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21화 (421/486)

〈 421화 〉 자유의 나라, 아메리카

* * *

[한민국,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 우리들의 신이죠.

한 방송에서 이마에 빈디를 찍은 여성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화면이 돌아갔다. 다음 인터뷰 대상자는 딱 봐도 영웅으로 보이는 인물이었다. 방송 화면 아래에 인도 전쟁에 참전했던 영웅이라는 설명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 한민국 영웅이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죠. 【S】 난이도의 던전 공략. 사실 이거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괜히 【S】 난이도 던전의 공략에 성공할 공격대들을 가리켜 쉴더급이라고 부르겠어요?

­ 그런 위험한 던전을 밥 먹듯이 공략에 성공하는 것도 모자라 무시무시한 재앙 놈들까지 쓰러뜨리다니…. 그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요?

[재앙급 괴물이 쓰러지는 모습을 직접 보셨나요?]

­ 안타깝게도 제가 GGW 공격대 소속은 아니라서요. 다만, 재앙급 괴물의 던전이 무너지는 모습은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놀라서 주저앉았을 정도로 믿을 수 없었던 광경이었죠.

제법 시간이 흐른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떨리는 영웅의 목소리는 아직까지도 그 때의 희열이 잊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 다음의 인터뷰 대상자는 굉장한 유명인이었다.

미리암 로스. 그녀는 화이트 하우스의 메인 탱커이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셀럽 중 한 명이었다.

[한민국 영웅? 음…. 그는 우리를 어둠 괴물의 위기에서 구원해 줄 진정한 영웅이라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공대장이죠.]

생각보다 더욱 대단한 찬사에 인터뷰어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 …라비아 맥퀸과 비교하면요?

[라비아도 한민국 영웅의 지휘 능력에는 한 수 접을 것 같은데요? 본인도 직접 그렇게 말할 걸요?]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은 미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화이트 하우스의 공대장인 라비아는 미국의 자랑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었다. 인터뷰어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 실제로 한민국 영웅과 함께 레이드를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인도에서 두어 번 정도? 라비아는 부공대장으로 공략에 참가했었죠. 그 전투에서 한민국 공대장은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야와 정확한 리딩 능력으로 몬스터를 공략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십이 재앙과 그 심복들을 쓰러뜨리려면 어떤 식으로 공략을 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민국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이들은 미국의 방송사인 FOX 사였다.

미노스와 메를린을 물리치면서 오랫동안 이어졌던 어둠 괴물과의 전쟁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낸 세계적인 히어로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는 여성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남성이기도 했다. 물론, 한민국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은 평범한 남성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 FOX를 포함한 다양한 언론 매체들을 통해 미국인들은 한민국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해 열광하기 시작했다. 잘생긴 외모, 뛰어난 전투 능력은 물론이고 아이까지도 여럿이 있는 능력자 중의 능력자였던 것이다.

“한민국? 그 따위 아시아인이 뭐가 좋다고.”

“흥! 운 좋게 마력 각성 몇 번 했다고 동양인이 나대는 꼴이라니.”

물론, 그런 민국의 인기를 질투하는 소수의 남성 무리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한민국이 GGW 공격대와 함께 이뤄낸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인도 전쟁 당시 던전 내에 고립된 화이트 하우스를 구출해냈던 공격대의 지휘관 또한 한민국이라는 사실이 밝혀진지도 오래였다.

그러나 한민국의 이름이 전미를 들끓게 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화이트 하우스의 공대장, 라비아 맥퀸 임신! 그 상대는…. GGW 공격대의 한민국?]

아메리카의 슈퍼스타이자 어둠 괴물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라비아 맥퀸.

그녀의 임신과 관련해서 뜨거운 논란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라비아의 뱃속에 있는 아이 아빠의 정체 때문이었다.

[마이클 존슨 조심스럽게 심경 고백, “라비아가 내 아이를 임신했을지 몰라. 좋은 마음으로 헤어졌지만, 아이를 위해 충분히 재결합할 수 있어.”]

처음 라비아의 임신 소식이 발표 되었을 때 그녀의 전 남친인 마이클 존슨은 라비아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며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다들 그런가? 라며 생각했을 때.

