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69화 (469/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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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연참입니다. 즐감하세요!

막다른 절벽의 바이콘

[【S】 난이도의 던전을 터뜨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S】 난이도의 던전?"

"이런!? 바이콘이 직접 던전에서 나올 생각이야!"

다들 얼굴에 긴장이 가득 서리기 시작했다.

민국도 얼굴을 찌푸렸다. 미노스, 메를린, 버니. 가루다까지 포함해서 네 개체의 십이 재앙을 쓰러뜨린 바 있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십이 재앙을 상대한 경험은 없었다.

설령 나온다 하더라도 GGW 공격대가 바이콘을 저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실에서는 부활석의 도움을 받지 못해.'

때문에 상위급 어둠 괴물을 공략하려면 눈을 감고도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레이드 숙련도가 높거나 스펙의 차이가 크게 나야 했다.

물론, 현대 전력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재앙급 수준의 괴물이 되면 큰 의미가 없었다.

그 때 최유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있었다? 과거형? 그렇다면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

"…어?"

민국의 눈동자가 토라스크에게 향했다. 그가 자신의 도끼를 세로로 내리 찍으며 말했다.

[그렇다. 최상위 개체를 밖으로 내보내 인간들의 시선을 끌고, 그 동안 바이콘을 내보낼 수 있는 공허 마력을 모으는 계획이었지. 그러나 레포리데의 버니가 공허의 틈으로 끌려간 이후 바이콘은 칩거에 들어갔다.]

"칩거?"

[그래.]

이어서 토라스크는 세 개체의 십이 재앙이 공허의 틈으로 끌려간 사실이 어둠 괴물의 세력에게도 큰 위기감을 주었다고 말을 덧붙였다. 또한 바이콘의 심경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고.

'이제부터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네.'

민국은 토라스크의 말을 들으며 여러 정보를 추측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어둠 괴물들의 세력이 이번처럼 연합을 해서 인류를 공격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 같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의 어둠 괴물들은 힘의 우위를 앞세워 따로따로 경쟁하듯 인간들의 땅을 차지해 나갔다.'

심지어 인도 전쟁은 미노스와 메를린이 서로 싸우다가 자신들에게 각개 격파를 당한 전쟁이었다.

그만큼 인류와 어둠 괴물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나오는 놈들의 행동 방식이었다. 만약 어둠 괴물이 공허 마력으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아니었더라면 또한 녀석들이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았더라면 인간은 진즉에 녀석과의 싸움에 패배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어질 것 같았다.

인류의 공격대가 자신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당한 녀석이 멍청하다고 비웃었겠지만 재앙급 존재가 세 개체나 쓰러졌으니 그것이 운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영웅 전력을 높여야겠어."

이러한 어둠 괴물들의 연합을 막아내려면 인류 역시 실력 있는 공격대를 다수 보유해야 했다. 이번처럼 자신들이 재앙 중 한 놈을 쓰러뜨릴 때까지 다른 녀석이 가만히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칩거에 들어간 바이콘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모른다. 하지만 기회주의자 녀석이 하려는 행동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생각 이상으로 인간들의 전력이 강력하니 어떻게든 던전에서 지금의 상황을 넘기고 나중을 기약하려는 게 분명하다.]

"확실히…. 가능성은 높겠네."

재앙이니까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인간이 지닌 전력 중 재앙급 존재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까.

문제는 GGW 공격대였다. 무려 세 개체의 십이 재앙이 인간을 얕봤다가 공허의 틈으로 사라졌다. 그 때문에 바이콘은 버니가 당하자마자 모습을 감춘 것 같았다.

GGW 공격대의 다음 타겟이 자신이 되리라고 예상한 게 분명했다.

'그래도 한 세력을 이끄는 재앙이라면 투쟁심을 불태워서 우리를 죽이려고 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세 개체나 당해서인지 굉장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녀석이었다. 그만큼 어둠 괴물이 공허의 틈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토라스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만약 너희들이 바이콘을 소멸시켜준다면 나는 우라그들을 이끌고 멀리 북쪽으로 가겠다. 그리고는 절대로 인간들과의 충돌하지 않겠다.]

