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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소녀 전쟁-476화 (476/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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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절벽의 바이콘

"조금 쉬었다가 다시 트라이에 들어가자. 두 시간 정도 쉬고…. 일곱 시 반에 출발하는 걸로. 모두 불만 없지?"

쯔닝이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같은 패턴에서 사망, 특수 기믹 실패 등 새로운 불청객의 합류 이후 텐센스 1군의 던전 공략 속도는 거북이만큼이나 느렸다.

그래도 조금씩 손발이 맞아가는 모습을 보면 클리어에 대한 희망은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트라이 중후반부터 몬스터가 살짝 약해졌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계속된 공략으로 던전의 마력이 줄어들었나?'

던전이 보유한 공허 마력이 줄어들면 던전의 몬스터도 약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사이가 아무리 좋지 않더라도 1군에서 활동하는 영웅들은 프로. 목표 앞에서는 개인 감정 정도는 접을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S】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었으니까.

"공대장님. 그…. 클랜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알겠어요."

휴식을 위해 【S】 난이도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클랜 직원이 쯔닝을 찾아와 말했다. 텐센스 1군의 딜러 영웅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주 난리네, 난리야. 언제부터 중앙에서 우리의 던전 공략에 이렇게까지 사사건건 관심을 가졌대?"

힐러 영웅도 냉소적으로 말을 덧붙였다.

"본인들이 무능하게 비춰질까 똥줄 좀 타겠지. 상하이랑 한국 애들은 재앙을 공략 중에 있다는데 우리는 【S】 난이도 던전에도 끙끙거리고 있잖아?"

"막말로 걔들이 무능한 건 사실이잖아? 게다가 【S】 난이도 던전은 기본적으로 두세 달은 깔고 가는 던전이라고. 따지고 보면 GGW가 이상한 거지."

"아무튼 나였으면 진즉에 한민국 공대장에게 무릎 꿇고 빌었다. 제발 우리 텐센스랑 함께 해주세요라고. PLA 애들은 그렇게 했으니까 GGW가 함께 해주는 거 아니야?"

멤버들은 제각각 중앙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 뒷담화에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영웅들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불만의 내용만큼은 사실이었기에 괜스레 끼어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보다는 샤오란이 한민국 공대장의 카르텔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와, 씨발. 그 년 제대로 계 탔네? PLA와 GGW가 손잡았다는 소식보다 그게 더 부럽잖아?!"

그렇게 불평불만을 토로하던 영웅들의 눈이 한 쪽으로 향했다. 쯔닝이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휴, 우리 공대장도 불쌍하다니까. 괜히 중간에 껴서는…."

"저러다가 팀에서 나가는 거 아니야?"

"설마."

말을 꺼냈던 영웅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중앙의 권력자들과 혈연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였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은 쯔닝의 불만이 크다 해도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매번 그래왔으니 말이다.

클랜장 실로 들어선 쯔닝은 자신을 부른 이를 찾았다.

배가 나온 중년의 여성이 얼굴을 구기며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쯔닝이 헛기침을 하자 그제야 알았다는 척 쯔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쯔닝 공대장, 혹시 소식 들었나?"

"…소식?"

쯔닝이 얼굴을 찌푸렸다.

클랜장이 무슨 뜻으로 말을 꺼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텐센스 1군은 지금까지 던전 내에서 어둠 괴물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외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리 없었다.

"GGW가 바이콘의 공략에 성공했다."

"오, 그거 잘됐네요. 그러면 전쟁도 끝이 난 건가요?"

딱히 충격적인 소식은 아니었다.

GGW 공격대의 전투 능력은 영상을 통해 접해 본 바 있었다. 못해도 텐센스 1군보다 두 단계 위의 수준을 보이는 이들이었다.

심지어 GGW가 재앙급 존재를 쓰러뜨린 게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쯔닝의 반응이 클랜장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기가 막힌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쯔닝 공대장."

"왜요?"

"중앙에서 이 결과를 보고 자네를 뭐라고 생각할까?"

"……."

"조그마한 반도의 공격대가 재앙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했어! 그런데 우리는 그보다도 공략이 쉽다는 【S】 난이도 던전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고!"

쯔닝은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는 클랜장을 쳐다보았다.

순간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저 입을 어떻게 다물게 할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가볍게 한 대 날리면 평생 저렇게 떠들어대는 일을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윗선에서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지 않은가?"

