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7화 〉 자유의 나라, 아메리카
* * *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 건가? 아니, 말이 되는 거야?’
던전을 공략하면서 눈이 맞는 남녀가 없는 것을 아닐 터였다.
하지만 도브 캐머런은 10년 넘게 던전을 공략하면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간단한 이유였다. 던전 공략에 나서는 남자 영웅이 없었으니까.
전 세계에 통틀어 남자 영웅의 숫자는 적지 않았다. 미국만 하더라도 서른 명이 넘는 남자 영웅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 중 몬스터를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남자는 몇 명이나 될까?
던전의 네임드가 아닌 일반 몬스터 한 마리를 쓰러뜨렸다고 기사까지 날 정도니 그 이상은 말 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만큼 한민국이 특이한 존재인 것이다.
아무튼.
던전에서 남녀가 눈이 맞아 서로의 성기를 물고 빨고 섹스까지 하는 일은 여성 영웅들의 상상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판타지에 불과했다.
첫 번째는 던전의 공략에 나서는 수준의 남자 영웅이 존재하지 않았고, 두 번째는 그 남자 영웅이 던전 내부에서 자지가 설 정도로 여자를 아주 밝히는 존재여야 했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이런 남자가 등장하면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을 수준이지.’
그렇기 때문에 도브 캐머런은 직접 눈으로 본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추측을 조금도 확신하지 못했다.
다른 영웅도 아닌 한민국이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과 던전에서 섹스를 했다? 그 누가 들어도 믿을 만한 내용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흘러가는 정황들이 너무나도 딱 맞아 떨어졌다.
“아흐으….”
“…….”
조금 전, 민국과 함께 자리를 비웠던 카밀라 벨이 엉거주춤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불편한 자세에서 도브 캐머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리 사이로 커다란 딜도를 꽂아 넣고 허리를 흔들어대던 동료들이 자주 보여주던 모습이었다. 허벅지 사이로 조금의 힘도 들어가지 않을 때 나오는 자세였던가?
“하아…. 하아…. 너무나 크고 굵은 물건이었어.”
“…….”
황홀한 표정으로 민국을 바라보는 GGW의 영웅.
그녀 또한 한민국과 세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여성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GGW 멤버들이 떠드는 대화를 통해 도브 캐머런은 한민국에 여러 가지 정보를 캐치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한민국은 던전 내에서 여러 번이나 여성 영웅들과 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정보가 하나하나씩 쌓여 나가면서 도브 캐머런은 조금씩 자신의 추측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던전을 공략하고 있는 GGW와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들은…. 한민국 영웅과 몸을 섞고 있는 게 틀림없어.’
구체적인 정황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 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던전 내에서 섹스를 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혹시 이거 기회인가?’
도브의 눈이 번쩍 빛났다. 한민국과 자리를 비우는 여성은 별다른 규칙성이 없었다.
GGW의 멤버들도 있었고, 화이트 하우스의 멤버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를 비운 이들은 하나같이 상기된 얼굴과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며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흐흥, 그렇단 말이지.”
도브 캐머런은 자신의 입술을 훑었다.
전부터 관심이 있던 남자였는데, 이런 식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니. 하늘이 자신을 도와주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흑인 킬러라 불리는 자신의 별명을 던전의 용감한 남자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도브 캐머런은 여우같은 미소로 민국을 바라보았다.
* * *
“후우….”
던전 공략 상황은 여러모로 만족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실버급 마력의 결정도 두 개를 획득하는데 성공했고, 공략도 제법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이 주 가까이 공략을 진행하면서 임시 공격대는 3지구의 반까지 진도를 빼는데 성공했고, 이제 남은 것은 9등급 특수 개체로 밝혀진 두 마리의 네임드뿐이었다.
덕분에 통장도 두둑해졌다.
이제는 돈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재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래도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나쁠 게 없었다. 아무튼 민국은 던전의 남은 두 녀석을 공략하는데 닷새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외로 패턴들이 단순한 녀석들이니까.’
현재 공격대원들의 실력으로도 어렵지 않게 공략이 가능하리라.
여자관계 또한 며칠 전부터는 만족스럽게 풀고 있었다. 몬스터들을 전부 처리한 던전은 수백 평 넓이를 자랑하는 침실이었다.
