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즐감하세요!
사막의 폭풍
민국과 멤버들은 계속해서 던전을 공략했다.
그리고 던전을 공략한 지 나흘째에 목표로 했던 던전의 심장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동거리가 짧아서 좋네요."
"그러게."
【S】 난이도 수준의 던전 중에는 심장부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넘게 걸리는 곳들이 있었다. 때문에 상위 던전을 공략하는 공격대는 텐트를 포함한 캠핑도구를 필수로 가지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이번 던전을 캠핑 도구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입구에서 두 시간이면 심장부로 추정되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저 녀석만 잡으면 끝인가?"
현아가 경계선 너머로 보이는 근육질의 괴물을 보며 물었다. 영웅 패드를 확인하던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큰 통로는 전부 확인했고 딱히 샛길로 이어지는 장소도 없으니까요. 90% 이상 저 녀석이 최종 보스일 거예요."
"90%? 나머지 10%는?"
"마지막 숨은 보스? 버니 때처럼 이번에는 바이콘이 튀어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것도 나쁘지 않네. 바이콘이 나오면 그대로 전쟁 끝이잖아?"
현아가 주먹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손끝의 마력이 부딪치면서 검붉은 색의 전기를 만들어 내었다.
"음……."
유나와 현아처럼 민국도 눈앞에 보이는 괴물이 던전의 최종 보스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생각의 근거는 던전의 형태였다. 유나의 말대로 일직선이라는 단순한 구조는 눈앞의 녀석이 아닌 다른 놈이 던전의 주인이라 생각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토라스크로군요. 바이콘의 오른팔 격인 녀석입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볼 수 없는 메시지의 창이 눈앞에 보이는 괴물이 누구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바이콘의 오른팔이 최종 보스가 아니라면 누가 최종 보스겠어?'
만약 저 녀석이 중간 보스라면 이 던전의 최종 네임드는 바이콘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오히려 민국이 환영하는 바였다. 현아의 말대로 바이콘만 잡으면 이 전쟁도 깔끔하게 끝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의하셔야 합니다. 녀석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민국님.]
경고하듯 뿌우가 말하자 민국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그래.'
커다란 도끼를 든 말대가리 괴물.
토라스크라는 네임드는 여러모로 신화 속에 등장하는 미노타우르스가 생각나는 어둠 괴물이었다.
문제는 가장 처음으로 쓰러뜨렸던 십이 재앙이었던 미노스의 축소판에 가까운 외형 때문에 뿌우의 경고가 이상할 정도로 와 닿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GGW 공격대가 쓰러뜨린 심복급 녀석만 하더라도 열 개체에 가까웠다.
하나하나가 토라스크와 비슷한 수준의 괴물들이었다.
"미노스 짝퉁 같네."
"알고 보면 능력도 엇비슷하게 사용하는 거 아닐까?"
"에이, 설마…."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녀석에 대한 방심은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겁을 먹거나 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정리하자면 녀석은 십이 재앙의 심복급에 해당하는 괴물.
최소 9등급 특수 개체, 최대 10등급에 해당하는 네임드라는 사실이었다. 만만치 않은 녀석이지만 GGW가 잡지 못할 수준의 녀석은 아니었다.
[크흐흐흐]
어둠 괴물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개체 중 한 놈이라는 걸까?
자신과 영웅을 바라보는 토라스크의 몸짓에서 싸움에 대한 열의가 가득 흘러 넘쳤다. 경계선 밖에서도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강자의 분위기가 풍기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렇다고 녀석을 상대로 GGW 의 멤버들이 겁을 먹거나 두려워하는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한 판 붙자는 건가?"
"저 녀석을 잡으면 전리품으로 무엇을 줄까?"
"쟤가 들고 있는 도끼 어때요? 경매에 내 놓으면 상당히 비싸게 팔릴 것 같은데?"
멤버들의 투지만 불태우게 만들 뿐이었다. 그리고 트라이가 시작되었다.
"오현아! 최대한 길게 시간을 끌어!"
"응! 녀석의 공격 패턴을 체크하라는 거지?"
척하면 척, 현아와 타냐가 방패를 들고 토라스크의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어차피 첫 트라이에 녀석을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 우선은 녀석의 공격 스타일과 특수 능력을 체크하는 게 먼저였다. 그래야만 놈을 공략할 수 있는 택틱을 짤 수 있었다.
[흐하하하하!!!]
근육질의 외형답게 토라스크는 커다란 도끼를 한 손으로 휘두르며 탱커들을 내리 찍었다.
"힐 업해! 지젤은 메인 탱커에게 보호막부터 걸어!"
"하고 있어요!"
