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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처음이야
두 달 간 유럽을 휩쓸었던 전쟁이 끝이 났다.
인류는 승리를 거뒀고, 레포리데는 도망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쟁이 남긴 상처는 적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삶의 터전이 무너졌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깊게 남은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줄 터였다.
[The Hero!]
[Good! Great! Win!]
[인도의 구원자, 다시 한 번 인류의 승리를 이끌어내다!]
승리의 가장 큰 공로자는 누가 봐도 GGW 공격대였다.
앞장서서 위험한 던전을 공략해낸 것도 모자라 십이 재앙 중 하나인 버니를 상대해 치열한 전투 끝에 결국 놈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때문에 런던 거리를 포함해 영국 전역에서 민국과 GGW 공격대의 이름이 외쳐지고 있었다.
특히 이번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의 반응은 광신에 가까웠다.
이전부터 민국과 GGW 공격대는 군인들 사이에서는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간단히 말해 영웅과 군인의 관계는 실과 바늘처럼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였으니까.
그야말로 전우애가 넘치는 사이인데, 상대가 도 내 아니 세계 최고의 S 급 미소년이기까지 했다.
그냥 자신을 바라만 봐줘도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데, 민국은 GGW 공격대를 이끌고 요격 및 방어전에도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괴물과의 전면전에서 상위 공격대의 전력은 대대급 이상의 전력을 자랑했고, 그런 GGW 공격대의 활약으로 전쟁에서 생명을 구한 이들의 숫자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런 민국과 GGW 공격대가 군인들이 믿는 신으로 떠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와아아아아!!!
여전히 흥분으로 가시지 않은 거리.
민국은 어슴푸레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GGW 공격대는 오늘 바로 출국을 준비해야 했다. 영국의 일은 마무리 되었지만, 모든 사건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시아의 모든 전력이 집중된 고비 사막.
그 안에 숨어 있는 바이콘과의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정말 바쁘게 움직이시네요, 민국님.》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어, 음…. 실제로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민국님. 민국님께서 잠수 아니, 좋지 않은 일로 아주 바쁘셨으니까요.》
뿌우의 말에 민국은 머리를 긁적였다.
쉴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전장에 나섰고, 버니가 등장한 이후에는 녀석을 상대하느라 모든 신경을 그 쪽에 집중해야 했다.
'생각해보면 나만 바빴던 것도 아니잖아?'
뿌우와 큐우♡녀석도 자신들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움직임을 조심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녀석들을 보니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뿌우가 가지고 올 보상이 반가웠다.
"결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민국님. 이렇게 빨리 버니까지 굴복시킬 줄이야…. 역시 카오스님께서 세계를 구워하기 위해 부르신 전설의 용사십니다.》
"…어, 음. 그래."
전설의 용사라니. 뿌우의 아부에 괜히 낯이 뜨거워진다.
《가루다, 미노스, 메를린에 이어 버니까지. 이제 지구를 위협하는 재앙의 세력은 여덟 곳뿐이로군요.》
"그래. 그래도 지금처럼 쉬운 싸움은 되지 않을 거야."
솔직히 말해 재앙들이 여성체만 이루어져 있으면 상관이 없었다. 자신의 물건과 생명의 기운으로 타락시켜버리면 그만이니까.
'아니, 정화라고 해야 되나?'
그러나 남성체 괴물들은 이야기가 달랐다.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민국님.》
《맞아요!》
좌우로 움직이는 뿌우와 부끄럼 표시를 보여주는 큐우♡
"응, 그냥 죽여 버리면 그만이야."
그리고 둘을 향해 민국이 썩은 표정을 지이며 말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쉽게 선 넘는 소리를 하는 녀석이었다.
아무튼 민국이 야심한 새벽에 둘을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레포리데를 물리친 보상. 기존에 약속했던 대로 새로운 레전드리 클래스와 그와 동급인 아이템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GGW 멤버들의 특징을 바꿀 생각은 없어.'
현아를 포함한 GGW 공격대는 민국이 처음부터 심혈을 기울여 키운 공격대였다.
그만큼 GGW 공격대는 멤버들의 시너지가 던전 공략에 맞게 딱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레전드리 클래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말고 다른 친구들이 써도 되잖아?'
