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36화 (436/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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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정력

고비 사막에서 발견된 【S】 난이도의 던전.

갑작스럽게 떨어진 명령을 받고 고비 사막을 수색하던 중국 국경 경비단은 문제의 던전을 발견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S】난이도의 던전은 쉴더급 공격대 중에서도 특별한 몇몇 공격대만이 공략을 시도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의 서식지였다. 문제는 이번에 발견된 녀석이 공허의 마력을 가득 품고 있다는 점이었다.

못해도 한 달 내에 브레이크가 터질 것이 확실한 녀석이었다.

“고비 사막에서 【S】난이도의 던전이 발견되었다고?”

“더, 던전 브레이크?!”

브레이크가 임박한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중국 정부는 난리가 났다.

물론, 그 이상으로 난리가 난 것은 영웅들과 군인들이었다. 완전히 비상이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중국 주석은 바로 지휘관 회의를 소집했다.

“고비 사막은 북부 군구가 관리하는 곳 아닙니까?! 어떻게 이제야 브레이크가 임박한 던전이 그곳에서 발견이 된단 말이오! 그것도 무려 【S】 난이도의 던전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정찰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관련 지역을 정찰했었지만 그 때는 아무것도 발견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당장 다이멍 상장을 직위 해임하고 관련자들의 처벌을…….”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도 정신이 나갔는지, 지금의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권력이고 정치고 나발이고 당장 【S】 난이도의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면 나라 자체가가 망하게 생길 판이었다.

“그래서 다이멍 상장을 처벌하면 베이징 방에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소?”

“…흠, 흠.”

하지만 뾰족한 수가 나올 리 없었다.

만만한 난이도도 아니고 무려 【S】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브레이크가 터지는 근방에 지옥도가 펼쳐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브레이크가 일어날 던전에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는 점이었지만, 큰 위안거리는 아니었다.

아무튼 영웅 협회에 도움을 요청해서 세계의 쉴더급 공격대들을 빨리 소집해야 했다. 던전의 난이도가 난이도인 만큼 이번 전투의 핵심은 【S】난이도의 임시 던전의 처리였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어떤 불협화음과 이권 다툼이 생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가 나누는 동안 중국의 어둠 괴물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9성 영웅, 쯔닝은 깍지를 낀 채 그들의 대화를 구경하기만 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왔네.”

쯔닝의 귀로 병사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를 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반인들은 결코 알아차릴 수 없는 먼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지만, 회의장에 자리한 실력 있는 영웅들은 다들 고개를 갸웃하면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두 남녀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 명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중국의 남부 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PLA 클랜의 공대장 샤오란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민국 공대장님.”

세계의 유일한 남자 공대장이자 인류 최악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십이 재앙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한 한민국이었다.

“중요한 회의의 참석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쯔닝 공대장님.”

“별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죠.”

쯔닝은 고개를 숙였다.

민국이 새의 탑을 조사하고 입수한 정보가 아니었다면 자신들은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채 뜬 눈으로 던전 브레이크를 감당해야 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랬더라면 얼마만큼의 인명과 재산 피해가 생겼을 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한민국 공대장님과 샤오란의 자리 안내와 마실 것 좀 준비해 드려.”

“넵!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

“…….”

한민국이 등장했을 때부터 입만 쩍 벌리고 있던 딜러장이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쯔닝은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상대가 아무리 잘생긴 미남이라지만 그래도 중국을 대표하는 9성 영웅이 저런 행동이라니…. 아무튼 가랑이가 가벼운 년들이었다.

“……후우.”

문제는 다른 이들의 시선도 전부 민국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매력적으로 생긴 남성이라지만 저렇게까지 대놓고 쳐다보니 같은 중국의 영웅인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쪽팔리니 그만 좀 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쯔닝 본인도 힐끔힐끔 민국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샤오란과 한민국이 회의에 참가하고 이야기가 다시 진행이 되었다.

“우선은 병력을 진군시켜야 합니다. 브레이크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브레이크가 고비 사막에서 끝나게끔 해야 인명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정말 불가능합니까?”

주석의 시선이 민국에게 향했다.

