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34화 (434/486)

〈 434화 〉 동아시아 연합군

* * *

오래전부터 바이콘이 준비했던 던전 브레이크를 대비하기 위해 민국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국내 팬들은 그런 민국을 기다리면서 애를 태우고 있었다.

●민국 오빠, 우리에게도 관심 좀 주세요 ㅠㅠ

●TV방송에 한 번 나왔으면 좋겠다….

●TV는 바라지도 않을 테니 갠방이라도 제발 ㅠㅠㅠ

대한민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스타 영웅.

그것도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아간 미남인 것도 모자라 알파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여자들을 강하게 휘어잡는 톡 튀는 매력까지 보유한 남자였다.

당연히 국내 팬들은 그 누구보다도 민국을 더욱 자주 그리고 가까이 보기를 원했다.

하지만 일 년 가까이 이어진 인도 전쟁에 이어 미국에서도 한 달이 넘도록 활동을 하느라 국내 팬들과는 접점을 만들 수 없었다.

물론, 영웅의 본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영웅 엔터테이너들도 있지만, 쉴더급 영웅인 한민국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상과 중요성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본국으로 귀환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나 했는데….

민국이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않고 바로 새의 탑으로 향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국내 팬들은 아쉬운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갑자기 중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R's 클랜 뭐하냐?! 제발 민국 오빠 스케줄 관리 좀 해!

●민국 오빠 쓰러지기라도 하면 클랜이 책임지나?

●미국에서도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하시지 않으셨어?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건데 우리 오빠는 정말 휴식이 필요해 보여.

타국을 떠도는 민국의 행보에 애가 탄 국내 팬들은 민국의 소속 클랜인 R's에 단체로 항의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GGW 공격대와 한민국 영웅의 과도한 스케줄을 줄여달라는 내용이었지만, 안에 담긴 뜻은 간단했다.

[제발 국내에서 활동 좀 해줘.]

하지만 폭풍처럼 쏘다니는 민국의 행보가 궁금한 것은 R's 클랜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럽게 가루다의 연락을 받고 새의 탑으로 이동한 터라 민국 또한 GGW 멤버들이나 클랜 측에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갑작스럽게 민국을 맞이하게 된 PLA 클랜도 마찬가지였다.

“새의 탑을 방문하고 다음 목적지가 상하이라…. 혹시 어장 관리?”

민국을 맞이하게 된 샤오란이 눈웃음을 치며 물었다.

“어장 관리? 그건 여자가 남자한테 하는 거 아니었어?”

“알파 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누군가에게는 써도 충분한 단어지. 수많은 여성들을 정복한 것도 모자라 그 라비아 맥퀸의 자궁에 씨앗까지 뿌려 넣지 않았나?”

묘하게 날카로움이 담긴 목소리.

보아하니 자신과도 열심히 붙어먹었으면서 라비아 맥퀸만 임신한 것이 마음이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내가 새의 탑을 방문한 것은 어떻게 알았지?”

“최상위 클랜의 공대장이라면 십이 재앙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지. 게다가 너는….”

그 잘생긴 외모 때문에 눈에 띄어도 너무 띄었다.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주억인 샤오란은 힐끔 민국을 바라보았다.

‘금지인 새의 탑에 진입했다는 보고를 확실히 받았는데…’

다친 모습은커녕 조금의 상처도 없어 보였다. 걸치고 있는 옷조차도 누군가가 다려주기라도 한 듯 아주 말끔했다.

당연하지만 샤오란은 십이 재앙인 가루다가 공허의 불꽃을 사용해서 민국의 옷을 다림질 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힐러 혼자서 무사히 탑에 진입했다가 나왔다. 새의 탑이 그만큼 안전해졌다는 건가?’

그렇지는 않을 터였다.

새의 탑으로 파견을 나갔던 PLA 클랜 소속 영웅들은 새의 탑 주변에서 짙은 공허 마력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시 말해 가루다가 점점 그 힘을 되찾고 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멍청한 베트남 공격대가 새의 탑을 공략해보겠다고 달려들었다가 소식이 끊기기도 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남자는 공격대를 구성한 것도 아니고 홀로 새의 탑을 종종 방문하곤 했다. 가루다의 움직임을 체크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한민국이라는 이름 석 자가 평범한 것은 아니었지만 힐러가 홀로 새의 탑을 조사한다? 직접 보고를 받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기는 했다.

