 후대를 이어나갈 아이가 없어서 인류가 사라질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한민국 영웅님께서는….]
[최선을 다해서 제가 사랑하는 여성들을 임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죠.]
곧바로 민국의 딸과 아들인 소영과 지호의 사진이 나왔고, 뒤를 이어 초음파로 촬영한 세 여성의 태아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영웅답게 무려 다섯 번이나 여성을 임신시켰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쉴 새 없이 이어지던 토크가 끝이 나고 게스트들이 한 곡씩 노래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민국이 노래를 시작했을 때,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와……. 뭐야? 이거 보정한 거 아니지?
가수도 아니고, 한민국 왜케 잘 부름?
여자 앞에서 노래만 불러도 바로 뿅 가겠다.
벌써 티랑, 바지 내렸음. 목소리만 들어도 그냥 흥분되네.
허스키한 목소리로 열창을 하는 민국의 노래 실력은 빈말이 아니라 웬만한 가수의 뺨을 때릴 정도로 뛰어났다.
더군다나 가사의 내용이 헤어진 여성을 그리워하는 노래였던 터라 방송을 보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민국이 출연했던 골드 피싱의 시청률은 무려 76%나 되었다.
그로 인해 다시 한 번 방송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민국이었지만, 쉴더급 공격대의 공대장, 인류 최초의 10성 영웅 등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이름값으로 인해 다들 섭외에 주저주저하고 회의와 회의를 거듭할 뿐이었다.
그렇게 방송계에 큰 폭탄을 떨어뜨린 민국은 홀로 부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와…! 바다다…!”
광안리에 도착한 네 명의 여성들이 호들갑을 떨며 외쳤다.
이다은이 포함된 한세린의 친구 네 명으로 구성된 일행들이었다. 정수정, 김예슬이라는 이름의 여성들로 세린과는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들이었다.
“가까이서 구경해 보는 것은 안 되겠지?”
“그러다가 몬스터 튀어나오면 그날로 인생 하직이다?”
“아, 그렇지. 괜히 무리하지는 말자. 아무튼 고마워 세린아. 덕분에 편하게 왔네.”
수정의 말에 세린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자신도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새언니 때문에 편하게 여행을 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종종 챙겨주는 용돈이 아니었다면 비싼 교통비를 내고 부산까지 놀러 올 수는 없었을 터였다.
"새언니가 국민 영웅 강채영이라니…. 진짜 부럽다.”
“부러운 건 새 언니가 아니라 동생이지. 나는 우리 세린이 동생이 한민국 영웅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니까?”
“나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얘가 상상 속에서 소설을 쓰나 했는데…….”
정수정과 김예슬이 고개를 주억이며 세린을 바라봤다.
몇 번이나 진행되었던 한민국 영웅의 결혼식 사진에 포함이 된 친구의 얼굴에 얼마나 깜짝 놀랐었는지.
지금이야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만 가끔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무래도 직접 한민국 영웅을 마주한 적이 없던 까닭이었다.
“잠깐! 다은이 너는 한민국 영웅님을 직접 뵌 거지?”
“뭐…. 나도 자주는 못 뵀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은근 슬쩍 에스랑떼의 제품을 자랑하는 다은의 행동에 두 여성이 이를 으득 갈았다.
부러움와 분노가 한데 섞인 모습이었다. 한민국이 출연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던 골드 피싱에 언급되는 누나 친구가 다은이라는 사실을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배 아파서 못 살겠네!!!”
“오늘은 무조건 한세정과 이다은이 쏘는 거다.”
“맞아. 100원짜리 한 푼 안 쓸 거야.”
날이 선 두 친구의 반응에 한세린과 이다은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이번 여행 비용은 전부 강채영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네 여성은 광안리의 바다를 구경한 뒤, 해운대에 세워진 요새를 견학했다. 해상에서 공격해오는 어둠 괴물의 침입을 몇 번이나 막아준 바 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요새였다.
그리고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냉채 족발로 저녁을 먹고, 회와 술을 잔뜩 산 후 기존에 예약을 한 숙소로 향했다.
방 세 개가 있는 숙소였는데, 하루 숙박비만 무려 180만원이나 하는 곳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이지만, 그녀들에게는 물주 한세정이 있었다.
“아…. 부산에서 만날 남자 없나?”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진즉에 만났지.”
“우리끼리만 노는 것도 재미있기는 한데…. 그래도 남자랑 한 번 놀고 싶다.”
“있으면 뭐 어쩌게? 건드렸다가는 그대로 교도소다.”
“에이, 힐끔힐끔 보는 거지. 아무튼 내 인생은 망했어. …다시 태어나도 남자 친구가 생기지는 않겠지?”
술판이 벌어지면서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자 커다란 귀걸이를 한 정수정이 푸념하듯 말했다.
나름 예쁘게 얼굴과 몸매 그리고 능력을 갈고 닦았지만, 세상에 여자는 많았고 남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드라마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남자 소꿉친구와 같은 상상속의 존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덕분에 정수정은 2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손 한 번 잡아본 경험이 없었다. 그보다는 딜도와 우머나이저와 훨씬 더 많은 관계를 맺었을 뿐이었다. 김예슬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잇! 이다은 마셔!”
“너는 한민국 영웅님과 한 침대에 올라갔겠다?! 일단 먹어!”
그렇게 네 명의 여성들은 이성을 놓고 술판을 벌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근방에는 소주와 맥주를 합해서 열 병 가량이 나뒹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이었다.
딩동.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구야? 누구 올 사람 있어?”
“…아니, 없는데. 관리인인가? 일단 나가볼게.”
“밑에 층 아니야? 우리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었나?”
크게 숨을 뱉은 세정이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술이 오른 듯 갈지자로 휘청휘청 걷던 세정이 용감하게 벌컥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가까스로 내리눌러야 했다.
“오랜만이네?”
“어, 어떻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자신의 동생인 한민국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등장한 민국의 존재에 숙소는 난리가 났다.
“아, 아, 안녕하세요!”
“아녕…, 악! 안녕하세요. 기, 김예슬입니다. 하, 한세린 친구에요.”
특히나 민국을 처음 보는 정수정과 김예슬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민국의 외모가 비현실적으로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옷 핏으로만 봐도 알 수 있는 건장한 몸매가 그녀들의 눈을 어지럽혔다.
갑작스러운 민국의 등장에 두 여성은 몹시 들뜬 듯 얼굴이 잔뜩 상기된 모습이었다. 당연히 팬으로서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하트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이다은의 옆에 앉은 민국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치더니 속옷조차 입지 않은 그녀의 티 안으로 불쑥 손을 집어넣었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이다은의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런 민국의 행동에 이다은을 포함해 네 여성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린 것은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