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6화 (6/374)

〈 6화 〉 06­ 맏언니 가야(2)

* * *

다음날 김준이 안방에서 나왔다.

어제 일로 인해 매일 루팅 계획은 접기로 했다.

일단은 지금 챙긴 물자들로 당분간 버티면서, 훈련부터 차차 시키기로 했다.

주방에서는 뜻밖에도 다른 아이돌이 있었다.

“…?”

“아, 은지구나!”

“….”

은지는 차 안에서의 그 일 이후로 조용히 김준에게 인사만 하면서 음식을 준비했다.

“뭐야? 냉장고에 음식 꺼냈어?”

“아, 죄송해요. 냉장고는 아니고 찬장의 음식들을 썼어요.”

“찬장에 뭐가… 아!”

곰국 끓일 때나 쓰는 스댕 대형 냄비 안에는 가득 찬 물에 라면 10개가 끓고 있었다.

라면이야 박스 단위로 쌓여있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저… 잘못했나요?”

“아니야. 뭐, 그래. 내친김에 라면에 계란도 풀자.”

우선순위로 빨리 상할 물건들은 금방금방 먹어야 한다.

지금은 아끼면 똥이 될 물건과 장기적으로 보관해야 할 물건을 구분해야 하는데, 특히 고기나 계란은 바로 소모해야 했다.

냉장고 깊숙이 담겨있는 어묵도 넣고, 파도 썰어 넣어서 ‘파 송송 계란 탁!’의 라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릇을 만들 때 은지가 넌지시 말했다.

“여기 사는 거… 적응 노력할게요.”

“음?”

“제가 좀… 낯을 좀 가려서….”

은지는 그 말을 하며 후다닥 거실로 달려가 상을 폈다.

처음 만나자마자 쥐여준 권총으로 다짜고짜 자기 머리를 겨눴던 게 다시금 떠올랐다.

‘나도 지금 이 상황이 아직도 황당하긴 한데… 그래도 적응해야지.’

김준은 차차 하나씩 이야기가 될 거로 생각하면서 라면을 밥상 위로 올렸다.

그동안 죽만 먹던 소녀들은 라면을 보고서 눈이 돌아갔다.

단 두 명.

그걸 끓였던 은지와 가야 빼고 말이다.

“가야는 좀 괜찮아?”

군 시절부터 밥 먹는데 일 이야기를 싫어했던 김준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좀비 세상에 가서 루팅’을 두고 넌지시 물어봤다.

“네… 괜찮아요.”

“많이 먹어. 속 든든하게.”

분명 아이돌들을 데려온 건데, 어째 군시절 관심 가지는 병사들 챙기던 그때의 간부 시절이 떠오르는 김준이었다.

어제 일은 어제 일로 끝내고, 분위기를 풀기 위해 김준은 라면을 먹으면서 다른 톱스타에게도 말했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좀비가 밖에 있어서 무서울 텐데 말이야. 다들 적응 좀 하자. 결국, 우리 살자고 하는 거잖아?”

김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이후 밖에 나가 끽연을 즐길 때, 가야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김준은 그녀를 보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하나 줘?”

“…아, 네?”

“피면 줄게.”

김준이 피식 웃자, 가야는 조심스럽게 어제 일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오빠… 진짜로 미안해요.”

“아, 뭐가? 저번에 소리 지른 거? 내가 더 미안하지.”

이 상황에서는 사과를 받을 일도 아니었다.

솔직히 인터넷 하다가 좀비가 나와서 갑자기 세상이 망한 것도 황당한데, 그 상황에서 온실 속 화초 연예인들까지 구했다.

그런 상황에서 뭐, 애가 좀비 있는데 소리 지른 게 뭐 대수겠는가?

게다가 애가 얼마나 놀랬으면 장난으로 ‘뽀뽀 한번이면 풀린다.’라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딥키스까지 했다.

“처음부터 좀비 본 놈이 어딨겠냐? 이게 무슨 영화도 아니고.”

“하지만….”

“됐어, 쉬어쉬어, 쉬어….”

김준은 안으로 들어온 다음 생각하다가 의대 출신 아이돌 마리를 불렀다.

“오늘은 애들 기분이나 풀려고 소주 까려고 하는데 괜찮아?”

“흐으음… 저희 온 시간 생각하면… 아, 이거 애매하네요.”

마리는 손가락셈을 세다가 말했다.

“라면까지 해서 어느 정도 먹는 건 풀렸어도 알코올 들어가면 큰일 날텐데… 반대로 PTSD가 많아서….”

“피티에스....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요!”

“…트라우마라고 말하면 되잖아.”

“비슷하지만 엄밀히 말해 다른 표현이긴 한데….”

하긴 없는 게 이상할 것이다.

충격은 심하게 겪었는데, 누구 하나 정신 안 놓은 게 용한 상태이니 말이다.

김준은 그것을 알고 소주 회식을 건의한 것인데, 마리는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케바케겠지만 아직은 안 될 것 같아요. 전부 먹으려면 며칠 더 속을 달래죠.”

“그러지 뭐.”