“아무튼 가루다의 상태는 어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더군. 던전 브레이크의 여파가 굉장히 컸던 모양이야.”

“그건 천만다행인 소식이로군.”

샤오란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

북쪽의 바이콘과 남쪽의 가루다. 그 두 녀석이 동시에 활동을 시작하기라도 한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끔찍한 재앙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PLA는 모든 전력을 동원해서 남쪽의 가루다를 막아내야 했다. 아무튼 가루다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굳이 자신이 그리고 PLA가 긴장할 이유는 없었다.

PLA 클랜이 관리하는 던전은 순조롭게 공략이 되고 있었고, 이는 새롭게 생겨나는 던전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중의 일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중국은 안전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장 큰일은 없겠고…, 어때?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어장 관리도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

“…….”

민국은 샤오란이 머리를 뒤로 넘기며 자신을 향해 빙긋 웃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는 앳됐지만 관록이라는 걸까? 그녀의 얼굴에서 진한 색기와 발정이 난 짐승에게서만 볼 수 있는 다급함이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저 조그마한 육체를 들고 위에서 열심히 허리를 쳐올리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몸의 대화는 조금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아. 가루다는 조용하지만 중국의 상황이 좋은 건 아니거든.”

“무슨 뜻이지? 설마 새로운 【S】 난이도 던전이 발견된 건가?”

민국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간단한 거라면 오히려 정말 좋으련만. 이어서 민국이 샤오란을 향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야. 새의 탑에서 입수한 정보인데, 바이콘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아.”

* * *

“인도 전쟁이 어둠 괴물에게 큰 위기감을 심어준 모양이로군.”

모든 설명을 들은 샤오란이 혀를 내둘렀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미노스와 메를린을 쓰러뜨리면서 드디어 인류가 반격의 서막을 올리나 싶었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더욱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다니.

‘동시에 세 곳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다? 솔직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정보를 전해준 상대가 상대인터라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더욱이 그 한민국이 새의 탑을 방문해서 얻어온 정보이지 않은가?

게다가 동시에 터지는 던전 브레이크 문제는 전문가들도 언젠가는 일어날 거라 예고했던 일이기도 했다.

“던전 브레이크가 동시에 터지게 된다면, 확실히 세계 영웅 협회도 중국에 영웅 전력을 온전히 투사할 수는 없겠지. 서로의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샤오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렇겠지. 중국의 상황이 제일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영국과 인도양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그래서 GGW 공격대의 계획은?”

“중국 전선으로 참전할 생각이지만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어째서?”

“나도 새의 탑을 조사하고 나서야 이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거든. 아직 공대원들과도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다고.”

당장 머릿속으로 생각나는 대응책도 조잡했다.

GGW 공격대를 이끌고 고비 사막의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것. 하지만 그러려면 외부의 안전을 책임져 줄 군대 혹은 공격대가 절실히 필요했다.

던전을 공략하던 도중 부활석이 깨진다면 민국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아무튼 시간이 많이 없어.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클랜과 계약된 군사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서 움직일 생각이야. 상황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군대가 바로 움직여야 하겠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놈들이 그리 쉽게 움직일 리 없지.”

샤오란의 말에는 민국도 동의했다.

실제로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다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국군은 청더시 근처에서 터졌던 던전 브레이크 때도 주력군을 움직이지 않았다.

‘제 7기동군단이 전쟁에 참가하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지.’

심지어 그 7기동군단도 자국 근처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것 치고는 군인들의 피해를 의식해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도 이러한 한국의 움직임은 일본과 비교하면 천사나 다름없었다.

일본은 자국 내에서 던전 브레이크 대응에 자원한 공격대를 제외하고, 한 명의 군인도 지원하지 않았었으니까. 덕분에 욕을 진짜 엄청나게 먹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고비 사막에서 생길 던전 브레이크야. 몬스터 웨이브가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근처에서 소란을 피워 몬스터들의 시선을 끌어야 돼.”

