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그러면 즐감하세요!
사막의 폭풍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GGW가 중국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 중국은 지금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
인류 공동의 적이라는 어둠 괴물.
그것도 바이콘이라는 재앙을 상대해야 하는 마당에 중국은 본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연합에 참전한 다른 나라들도 이상함을 느끼고 있을 게 분명한 상황.
중국이 몇 개의 집단군을 총 동원해 이번 일을 틀어막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기에 다들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GGW가 구두로 한 약속을 깨고 나선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별다른 불만을 내색하지 못할 터였다. 결국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쉴더급 공격대가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자존심 문제가 있겠지만, 어둠 괴물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우는 건 전 세계적인 왕따가 되고 싶다는 말과 동일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자신과 중국의 관계는 지금보다 더욱 나빠질 터였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이 아니라 베이징에 있는 정치인들이겠지만….'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들 또한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자신을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인도면 모르겠지만, 한 나라의 정치인들이 그렇게까지 멍청한 족속은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커지겠네."
민국의 입가로 허탈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나의 중국 아니 두 개로 나눠지는 중국의 상황이 머릿속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베이징은 몰라도 상하이와 난징의 시민들은 PLA와 GGW를 지지할 게 분명했다. 애당초 중앙의 행정력은 그 쪽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으니 서로가 다른 나라라고 해도 무방했다.
"네, 쯔위 공대장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여자의 자존심보다 인류의 안전이 더욱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베이징에서 우리를 견제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소정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베이징이고 나발이고 그녀 입장에서는 꿀릴 게 하나도 없었다. GGW에 몸담고 있는 자신이 중국의 클랜으로 이적할 일도 없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것보다 소정은 하루라도 빨리 바이콘을 처리하고 귀여운 딸과 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계속되는 전쟁 때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의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건 그렇지."
민국이 소정의 의견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중국 정부는 헛 다리를 짚고 있었다. 브레이크 된 던전을 공략해 특별한 아이템을 얻고 그것으로 GGW 같은 10 등급 영웅을 키워낼 계획으로 보이지만, 브레이크 된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 따위는 없었다.
보상 상자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의 양이 조금 더 늘어날 뿐이었다.
'재앙이나 심복급 녀석을 쓰러뜨린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건 텐센스의 1군이 나선다고 해도 힘들 것 같았다.
뭐, 운이 좋다면 심복 중 최약체 녀석쯤은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도 텐센스 역시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영웅들로 구성된 공격대니 말이다.
하지만 바이콘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오직 10 등급 영웅으로 구성된 GGW 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장위거 상장하고 최희 중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샤오란도 불러야겠네요."
GGW가 브레이크의 중심부로 들어가려면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 * *
고비 사막을 횡으로 돌파해 브레이크의 중심부로 진입한다는 계획.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민국의 계획을 들은 유혜령 준장이 끄응거리는 소리를 내며 물었다.
듣기만 해도 엄청나게 힘들 것 같은 작전이었다. 희생자도 굉장히 많이 나올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측에서도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흘러 나왔다. 다들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총사령관인 장위거 상장도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낀 모습. 이어서 민국이 아쉬울 게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여기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괴물들을 막아내도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바이콘 녀석은 더욱 세를 불리겠죠. 결국 시간이 지체될수록 인류는 더욱 강한 적을 상대해야 할 겁니다."
"녀석들의 세력은 79, 80 집단군이 상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레이크 된 던전 또한…."
"중국 아니 베이징의 공격대가 막아내고 있죠."
콕 찝어서 베이징을 지목하는 민국의 목소리에 장위거 상장이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웃음을 흘렸다. 민국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상대는 재앙입니다. 고작 두 개의 집단군으로 녀석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
지휘관들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고작 그 정도의 전력으로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다면 인류가 어둠 괴물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렸을 리 없었다. 하물며 인류는 GGW를 제외하면 재앙급 존재를 감당할 수조차 없었다.
"텐센스가 나섰다지만 그녀들이 바이콘을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그리고 녀석들에게 시간을 줄수록 강력한 어둠 괴물이 인류의 앞을 가로막게 될 겁니다."
"강력한 어둠 괴물이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심복급 개체가 있겠군요."
민국은 강력한 어둠 괴물이 어떻게 생겨나는가에 대해 지휘관들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둠 괴물의 세력은 크론이라는 공허의 마력을 소모해 어둠 괴물을 공허에서 불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재앙급 존재를 상대한 공격대는 오직 GGW 뿐. 대충 비슷하게 꾸며내기만 하더라도 이 자리에 있는 지휘관들 입장에서는 믿는 것이 당연했다.
"으음…."
"강력한 괴물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니…. 확실히 그건 곤란하겠군요."
민국의 말을 들은 몇몇 장교들이 쯧하고 혀를 차며 미간을 좁혔다.
그 때 장위거 상장이 고개를 들어 민국을 바라보았다. 지휘 막사의 분위기가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달아올랐다.