"북쪽이라면 얼음밖에 없는 대륙일 텐데?"

[발만 디딜 수 있다면 크게 상관은 없지.]

민국의 시선이 토라스크에게 향했다.

괴물의 커다란 눈동자가 알 수 없는 탐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놈과 바이콘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또한 토라스크가 바이콘의 자리를 탐내고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걸 가리켜서 차도살인지계라고 하나?'

놈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서 기분은 좋지 않지만 당장을 어울려 주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바이콘 녀석을 찾아서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었으니까. 게다가 바이콘만 찾으면 녀석에게 볼 일은 없었다. 민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우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네. 그래서 바이콘은 어디에 숨어 있지?"

[지도가 있나?]

김소정이 바로 지도를 준비했다.

바이콘의 던전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거리로 따지면 60Km 정도? 하루나 이틀이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런 토라스크를 보면서 민국은 홀로 고개를 주억였다.

자신들이 바이콘을 제거하고 나면 그 자리를 본인이 차지할 생각인 토라스크.

말은 인간들과 대적하지 않고 북쪽으로 향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믿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 설령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내키지 않았다.

'일단 바이콘이 숨어 있는 장소를 찾았으니 녀석을 어떻게 할까….'

바이콘을 처리하고 놈을 쓰러뜨릴까? 아니면 여기서 계속 레이드를 이어나갈까? 민국이 토라스크의 처우에 대해 고민을 할 때였다.

파지지직!

커다란 스파크와 함께 전장의 한 곳에 공허의 마력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모두 일어나!!!"

"적?!"

"설마 함정이었어?!"

갑작스레 나타나는 이상 현상에 긴장을 풀고 있던 멤버들이 무기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민국의 시선이 빠르게 토라스크에게 향했다.

[나, 나는 모르는 일이다!]

과할 정도로 당황하면서 손을 휘젓는 녀석의 모습은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민국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설마 바이콘이?!"

놈이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자신들을 함정으로 몰아넣었다?

민국은 빠르게 영웅 패드를 확인했다. 다행히 부활석의 효과는 여전히 발동 중이었다. 하지만 보험이 있다 해도 반사적으로 완드를 잡은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삐야아악!]

잠시 후.

게이트에서 한 인영이 툭 튀어나오더니 뜬금없는 소리가 던전을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리에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인영의 정체가 상당한 거물인 까닭이었다.

[미, 미친…!]

토라스크는 자신의 던전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존재를 바라보았다.

슈가빈의 여왕 가루다. 바이콘과 동급의 존재가 자신의 던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루다는 바이콘과 손을 잡은 재앙. 그, 그렇다면 바이콘 녀석이 나를 노리고 이런 함정을…?!'

토라스크의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손에 힘을 주어 도끼를 쥐었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았다. 상대의 강함을 생각하면 자신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인간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어, 어어?]

토라스크의 입에서 멍청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믿을 수 없게도 가루다의 정체를 확인한 인간들이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무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여기는 무슨 일이야?"

[??????]

환상이나 착각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과 대화를 나눴던 수컷이 가루다를 향해 아는 척 손을 흔들고 있었다. 더욱 그를 경악하게 만든 것은 인간 수컷의 말에 재앙급 존재인 가루다가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었다. 마치 겁을 먹은 것처럼 말이다.

* * *

민국은 눈살을 찌푸렸다.

절대로 여기 나타나서는 안 될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른 세력의 어둠 괴물 그것도 심복급 존재가 함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토라스크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멍청한 녀석이 아니었다.

분명 자신과 가루다의 관계를 눈치 챌 터. 그렇다면 자신이 어둠 괴물에 섞어 놓은 스파이의 의미가 완벽하게 사라지게 되는 셈이었다.

"여기는 무슨 일이야?"

예상치 못한 변수 때문에 절로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그, 그게….]

더듬거리며 입을 여는 가루다를 보며 민국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눈을 돌리자 토라스크의 눈동자가 갈피를 잃은 듯 떨리고 있었다.