성체 코끼리 수준의 크기를 한 도끼가 탱커들의 방패와 부딪칠 때 마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나며 생명력이 뭉텅뭉텅 깎여나갔다.
'공격력 하나는 무지막지하네.'
아무리 현아라고 해도 실드나 힐의 도움 없이는 네 번 이상 공격을 받으면 사망으로 보였다. 게다가 녀석의 공격은 메인 탱커만을 향하지 않았다.
[방심했구나, 인간 놈들!!!]
비릿하게 웃은 토라스크가 정면의 메인 탱커를 향해 도끼를 내리찍더니 방패로 밀려나는 반동을 이용해 팔을 위로 반원을 그리듯 뒤로 휘둘렀다.
"?!!"
순간적으로 후방을 공격하는 토라스크의 움직임에 근접거리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던 시라누이 마이가 깜짝 놀라며 뒤로 몸을 뺐다.
콰드득!
다행히 그녀가 걸치고 있는 방어구가 스치는 타격을 막아주면서 목숨은 살릴 수 있었지만, 하마터면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딜러 한 명을 잃을 뻔했던 상황이었다.
"앞으로 찍고 연이어서 뒤로 공격하는 패턴 있어요! 주의!"
"근접 딜러는 좌우로 흩어져서 공격해!"
그리고 이어지는 민국의 지시에 따라 김소정과 시라누이 마이가 녀석의 측면으로 포지션으로 옮겼다. 노리고 한 공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공격의 범위에 휩쓸리면 딜러들이 무사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외에도 녀석은 다양한 형태로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두 명의 근접 딜러는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녀석의 공격을 피해 냈다.
'일단 근접 딜러들은 딜을 넣기 쉽지 않겠네.'
때문에 근접 딜러는 녀석의 공격 패턴에 익숙해 질 때까지 고생 꽤나 할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8 등급 이하의 영웅은 트라이부터 실패할 것 같았다.
놈의 공격을 피해내려면 최소 9 등급 수준의 민첩성은 되어야 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괜히 심복급 수준의 괴물이 아니었다.
"왼쪽 어깨로 화력 집중할게요!"
이와는 반대로 원거리 딜러진은 여유가 흘려 넘쳤다. 토라스크의 공격이 근접에 집중된 까닭이었다.
최유나의 화살이 섬광처럼 쏘아지며 토라스크의 어깨를 꿰뚫었다. 하지만 녀석의 보호막에 의해 가로막혔고, 연달아 같은 부위로 신나연의 마력구가 빛을 내뿜었다.
콰드드득!
거센 소리와 함께 육각무늬의 파동이 크게 퍼져 나갔다. 토라스크가 눈을 깜빡였다. 순간적인 충격량에 믿기 힘들다는 표정의 녀석의 얼굴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타냐 루스가 마력을 사용하자 토라스크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철전지 원수라도 만난 것 마냥 타냐를 보는 녀석의 동공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부우웅!
이어서 횡으로 휘두른 토라스크의 도끼가 타냐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쿠우웅!!!
"끄으으윽!"
대형 방패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타냐는 자신의 어깨뼈에 금이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눈물이 핑 돌 정도의 아픔이지만, 타냐는 자신의 이를 꽉 깨물며 버텼다.
잠시 후, 힐러들의 회복 능력이 그녀의 몸을 휘감으며 아픔을 치유했다.
그렇게 진행된 첫 번째 트라이에서 민국과 팀원들은 녀석의 생명력이 82% 될 때 전멸했다.
쾅! 콰아앙!
"꺄아악! 뭐야!?"
갑작스러운 폭발이 전장을 휩쓸면서 공격대 전체에 큰 피해를 주었던 까닭이었다.
민국을 포함한 힐러들이 궁극기를 사용해도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인 공격이 연달아 밀려드니 도저히 버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전멸 후 되살아나자 바로 피드백이 들어갔다.
"일단 녀석의 공격 패턴부터 체크하자."
무턱대고 머리만 들이대 봤자 팀원들의 피로만 높일 뿐. 트라이를 통해 잘못된 것을 깨닫고 효율적으로 녀석을 상대할 방법을 의논해야 했다.
"9 등급은 확실히 아닙니다. 최소 10 등급의 녀석이 틀림없습니다."
"그래도 기본 공격은 생각보다 막을 만 했어. 이게 템 빨이 좋아서 그런 건가? 하지만 근접 딜러들은 조금 주의해야 할 것 같아."
"공격의 범위가 상당히 넓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좌우로 흩어지면 생각보다 쉽게 녀석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탱커와 딜러진의 대화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사실 이 부분은 민국이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해 봤자 의미가 없었다. 개개인의 피지컬과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힐러진이 아무리 커버를 해 봤자 네임드의 공격에 치명타를 맞으면 되살릴 방도가 없었다.
