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 소녀 전쟁-473화 (47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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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절벽의 바이콘

"이게 말이 되나?"

코웃음이 절로 나온다.

PLA에서 텐센스로 이적을 한다고?

내부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라면 기사가 찌라시만도 못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그런 제목이었다.

"진짜 소설도 이것보다는 더 현실적이겠다."

그래도 어그로만큼은 잘 끌었다.

혹시 몰라 기사를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용은 더 황당했다.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영웅은 왕위안.

민국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PLA의 성골 유스이자 미래의 딜러장이라 불리고 있는 영웅이었다.

그녀에 대한 PLA의 기대가 얼마나 큰 지는 이번에 【S】 난이도 던전을 함께 돌면서 더더욱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왕위안은 샤오란과 함께 유이한 PLA의 10등급 영웅이었다. 그만큼 클랜에서 애지 중지하며 고이 키우고 있는 딜러였다.

"그런 왕위안이 PLA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텐센스로 소속을 옮긴다?"

민국은 멍한 얼굴로 기사의 내용을 바라봤다.

소설도 적당히 써야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헛소리였다. 샤오란과 왕위안의 관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친자매가 따로 없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는데….

"그 씨발년…. 만나기만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 버릴 거야."

"…뭐라고? 저, 정말로 왕위안이 PLA 클랜을 나갔다고? 내가 아는 그 왕위안 맞는 거지?"

"그래. 같이 【S】 난이도 던전에 들어갔던 그 년."

자신의 숙소를 찾아와 이를 부드득 가득 샤오란의 모습에 민국은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했다. 정말로 현실은 소설보다 더한 모양이었다.

"제대로 뒤통수를 치고 나갔어. 최근 계약이 지지부진하다는 소리에 그냥 본인의 몸값을 높이려는 줄 알았는데…."

더불어 왕위안에 대한 클랜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골드급 마력의 결정까지 투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종신에 가까운 도장 뿐이었는데. 그것만 날름 먹고 튀어버린 것이다.

"계약 때문에 상하이로 복귀한 거 아니었어?"

"그렇게 말을 꺼냈던 자체가 핑계였던 게 분명해."

바로 계약할 것처럼 굴기에 마음을 놓았는데, 클랜 입장에서 이렇게 튀어버릴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왕위안의 가족과 일가친척들도 일찌감치 베이징으로 떠난 것으로 보였다.

"아직 남은 계약이 있지 않아? 그 계약 기간이 있는데 본인 마음대로 탈퇴가 가능해?"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상식적으로는."

"……아."

샤오란의 말대로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식이 통할 상황이 아니었다. 상식과 10 등급 영웅. 누가봐도 후자에 무게가 더 쏠리기 마련이었다.

"왕위안을 대상으로 고소는?"

"일단 진행은 할 거야."

하지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였다.

당연하게 PLA가 승소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배상금은 얼마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애당초 배상의 한도는 중국의 국내법 내에서 결정될 테니 말이다.

10 등급 영웅을 품은 텐센스 입장에서는 웃으며 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겠지.

하물며 그 뒤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조 단위의 돈도 우습게 내놓을 수 있으리라.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모르겠어. 하지만 한가지 만큼은 확실해. 제대로 내부 단속을 해야겠지."

말을 중얼거리는 샤오란의 눈동자에는 독기가 가득해 보였다.

'확실히 곤란한 상황이기는 하겠네….'

황당하게도 돌아가는 여론은 전체적으로 텐센스에 호의적이었다.

텐센스가 나쁜 짓을 한 것은 맞지만 애초에 당한 사람이 바보라는 게 주류 의견이었다. 역시 중국이라 그런 걸까? 조금 어이가 없기는 했다.

"생각해보면 GGW 멤버들에게도 접근하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은데…."

뷘드셴 자매에 대한 브라질 정부의 구애는 설명하자면 머리가 아플 정도.

뿐만 아니라 히토미 길드의 시라누이 마이도 여기저기서 러브 콜이 들어오고 있었다. 특히 원 소속 길드였던 히토미의 노력은 눈물이 겨울 정도.

뭐, 심정은 이해가 되었다.

워킹걸 문제로 인해 본인들이 임의 탈퇴를 시키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능이 넘치는 영웅이었으니 후폭풍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심지어 그 시라누이 마이가 GGW에서 빵 뜰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

아무튼 시라누이 마이의 사건으로 인해 히토미 관계자들이 기자 회견장에서 도게자를 박는 모습은 짤로 본 기억이 있었다.

"우리 쪽도 계약을 한 번 확인해야 할까?"

"계약이라…."

샤오란이 떠나고 현아가 말했다.

걱정이 담긴 그녀의 얼굴에 민국은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현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국은 지금 GGW 멤버들이 공격대를 떠날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 지 않았다.

아니, 확신할 수 있었다.

'섹스의 쾌락이 몸에 새겨진 그녀들이 한민국 카르텔이라는 울타리 안을 벗어날 수 있을까?'

몇 번은 생각해 봐도 대답은 NO였다.

아무튼 이번 일로 배운 것은 있었다. 버스도 함부로 운영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알맹이만 먹고 떠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튀어버리는 당사자가 영웅 개인이라 다행이기는 하네.'

민국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까의 만남에서 샤오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중국 정부와 텐센스에게 복수하겠다고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럴 일이 뭐가 있을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흐음…."

한 번 말이 나왔던 상하이의 독립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민국은 곧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정말로 무리수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던 민국은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었다.

"어차피 생각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

그보다는 바이콘의 던전을 공략할 준비를 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었다.

* * *

"안녕하세요."

"아!"

클랜장실에 앉아 있는 새로운 얼굴.

