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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폭풍
민국은 이 세계의 권력 싸움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인구 및 영웅 숫자가 가장 많은 중국이 지구의 패권국이 되던 인류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미국이 국제 정세의 주도권을 잡던 혹은 GGW 공격대의 이름을 빌린 한국이 급부상을 하던 자신에게 불필요한 피해만 주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여겼다.
뿌우와 큐우♡라는 존재 그리고 이 세계로 끌려온 이유가 명확하게 존재했기에 그런 사소한 것보다는 자신과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들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어둠 괴물을 쓰러뜨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트롤 짓을 하면 곤란하지."
카카카캉! 콰드득!!!
어둠으로 휘감긴 칼날이 몬스터의 단단한 외피를 긁어내리더니 그대로 뚫어버렸다.
전차의 날탄도 버텨내는 괴물의 장갑이었지만 마력을 집중시킨 무기의 공격은 막아낼 수가 없던 모양이었다. 하물며 상대는 영웅 중에서도 정점에 올라 있는 10 등급의 히어로였다.
[쉬시시시시싯!!!]
생소한 아픔에 풍뎅이를 닮은 괴물이 강렬한 살의와 함께 괴성을 터뜨렸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고통스러워하며 귀를 막았다. 그리고 이에 반응하듯 현아가 움직이려고 했지만 민국이 한 발자국 더 빨랐다.
우우웅!!!
민국의 신형이 잔상만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래스 - 악의 칼날.
한민국의 세컨드 클래스로 지금처럼 몬스터들을 학살할 때 체인지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직업이었다.
민국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림자 속에서 숨은 칼날이 튀어나올 때 마다 풍뎅이 괴물의 급소에서 피가 쏟아지듯 흘러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풍뎅이 괴물의 거체가 앞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놈의 눈동자에서는 조금의 생기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하, 한민국 영웅님은 힐러 아니었습니까?"
"나도 그렇게 알고 있기는 한데……."
중령 계급장을 단 군인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힐러 영웅이 단검 하나 들고 앞으로 나서더니 중형급 괴물을 그대로 썰어버렸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찍어 누른 싸움이었다. 어른이 아이를 괴롭히는 것보다 더한 차이였다.
간혹 드물게 세컨드 클래스를 사용하는 영웅이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다.
하지만 민국이 지금 보여준 모습은 세컨드 클래스가 아니라 한 공격대의 딜러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알기로 민국은 팀을 서포트 하는 힐러 클래스의 영웅이었다.
'…나도 모르겠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중령은 생각을 하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시체가 되어버린 괴물을 바라보았다.
'저 스크랩 녀석을 상대하려면….'
화력을 집중 시켜 한 번에 녀석의 갑주를 뚫는 게 아닌 이상 전차 서너 대 정도는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런 녀석이 세 마리나 나타났는데, 자신들은 포탄 한 번 제대로 쏠 일이 없었다. 기껏 해야 녀석이 처음 등장했을 때 견제용으로 포탄을 한 번 날린 게 활약의 전부였다.
두 녀석은 나타나자마자 GGW의 원거리 영웅들이 곤죽으로 만들었고, 남은 한 놈도 한민국 영웅이 직접 나서서 고깃덩이로 만들었다.
'이게 10등급 영웅인가?'
중령의 눈동자가 민국에게 향했다.
세계의 많은 영웅들이 우상으로 삼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 그와 그가 이끄는 GGW 공격대가 나서니 어떤 강력한 괴물이 나더라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말이다.
"하아압!"
"저기 세 녀석 빠졌다! 원거리 딜러 처리해!!!"
"내가 열세 마리 잡고 있어! 빨리 좀 와서 도와줘 봐!"
전방 부대에 함께 움직이는 다른 영웅들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섰다.
쉴더급 공격대인 GGW 한민국이 직접 전투에 나서는 상황. 랭커 클랜이라 해도 가만히 있을 수 없던 까닭이었다. 그런 영웅들의 화력에 힘입어 한, 중 연합군에게 달려들었던 어둠 괴물들은 몽땅 소탕이 되었다.
살아남은 몇몇 무리들이 부리나케 도망치기는 했지만, 녀석들은 방어선을 지키고 있는 신속 대응대대가 나서서 소탕할 계획이었다. 중, 대형급 몬스터가 나타나는게 아니라면 군인들의 화력으로도 충분히 격퇴할 수 있었다.