빠르게 크고 있는 신지민이나 릴리 제임스와 같은 공격대의 예비 멤버로 생각하는 영웅들이 사용해도 되었고, 다른 공격대에게 대가를 받고 넘겨줘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막아야 할 어둠 괴물은 많고….'
실력 있는 공격대가 부족한 게 인류의 현실이었다.
재앙은커녕 녀석들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위험 난이도 최상위 괴물만 나타나더라도 GGW가 아니면 막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심지어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국가도 많지 않으니 말 다한 셈이었다.
《그러면…. 준비하겠습니다.》
보상을 받겠다고 하자 뿌우가 몇 가지 선택지를 늘어놓았다.
"흐음…."
그리고 민국은 고민 끝에 '신의 방패'라는 레전드리 클래스 스톤을 골랐다.
뿌우가 제시한 여러 선택지 중에서 민국이 신의 방패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신의 방패가 탱커 계열의 클래스였기 때문.
'안정적으로 레이드를 진행하려면 무엇보다도 탱커가 잘 버텨줘야 해.'
탱커는 네임드의 어그로를 붙잡고 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포지션.
때문에 레이드는 탱커가 네임드 몬스터를 상대로 버텨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진행할 수 있었다.
당연히 탱커의 기량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만 상위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신의 방패는 상당한 가치를 지닌 클래스 스톤이라 할 수 있었다.
레전드리 급 장비는 마력구 계열의 무기를 골랐다. 신나연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에이스 원거리 딜러니까.'
정예린, 최유나, 신나연.
GGW 공격대의 원거리 딜러진 중 가장 딜량이 높은 영웅은 신나연이었다.
조금의 보조적인 능력도 없이 모든 스킬들이 공격에 몰빵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는 메모리아의 기둥이 될 거라 불렸던 에이스. 몬스터의 틈을 노리고 데미지를 우겨넣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아무튼 신나연은 공격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았다.
기어 스코어가 높을수록 또한 장비의 등급의 높을수록 본인의 공격 능력이 상승되는 특징 때문이었다.
민국의 눈동자가 자신이 고른 선택지로 향했다.
【타오르는 마나의 마력구】
기어 스코어가 1600인 레전드리 급 아이템.
동 스코어의 장비보다도 공격력이 뛰어난 데 이어 타오르는 마나의 마력구는 착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마나의 양에 따라 마력의 위력을 증폭 시켜주거나 마나를 회복시켜주는 두 가지 효과가 번갈아 발동되기까지 했다.
그냥 아이템 효과만 보더라도 사기적인 수준의 아이템이라 할 수 있었다.
"바로 던전 하나 공략해야겠네."
민국이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선택한 장비를 손에 넣으려면 【S】 난이도 이상의 던전을 공략해서 보물 상자를 열어야 했다. 굉장히 귀찮은 작업이지만 뿌우의 정체를 드러낼 수는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민국이 뿌우와 큐우♡에게서 이번 전쟁의 보상을 얻고 있을 무렵, 레포리데의 수장인 버니는 크나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 * *
[오랜만이네?]
수정구에 비친 여성체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사에 버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떻게 네 년이?"
메를린은 인도 전쟁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니, 사망했다. 그녀가 지닌 공허의 기운이 완전히 소멸되었으니까 말이다. 같은 재앙급 존재의 기운을 자신이 놓칠 리 없었다.
그런데 수정구에 비친 존재는 메를린이 분명했다. 녀석 특유의 재수 없는 눈빛은 숨길 수가 없었다.
"하, 하하…. 이런, 씨발."
이어서 버니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웃음을 흘렸다.
공허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메를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살아 있는 이유. 그리고 인간에게 무릎을 꿇은 자신에게 죽었다고 알려진 녀석이 연락을 해 온 이유. 퍼즐의 조각들이 너무나도 쉽게 맞춰지고 있었다.
"나랑 똑같구나, 너도."
녀석에게서도 공허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다시 말해 메를린 또한 자신과 똑같이 생명의 기운을 받아들일 게 틀림없었다. 보아하니 한민국이라는 인간 남성은 메를린과도 교미를 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설마 미노스도?"
[아니, 걔는 진짜로 죽었어.]
"……어째서?"
버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둘 다 재앙급 존재인데 굳이 미노스를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 생명의 힘을 이용해서 굴복시키면 되는데?'
