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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처음이야
"흐아아아암!"
밀려오는 피곤함에 한 영국군의 입이 쩍 벌어졌다.
당장이라도 쓰러지면 잠이 들 것 같은 피곤함이었지만 군인의 전방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언제 어둠 괴물이 몰려들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를 늦출 수 없던 까닭이었다.
"샬롯 상병. 이제 삼십분 후면 교대다. 그때까지만 참도록 해."
"네!"
플로렌스 하사의 말에 하품을 했던 샬롯 상병이 흠칫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이어서 하사가 손가락으로 쉿 자신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시끄럽게 소리 내서 대답하지 마. 괜히 놈들을 자극할지도 모르니까."
"아, 알겠습니다."
"전방 주시 뿐 아니라 지면을 살피는 것도 잊지 말고. 레포리데 놈들은 지하 구멍을 뚫고 접근하기도 하거든."
말을 하면서도 하사의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던전 브레이크가 터지면서 시작된 전쟁은 십이 재앙인 버니가 등장하면서 점점 본격화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최근 놈들의 맹공이 연거푸 이어지고 있었다. 때문에 놈들의 공격을 막기 위한 인간들의 희생도 엄청난 수준이었다.
영국군 87만, 유럽 연합군 176 만.
도합 250만에 가까운 군대가 이번 전쟁에 투입되었는데 2개월밖에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사상자 숫자가 무려 40만이 넘었다. 민간인들의 피해는 제대로 된 집계조차 할 수 없을 정도.
'인도 전쟁에 이어서 놈들과의 전면전이 다시 한 번 터지다니….'
끝이 보이지 않았던 괴물들의 공세.
짧게 이어졌던 평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에 플로렌스 하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끝도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괴물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군인들이 이 땅을 지켜내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괴물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자신들의 땅을 지켜내겠다는 강인한 의지 때문이었다.
다만 괴물들의 공세가 거칠어지면서 전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사기는 낮지 않았는데 최근 부대 사이에서 돌고 있는 희망적인 소문 때문이었다. 쉴더급 공격대이자 인류의 희망인 GGW 공격대의 버니 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끝나가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쩝. 영국이 자랑하는 원탁의 기사단이 녀석을 잡았어야 했는데….'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플로렌스 하사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재앙급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공격대는 오직 단 하나. GGW 뿐이었다. 아무리 원탁의 기사단이 날고 긴다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심지어 원탁의 기사단은 버니를 상대했다가 릴리 제임스를 잃는 손해를 보기까지 했다.
"플로렌스 하사님."
"응?"
"현재 GGW 공격대가 버니와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GGW 가 버니를 쓰러뜨리게 되면…. 이 전쟁도 함께 끝날까요?"
"글쎄다…. 뭐, 그렇지 않을까?"
샬롯 상병의 질문에 플로렌스 하사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병은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그녀는 솔직히 말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상부의 말에 의하면 이번 전쟁에서 모습을 드러낸 괴물들의 숫자가 수백만이 넘는다고 했다.'
물론, 구심점을 잃은 세력은 빠르게 와해되기 마련이었다. 특히 어둠 괴물은 재앙급 존재를 중심으로 똘똘히 뭉치는 놈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숫자가 버니가 사라진다고 해서 갑자기 물러난다?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 땅의 지하에 언제 그렇게나 많은 새끼를 쳤는지…. 나 원 참.'
정말 통탄할 노릇이었다.
화제는 자연스레 GGW 공격대로 넘어갔다.
GGW 공격대는 이번 전쟁에서 가장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바로 놈들의 수장인 버니를 맞상대하는 일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GGW 공격대는 모든 군인들이 가장 선망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 한민국이 공대장으로 있는 공격대인터라 병사는 물론이고 장교들 사이에서도 GGW 공격대를 한 번 보기 위해 애를 쓰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한민국 공대장은 이슬만 먹는다고 했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생긴 그의 외모를 생각하면 그 허황된 말이 일리가 없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던 도중이었다.
