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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소녀 전쟁-446화 (446/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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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처음이야

퍼억! 퍽!

인간마냥 버니는 주먹과 발길질로 공격을 했다.

‘어둠 괴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외형이지만….’

덕분에 한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페이즈 단계에 따라 녀석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거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버니의 공격은 주먹보다는 발길질의 데미지가 소폭 더 높았다. 그리고 방패로 막거나 흘려내지 못한다면 메인 탱커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대략 35%가 넘는 데미지를 받아야 했다.

‘생각보다…. 데미지가 아프게 들어오는데?’

심지어 이는 지젤의 보호막이 있는 상황에서 받는 데미지.

그만큼 버니의 공격력은 무지막지한 수준으로 기본 데미지만큼은 미노스나 메를린을 살짝 상위할 정도였다.

“아니! 좀 제대로 못 버텨?! 우리 언니 진짜!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물렁물렁해?!”

“씨, 씨발? 네가 막아 보던가!”

“힐! 힐! 힐 업! 메인 탱커 힐 업해!”

덕분에 녀석의 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탱커와 그녀들의 부상을 실시간으로 치유해야 하는 힐러가 제법 고생을 해야 했다. 그래도 녀석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해 트라이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젤이 큰 역할을 해주네.’

민국의 눈이 열심히 탱커에게 보호막을 걸어주고 있는 지젤에게 향했다.

팀원들의 보호에 특화된 힐러. 버니처럼 평타가 강력한 네임드를 상대할 때는 거의 필수로 공격대에 포함시켜야 하는 클래스였다.

그런 지젤의 활약으로 힐러진은 버니의 강력한 공격을 어떻게든 버텨내면서 꾸역꾸역 탱커를 살려낼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녀석의 공격 패턴에 적응하지 못한 트라이 초반.’

조금씩 전투 경험이 쌓이다보면 녀석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 감이 잡히기 마련. 그 때면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버니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터였다.

아무튼 갑작스럽게 시작된 버니의 트라이.

녀석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던 만큼 민국은 공격대 전체의 생명력을 커버하며 버니의 모든 변화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새로운 패턴인가?’

무턱대고 메인 탱커를 공격하던 녀석의 움직임이 살짝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서 현아의 방패 공격을 몸을 숙여서 피한 버니가 팔이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카운터?!”

퍼억!

“커헉!”

이어서 물 흐르듯 이어지는 버니의 공격이 현아의 명치를 제대로 가격했다. 순식간에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는 탱커의 모습에 켄달이 재빠르게 회복 능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어, 어어?!”

“힐 업! 힐 업해!”

“치유! 치유가 안 돼요!”

회복되지 않는 탱커의 부상.

그리고 이후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현아가 사망하자마자 타냐가 어그로를 잡으며 현아가 다시 되살아날 때까지의 시간을 벌려고 했는데, 그녀 역시 카운터를 얻어맞자 힐러들의 힐이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와…. 네임드 그것도 최종 보스급인 녀석이 스킬로 힐 밴을 때리네. 패턴 진짜 좆같네.”

결국 탱커의 사망과 함께 버니의 공격에 박살이 난 민국은 던전의 외부에서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거칠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쩝 입맛을 다셨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당장 생각이 나는 해결책은 카운터를 얻어맞는 순간 탱커들끼리 어그로를 핑퐁하는 방법이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버니의 디버프를 삭제할 수 있는 스킬의 사용이었다. 그러나 GGW 공격대 소속 영웅들의 스킬 구성으로는 버니의 디버프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잇몸으로 때워야겠네.’

십이 재앙 버니의 두 번째 트라이.

그리고 오현아와 타냐 루스의 어그로 핑퐁으로 버니의 패턴을 무력화시키려던 민국은 바로 자신의 계획을 접어야 했다.

퍼억! 퍽!

“아, 씨발….”

메인 탱커에게 카운터를 날리며 회복 무효화 디버프를 때려 넣은 버니 녀석이 부 탱커에게 어그로가 돌아가자마자 그녀를 향해 푸른색으로 물든 주먹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 * *

“아, 디버프 걸리는 거 어떻게 할 수 없나?”

트라이가 실패로 끝나고 타냐가 짜증스러운 음색으로 말했다.

강력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버텨낼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힐러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했다. 아무리 영웅이 초인적인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영웅 자체의 치유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몇 초나 버텨야 하지?”

“15초요.”

“힐러들 도움 없이 탱커 혼자서 그 시간을 감당하는 건….”

“무조건 불가능이에요.”

켄달의 냉정한 말에 민국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공방을 생각하면 15초라는 시간은 적은 시간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십이 재앙 버니. 15초는커녕 5초만 힐이 비어도 차가운 바닥에 탱커가 누워있을 거라 장담할 수 있었다.

팔짱을 낀 민국이 검지를 두드렸다.

“녀석의 디버프를 제거할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겠어.”

다행히도 관련 스킬 스톤을 구하기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 희귀한 스킬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스킬 스톤을 구하러 다닐 시간은 없었다. 일단은 영국 협회에 도움을 요청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오늘 더 이상의 트라이는 없는 겁니까?》

‘그래야겠지. 버티지도 못할 거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잖아?’

탱커가 버티지 못하면 트라이를 진행할 수 없다.

이건 절대적인 진리나 다름없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버니를 상대로 아군의 탱커가 생존하려면 녀석의 회복 무효화 디버프를 반드시 제거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 트라이에 나서는 GGW 공격대의 스킬 구성에 디버프 제거 스킬은 없지.’

그런 이유 때문에 오늘의 던전 공략 일정은 여기서 끝을 낼 생각이었다.

“그러면 오늘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

그렇게 민국이 공략 일정의 종료를 선언하려던 때였다.