"이동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영웅님. 자, 출발한다!!!"
정리가 마무리 되자 전차들이 우렁찬 엔진소리를 내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나절 쯤 움직였을까? 민국에게 무전이 들어왔다. 샤오란이었다.
[여기는 PLA, 브레이크가 임박한 던전을 발견했어.]
"브레이크가 임박한 던전? 위치는?"
곧바로 지도에 위치가 찍혔다.
GGW가 있는 곳에서 20여분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이어서 민국이 물었다.
"클리어까지 걸리는 시간은? 우리는 그대로 움직일까?"
혹시 모를 어둠 괴물의 대규모 공세를 생각하면 서로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리 내에서 움직이는 게 좋았다. 이어서 샤오란이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이쪽으로 와야 할 것 같아.]
"그쪽으로?"
PLA 의 수준이면 웬만한 던전이라면 전부 공략이 가능했다. 그런데 도움 요청이라고? 그렇게 민국이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영웅 패드에 표시되는 난이도가 【S - 7】로 찍히고 있는 상황이야.. 아쉽게도 PLA 단독으로는 던전을 공략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 * *
군단의 이동이 멈췄다.
급속으로 무전을 받은 장교들은 주위의 부대들과 협력해 혹시 모를 어둠 괴물과의 전투를 대비해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새로 발견된 【S - 7】 난이도의 던전을 중심으로 대항하듯 구축한 방어선이었다.
"정찰대 이 개자식들.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던전을 지금까지 어떻게 발견을 하지 못한 거야?"
우우우우웅!
불길한 울음을 내뿜는 게이트를 보며 샤오란이 욕설을 내뱉었다.
게이트의 중앙 위쪽에 보이는 시계는 거의 정각에 다다르고 있었다. 해석하자면 게이트가 곧 터질 거라는 뜻이었다.
"……."
화를 터뜨리는 그녀의 심정에는 민국도 동의했다.
영웅 패드에 찍힌 게이트의 등급은 샤오란의 말대로 【S - 7】 난이도였다. 이 정도 수준의 게이트가 터진다면 최소한 동북아시아는 쑥대밭이 될 게 분명했다. 애당초 자신이 김소정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방어선에서 짱 박혀 있었더라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겠네.'
어둠 괴물만 많이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심복급 아니, 재수가 없다면 바이콘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못해도 수백만 이상의 인명 피해가 생겼을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당연히 한국도 무사하지는 못했을 테고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샤오란의 눈이 민국에게 향했다.
상하이의 여제인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만큼 브레이크가 임박한 【S - 7】 난이도의 게이트는 모든 이들에게 공포를 주고 있었다.
"일단 공략에 들어가야죠."
"공략…? 그렇지. 그러면 우리 PLA 도 준비해야 할까?"
"당장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민국이 고개를 저었다.
게이트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녀석들을 쓰러뜨리고 얻을 수 있는 보상은 PLA에게는 큰 도움을 주는 그렇지만 GGW 공격대에게는 크게 쓸모가 없는 아이템일 터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PLA 영웅등를 대상으로 한 버스를 운용할 수는 없었다.
"일단은 던전의 마력을 소모시키는 게 우선이니까요."
짧은 트라이로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야 했다. 다시 말해 빠르게 공략 진도를 빼야 했다.
그래야 소멸된 네임드를 수복하느라 던전이 대거 마력을 소모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야만 던전의 브레이크를 점점 늦출 수 있었다.
"그, 그렇지."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있던 샤오란이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짓다가 미련을 털었다.
그만큼 민국의 말이 정석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게이트가 터지지 않는 게 중요했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느 정도 던전의 마력을 소모시키고 나면 PLA 멤버들과 함께 던전을 공략할 계획이니까요."
재앙은 몰라도 심복 수준의 어둠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실력 있는 공격대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GGW가 먼저 지쳐서 쓰러질 터였다. 그리고 PLA 이라면 충분히 자신에게 도움이 될 공격대였다.
'중국이 살짝 불편하지만….'
샤오란과 장위거는 베이징과 다른 노선을 걸을 게 확실했다.
이 둘이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상하이 또한 독립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로 인해 문제가 크게 일어나겠지만, 베이징이 직접 상하이를 징벌할 여유는 없었다. 샤오란과 장위거가 상하이의 권력을 꽉 주름잡고 있는 게 그 이유겠지만, 상하이의 군사력 자체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상하이가 자신들을 방어하는 데 있어 베이징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면?