"……."

"그거 때문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PLA 의 10등급 영웅으로 빼왔는데! 그 기대를 이렇게 저버리면 곤란해! 쯔닝 공대장!"

쯔닝은 조용히 시선을 위로 두고 목을 꺾었다.

가뜩이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트라이 때문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나마 오늘은 어느 정도 진척이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크게 화가 났으리라.

아무튼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진짜 눈앞의 돼지를 죽여 버릴 것 같았다.

'어이가 없네.'

텐센스의 역량을 벗어나는 일을 시켜놓고 성공적으로 일을 끝마치지 못하니 자신을 탓하는 상황.

이래서 회사에 취직한 신입 사원들이 가슴에 사표를 넣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것을 던질 용기가 있어야겠지만.

"못해도 비슷한 시기에는 던전의 공략을 끝내야 했어야지!"

아무튼 지금의 상황을 내가 원한 것 마냥 몰아가는 것도 우스웠다. 그와 함께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대우를 받아가면서까지 중앙의 요직을 차지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하나의 중국이 아닌 둘로 나눠질 것 같은 조그마한 나라의?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누구는 대물 남자를 주인님으로 모시며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자신은 영상이나 보면서 딸이나 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X도 아닌 일반인에게 이런 욕까지 먹으면서 말이다. 그런 상황을 곰곰이 되짚어보니 갑자기 사표를 던질 용기가 생긴 것 같았다.

"아…. 더럽게 시끄럽네."

"뭐, 뭐라고?!"

쯔닝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말로만 떠들지 말고 본인들이 직접 해보던가. 어둠 괴물의 무서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년이…."

"가, 감히…!"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했는지 클랜장이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려 쯔닝을 가리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쯔닝의 마력이 먼저 움직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자신의 손가락을 걸레처럼 쥐어짜는 힘이 클랜장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터뜨렸다. 쯔닝이 그 모습을 보다가 가슴의 엠블럼을 떼어내어 던졌다.

* * *

"이런 미, 미친년이…! 그러고 우리를 찾아왔다고?"

"그러면 안 돼? 네가 원한 게 이거 아니었어?"

뻔뻔할 정도로 태연한 쯔닝의 태도에 샤오란이 입을 쩍 벌렸다.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놀랍기 때문이리라.

민국도 샤오란과 비슷한 심정이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영웅이자 텐센스의 1군 공대장이 무단으로 클랜을 이탈한 사건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보통 난리가 아닐 터.

이건 단순히 중앙과 상하이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정도로 끝날 게 아니었다.

'중국 시민들이 중앙을 지지하는 이유는….'

텐센스라는 쉴더급 공격대를 보유한 클랜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둠 괴물의 공격에도 본인들은 안전할거라는 믿음이 지지율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상하이는 그 믿음이 없었고 PLA라는 커다란 대체제가 있었기에 중앙과 따로 떨어져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고. 하지만 그 믿음의 중심이나 다름없던 공대장이 클랜을 이탈해 버린 상황이었다.

"진짜로 우리 상황이 X 같아지겠는데?"

"어차피 상하이는 정부와 척을 진 상황이잖아? 게다가 나 정도면 충분히 쓸 만하지 않나?"

"…미친 년."

샤오란이 쯔닝을 노려보며 눈을 좁혔다.

재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쯔닝의 능력이라면 PLA와 같은 공격대를 하나 더 운영할 수 있었다. 텐센스의 공대장으로 활약했던 그녀의 기량과 리딩 능력은 진짜 중의 진짜였다.

"확실히 그렇게까지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요?"

샤오란의 비서 쯔위가 끼어들며 말했다. 샤오란도 고개를 주억였다.

"그건 그래. 텐센스가 왕위안을 데려갔잖아?"

"네, 그렇다면 우리는 쯔닝 공대장을 영입한 셈 치죠. 클랜의 미래인 10 등급 영웅과 1군 공대장의 교환. 빅사이닝이네요."

"…그거 좋겠네. 겸사겸사 중앙 놈들에게 엿도 먹일 수 있고."

10 등급 영웅은 강력하다.

하지만 쯔닝은 텐센스를 논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공대장. 어떻게 보면 텐센스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히어로였다. 가치로만 따지면 왕위안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바로 기사 준비해."

