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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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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큼한 레포리데
인류를 위협하는 어둠 괴물의 피라미드 최상위에 위치한 개체만이 존재하는 던전답게 【S】 난이도의 던전은 마력을 각성한 영웅들 중에서도 일국을 대표하는 극소수만이 버텨낼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장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이러한 던전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공격대의 업적을 기려 ‘인류의 방패’라는 뜻을 담아 쉴더급 공격대라 불렀다.
그리고 원탁의 기사단은 유럽에 위치한 각각 다른 세 종류의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하는데 성공한 역사를 지닌 뛰어난 실력의 공격대였다.
“원탁의 기사단, 진입하겠습니다.”
기사단을 이끄는 공대장, 아델은 친자매와 같은 팀원들과 함께 【S】난이도의 던전으로 진입했다.
갑작스럽게 생겨난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팀원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일단 길 청소와 정찰부터 진행하자. 네임드가 몇 개체나 있는지 체크도 해야 돼.”
아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투가 벌어졌다.
침입자의 존재를 알아챈 어둠 괴물들이 쉴 새 없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네임드가 아닌 일반 개체에 불과한 녀석들은 9등급 영웅들로 이루어진 원탁의 기사단에게 위협을 줄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간혹 지휘관급 개체가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큰 위협은 되지 못했다.
그렇게 두 시간 가량의 정찰 끝에 아델을 포함한 원탁의 기사단 멤버들은 던전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네임드가 고작해야 세 개체….”
“【S】 난이도 치고는 던전 구조가 생각과는 달리 너무 작은데?”
“갑작스럽게 만들어낸 던전이잖아? 분명 문제가 생긴 거겠지."
“맞아. 완벽하게 던전을 구성하지 못한 게 아닐까?”
“그건 아닐 거야.”
팀원들의 말을 듣던 아델은 고개를 저었다.
“던전의 네임드들은 전부 레포리데 종족으로 확인됐어. 버니의 심복들이 틀림없어.”
그렇지 않더라도 레포리데의 강자들이 던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십이 재앙의 심복들은 최소 9등급 이상의 네임드라고 알려진 것을 생각한다면 던전의 공략은 굉장히 어려운 전투가 될 게 자명했다.
“정신 바짝 차려야 돼. 지금까지 경험했던 【S】난이도의 네임드들보다 강한 녀석이라 생각해야 될 거야.”
“…오늘 하루 죽어나가겠군.”
“그래도 무리해서 놈들을 쓰러뜨릴 필요는 없어. 일단 우리의 역할은 녀석들이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정보를 수집하는 게 목적이니까.”
“어휴, 우리가 들러리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찝찝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는 한 팀원의 말에 아델도 입을 다물었다.
그 말대로 원탁의 기사단이 이 【S】난이도의 던전을 완벽하게 공략할 거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원탁이 기사단 멤버들조차도 본인들이 끝까지 이 던전을 책임질거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었다.
[공대장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델은 던전에 진입하기 전 협회의 사람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신들은 일종의 정찰대였다. GGW 공격대가 영국에 있는 만큼 그들이 공략에 들어가기에 앞서 네임드의 능력을 최대한 알아내 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그만큼 GGW 공격대의 실력이 원탁의 기사단보다 월등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수많은 생명이 걸린 일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울 정도로 아델은 멍청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비밀 통로도 있는지 체크해 봐. 숨겨진 네임드가 있을지도 몰라.”
“확실히…. 구조가 그런 식이기는 하네.”
새롭게 등장한 【S】 난이도의 던전은 입구를 중심으로 세 갈래 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원탁의 기사단은 각 통로의 끝에서 네임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면 공략 들어갈게. 적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까 최대한 수비적으로 갈 거야. 기본적인 포지션은 산개로 하고 상황에 따라 뭉치는 걸로 하자.”
공략 대상을 정하고 준비 장소까지 이동한 아델은 자신의 장비를 체크했다.
다른 팀원들도 스트레칭을 하거나 기도를 외우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긴장을 푸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트라이.
“Fuck…!!!”
“힐! 힐! 완전 미친 새끼들 아니야?! 데미지가 왜 이러는데?!“
“방패 좀 제대로 들어봐!”
던전의 네임드는 그녀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S】난이도의 괴물들보다도 더욱.
덕분에 아델과 일행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조금이라도 더 녀석들의 공격을 감당하고 패턴을 알아내기 위해 죽을 고생을 다해야 했다.