"……."
플로렌스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언제 부터였을까? 주변의 환경에서 심한 이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경계를 소홀히 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대화를 나눴던 것 자체가 실수였던 모양이었다.
"하사님?"
얼굴이 잔뜩 굳은 하사의 모습에 샬롯이 두려운 얼굴로 총을 꽉 쥐었다. 그녀 또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두 여자는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주변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 저기……!"
플로렌스 하사가 앞을 가리켰다.
어둠 괴물 무리들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전차대대로도 상대하기 힘들다는 까지 킹 래빗도 다섯 개체나 보이고 있었다.
하사가 꿀꺽 침을 삼켰다.
'저 놈들이 이곳을 공격했다면.'
자신들이 무사하기는 힘들었을 터였다.
그렇게 때문에 갑작스럽게 물러나는 어둠 괴물의 행태가 의아했다.
녀석들이 런던으로 진격하려면 자신들이 지키고 있는 방위선을 반드시 뚫고 지나가야 했다. 아무튼 녀석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장 상부에게 알려야 하는 중요한 내용이었다.
"하로게이트 북쪽 전선! 괴물들 후퇴 중!"
"요크에서 무전입니다! 레포리데 녀석들이 물러나고 있다고 합니다!"
"프레스턴과 블랙번! 놈들의 포위가 풀렸다고 합니다!"
수많은 군인들이 바쁘게 밀려드는 통신을 받았다.
하나같이 최전선에서 어둠 괴물들이 물러나고 있다는 통신들이었다. 솔직히 말해 모두가 믿기 힘든 정보들이었다.
불과 어제만 하더라도 놈들은 영국의 모든 전선을 무너뜨릴 듯 맹렬히 공격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보들을 조합한 사령부는 정말로 놈들이 물러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GGW 공격대! 버니 레이드 성공!"
인류의 등불이자 희망이나 다름없는 GGW 공격대의 십이 재앙 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끝난 게 결정적이었다.
괜히 괴물들이 물러나는 게 아니었다.
꺄아아아아!!!
아아아아악!!!
GGW 공격대와 버니 레이드의 이야기가 빠르게 퍼져 나갔다. 곧이어 승리의 기쁨에 사방에서 비명과 함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GGW 와 한민국의 이름을 외치는 숫자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힘들었고, 많은 희생자를 낸 전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자신들의 터전을 지킬 수 있었다. 아니, 이 땅에 자리한 레포리데들을 몰아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기까지 했다.
메를린에게서 벗어나 인류의 식량을 책임지는 땅이 되어버린 인도처럼 재앙의 손아귀에서 독립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 * *
"…뭔가 싱거운 트라이였어."
"그렇게요."
버니 트라이를 끝낸 GGW 멤버들은 하나같이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게 결국 버니를 쓰러뜨린 것은 자신들의 능력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날카로운 무기와 마력은 버니를 무릎 꿇리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녀석을 굴복시킨 것은 공대장 한민국의 커다랗고 두꺼운 자지였다.
"성공할 줄 알았어요!"
호텔로 복귀한 GGW 공격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원탁의 기사단을 이끄는 아델이었다.
버니를 직접 상대해 본 적 있는 아델은 재앙급 괴물이 얼마나 강력한 괴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민국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숫제 자신의 우상 아니 히어로를 보는 것과 닮아 있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모든 전선에서 레포리데들이 물러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고 해요. 정말로 녀석들이 도망치고 있는지는 지켜봐야 하지만요."
"놈들이 후퇴하고 있는 건 분명할 겁니다."
레포리데를 이끄는 재앙인 버니의 굴복.
공허의 연결을 끊으면서까지 생명의 기운에 매료된 녀석이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릴 리 없었다.
뭐, 그와 관련해서 여러 문제들이 숙제처럼 남아 있기는 했지만.