“던전이 터질 시기는?”

“아무리 늦어도 한 달 내. 최소 【A】 난이도 상급 이상.”

“그거 확실한 정보지?”

샤오란의 물음에 민국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틀렸으면 좋겠지만, 다른 이도 아니고 십이 재앙 중 한 명인 가루다가 직접 이야기를 해 준 정보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인을 받은 샤오란이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긁었다.

“빌어먹을. 남자 좆이나 빨면서 편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이라니….”

그렇게 투덜거리며 샤오란은 바로 자신의 전화를 들어올렸다.

“쯔위, 비상이다. 던전 공략 끝내면 2군 애들 데리고 바로 클랜 하우스로 돌아와. 그리고 1군 애들도 여섯 시간 내로 전부 귀환시켜.”

그리고 PLA 클랜의 모든 영웅을 귀환시키는가 싶더니만 다른 이에게 또 다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장위거 상장에게 연결하도록 해.”

“장위거 상장?”

“베이징의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난징 군구의 사령관이다.”

대충 군단장 정도의 직책을 가진 인물인 모양이었다.

그런 인물과 약속도 잡지 않고 직접 전화를 연결하다니 그만큼 상하이에서 샤오란이 그리고 PLA 클랜의 권력이 정말 대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십여 분 정도의 대화를 끝내고 샤오란이 전화를 내려놓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최소한의 전력으로 베이징의 방어를 유지하고 모든 전력을 북상 시킨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불가능하다며 외치던 장위거 상장이었지만, 던전 브레이크의 징조라는 말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런 대화를 들으며 민국이 의외라는 얼굴로 샤오란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훨씬 대응이 빠른데…. 이런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이 따로 있는 건가?”

“던전 브레이크에 관해서라면. 몇 년 전 청더시 근처에서도 던전 브레이크가 터졌지 않느냐?”

“……아.”

그 때의 일이 채 몇 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샤오란과 장위거 상장의 반응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아무튼 장위거 상장이 이야기를 들었으니, 바로 다른 군구로 연락이 갈 것이고 곧 고비 사막으로 대규모의 정찰 부대가 투입될 거다. 그렇다면 타이머가 위험한 던전도 빠르게 찾아낼 수 있겠지. 대충 한두 시간이면 되려나?”

“대단하네.”

민국은 느릿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예전의 세계에서는 지구적 트롤이나 다름없던 짱깨 국이 이 세계에서는 더 없이 든든한 큰 형님 아니 큰 누님이시라니. 이런 정상적인 반응이라면 치파오 만세를 불러도 무죄였다.

아무튼 중국군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여준다면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기에 앞서 고비 사막의 던전을 찾아내고 공략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몰랐다.

“두 시간이라….”

그 정도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지.

소파에 앉은 민국은 계속해서 이리저리 전화를 연결하는 샤오란을 바라보았다.

사적인 상황에서는 남자에 미친 아줌마가 따로 없는데, 이러한 모습을 보니 확실히 중국을 대표하는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입고 있는 의상은 나이에 비해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냥 벗고 다녀라, 벗고 다녀.’

조그마한 육체에 어울리지 않는 좁은 면적의 옷들. 여성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이었다.

‘심지어 크롭 티가 교복으로 지정된 학교도 있었지.’

예전의 세계였다면 진짜 뉴스에 대서특필 할 사건인데….

아무튼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돌리는 샤오란을 보고 있던 도중이었다. 자신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샤오란이 살짝 윙크를 보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위아래로 흔들어 보였다.

‘나 참….’

다른 남자였다면 성희롱으로 신고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행위.

그러나 예전에 몸으로 많이 대화를 했던 까닭일까? 샤오란은 자신을 알아도 너무 잘 알았다. 샤오란의 도발 아닌 도발에 민국은 소파에 기댄 채로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는 보란 듯 자신의 물건을 꺼냈다. 어때? 맛있어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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