'어차피 녀석에게서 얻을 것은 다 얻었어.'

애당초 민국이 믿는 착한 어둠 괴물은 생명의 기운에 굴복한 애들 뿐이었다. 무플런이나 버니와 같은 여성체들 말이다. 그 중에 토라스크는 없었다.

토라스크가 말한 정보의 진실여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돌아가는 상황은 대충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바이콘의 정보를 확인하고 놈을 처리할까 싶었는데, 그 시기를 많이 앞당겨야 할 것 같았다.

'날 죽일 게 분명하다.'

민국의 생각대로 토라스크는 자신의 처지를 빠르게 깨닫고 있었다.

십이 재앙인 가루다가 인간들과 아는 사이 아니 손을 잡고 있었다니?! 엄청난 충격이 들이닥치기도 전에 생존의 본능이 도망가라고 외치고 있었다. 자신은 알아서는 안 될 사실을 알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나, 나는….]

토라스크의 목소리가 미미하게 떨렸다. 그 순간 가루다의 동공이 가늘어졌다.

[토라스크. 바이콘의 심복….]

재앙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온 순간 토라스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엄청난 압박감이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가루다와 눈이 마주친 수컷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가루다의 몸에서 공허의 마력이 불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 잠깐!]

그리고는 토라스크를 향해 날아들었다.

[으으으읏?!]

허공을 수놓은 공허의 마력이 깃털 모양의 칼날처럼 바뀌어 토라스크의 거체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눈에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공격이 가속할 때 마다 토라스크의 몸이 격렬하게 들썩였다.

[내가 고작 여기서…! 죽을 것 같으냐?!]

인간들과의 전투 때문에 지친 감이 있다지만 자신은 10 등급의 어둠 괴물이었다.

상대가 십이 재앙이라 해도 허무하게 당할 수준은 아닌 것이다다. 토라스크는 가루다의 공격을 튕겨내면서 지금의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하물며 가루다는 부상은 입은 십이 재앙이었다.

'크, 크윽…?!'

하지만 가루다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공격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치명적이고 강력했다.

믿을 수 없게도 가루다는 우라그의 수장인 바이콘보다도 더욱 강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도 그랬다. 그녀는 전투 능력만 놓고 보면 재앙 중에서도 수위에 들어가는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가루다는 계속된 브레이크 실패로 많은 마력을 소진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설마 모든 게 거짓이었나?!'

토라스크의 눈이 인간들에게 향했다.

이제야 흘러가는 상황이 이해가 되고 있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갑자기 등장한 인간들의 정예가 재앙급 존재를 하나 둘씩 쓰러뜨리는 상황. 당연하지만 이건 인간들의 능력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가루다가 설계한 것이 틀림없었다.

[크아아아악! 네, 년이 배신…!]

죽음의 위기에서 토라스크가 절규하듯 외쳤다.

푸우욱!

동시에 섬전처럼 날아든 가루다의 마력 깃털이 토라스크의 목을 꿰뚫었다. 이어서 수많은 깃털들이 토라스크를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우웅!

토라스크의 죽음을 확인 던전의 마력이 그를 되살리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가루다가 손을 흔들자 던전 내로 차오르던 공허 마력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그렇게 토라스크를 처리한 가루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민국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짙은 청록색으로 물들었다.

[이, 이러면 될까요?]

"그래. 어차피 처리할 녀석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위험했던 것 알고 있지?"

[앞으로 주의할게요.]

자신과 가루다의 관계는 결코 밝혀져서는 안 될 사실이었다.

반성했다는 듯 말하는 가루다를 보며 민국의 눈이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새의 탑에 있어야 할 녀석이 연락도 없이 갑자기 등장한 상황. 가장 먼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건 어둠 괴물 내의 큰 변화였다.

"바이콘과 관련해서 새로운 정보라도 들어온 거야?"

[네…?]

"아니,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가루다를 보며 민국이 의아한 얼굴을 할 때였다.

[삐야아아악!]

웬 병아리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더니 조그마한 새끼 새 한 마리가 가루다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민국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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