[라비아 맥퀸, “마이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 뱃속에 있는 아이는 한민국의 아이.”]

라비아의 반박이 이어졌다.

그리고 화이트 하우스 멤버들의 증언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난장판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미 도브 케머런에게 버림을 받으면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 마이클이 끈질기게 라비아를 붙잡고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를 확실하게 밝혀내려면 라비아 맥퀸을 대상으로 피검사를 시도해야했지만, 미국법상 그녀가 태아의 친부에 관련해 검사를 받으려면 그녀가 친부라고 주장을 하는 한민국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인들이 내가 이번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그렇다는데요?”

태블릿의 기사를 보고 있는 정예린을 보며 민국은 대체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 미국 방문에는 김소정, 최유나, 정예린을 포함해 뷘드셴 자매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공격대 활동을 할 생각이 아닌 단순한 여행 목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 남은 이들도 있었다.

‘거기에 시라누이 마이는 아직 일본에서 복귀하지 않았고….’

아무튼 국내에서 뉴페이스를 마구잡이로 따먹는 동안 미국에서는 별의별 일이 일어났던 모양이었다.

딱히 그 때의 연락 이후 라비아한테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아서 그냥 잘 지내고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걱정이라도 할까 봐 말을 꺼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민국이 미국에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스튜어디스들에게 눈웃음을 지어주던 도중이었다.

삐이이익! 삐이이이익!

요란한 비상벨 소리와 함께 비행기 내부의 전원이 꺼지며 산소 호흡기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심상치 않은 상황에 민국 또한 마력을 넓게 펼쳐져 기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비행기의 후방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중 몬스터네.”

몬스터의 등장을 알아챈 호위 전투기가 기체를 좌우로 흔들더니 기체를 수직으로 상승시키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여객기가 도망을 칠 동안 자신들이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 보였다.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세상이라니까….’

비행기를 몇 번 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사실로 공중 몬스터가 나타나게 되면 전투기가 몬스터를 유인하는 동안 승객을 태운 여객기가 안전거리까지 최대 속도로 도망을 치고 나중에 전투기가 퇴각을 하는 식의 가이드가 정해져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저 정도 일반 몬스터쯤은 가볍게 처리할 사람이 여럿 있는데, 전투기가 위험하게 나설 필요는 없잖아?”

“그렇죠? 제가 싹 처리해놓겠습니다, 형님!”

“거, 드레이크 한 마리 잡기 딱 좋은 날씨네.”

최유나와 정예린의 상황극이 민국이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투야? 요즘 새로운 게임 같은 거 해?”

“어? 이거 유명한 영화 대사인데…. 아무튼 다녀올게요!”

곧바로 쪼르르 움직이는 둘.

잠시 후, 승무원들과 승객을 뒤로 물린 정예린이 마력을 사용해서 안전하게 비행기의 문을 살짝 열었고, 그 틈 사이로 몇 줄기의 화살이 빠르게 발사되었다. 그리고 민국은 자신의 마력 감지 범위에서 느껴지는 거슬리는 것이 바다로 추락하는 것을 느끼며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렇게 사소한 해프닝이 있었고, 비행기는 무사히 덴버 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민국과 일행들을 반긴 것은 민국이 탑승한 비행기의 항공사 관계자들이었다. 그녀들은 비행기의 무사 도착에 큰 감사를 표했는데, 한국에서 미국까지 오는 동안 위험한 공중 몬스터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피해 없이 비행을 끝마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리고 입국 수속을 밟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찰칵! 찰칵! 찰칵!

수많은 카메라의 플래쉬 세례가 민국과 GGW 멤버들을 반겼다.

* * *

미국은 어둠 괴물의 등장하기 전에도 히어로에 열광하던 나라였다.

그리고 현재는?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히어로들이 현실에 나타나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어둠 괴물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나가고 있었다. 당연히 미국에서 영웅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도 존경받고, 사랑받는 이들이었다.