근접 딜러진 역시 마찬가지.
네임드의 공격에 사망하면 그대로 전투 끝이었다. 그나마 유그드라실의 부활이 있다지만 스킬의 재사용 시간이 너무 긴 터라 한 번의 트라이에서 두 번은 사용하기 힘들었다.
"원거리 딜러들의 감상은 어때?"
"처음에는 버틸 만 했는데…. 트라이 끝나기 직전 광역 폭발은 버티기 힘들 것 같아요."
정예린의 말에 민국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첫 트라이가 전멸로 끝난 가장 큰 이유가 녀석의 전체 공격 때문이었다. 힐러들의 궁극기를 전부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광역 공격은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음. 어떻게 하면 되려나…."
민국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팀원들이 보유한 스킬을 조합해 봤지만 방금 전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대처법이 틀렸다는 거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민국은 아군이 전멸했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광역 공격이 이어질 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는 사람?"
민국의 말에 팀원들의 갑자기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뭔가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만 최유나가 이마를 찌푸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전투 중간에 녀석이 흩뿌리듯 마력을 날렸던 것 같아요."
"맞아. 그리고 팀원들 전체가 폭발을 일으켰지. 혹시나 싶어서 애들에게 실드를 휘감고 있는데, 데미지가 전부 들어가더라고."
이어지는 지젤의 말에 민국이 턱을 쓰다듬으며 되물었다.
"공격대 전원에게 폭발이 일어났다는 거네? 그 위력은 실드를 휘감으면 버틸 수 있을 정도고?"
"그런 것 같아요."
"궁극기로 버티면 될까?"
"그건 힘들지 않을까? 공격의 텀이 굉장히 짧은 것 같은데…."
고민을 하던 민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젤의 말대로 연달아 펑펑 터지는 공격을 전부 궁극기로 감당할 수는 없었다. 위력도 실드로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니 치명적인 건 아니었다. 다만, 그 주기가 짧을 뿐.
결국 이 패턴은 녀석이 능력을 사용하기 전 팀의 보호를 책임지는 지젤이 한 발 앞서서 팀원들에게 실드를 걸어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다른 힐러들이 커버하는 식으로 전투를 진행해야 할 것 같아."
"폭발의 범위를 생각하면 원거리와 힐러진은 산개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근접 딜러들도 거리르 두어야 할 것 같아. 괜히 근처에 있다가 서로 휩쓸리면 두 배로 피해를 입는 거잖아?"
팀원들의 의견이 이어지면서 포지션의 변경이 이루어졌다.
"이차 폭발도 주의해야 해요."
"이차 폭발? 폭발이 두 번이었어요?"
"예린이 말이 맞아, 한 번 광역 데미지가 들어오고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폭발이 일어났어."
그리고 전체 데미지가 한 번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이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뿐만 아니라 몇몇 팀원들은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검붉은 색의 구체를 발견했다고 했다. 민국도 보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들어보니 모든 이들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한 번의 전체 폭발이 일어나면 한두 명이 서 있던 자리에 구체가 생겼던 것 같았다.
"그 구체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이동 방향이 토라스크 쪽이었어요."
"한 번 몸으로 막아봤는데, 데미지가 들어오면서 부딪친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더라고요."
시라누이 마이가 말했다.
토라스크의 바로 앞에서 구체가 생겨났는데, 다급한 마음에 일단 몸을 들이댔다고 했다.
"들어 온 데미지는?"
"전체 체력의 10% 정도였어요."
위협적일 정도로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흐음…."
어떤 패턴인지 짐작이 가는 건 없지만 대응 방법은 쉽게 내릴 수 있었다.
이동 방향이 토라스크 쪽이라면 네임드와는 닿아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전투를 진행하면서 생겨나는 구체를 아군이 몸을 이용해 토라스크에게 닿는 것을 막아야 할 것으로 보였다.
"포지션이 굉장히 중요하겠네."
"뿐만 아니라 탱커와 다른 멤버들의 손발이 잘 맞아야 할 것 같아."
"정 안 되면 도발 능력을 사용하고 길게 드리블을 하면 되지 않을까?"
"무턱대고 하면 그것도 곤란해. 녀석의 광역 공격이 뻥뻥 터지는 거 알지? 마음대로 달렸다가는 회복도 못 받고 녀석의 도끼 질에 머리가 깨질 걸?"
그렇게 피드백이 대충 끝났다.
나머지는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 민국과 팀원들은 피드백을 통해 배운 것들은 머릿속으로 기억하며 두 번째 트라이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각, 새의 탑에서는 가루다가 긴장한 얼굴로 안절부절 못 하며 좌우로 오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