그런 드넓은 침실에서 민국은 자신의 카르텔이나 다름없는 GGW영웅들은 물론이고, 기존에 따먹었던 미리암 루스나 카밀라 벨을 비롯해 전에는 인사만 나눴던 다른 화이트 하우스의 멤버들도 맛 볼 수 있었다.
다들 쫄깃쫄깃한 맛을 자랑하는 여성들이었다.
“한민국 공대장님. 잠시 시간 좀….”
“물론이죠.”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물건을 맛 본 서양녀들은 틈이 날 때 마다 민국에게 유혹의 몸짓을 보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크기는 제법 되지만 단단함이 부족한 흐물대는 살덩이들을 맛보다가 강철봉보다도 단단한 진정한 남자의 물건을 알게 됐으니 그것에 푹 빠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영웅이라 불리는 그녀들이 남자에게 깔려서 앙앙거리는 자신의 모습은 상상이나 했을까?
남자가 먼저 주도하는 신선한 관계에 화이트 하우스의 멤버들은 순식간에 자신에게 빠져들었다. 덕분에 민국은 지금의 생활이 퍽 만족스러웠다.
아무튼 던전의 공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라비아 맥퀸과 미리암 루스가 자신의 여자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
‘다들 라비아 맥퀸이 내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확실한 증표가 필요했고, 실버급 마력의 결정이 그것을 대신할 터였다.
이어서 던전의 공략이 끝나면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크게 생각은 없었는데 라비아가 출연한다고 해서 제의를 승낙했다. 그리고 나면 미국에서의 일정은 끝이었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실버백이라는 십이 재앙 녀석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놈을 상대할 생각은 없었다.
굳이 십이 재앙 놈을 쓰러뜨린다면 실버백보다는 바이콘이 먼저였다.
‘조만간 가루다에게 연락 한 번 해봐야겠네.’
예전에 바이콘 녀석이 고비 사막 근처에서 무슨 음모를 꾸민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뿌우와 큐우♡도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으니, 그에 대한 정보는 가루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민국이 앞으로의 일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공대장님.”
미소와 함께 사뿐사뿐 다가온 한 여성이 요염하게 민국의 옆에 앉았다.
골덴 이글의 도브 캐머런. 대표적으로 흑인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딜러 영웅이었다. 그리고 현재 【S 7】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지휘를 받고 있는 영웅이기도 했다.
“네, 무슨 일이시죠?”
갑작스러운 도브 캐머런의 접근에 민국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그녀를 대했다.
생각해보면 던전을 공략하면서 그녀에 대해서는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미리암 루스를 따먹고, 화이트 하우스의 뉴 페이스를 따먹느라 정신이 팔렸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브 캐머런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 역시 새로운 뉴 페이스였으니까. 언젠가 인터넷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었다. 남자의 이상형은 처음 보는 여자라고. 그리고 도브 캐머런은 그녀의 다양한 소문이나 별명에 관계없이 민국은 처음 접하는 여성이었다.
“다음 네임드인 실버 팽의 공략에 대해 조언을 받고 싶어서요. 잠시 공대장님의 시간을 뺏어도 괜찮을까요?”
“…….”
이어지는 도브 캐머런의 말에 민국은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알 수 없는 탐욕이 느껴지고 있었다.
‘너무 대놓고 자리를 비웠었나?’
생각해보면 그녀도 성욕이 넘치는 여성 영웅.
게다가 흑인 킬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여럿 남자를 정복한 이였다. 그런 도브 캐머런이 자신과 다른 영웅들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보아하니 지금까지 눈치를 보다가 무언가 확신을 내리고 접근한 것이 틀림없었다.
“뭐, 알겠습니다. 그러면 어떤 부분에 대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근접 전투와 관련해서인데…. 잠시 자리를 옮겨도 될까요?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드려야 하니 사람들이 없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티가 확연히 나는 도브 캐머런의 태도.
그리고 민국은 피식 속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다른 이들은 전부 따먹었으니 마지막은 도브 캐머런으로 장식을 해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흑인 킬러라 불릴 정도로 여러 남자를 경험했던 그녀가 자신의 물건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도 궁금했다.