녀석들의 공략?
어느 정도 정보가 알려진 나중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쓰러뜨린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원탁의 기사단은 일방적으로 던전의 네임드에게 두들겨 맞아야 했다.
하지만 소득이 없던 건 아니었다. 부활석이 깨지고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놈의 공격 패턴을 알아낼 수 있던 까닭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격을 받아내는 건 다른 이야기였지만.
그리고 사고가 터졌다.
“꺄앗!”
트라이 도중 네임드에게 공격을 가하고 뒤로 물러나려던 멤버 한 명이 괴물의 손에 붙잡혔다.
“릴리!”
괴물의 악력은 상위 영웅도 버텨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장에 있는 멤버들 모두 릴리를 보며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랬더라면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리라.
하지만 릴리를 보며 씨익 웃는 괴물의 표정에 아델은 등골이 싸늘해지는 섬뜩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빨리 릴리를 구출해!”
“씨발, 미친 괴물 새끼야…!!!”
“그냥 릴리를 공격해!”
눈치가 빠른 영웅들이 먼저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기가 휘둘러지고 강력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웬만한 괴물은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벌레를 상대하는 것 마냥 네임드가 휘두른 가벼운 손짓에 달려들던 팀원들이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아델은 동료가 당하는 끔찍한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해야 했다.
“이, 이거 놔! 놓으라고! 으그그긋!!!”
네임드의 커다란 움직인 세 번. 그리고 사정.
그렇게 한 영웅의 순수했던 마력이 오염되어버렸다.
* * *
던전 공략이 중단되었다.
원탁의 기사단 소속 원거리 딜러인 릴리 제임스는 공격대 내에서 딜량과 여러 가지 궂은 임무를 처리하는 살림꾼이었다.
그런 영웅이 전력에서 이탈했으니 계속해서 공략을 이어 나갈 수 있을 리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녀가 입은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마력이 오염된 영웅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 하하…. 아아악! 악! 아아아아아아악!!!”
죽음에서 되살아난 릴리가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다가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런 팀 동료의 행동을 보며 아델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다른 팀원들도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력이 오염된 이상 그녀의 인생은 끝난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마력이 오염된 그녀는 더 이상 기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없었다. 언제 발정 상태가 되어 팀을 위기로 빠뜨릴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다른 공격대 소속으로 영웅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정상적인 생활도 불가능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마력이 오염된 영웅들은 오염된 마력이 활성화될 때면 저도 모르게 던전을 찾아 몬스터의 자지를 찾는 창녀가 된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얼굴이 눈물로 엉망이 된 릴리가 핸드폰을 잡고 손을 떨었다.
도미닉과 손을 잡고 찍은 배경 사진.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사귀기 시작한 인연이었지만, 그런 미래도 끝이었다. 워킹걸이 되어버린 자신을 도미닉이 받아줄 리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국 역시 호텔에서 릴리 제임스의 사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마력 오염? 이거 타격이 좀 크겠는데….”
“릴리 제임스가 그렇게나 유능한 영웅이었어?”
민국의 중얼거림에 그의 품에 안겨있던 소정이 물었다.
“그건 모르겠는데, 손발을 맞춘 팀원이 이탈하는 것만큼이나 공대장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일도 없으니까요.”
대답과 함께 민국이 얼굴을 찌푸렸다.
과거 온라인 게임에서 공격대를 운영할 당시 레이드 약속을 잡고 일정을 어기는 유저들이 떠올랐던 까닭이었다.
몇 번이나 체크를 해주고, 심지어 단톡방까지 만들어서 연락을 했건만. 꼭 트라이 당일이 되면 일이 생기는 이들이 튀어나오곤 했다.
“흐응…. 그건 그렇지. 아무리 클랜끼리 이적이 활성화 됐다고는 해도 함께 했던 팀원이 사라지는 거니까. 그렇다면 이 누나에게 좀 더 잘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소정이 뱀처럼 허벅지를 감으며 민국에게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를 비벼대었다. 그런 소정의 행동에 민국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삼십분 전만 하더라도 죽을 것 같다고, 제발 그만하자고 비명을 질렀던 것 같은데, 조금 쉬었다고 괜찮아진 모양이었다.
“네? 왜요?”
“왜기는? 나 계약 기간 반년밖에 남지 않은 거 몰라?”
“어…? 이번에 재계약 안했어요?”