"GGW를 지원하며 브레이크의 중심으로 향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희생자가 많이 나오겠지만, 인류의 공적인 바이콘만 쓰러뜨릴 수 있다면 충분히 감당해 내야 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요?"
민국의 물음에 장위거 상장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렇습니다. 연합군은 71 집단군과 한국의 7 군단에게 동부 전선의 방위를 맡겼습니다. 하지만 한민국 영웅의 말씀대로 움직인다면 저희들은 사령부의 명령을 거부하는 셈이 됩니다."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장위거 상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겠냐고. 당연하지만 이는 명령 불복종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71 집단군이 GGW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장위거 상장과 휘하의 병력은 중앙 정부에게 찍히게 되는 셈이었다.
현재 연합군의 사령부는 중국 정부의 명령을 받는 중국 장성들이 장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PLA 클랜도 마찬가지겠지.'
그 뿐인가?
상하이 및 난징 시민들에게도 영향이 미칠 것이다. 중앙과 지방의 갈등이 지금보다도 더욱 깊어질 가능성도 농후했고. 하지만 재앙이라는 공통의 적을 두고 멍청하게 있을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상하이는….'
PLA의 전력을 높이면 해결할 수 있었다.
항명? 그 문제는 자신이 홀로 책임질 수 있었다. 한민국과 GGW라는 이름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 GGW가 바이콘과의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문제가 커지겠지만, 부활석이 있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녀석이 고비 사막에 숨은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민국이 말했다.
"버니가 영국에서 시선을 끄는 동안 바이콘은 인류의 약점을 찌를 준비를 갖췄을 겁니다. 이번 브레이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A - 9】 난이도라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둠 괴물은 무려 8 등급의 녀석이었죠."
장교들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유능한 영웅들이 희생되었고, 브레이크가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특수한 경우이자 함정이었다.
"녀석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바이콘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병력의 방향을 틀어서 던전 브레이크를 뚫어내며 바이콘이 숨어 있는 던전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도록 하겠습니다."
민국의 말이 끝나자 찬반이 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찬성파와 반대파 전부 고비 사막에 숨어 있는 바이콘의 꿍꿍이가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 게다가 GGW 공격대는 세 개체의 재앙을 쓰러뜨린 전적이 있는 공격대였다.
그리고 바이콘은 버니나 메를린보다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재앙이었다.
"어차피 중앙에 진출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평생을 상하이에서 살아야 겠군."
장위거 상장이 말했다.
그리고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애당초 7군단의 최희 군단장과 유혜령 준장은 GGW의 편이었다.
* * *
작전이 시작되었다.
이번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71 집단군과 참모진은 최후의 최후까지 작전을 짰다.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되는 작전이기 때문이었다. 영웅 전력까지 전부 포함한 작전으로 자존심이 강한 영웅들도 참모진의 작전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애당초 한민국과 GGW 공격대 및 PLA가 작전대로 움직이는데, 다른 공격대가 참모진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우우우우웅!!!
그렇게 전차대대를 중심으로 진격이 시작되었다.
지형이 워낙에 험난한 곳이기 때문에, 직선거리를 뚫고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충이나마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콰아아앙! 쾅!
"숫제 핵무기가 따로 없네."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바위가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전차병이 혀를 내둘렀다. 저런 위력이 고작 인간의 몸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후우…."
"고생하셨습니다, 영웅님."
집채 만한 바위를 세상에서 지워버린 유나가 이마에 난 땀을 쓸었다. 그리고는 병사가 주는 수통을 받아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10 등급 영웅이 굴삭기가 되어 전차 대대의 길을 뚫는 황당한 상황.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바위 사막인 고비 사막의 길은 그만큼 험난한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군단의 선봉이나 다름없는 전차 대대에 고위 영웅들이 배치된 이유는 길 뚫기만이 아니었다.
"땅울림! 괴물들이 접근합니다!"
"모두 정지! 포신 돌려!!!"
"기관총 거치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무전.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이 부리나케 움직였다. 그 중에는 영웅들도 끼어 있었다.
"빨리 처리하고 이동하도록 하죠."
타고 있던 전차에서 뛰어내린 김소정이 등 뒤의 대검을 꺼내 들었다.
그녀가 마력을 운용하자 커다란 검신의 위로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의 얼굴이 몽롱하게 변했다.
인류 최강의 전력이라 불리는 10 등급 영웅.
그녀들의 위력을 보는 것은 병사들도 처음이었다.
잠시 후, 작달막한 괴물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GGW의 영웅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군인들은 하늘이 갈라진다는 표현이 어떤 상황을 뜻하는 지 깨달을 수 있었다.
펑! 퍼퍼펑!
폭우가 쏟아지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던 괴물들이 흉포한 마력에 휩싸여 곤죽이 되었다.
하늘에 빗발치는 핏물로 인해 병사들은 붉은 색의 비가 내리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저런 무시무시한 존재가 자신들의 편이라는 사실에 병사들은 다들 가슴을 쓸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