무식한 놈이기는 했지만 녀석의 파워만큼은 진짜였다.
전투력만으로 따진다면 메를린보다는 미노스가 조금 더 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봐야 종이 한 장의 차이였지만.
'대체 무슨 꿍꿍이지?'
민국이 어둠 괴물을 죽이지 않고 본인이 지닌 생명의 힘으로 굴복시키는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짐작이 가는 건 그가 공허 세력의 연합체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려고 한다는 것 정도?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던 버니가 메를린을 쳐다보았다.
"아무튼 죽었다고 알려진 년이 겁 없이 연락한 것을 보니 너도 이야기를 들었나 보네."
[들었지. 울고 불며 난리를 쳤다면서?]
"하?!"
버니가 코웃음을 쳤다.
"울고 불며 난리?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들었는데?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래?"
수많은 남성체를 굴복시켰던 레포리데의 족장이자 그들의 정점에 있는 존재였다.
물론, 메를린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꿰뚫었던 한민국의 물건은 그만큼 엄청났으니까. 특히 민국이 자신의 안에 사정을 할 때면 버니는 몇 번이나 정신을 놓아야 했다. 몸을 가득 채우는 쾌락과 생명의 기운이 안겨다주는 행복감은 무슨 짓을 해도 버틸 수가 없었다.
"흐으으음…."
단순히 떠올린 것만으로 흥분이 밀려왔다.
버니는 입술을 살짝 핥으며 흥분을 다스렸다. 옆에 있던 제시카 래빗이 자신을 보는 게 느껴졌다.
자신의 심복이었던 녀석은 자신이 인간 남성인 민국에게 굴복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뭐, 제시카가 하는 생각도 이해는 되었다. 녀석이 봤던 인간 수컷은 전부 허약하고 약해 빠진 놈들이었으니까.
'나도 한민국의 자지에 박힐 때까지는….'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뭐, 한 번 박혀보면 제시카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터였다. 생명의 기운이 담긴 자지에 박히면 어떻게 되는지.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었다.
"그래서 죽은 년이 갑자기 연락을 한 이유는 뭐야?"
[너네 이주한다면서?]
메를린의 말에 버니가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야기 진짜 빠르네. 네가 그 수컷의 부하라도 되는 거야?"
[부하는 아니고, 두 번째 부인.]
"…두 번째?"
[응, 그리고 넌 세 번째야. 아니지, 네 번째구나?]
"무슨 개소리야? 누가 누구의 부인이야?!"
버니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머리는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메를린이 두 번째라면 첫 번째도 있다는 말 인데….
'그게 말이 돼?'
아무리 생각해도 민국에게 넘어간 재앙이 더 있다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누구냐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메를린이 쉽게 대답해 줄 것 같지 않았다. 이야기를 해 줄 생각이었지만 진즉에 했을 터였다.
잠시 후, 메를린이 말했다.
[아무튼 너희들이 이주할 장소를 말해주려고 연락했어.]
"어딘데?"
[카스피 해, 서쪽.]
"카스피 해?"
버니가 미간을 좁혔다.
인간들의 손에서 구한 지도를 펼쳐보니 여기서는 조금 멀리 가야하는 지역이었다. 위치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자신들과 투닥거릴 인간 국가들도 없었고, 상당히 큰 호수 또한 근처에 있었다. 한 가지 문제라면 남쪽으로 영역을 넓히게 되는 순간 도르만 녀석들과 경계를 맞닿게 된다는 점이었다.
'녀석은 좀 껄끄러운데.'
카슬이 이끄는 도르만 부족과 레포리데의 관계는 서로 데면데면한 그런 관계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녀석들의 발정기였다.
도르만들은 발정기가 오면 짙은 페로몬을 흩뿌리며 이성과의 교미를 찾아 분주히 돌아다니는데, 문제는 그 페로몬에 레포리데들 또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카슬 녀석은 그녀에게 지분거리던 녀석이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재앙급 여성체들에게 지분거렸지만. 이유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암컷은 오직 재앙급 존재라고 했던가? 여러모로 재수가 없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한민국과 약속을 한 이상을 자신은 그의 말을 따라야 했다.
순혈의 레포리데를 낳으려면 계속해서 민국의 정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남쪽이 아직 북쪽으로 영역을 넓힌다면 도르만과 부딪칠 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