“한민국 공대장님!”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영웅이 아는 척 민국에게 말을 걸었다.

얇은 민소매 블라우스에 늘씬한 다리가 돋보이는 팬츠 차림의 미녀였다. 원탁의 기사단을 이끄는 아델이었다. 그런 아델의 뒤로 피곤한 기색의 미녀들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아델 공대장님…. 던전 공략을 마치시고 돌아가시는 모양이군요.”

“네. 흐아암! 이른 새벽부터 【A - 2】, 【A - 3】 던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바람에 일찍부터 달려 나왔거든요.”

“피곤하시겠네요.”

아델의 말을 들으며 민국은 빠르게 원탁의 기사단 멤버들을 훑었다. 그런 민국의 행동이 아델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 따로 찾으시는 사람이 있나요? 우리 기사단에서?”

“딱히 그런 것은 아닌데…. 릴리 제임스 양이 보이지 않아서요.”

“아….”

무심한 듯 중얼거리는 소리였지만 민국의 말을 들은 아델의 얼굴이 티가 나도록 어둡게 물들기 시작했다.

릴리 제임스.

한 때 원탁의 기사라는 이름으로 잉글랜드의 국민들을 위해 어둠 괴물과 싸우던 영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기사단을 탈퇴한 상황이었다. 마력이 오염됐기 때문이었다.

[일단 숙소에 머무르고 있어. 오염된 마력의 해결 방법은 우리가 어떻게든 찾아볼게.]

마력이 오염됐다지만 함께 목숨을 걸고 어둠 괴물을 상대했던 동료.

때문에 아델은 릴리 제임스가 원탁의 기사단을 떠나는 것을 극구 말렸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괜찮아, 아델. 어차피 계약 기간도 거의 끝났잖아? 이대로 깔끔하게 기사단에서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릴리 제임스는 기사단에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원탁의 기사단을 떠났다. 기사단이 임시 던전의 처리를 위해 원정을 나간 사이에 말이다.

이어서 아델의 얼굴이 딱딱하게 변했다.

그 과정에서 기사단의 구단주라 할 수 있는 영국 왕실의 일원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릴리 제임스의 탈퇴를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릴리의 오염된 마력이 활성화되면 기시단의 이미지에 문제가 생길 거라 생각한 모양인지 탈퇴 승인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델이 할 수 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민국 공대장님이 릴리와 인연이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 안타깝게도 릴리는 현재 기사단에 없답니다. 잠시…. 마력이 깨끗한 곳으로 여행을 떠났거든요.”

민국이 아델을 바라봤다.

그녀가 말하는 여행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릴리 제임스의 마력이 오염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영웅들끼리의 은어였던 까닭이었다.

릴리 제임스의 이름값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녀의 마력 오염을 언제까지나 비밀로 할 수는 없는 노릇. 보아하니 지금처럼 이야기를 꺼내면서 알음알음 사실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부재에 대한 충격을 덜려는 것처럼 보였다.

“음…. 좋은 곳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곳은 R's 클랜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현정이 릴리 제임스와 접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력 오염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자신이 있는 이상 마력 오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는 오염된 마력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야겠네.’

잠깐 난리가 나기는 하겠지만 다들 환영을 하면 환영했지 큰 문제는 없을 것처럼 보였다.

“레포리데의 던전….”

아무튼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돌리듯 아델이 화제를 돌리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선이 조금 전 GGW 일행들이 빠져 나온 【S】 난이도 던전으로 향했다.

"원래는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인데 GGW 영웅들에게 무거운 짐을 맡기는군요.”

“괜찮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게 저희들이 된 것 뿐이니까요. 영국 역시 우리 한국이 위험했을 때 도와준 적이 있지 않습니까?”

“대구에서 터졌던 던전 브레이크였던가요?”

“어…. 맞지 않을까요? 하하, 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인데 제가 그쪽으로는 머리가 좋지 않아서요.”

민국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대구 던전 브레이크는 이 세계에 자신이 없었을 때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나마 전 세계의 공격대가 한국을 도와주기 위해 날아왔다는 것 정도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아무튼 저희 영국을 위해 발 벗고 나서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맛있는 밥을 사도록 하겠습니다.”

“피쉬 앤 칩스나 정어리 파이는 사양하고 싶은데요?”

“피쉬 앤 칩스도 제대로 된 집을 가야죠. 제가 나중에 좋은 곳 소개해 드릴게요.”

확실히….

튀긴 게 맛이 없을 리 없지. 악명 높은 영국 음식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따라가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이번 일이 해결된 후에 말이다.

“그러면 조만간 시간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오늘 저녁은 어떠신가요?! 아! 트라이 때문에 조금 힘드실까요?”

“트라이 일정은 끝이 났는데, 오늘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 네?”

민국의 말에 아델은 흘깃 손목의 시계와 게이트의 입구를 보며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간은 점심이 조금 지나 있었다.

이어서 아델은 살짝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GGW의 빡빡한 일정은 영웅들 사이에서는 모를 리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일정을 종료하는 것을 보아하니 트라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 던전 내부에 있던 레포리데 세 녀석은 전부 쓰러뜨렸습니다.”

“네? 하지만 던전 타이머는….”

“불청객 녀석이 등장해서요. 두 번 트라이를 시도했는데, 지금 저희들의 상황으로는 답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델이 갑자기 눈에 힘을 주었다.

근처에서 둘의 대화를 듣던 원탁의 기사단 멤버들도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졌다. GGW 공격대가 상대하기 힘들 정도의 불청객.

“버니가 등장했군요.”

“…딩동댕.”

그런 수준을 지닌 어둠 괴물은 잉글랜드에는 단 한 녀석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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