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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즐감하세요!!!
막다른 절벽의 바이콘
"아깝지 않아?"
"아까워요? 뭐가?"
"마력의 결정 판매 대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한 것 말이야."
R's 클랜의 클랜장실.
제 집 마냥 소파에 누워서 영웅 패드를 만지작거리던 민국은 말을 꺼낸 셋째 와이프인 현정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는데…. 와이프들과 상의라도 할 걸 그랬나?'
기부하기로 한 돈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다른 색도 아닌 무려 황금색의 결정.
심지어 두 개나 되는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PLA 에게 판매하면서 상하이 측에서 받기로 한 돈은 십조 단위의 거금이었다. 다른 이권들은 전부 제외하고 순수하게 현금으로 받을 돈만 그랬다.
그도 그럴게 골드급 마력의 결정은 전 세계에서는 유일하게 GGW 공격대만이 구할 수 있는 신물 중의 신물이었다.
다만….
'가루다를 통해 매 달 골드급 결정을 얻을 수 있으니 판매 대금 정도는 기부해도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
심지어 GGW 멤버들도 전부 10 등급 영웅이라 당장 결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가루다를 통해 얻는 마력의 결정은 전부 민국이 마력을 높이기 위해 흡수를 하고 있었다.
그런 용도로 골드급 마력의 결정을 사용하다 보니 기부 역시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골드급 마력의 결정이 가진 가치에 대한 생각 차이였다.
다만, 자신은 혼자가 아닌 가족이 있는 남자였다.
"딱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발표를 하기 전에 미리 상의라도 할 걸 그랬나요? 혹시 클랜에 돈이 필요한 상황인가?"
"으, 응?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슬쩍 눈치를 보면서 말을 꺼내니 현정이 눈썹을 들썩이는 게 보였다.
"그래도 자기가 먼저 이야기를 해줬더라면 어느 정도 대비는 할 수 있었겠지? 물론, 판매 대금을 기부하기로 한 결정을 반대하는 건 아니야. 오히려 나도 자기와 같은 생각이고. 그래서 기부금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생각이야?"
"재단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
당연히 생각한 것도 없었다. 다만 엄한 이들을 배불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 기부 재단을 운영할 생각도 없었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돈만 대고 알아서 기부금이 잘 굴러가 주는 그런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런 쪽에서는 그래도 클랜을 운영하고 있는 현정의 인맥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혹시 그 쪽과 관련해서 알아봐 줄 수 있어요?"
"내가?"
"네. 나보다는 누나의 인맥이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사실 기부 관련해서 제가 아는 건 하나도 없거든요."
"흐흥…."
잠시 후, 현정이 콧노래를 살짝 섞으며 입을 열었다.
"좋아! 내가 책임지고 알아볼게. 아무튼 이번 일로 인해 자기 이미지가 훨씬 더 좋아진 건 알고 있지?"
"이미지야 뭐….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게 있나요? 대선에 나간다 해도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니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현정이 어깨가 흔들리도록 키득거렸다.
아무튼 기부 문제는 해결했고. 다시 소파에 누워서 이번 전쟁에서 상대했던 새로운 네임드들의 공략법을 영웅 패드로 적던 도중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현정이 A4 용지 몇 장을 스윽 내밀었다. 글씨 크기 8 로 빼곡하게 채워진 스케줄 표였다.
"……이거 뭐예요?"
"당신에게 들어온 스케줄 요청이요."
"……."
슬쩍 훑어보니 각종 광고와 방송 출연 그리고 유력자들의 모임 초대까지.
몸이 열 개가 있어도 전부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요청들이 클랜을 통해 들어온 모양이었다.
본인에게 직접 연락하기는 조금 그러니 클랜을 통해 섭외를 시도한 모양인데…. 안타깝지만 요청 대부분이 관심도 흥미도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모든 섭외를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사회생활도 생활이지만 클랜장인 와이프의 체면이 걸린 것도 있을 테니까.
"꼭 나가야 하는 게 있어요?"
"아니. 그냥 어떻게든 나와 주십사하고 부탁하는 것들이야. 이 대한민국에서 감히 누가 우리 한민국 영웅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겠어?"
"그러면 여기 있는 거 전부 캔슬시켜도 되는 거죠?"
대화를 나누던 현정이 재빨리 하나의 스케줄을 내밀었다.
"…조은영 회장이 참석하는 경제인 모임에는 얼굴을 비추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회장님의 체면 때문인지 그룹에서도 어떻게든 당신을 설득해줬으면 하는 태도고."