나라의 일을 다른 나라의 사람에게 그것도 남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지금의 일은 자존심을 내세울 수 없는 초대형 사건이었다.

그리고 민국은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략 자체는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문제는 던전을 지키고 나설 바이콘의 놈의 정예 부대였다. 한 달 내에 놈의 전력을 처리하고 【S】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한다? 인도 전쟁을 통해 십이 재앙의 전력을 경험해 본 만큼 아무리 자신이라도 그건 자신이 없었다.

주석도 그리고 중국군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인지 더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지상으로 튀어나오는 병력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임시 던전입니다. 특히나 【S】 난이도의 임시 던전의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말끝을 흐리는 중국 지휘관.

그리고 자리에 있는 영웅들과 민국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관의 말대로 던전 내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을 군대가 붙잡고 늘어진다 하더라도 사막 내부에서 생겨날 임시 던전의 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붙기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실전 경험을 보유한 중국군이지만 임시 던전에서 튀어 나와 좀비 떼처럼 달려드는 수많은 어둠 괴물들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말해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면 결국 누군가가 고비 사막 내로 진입해서 임시 던전을 처리해 주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바이콘과 충돌할 것은 당연한 일이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공격대라면….

“상황이 허락한다면 GGW가 임시 던전의 처리에 나서겠습니다.”

전 세계에서는 GGW밖에 없었다.

민국도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중국 일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바이콘이 터뜨린 던전 브레이크로 중국이 무너지게 된다면 그 다음은 한국이 될 게 분명했으니까.

공허의 마력을 보유한 던전들이 존재하는 이상 어둠 괴물들은 좀비처럼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낼 테니 아군은 많으면 많을수록 나쁠 게 없었다.

특히나 중국은 미국과 함께 어둠 괴물 방위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 예전의 세계라면 모를까 이 세계의 중국은 진정한 의미의 따거 국가였다.

“GGW가 그렇게 나서준다면야….”

본인들의 생각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민국의 모습에 중국의 수뇌부들은 감동을 받으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실력 있는 공격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한민국의 GGW는 쉴더급 공격대인 것도 모자라 십이 재앙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하기까지 한 명실공이 세계 최강의 공격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웅 집단이었다.

“그렇다면 GGW 공격대의 호위는 북부 군구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다이멍 상장이라고 했던가?

정찰의 실패 때문에 회의장에서 기 한 편 펴지 못하고 있던 군인이 기다렸다는 듯 나서며 말했다.

이어서 그 막중한 임무를 북부 군구가 아닌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장군들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위험한 임무지만….’

장군들의 심리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다.

단순한 호위임무라고 해도 브레이크의 해결에 결정적인 공헌이 되는 일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이번 위기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나면 본인들의 입지에 엄청나게 도움이 될 테지.

아무튼 민국 입장에서는 누가 호위를 하던 상관은 없었다.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부활석이 깨지는 불상사만 일어나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중국군만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손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지만 일단 R's 클랜 1군도 호위로 대동할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속도였다.

고비 사막의 브레이크가 터지기 전에 중국군의 배치가 끝나야 했다. 그 전에 브레이크가 터져서 몬스터 무리들이 사방팔방 흩어진다면? 전쟁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건 중국은 물론이고, 인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튼 어둠 괴물과 오랫동안 싸움을 벌인 나라답게 수뇌부 회의가 끝나자마자 중국의 북부와 중부 군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북부에서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시민들에게 알려지기도 했지만, 중국 사회의 분위기는 의외로 조용했다.

정부에서 사회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위기감을 조성하는 기사들은 내보내지 못하도록 직접 검열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 청더 시에서 있었던 던전 브레이크를 포함해 중국인들 대부분이 어둠 괴물들의 전투에 익숙해진 것도 큰 이유였다.

《그러면 저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겁니까?》

‘그래, 우리도 앞으로의 일을 대비해야지.’

《큰 싸움이 되겠군요.》

자못 진지한 목소리를 내는 뿌우의 행동에 민국이 얼굴을 찌푸렸다.

‘어차피 너희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잖아?’

힘이라도 빌려주면 모를까, 반투명한 창에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것 말고는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아무 것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그나마 큐우♡는 몸이라도 한 번 대줬지, 뿌우 녀석은…….