'새의 탑에 있는 가루다가 움직일 수도 있겠지.'
슬그머니 허난 성으로 가루다가 보금자리를 옮기기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꼼짝도 하지 못할 터였다. 재앙의 보금자리 앞에서 소란을 떤다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샤오란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빠진 여자. 가끔씩 안아주기만 하더라도 배신할 생각은 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S - 7】 난이도의 던전 공략이 시작되었을 때 연합군 사령부는 난장판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동부 방위를 맡은 71집단군과 7 기동군단이 갑작스럽게 서진을 개시했기 때문이었다. 총사령관인 류시시는 장위거 상장을 가리켜 인류의 배신자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정도.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도 7 기동 군단의 행보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게 기동 군단의 진격을 멈추라고 욕이 섞인 협박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심각하게 흘러가던 분위기였지만, 장위거 상장이 이끄는 71 집단군이 브레이크가 임박한 【S - 7】 난이도의 던전을 발견하자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녀석이 터진다면 동아시아 전체를 넘어 유럽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 까닭이었다.
게다가 【S - 7】 난이도의 던전을 발견하자마자 GGW 공격대가 바로 공략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합군 내에서는 장위거 상장에게 선견지명이 있다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중국군에게는 악재로 돌아오고 있었다.
GGW 공격대가 【S - 7】 난이도의 던전 브레이크를 막는 동안 사령부의 명령을 받는 중국군이 맡은 구역에서는 또 하나의 브레이크가 터졌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베이징에서는 두 개의 집단군을 추가로 파병해야 했고, 현재 네 개의 집단군이 인력을 갈아 몬스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는 판국이었다.
* * *
퍼어억!
네임드의 공격에 얻어맞은 현아의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영웅 패드에 나타난 그녀의 생명력이 3할 가량 사라졌다. 그리고 순간의 차이를 두고 이어진 힐러진의 회복 능력이 그녀가 느낀 고통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찰나처럼 연달아 이어지는 과정이었기에 현아가 느낀 고통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세 명의 영웅들에게 향했다. 힐러진의 실력이 뛰어나면 이런 장점이 있었다.
"곧 녀석이 능력을 사용할 거야! 각자 발밑의 문양을 체크하는 것 잊지 마!"
민국이 외쳤다.
【S - 7】 난이도의 던전에서 마주하게 된 네임드는 특수한 능력을 사용했다. 각자의 영웅들에게 여러 개의 저주를 걸고, 저주에 걸린 대상자들이 규칙적으로 뭉치지 않으면 사망하게 만드는 능력이었다.
"어둠, 절망, 슬픔, 고통!"
"슬픔, 절망 모여!!!"
"어둠! 어둠 이쪽으로 와!!! 최유나! 여기!!!"
표식이 찍히자 여기저기서 다급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처음 트라이가 진행될 때만 하더라도 이 공격이 끝나면 서너 명이 사망했는데,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자 지금은 어렵지 않게 대응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 있었다.
그렇게 이십 분 정도 시간이 흐르고, GGW 공격대의 눈앞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보상 상자가 툭 튀어나왔다.
"후우…. 던전 공략도 거의 끝나가네."
"그렇네."
현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민국이 영웅 패드를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던전의 마지막 네임드. 바이콘의 심복으로 추정되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녀석만 쓰러뜨린다면 이 던전이 브레이크 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했다.
'뭐, 지금도 던전 터질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계속된 레이드로 인해 사망한 네임드들을 되살리느라 던전이 사용한 공허 마력의 양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 증거로 정각에 다다르고 있던 던전 타이머는 현재는 오후 여덟 시 십오 분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서 심복급 개체를 쓰러뜨린다면?
아무리 못해도 오후 세 시 이전으로 던전 타이머가 되돌아갈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쯤이 되었으면 슬슬 여유를 부려도 될 타이밍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GGW 멤버들은 【S - 7】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느라 백 번이 넘는 트라이를 진행해야 했다.
민국의 눈이 다른 멤버들에게 향했다. 다들 피로가 한계에 다다른 게 눈이 보이고 있었다.
"슬슬 PLA 대상으로 버스 운행하자. 일단 두 명 먼저 태워볼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승객이 두 명 탑승한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해 두 명의 버스 기사가 쉰다는 뜻. 던전의 레이드는 열 명의 영웅으로만 진행할 수 있는 전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