당연히 GGW 공격대를 이끌고 있는 한민국의 미국 방문은 미국인들의 큰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미국은 현재 라비아 맥퀸의 아이와 관련해서 여러 일들이 벌어졌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덴버 국제공항에 내린 민국 일행은 빠르게 철도를 이용해 세인트루이스로 향했다.

미국의 중심부라는 지리적인 요건 때문에 여러 클랜들의 하우스가 자리를 잡고 있는 이곳에는 민국이 미국을 방문한 이유 중 하나인 화이트 하우스의 클랜 하우스가 위치해 있었다.

“LA에는 어벤저스가 워싱턴에 골덴 이글이 그리고 세인트루이스의 화이트 하우스가 미국의 전역을 커버하고 있는 셈이죠.”

기차역까지 마중을 나온 카밀라 벨이 운전대를 돌리면서 힐끔 뒷좌석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두 개체의 십이 재앙을 쓰러뜨린 주인공들이자 각자가 10등급이라는 인류의 최정예 영웅들이 신기하다는 눈동자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미국을 방문한다고 해서 클랜 하우스가 한바탕 뒤집어졌는데….’

전용기도 아니고, 심지어 일반 노선을 타고 덴버 국제공항에 내렸다. 듣기로는 중간에 공중 몬스터의 습격도 한 번 받았다나?

더욱 황당한 것은 그 덴버에서 세인트루이스까지 평범하게 기차를 타고 왔다는 점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눈앞에서 직접 목격을 했으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기차역에서 난리가 나지 않은 게 다행이네.’

아니, 기차역에서도 난리가 날 뻔 했다.

민국과 GGW 공격대의 미국 방문 소식은 그 전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까.

게다가 한민국의 외모는 멀리서도 걸음을 멈출 정도로 독보적이었으니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 할 리도 없었다. 그러나 민국은 독보적인 외모만큼이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평범한 일반인들은 쉽게 그에게 접근을 하지 못했다.

영웅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영웅들이 접근을 주저했는데, 10등급 영웅의 존재감은 마력을 각성한 영웅들이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던 까닭이었다. 아무리 겁이 없는 난폭한 영웅이라 해도 저 정도 고위 등급의 영웅에게 걸리면 두들겨 맞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한민국이 힐러라서 괜찮을 것 같다고?

인도 전쟁에서 단검으로 심복급 몬스터와 코앞에서 근접전도 펼친 남자였다.

아무튼 화이트 하우스의 라이징 유망주지만 오늘은 GGW 팀원들의 운전기사가 되어버린 카밀라 벨이 클랜 하우스 방향으로 운전대를 꺾었다.

“라비아는 클랜 하우스에 있는 건가?”

“공대장님이요?”

민국의 질문에 카밀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 공대장님의 일정이 어떻게 되었더라….

“아! 오늘 공대장님은 클랜 하우스에 없으세요. 병원에 검진 받으시러 가시는 날이시거든요.”

“병원? 어디 아프세요?”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최유나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라비아가 병원을 간 이유는 본인의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요, 공대장님은 아주 건강하세요. 다만 매주 두 번 아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세요. 첫 임신이기도 하고…. 아시다시피 영웅들은 임신이 쉽지 않은지라 정말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계세요. 그런데 그 개자식은…….”

으드득 이빨이 갈려 오는 소리 차 안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민국은 조용히 카밀라가 개자식이라고 지칭한 남성을 떠올렸다. 마이클이라는 흑인이었던가?

라비아의 전 남친이었던 인물로 현재 라비아가 임신한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을 하는 인물이었다. 의외로 이에 동조하는 미국인들도 적지 않았는데, 간단한 이유였다.

《민국님이 미국인이 아니시기 때문인가요?》

‘응, 혹시나 아이의 국적 문제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싫은 거겠지.’

그렇다고 라비아의 아이를 한국인으로 만들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마이클인가 뭔가 하는 놈은 언제 기회가 되면 손을 한 번 봐줘야 할 것 같습니다, 민국님.》

‘물론이지.’

뿌우의 말에는 민국도 동의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여자에 직접거리는 것은 참을 수 없지. 아무튼 미국을 방문한 목적은 라비아를 만나는 것. 카밀라의 차량이 곧바로 병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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