‘아니다, 아무튼 괜찮은 퀘스트나 하나 뽑아줘. 클래스나 무기 관련해서.’

블랙급 마력의 결정을 흡수하고 성급을 높이는 것은 나중의 일.

결국 지금 상황에서 공격대의 스펙을 높일 수 있는 건 전투에 도움이 될 레전드리 클래스나 특수 효과를 지닌 기어 스코어 장비뿐이었다.

그리고 이는 아무리 민국이라도 운이 따라줘야만 입수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원래라면 뺑뺑이를 돌아서라도 아이템들을 손에 넣었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는 만큼 퀘스트의 보상으로 획득하는 게 가장 빠른 일이었다.

그렇게 민국은 고비 사막의 던전 브레이크를 속전속결로 끝내기 위해 한국으로 향했다.

임시 던전의 처리가 늦으면 늦을수록 브레이크가 연이어 터질 가능성이 높았기에 이번 원정은 그 무엇보다도 공략 속도가 굉장히 중요했다.

하지만 일은 언제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었다.

* * *

영국 머지사이드 주 방위군.

원탁의 기사단을 포함해 잉글랜드 어둠 괴물 방위 전력의 최정예만 모아놓은 방위군의 지휘막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험악한 분위기였다. 잉글랜드 본토 내에서 전례가 없던 대재앙이 펼쳐지기 일보직전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던전 브레이크였다.

“브레이크 두 시간 전…!”

“두 시간? 두 시간이라고…?! 아니, 다들 눈깔이 없던 거야? 어떻게 지금까지 저런 던전을 체크하지 못하고 놓친 거야?!”

한 군인의 다급한 외침에 갑작스럽게 소집이 된 영웅이 화를 내며 외쳤다. 그런 영웅을 향해 금발의 여성이 진정하라는 듯 제스처를 하며 말했다.

“목소리 높일 필요 없어. 던전의 관리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하?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브레이크가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 던전 관리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요?”

소리를 질렀던 여성 영웅이 애써 분노를 가라앉히며 되물었다.

눈앞의 여성이 아무리 원탁의 기사단을 이끄는 아델이라 하더라도 지금은 그녀를 향해 건방지게 들이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델은 지금의 사태가 군인들의 경계 소홀이라는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문제의 던전은 불과 세 시간 전만 해도 멀쩡하던 던전이었다. 그것도 우리 팀이 공략했던 던전이었고.”

“…네?”

“우리가 공략을 마치고 나왔을 때, 갑작스럽게 던전 타이머가 진행이 됐다.”

아델의 말을 뒷받침하듯 자리에 있던 원탁의 기사 팀원들이 하나, 둘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자리에 있는 영웅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그만큼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다른 영웅도 아니고 원탁의 기사단이 거짓말을 말 할리 없었다.

게다가 던전 타이머의 남은 시간이 인위적으로 짧아지는 경우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가장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생겼고 말이다.

당연하지만 이런 일은 자연적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리를 내었던 여성이 콧김을 세게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귀쟁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군요.”

“그렇게 생각해야 되겠지.”

“아, 씨발. 그러면 이렇게 있을 시간이 없잖아?! 당장 유럽 영웅 협회와 세계 영웅 협회에 지원을 요청해야죠!”

“1차 방어선은 어디서부터 시작할 거죠? 당장 팀원들 소집하겠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공대장들은 재빠르게 영웅들을 소집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영국군도 명령 체계는 제대로 신경조차 쓰지 못할 정도로 바삐 움직여야 했다.

선 조치 후보고.

비록 브레이크가 일어날 던전은 【A】 난이도 하급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터지는 순간 영국 전역이 쑥대밭이 될 건 불을 보듯 뻔 했다.

그렇게 영국 본토가 난리가 났고, 갑작스러운 던전 브레이크 소식은 곧 유럽 영웅 협회와 세계 영웅 협회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고 1차 방어선에서 전투가 막 시작되었을 때, 한국의 R's 클랜에도 지원 요청이 들어왔다.

민국이 막 한국에 도착해서 클랜 하우스로 가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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