민국은 자신들과 버니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소설처럼 꾸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레포리데의 후퇴는 정말이고, 앞으로 놈들이 영국을 침공하지 못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
이야기를 들은 아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민국은 이러한 아델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둠 괴물들이 등장한 이후 영국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필이면 재앙급 존재인 버니와 레포리데들이 그녀들의 땅에 둥지를 펼쳤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얼마나 큰 피해를 보아야 했던가?
그런데 버니가 GGW 공격대의 손에 의해 토벌되고, 놈의 세력이었던 레포리데 또한 공허로 되돌아갈 것 같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것도 버니를 직접 상대한 공대장의 입에서 말이다.
"저, 정말인가요?"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노스와 메를린의 세력도 그렇게 무너졌으니까요."
다시 한 번 되묻는 아델을 향해 민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아직 모든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언제 고비 사막의 문제가 터질 지 알 수 없었고, 인도양 어딘가에 있다는 파푸니르는 공략할 방법조차 없었다.
* * *
지이잉.
통신이 연결되고 붉은색 머리카락의 레포리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시카 래빗입니다."
본인의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가슴을 자랑하는 그녀는 '공허의 창녀'라는 레포리데답게 온 몸에서 색기가 풀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통신구를 보던 재앙, 파푸니르가 뭐에 홀린 듯 물었다.
"…정말로 버니 녀석이 공허로 돌아갔다고?"
"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는 제시카 래빗의 모습에 바이콘과 파푸니르의 입에서 신음에 가까운 소리가 흘러 나왔다.
레포리데를 이끄는 버니는 상당히 강력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존재였다.
두 주먹을 앞세운 녀석의 접근전은 재앙급 존재들도 굉장히 까다로울 정도. 하지만 그런 버니가 인간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레포리데는….
"족장을 잃은 터라 저희들은 이번 전쟁을 계속해서 지속해나갈 원동력을 잃었습니다. 때문에 레포리데는 이번 전쟁에서 물러나 힘을 비축할 생각입니다."
이는 단순히 둥지에 틀어박혀 복수를 꾀한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버니의 명령에 따라 레포리데는 외부로 드러난 둥지들을 모두 폐쇄. 모든 전력을 던전 내에 집중시키고, 훗날을 대비할 생각이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민국이 지정한 자리에 대형 둥지를 펼칠 생각이었다.
통보에 가까운 제시카 래빗의 말에 통신을 받은 바이콘과 파푸니르는 당황했다.
레포리데의 상황이 어떻든 놈들이 유럽의 시선을 끌어줘야 자신들이 좀 더 편하게 활개 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인간의 강력한 전투 집단은 GGW 공격대의 발목을 붙잡아 줘야 했다.
하지만 제시카 래빗은 그 말을 끝으로 통신을 끊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레포리데를 이끄는 족장이 공허의 벽에 갇혔기 때문일까? 굉장히 냉정한 태도였다.
그리고 통신을 끊은 제시카 래빗의 등을 누군가가 툭툭 두드렸다.
"잘했어.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돼."
버니였다.
"…꼭 이래야 하는 겁니까?"
제시카 래빗이 울상어린 모습으로 말했다.
통신을 하는 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냉정한 척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상위 존재를 상대로 거짓을 말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짧은 통신인데도 불구하고 소모 심력이 말이 아닐 정도였다.
이어서 버니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잖아? 나는 공허의 벽에 갇힌 것으로 알려진 몸인걸."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죽은 척 있다가 한민국의 정을 받아 순혈 레포리데를 잔뜩 키워내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 다른 십이 재앙들을 몰아내고 이 땅을 정복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제시카 래빗이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였다. 누군가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재앙급 존재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통신이었다.
곧이어 통신을 보낸 주인공을 확인한 제시카 버니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통신구를 떨어뜨렸다. 버니의 얼굴 역시 딱딱하게 굳어졌다.
메를린.
인간들의 손에 소멸되었다고 알려진 십이 재앙의 연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