"자리를 빛내기 위한 트로피인가?"
"기분 나쁘면 안 나가도 돼. 회장 체면 보다는 쉴더급 영웅의 컨디션이 훨씬 중요하지."
말은 저렇게 하지만 아무래도 모임에 참석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오케이. 여기 밥은 맛있는 거죠?"
"다, 당연하지."
"그러면 밥 한 번 먹는 셈 치고 참석하도록 할게요."
로즈 그룹은 R's 클랜의 모 기업이었다.
모 기업의 회장님이 원하시는데 가서 얼굴 한 번 비추는 게 어려울 리 없었다. 괜히 비싼 척 할 생각도 없었고. 이왕 가는 거 오랜만에 회장님의 속살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파트너인 조수영도 함께 있으면 더 좋고.
"그리고 김세현이라고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주최하는 모임이 있어."
"김새현?"
"응. 당선이 유력한 대선 후보야. 친하게 지내면 나쁠 게 없지."
"어……."
민국은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영웅 패드를 만졌다.
이름을 검색하자 진한 화장으로 가득한 60 대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패스할게요. 정치인과는 엮이고 싶지 않아요."
"알았어. 그러면 그쪽에는 그렇게 전달하도록 할게.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이었어. 이 할머니 진짜 꼰대거든."
"…혹시 나 때문에 클랜이 밉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죠?"
혹시나 싶어서 물었더니 현정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설마.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그렇게까지 멍청한 족속은 아니야. 파워 싸움을 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우리보다 그 사람들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걸? 그만큼 자기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데? 막말로 자기가 싫은 소리 한 번 하면 장관급 인사나 여당의 당 대표도 순식간에 목이 날아갈 걸?"
"오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귀로 들으니 놀랍다는 생각이었다.
GGW 멤버들을 이끌고 재앙 몇 놈 쓰러뜨렸더니 국가적 아니 세계적인 영웅으로 칭송 받으며 대한민국을 다스리는 언더커버 보스가 된 느낌이었다.
그 외 다른 스케줄도 체크해봤지만 딱히 끌리는 건 없었다.
정 나중에 심심하면 TV 에 얼굴 한 번 드러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다만, 걸그룹 네이처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방송은 체크 목록에 넣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 찾아갈 예정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새로운 네임드에 대한 공략법도 다 작성할 수 있었다. 민국이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자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현정이 물었다.
"가게?"
"네. 신규 공략법도 전부 적었고 토벌 보고도 마쳤으니 슬슬 집으로 가야죠. 누나는 집에 언제 쯤 갈 거예요?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줄까요?"
"글세. 마음은 정말로 고맙지만…."
난감한 표정을 짓는 오현정.
그도 그럴게 그녀의 책상 옆에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서류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이게 전부 GGW 공격대 때문에 생긴 일들이었다.
던전 공략으로 남은 부산물 정리에 그에 따른 판매처를 확보하고 그에 따라 영웅들에게 정산금을 지급 등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도장을 찍을 문서들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야근 확정인 것 같아."
짧게 한숨을 내쉬는 현정을 보며 민국은 민망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 * *
"꺄! 꺄꺄꺄!!!"
"소영아! 천천히, 천천히! 부딪치지 않게 조심! 조심!"
시끌벅적해진 거실의 모습에 채영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해외 원정을 떠났던 남편과 동생이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동생이 아니라 후처들이지만 그에 대해 불만은 조금도 없었다.
후처들이 있다고 해서 남편이 자신에게 소외감을 준다거나 사랑해주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결혼한 이들도 쉽게 얻지 못하는 한소영이라는 예쁜 딸도 있었다.
게다가 남편은 여러 명의 여자를 동시에 거느릴 정도로 평범한 사내가 아니었다. 그런 남자의 첫 번째 정실이 본인이라는 사실에 채영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 없는 동안 애 보느라 고생 많았지?"
"고생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 했지."
민국을 바라보는 채영의 눈동자에 안쓰러움이 담겼다.
한 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웅으로 여러 전쟁터를 전전했던 그녀였다. 때문에 채영은 어둠 괴물을 상대하는 영웅들이 던전에서 얼마만큼 고생을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남편 또한 영국과 중국을 오가며 쉴 새 없이 목숨을 바쳐가면서 어둠 괴물과 싸웠을 터.