예상을 깨는 소정의 말에 민국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
“얘기는 나왔는데, 아직 협상 테이블은 안 열었지.”
정확하게 말하면 못 열었다.
GGW 소속으로 원정 레이드가 계속 되었던 까닭이었다. 그나마 최근에 짧게 휴식기가 있기는 했지만 딸에게 집중하느라 외부와의 연락을 끊기도 했다.
물론, 소정은 R‘s 클랜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적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좋은 제의를 받았지만, 대답조차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민국이 알 리 없었다.
“이런 미친….”
큰일이라도 난 듯 몸을 일으키는 남자의 모습에 소정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핸드폰을 찾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했다. 그만큼 민국이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국이 핸드폰을 찾았을 때.
뒤에서 그를 감싸 안은 소정은 민국의 핸드폰을 살짝 빼내 멀리 던져버렸다.
“클랜에 전화할 필요 없어. 어차피 계약서 날아오면 바로 도장 찍을 거야. 대신에 이 누나가 선금을 좀 받고 싶은데….”
이어서 소정의 고운 손이 바삐 민국의 아래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민국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래도 클랜에서 연락 온 거 없었어요?”
“있었는데 내가 좀 바빠서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지.”
“어휴, 나중에 현정이 누나에게 한 소리 해야겠네. 대체 팀원들 계약 관리를 어떻게 하고 이는 거야….”
“그쪽도 누구랑 결혼하느라 바빴잖아. 게다가 계속된 원정 때문에 제대로 연락조차 하지 못했을 텐데.”
말과 함께 무릎을 꿇은 소정은 민국의 물건을 자신의 뺨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읏….”
자신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자극하는 소정의 행동에 민국도 거칠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헝클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물건을 소정에게 맡긴 채 공격대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GGW 공격대도 출범한지 4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영웅들의 계약이 3,4 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계약 기간이 종료하는 영웅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자신과 팀 멤버들의 카르텔 관계 때문에라도 어이없기 멤버가 이탈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계약과 관련해서 오현정과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있어 보였다. 게다가 나중을 생각하면 새로운 영웅의 영입도 필요했다.
그렇게 뜨거운 휴식을 끝낸 민국은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원탁의 기사단을 뒤로 하고 그녀들이 공략에 들어갔던 【S】 난이도의 던전으로 향했다.
원탁의 기사단이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던전 내에 존재하는 네임드는 세 마리. 게다가 【S】 난이도 치고는 굉장히 작은 소형 던전이라고 했다.
문제는 최종 네임드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을 가능성.
그리고 던전 내에 존재하는 각각의 개체들이 재앙의 심복급 수준으로 강력한 개체라는 점이 거슬리기는 했다. 물론, 자신들이 공략하지 못할 던전은 아닌 것 같았지만 조심은 해야 했다.
“원탁의 기사단 사고 들었죠? 잡히면 알아서 하세요.”
“어차피 마력이 타락해도 우리 자기가 원래대로 되돌려 주는 거 아니야?”
민국의 말을 들은 현아가 무슨 문제냐는 듯 말했다.
“그건 봐야 하는 일이고.”
“엑?! 왜?”
“네토리는 좋아도 네토라레는 싫어.”
흘러가듯 말을 했던 까닭에 현아를 포함한 영웅들은 민국의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본인들의 마력이 오염되는 일 만큼은 무조건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얼굴 표정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면 공략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던전 공략.
민국이 첫 번째로 상대하기로 한 놈은 가장 왼쪽에 있는 개체였다. 그 녀석을 시작으로 시계 방향 순서대로 놈들을 상대할 계획이었다.
“뭐야? 생각보다 버틸만한 것 같은데?”
“어? 현아야, 방패 새로 바꿨어? 어제랑 다른 방패인 것 같은데?”
“오! 달라진 거 눈치 채셨구나? 그냥 마력 필름만 새로 했어요. 어제 득템을 한 것도 아닌데 방패는 못 바꾸죠. 런던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가 있다고 해서 후딱 다녀왔죠.”
“잡담하지 말고 집중하라고.”
사고가 일어났던 던전이지만 GGW 공격대의 공략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녀들이 공략에 성공한 【S】 난이도의 던전만 해도 세 자릿수가 넘었다. 뿐만 아니라 심복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십이 재앙과도 전투를 벌이기까지 했다.
아무리 눈앞의 괴물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지만 강력한 네임드를 여럿 쓰러뜨렸던 짬에서 나오는 여유는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