그렇게 민국은 도브 캐머런과 함께 숲의 안쪽으로 향했다.
이미 주둔지를 펴기 전 근처에 있는 일반 괴물 무리들을 모조리 청소한 까닭에 영웅들을 제외한 생명체라고는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3지구의 내부로 들어가면 아직 남아 있는 네임드가 존재했지만 자신들이 향하는 곳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이었다.
‘…의외로 조심스럽네.’
본진이 있던 자리에서 제법 멀리 떨어졌지만, 도브 캐머런은 자신에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슬슬 본색을 드러내어도 좋으련만 나누는 대화도 실버 팽의 공략과 관련된 이야기뿐이었다. 아무래도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의 페널티가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영웅이라고 해도 남자를 잘못 건드리면 인생이 망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나서야겠어.’
근접 딜러인 도브 캐머런은 격렬한 움직임 때문에 본인의 몸에 쫙 달라붙는 타이즈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그녀의 뒷 태를 감상하던 민국은 손을 뻗어서 그녀의 엉덩이 윗부분을 잡아 올렸다.
“꺄아앗?!”
갑자기 엉덩이가 들리면서 타이즈가 보지에 꽈악 끼는 느낌에 도브 캐머런을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저도 모르게 멍청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의 엉덩이를 잡아당기는 존재가 바로 한민국이기 때문이었다.
“이, 이거…. 서, 성희롱…….”
너무 당황했던 까닭에 그녀의 입에서 마음에도 없는 말이 흘러 나왔다.
애당초 자신의 몸을 이렇게 거침없이 건드리는 이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여태껏 만나왔던 숱한 남자들은 물론이고, 함께 공격대로 활동하는 영웅들도 자신의 몸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반사적으로 가해지는 딜러 영웅의 공격은 마력이 실리지 않았더라도 총 저리가라 할 정도의 흉기나 다름없었으니까.
꾸우우욱…!
하지만 민국은 여전히 손에서 힘을 떼지 않고 있었고, 그럴수록 도브 캐머런은 바지에 엉덩이가 끼는 이상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그러다가 살짝 아픔이 느껴진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민국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아…?!’
그리고는 곧바로 후회를 했다.
상대는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인 남자. 심지어 8성 딜러인 자신의 주먹은 아름드리나무도 한 방에 박살낼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력을 담지는 않았지만, 남자가 버텨낼 수 있는 공격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설령 눈앞의 남자가 영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터억!
하지만 본능적으로 힘을 실어 날렸던 그녀의 주먹은 민국의 손에 의해 가볍게 가로막혔다.
“어, 어어…?”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주먹이 막히자 도브 캐머런은 저도 모르게 다시 한 번 주먹을 휘둘렀다. 딜러의 자존심이 발동한 것이다.
“어디 한 번 이것도 막아보시죠!”
하지만 그녀가 휘두르는 주먹은 민국의 방어를 뚫지 못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도브 캐머런의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말이 돼?’
믿기 힘들지만 눈앞의 남자는 자신보다 훨씬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단순히 힐러 영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는 힐러 클래스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정신과 지능의 마력의 결정만 흡수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능력 또한 굉장히 높은 것이 틀림없었다.
‘괜히 단검을 들고 직접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어.’
그럴 능력과 힘을 지니고 있는 영웅이었다.
그런 민국의 앞에서 도브 캐머런은 【S】 난이도 던전에서 마주하는 강력한 네임드를 홀로 맞닥뜨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살짝살짝 마력을 섞어서 공격을 날렸지만, 예상했던 대로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수록 도브 캐머런은 하나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GGW의 영웅들은 그리고 화이트 하우스의 영웅들은 본인들의 성욕을 풀기 위해 민국과 잠자리를 가진 게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이 맞아서 몸을 섞은 게 아닌 것이다.
‘쉴더급 여성 영웅이 여러 남자를 거느리듯….’
그녀들 역시 강력한 힘을 지닌 남자에게 굴복한 게 분명했다. 그렇게 지배자인 남자에게 깔려 한 마리의 암컷이 되었던 것이다.
“아, 아아….”
사내의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브 캐머런은 자신도 곧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