기사에 적힐 내용은 간단했다.

텐센스에서 PLA의 10등급 영웅을 영입했으니 반대로 우리는 쯔닝을 노렸다는 내용.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사람 사는 일은 원래 비상식적인 일이 훨씬 많이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어차피 당한 놈이 바보 아니겠는가?

"수 틀리면 한 번 뒤엎으면 되지."

게다가 중앙과 상하이의 관계는 더 이상 나빠질 수가 없는 수준. 괜히 눈치를 볼 것도 없었다.

"그러면 저는 바로 기사를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

쯔위가 나가는 모습을 보며 민국은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쯔닝의 이탈은 중국 시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건 분명해 보였다. 중앙의 지지도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공대장이 빠진 클랜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고, 심지어 쯔닝은 뛰어난 실력을 지닌 공대장이었다.

'욕심을 많이 부렸네.'

불가능에 가까운 업무를 던져 놓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니까 공대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상황.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멍청한 결정이지만 원래 그런 위치에 있다 보면 영리한 사람도 멍청해지는 모양이었다. 뭐,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걸으려고 했다. 그나마 한국은 중간에 강한 브레이크가 걸려 다행이었지만 중국은 그대로 엑셀을 밟은 셈이었다.

"민국."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민국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샤오란이 옆에 다가와 있었다. 뜨거운 숨결, 붉게 달아오른 얼굴. 그리고 무언가를 원하는 것 같은 애타는 눈빛이 시선이 들어왔다.

민국이 얼굴을 찌푸렸다.

'얘는 무슨…….'

발정기의 짐승도 아니고.

자신도 여자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릴 줄은 알았다. 하지만 워낙 눈치를 볼 게 없는 위치라 그런가? 이 자리에 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벌써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었다.

"적당히 해라?"

이를 다문 채로 경고하듯 샤오란에게 말했다. 그런 민국의 반응에 샤오란이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누구의 시선이 신경 쓰여? 하지만 이건 나만 원한 게 아니라고."

"……?"

"쯔닝 쟤가 왜 우리 쪽으로 찾아 왔겠어? 클랜을 이탈하고 갈 곳이라면 굳이 중국이 아니어도 많을 텐데?"

이어서 샤오란이 민국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대부분이 영웅이 그렇듯. 쟤도 주인님이 필요한 거라고요."

"……."

"내가 왜 우리의 영상을 찍어서 쟤한테 보냈겠어요?"

고개를 돌리자 쯔닝이 자신의 시선을 피하며 얼굴을 아래로 내리 까는 게 보였다.

덕분에 민국은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에는 흘러가는 말로 쯔닝이 남자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 섹스 취향이라 들었는데….

"하?"

정말로 이런 식으로 꼬셔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잠깐만. 이렇게 되면 쯔닝은 PLA가 아닌 R's 에 입단해야 되는 거 아닌가?"

"에이, 그러면 윗대가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한국으로 들어오는 압박도 장난이 아닐 텐데…."

샤오란이 민국의 손을 잡고 자신의 치마 밑으로 가져다대었다. 놀랍게도 까끌까끌한 감촉 사이에서 뜨거운 습기가 느껴졌다. 노팬티였다.

"귀찮은 일들은 내가 떠맡는 게 낫지 않겠어? 게다가 나는…!!!"

그녀의 부분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다가 손가락을 세워서 강하게 찔러 넣었다. 그리고는 엄지로는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며 말했다.

"내 애완동물 중 한 마리지."

"아, 아아…!"

자신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샤오란의 신체.

손가락을 꽈악 조이는 느낌에 민국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쯔닝을 바라보았다.

"…꿀꺽."

다시 한 번 바닥으로 시선을 휙 내리까는 쯔닝의 모습.

그 반응이면 충분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쯔닝을 안을 건 아니었으니까.

민국은 세차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찔꺽거리는 소리와 함께 샤오란의 신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몇 번이나 쑤셔 대었을까? 민국을 바라보는 샤오란의 얼굴이 참을 수 없는 욕정으로 가득해졌다.

"주, 주인님…. 나…!"

샤오란이 치마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물로 흥건해진 보지가 당장이라도 자지를 먹고 싶어 난리를 치고 있었다. 친분이 없는 상대 앞에서 하는 섹스라 기분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하, 하아…. 하아…."

오히려 상대가 그것을 원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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