뉴 페이스의 등장에 텐센스 1군의 공대장인 쯔닝은 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그녀는 최근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왕위안이었다. PLA 출신의 유망주이자 기대주 그리고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흡수하면서 얼마 전 10 등급 영웅이 되었다고 알려진 영웅이었다.

당연히 PLA에서 종신을 할 줄 알았는데….

'어떤 식으로 끌어들인 거지?'

큰 돈을 들였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10등급 영웅의 가치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GGW 공격대말고는 그 누구도 10 등급의 고지에 오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 고민을 하던 쯔닝에게 50대의 클랜장이 말했다.

"기사 올라온 거 본 적 있지?"

"네."

"10등급 영웅이야. 【S】 난이도 던전을 공략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거다."

묘한 뉘앙스의 대화.

그 안에 담긴 강제적인 내용에 쯔닝이 반박하듯 말했다.

"…지금의 멤버로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략의 끝도 얼마 남지 않았고요."

"하지만 더욱 강한 실력자가 있다면 더 빠르게 공략이 가능하겠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멤버 한 명이 바뀐다고 해서 당장 【S】 난이도 던전을 클리어 하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묻는다면 쯔닝은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서로 손발을 맞출 시간은 둘째 치더라도….'

PLA에서 왔다는 아이가 8, 9 등급의 레이드 경험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등급은 높다지만 엄밀히 말하면 유망주. 어느 정도는 하겠지만 상위 레이드의 경험치가 많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클랜장 앞에서 그 말을 내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의 직책은 1군 공대장. 가뜩이나 클랜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물어뜯기 좋은 기삿거리를 하나 더 늘릴 수는 없었다.

"1군 멤버 중 누구를 빼야 합니까?"

"그 창 쓰는 친구 있지? 걔의 움직임이 가장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네?!"

쯔닝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어졌다.

클랜장이 지목하는 멤버는 공격대의 특수 임무를 도맡아 처리하는 핵심 멤버였다.

딜링도 생존도 수위에 꼽히는 실력자. 단점이라면 클랜장의 세력과는 라이벌이나 다름없는 라인을 타고 있다는 점 뿐이었다.

"……."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었기에 쯔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꾸벅였다.

그리고는 새롭게 공격대에 합류한 소녀 왕위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 이후부터 지금의 대화를 모른 척하며 본인의 핸드폰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면 새로운 멤버의 합류는 언제부터입니까?"

"사흘 뒤부터면 괜찮을 것 같군."

"사흘 뒤요?"

서로의 손발을 맞추려면 당장 공략에 들어가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쯔닝이 피식 실소를 터뜨리자 클랜장이 변호하듯 말을 이었다.

"시끄러운 일들이 있는데 굳이 정면으로 받아칠 필요는 없잖은가?"

"고작 사흘로 잠잠해질 소란은 아닌 것 같은데요?"

"클랜의 분위기에 적응할 시간은 필요해."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쯔닝은 둘을 뒤로 하고 1군 회의실로 향했다.

몇 번이나 경험한 상황이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 마다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텐센스를 박차고 나갈 수는 없었다.

그녀가 이런 더러운 꼴을 보면서도 텐센스에 남아 있는 이유는 텐센스를 중화제일 아니 세계 제일의 공격대로 키워나가려는 야망 때문이었으니까. 10 등급 영웅인 어린 친구도 자신의 졸로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예상했던 대로 1군 멤버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차이웨이가 빠지면 두 번째 네임드의 공략은 어떻게 진행하려고? 그거 특수 임무는 전부 차이웨이가 담당했잖아?"

"잘나신 10 등급 영웅이 어떻게 해결해 주지 않을까?"

"류빙빙. 혹시 가능하겠어?"

"……해보라면 하겠는데, 자신은 없어."

쯔닝의 지목을 받은 영웅이 양 손을 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사자인 차이웨이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영웅 그리고 중국인 특유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텐센스를 떠날 게 분명했다.

물론, 그녀가 빛을 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베이징의 클랜들 중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런 클랜들이 중앙의 명령을 거스르고 차이웨이를 영입할 리 없었다.

해외로 나간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한 나라의 정부가 수를 쓴다면 영웅 하나 매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최소 한민국과 같은 대체불가능 한 존재가 아니라면 말이다.

영웅 전력이 약한 나라의 클랜에는 입단할 수 있을 지 몰랐다. 하지만 그곳에서 본인의 수준을 증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리라.

"후우……."

통보와 함께 짧은 대책 회의를 마친 쯔닝은 지끈거리는 눈을 매만지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일까?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

그렇게 한참을 침대에 누워있던 쯔닝은 손을 쭉 뻗어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과한 스트레스 때문에 짜증이 날 때는 역시 자위로 해소하는 게 최고였다.

사실 섹스를 하면 더욱 좋겠지만, 트로피나 다름없는 남편들과의 섹스는 감질만 날 뿐이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도구를 사용하는 게 훨씬 낫지.'

그래도 걔들은 전기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움직여주었다. 그렇게 쯔닝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즐거운 개인 시간을 준비했을 때였다.

"응?"

타이밍 좋게 개인 메일함에 메일 하나 도착했다. 영웅들만 주고받을 수 있는 메일이었다.

"차이웨이인가?"

그런 생각과 함께 쯔닝은 메일을 보낸 이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침을 삼켰다. 메일을 보낸 이는 다름아닌 PLA의 클랜장 샤오란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보낸 메일에는….

[안 돼! 안 돼! 그만! 그마아아아아안!!!]

목줄이 걸린 채로 한 남자의 자지에 굴복하는 샤오란의 영상이 있었다. 얼굴이 무너진 채로 조수를 흩뿌리는 쉴더급 영웅의 모습에 쯔닝의 음부가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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