그가 경험했던 고생을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몸이 민국에게 향했다. 자신의 가슴으로 지친 남편의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이제는 쉴 수 있는 거지?"
"아마도? 큰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집에 있을 예정이야."
자신의 품으로 파고든 채영을 팔로 껴안으며 민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승리로 끝난 이번 전쟁은 인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예정이었다. 특히나 유럽과 아시아의 남은 재앙이자 골칫덩이였던 버니와 바이콘의 쓰러지면서 두 대륙의 안전이 확보되었다는 게 가장 큰 결과물이었다.
물론, 라오스의 새의 탑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잠잠한 새의 탑.>
<힘을 잃은 가루다는 움직이지 않나? 중국 동북부의 전투에서 새의 탑은 반응하지 않아.>
<모 군사 전문가, "재앙들은 각자가 동료이자 라이벌. 재앙 세력끼리의 연합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가루다는 계속된 브레이크의 실패로 인해 힘을 잃고 활동을 중지한 상황.
적어도 오 년 이상은 움직이지 못할 거라는 것이 어둠 괴물 관련해서 활동하는 군사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정리하자면 이번 전쟁의 승리로 인류는 커다란 안전을 얻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민국도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를 누리며 최소 한 달은 넘게 쉴 계획이었다.
"꺄! 꺄!"
북적이는 분위기와 갑작스레 나타난 어른들이 마음에 드는 모양일까?
소영이는 어른들을 조금도 겁내지 않은 채 자신을 예뻐하는 현아와 유나의 근처에서 떠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당연히 민국도 소영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를 썼다.
"소영아! 아빠! 아빠!"
"빠? 빠? 꺄! 꺄꺄!"
처음에는 아빠한테도 흥미를 보이며 안겨 들었다. 하지만 잠시에 불과했다.
"어? 나한테 온다! 소영아! 작은 엄마야! 엄마!"
"언니가 엄마라고 하니까 뭔가 되게 이상한 기분이에요. 어? 나한테 온다!"
"……."
아빠를 내팽기고 쉴 새 없이 현아와 유나만 따라다니는 딸내미의 행동에 괜히 섭섭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인도 원정을 떠나지 전에는….'
손만 내밀면 조르르 다가왔었는데.
계속된 원정 때문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까닭일까? 소영이의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무튼 이 때문에라도 최소 한 달 이상은 소영이와 붙어 있을 계획이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왜 현아와 유나는 좋아하는 거지? 쩝."
그렇게 아쉬운 눈으로 소영이를 바라보던 도중이었다. 옆에 있던 채영이 키득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 키즈 카페라도 같이 가줘. 한 번 신나게 놀아주면 굉장히 좋아할 거야."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어?"
"아파트 단지 내에 브랜드 카페가 하나 있어. 소영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
꼭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소영이를 보던 도중이었다. 태연이 안방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지호는 아직 안 일어났어?"
"네, 많이 피곤한가 봐요."
"잠 많네."
집에 오기 전부터 자고 있던 아들은 아직도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뭐, 그 나이 때 애들은 잠이 많다고 하니 걱정할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소영이를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는 지호의 얼굴도 보고 나왔다.
내 핏줄이지만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세상에 있을까 싶었다.
"언니, 진짜 소영이랑 지호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
"그러게 말이야. 나도 빨리 이런 아이 가지고 싶다…."
현아가 소영이를 안고는 힐끗 민국을 바라보았다.
빨리 임신하고 싶다는 이야기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
현아는 GGW 공격대의 메인 탱커. 10등급 영웅인 그녀가 임신으로 공격대를 이탈하면 인류의 평화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대체할 수 있는 영웅이 전혀 없으니 말이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후계자 한 명 키워와. 10 등급 레전드리 친구로."
"으으…."
불가능한 조건에 얼굴을 구긴 현아가 툭 민국의 옆구리를 쳤다.
그렇게 민국은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정말 즐거운 시간은 낮이 아니라 밤에 생길 예정이었다.
"반 년만이니까…. 오늘 정말 많이 사랑해줘야 해요."
"최소 세 번…. 그만큼 당신의 정을 받고 싶어요."
"섹스! 섹스! 섹스!"
애들이 잠들기 전만 하더라도 순수한 엄마의 모습이 다름없던 와이프들이 순식간에 암컷으로 변해버렸다. 아기들이 보고 싶어서 덩달아 집에 놀러 왔다가 끼게 된 최유나도 기대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심지어 본인들끼리 순번까지 정하고 있었다. 아주 건방지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