김준은 마리의 말을 듣고서 회식은 다음에 하고, 다른 작업을 하기로 했다.

“지금 냉장고에 있는 뜯어진 고기 다 꺼내고, 보존식품으로 만들자.”

“네?”

“다들 손 좀 도와.”

김준은 냉장고에 뜯어놓은 지 좀 된 냉동 고기들을 꺼냈다.

예전에 동네에서 돼지나 닭 잡으면 장기적으로 보관해 먹으려고 진공포장기로 묶어놓곤 했다.

그래서 생고기가 창고에 있는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충분히 장기 보관이 가능했지만, 남은 것은 집 안 냉장고에 있는 고기들.

당장 먹을 수도 없고 굽기도 힘든 뒷다리살이나 찌개로나 쓸 잡육들. 먹다 남은 생닭 조각들.

김준은 믹서기를 가져와 그것들의 물을 빼고 일단 갈아버렸다.

“마늘 좀 까고 다져야 하는데.”

“제가 할게요.”

인아가 나서서 통마늘을 하나하나 까기 시작했고, 그것을 라나와 나니카가 도왔다.

세 명이 마늘을 만질 때, 김준은 다른 애들에게도 하나씩 오더를 내렸다.

“세탁 담당 누구지?”

“저, 저요.”

도경과 마리가 손을 들자 김준은 그들에게 말했다.

“세탁실 맞은편에 김치냉장고 위로 뭐 잔뜩 쌓여있지? 거기에 보면 빵틀 잔뜩 있어. 그거 꺼내서 싹싹 닦아. 그리고 찬장에 찜기하고 호일도 꺼내고.”

“네!”

그리고 남은 인물은 좀비 트라우마로 쉬면서 잠든 가야를 두고, 에밀리와 은지는 음식 준비를 위해 오븐 내부를 청소하고, 식재료를 씻었다.

“오~ 이거 우리도 먹을 수 있는 건가?”

에밀리가 고기를 보고 눈을 반짝이자, 마리가 김준에게 조용히 말했다.

“오늘 저녁 한 조각씩 정도는….”

“그래, 오늘 저녁은 그럼 이거 한 조각씩 구워 먹자고.”

“예이이~”

안 그래도 빡센 스케줄로 트레이닝을 하던 아이돌들이라 그런지 전부 다 소식을 했고, 그동안 식비 계산을 해봤는데, 건장한 남성 4명 수준으로 8명이 나눠 먹는데도 몸이 유지됐다.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냉장고가 오늘 햄 만든걸 합쳐도 1주일치.

창고 비상식량을 지금 꺼낸다면 좀 더 오래 있겠지만, 반찬이 없다.

“자, 생강하고, 마늘 다진 거 줘봐.”

“여기요.”

김준은 인아가 건네준 다진 야채들을 믹서기에 간 고기와 섞고, 밀가루와 전분을 잔뜩 넣어 치댔다.

그걸 보던 소녀들은 각자 그릇에 담아 위생장갑을 끼고 따라했다.

중간중간에 소금과 후추를 넣고 떡이 될 때까지 만든 다음, 아까 도경하고 은지가 가져온 빵틀에다가 호일을 깔고 기름을 발라 꼭꼭 채웠다.

그리고 랩으로 감싼 다음 각각 오븐과 냄비 안에 찜기를 넣고 돌렸다.

30분의 시간이 흐르고, 오븐에서는 노릇노릇한 냄새가, 냄비에서는 짭짤한 스팸의 냄새가 났다.

“와아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나 사 먹던 통조림 햄이 뚝딱 만들어지자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돌들.

김준은 앞으로 얘들 먹이기 위해서 다양하게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냉장고에 쌓인 야채를 꺼내서 샐러드를 만들었다.

양상추, 양파, 당근, 상추, 깻잎에다가 오늘 만든 스팸을 썰어서 넣고 마요네즈와 참기름을 약간 넣은 K­샐러드였다.

“자, 먹자!”

“잘먹겠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말하고, 자신들이 만든 햄에 샐러드를 먹으면서 김준은 흐뭇하게 바라봤다.

“비타민 보충하려면 신선한 채소가 많이 필요한데….”

“맞아요. 영양제 같은 게 따로 없어서 식이요법으로 채워야 해요.”

마리가 거들었고, 김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21세기에 설마하니 괴혈병이나, 각기병이 걸리겠냐만 지금은 진짜로 그걸 위험하게 여겨야 하는 장기 생존의 현장이었다.

그렇게 오늘의 식사를 마치고, 정리하려는 순간, 에밀리가 밖을 보고 말했다.

“어? 비 온다.”

“!?”

김준은 밖을 보고서 조금씩 떨어지다가 바닥을 적시고 있는 비를 보고 곧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딱 세 명만 나와! 작업 좀 하자!”

서로가 쳐다볼 때 김준은 직접 지명했다.

“가야 오늘 푹 쉬었지? 같이 나가고, 거기 키 큰 너도!”

“아, 저요?”

전직 배구선수 출신 도경이 지명되어 나오고 눈치를 보다가 인아가 일어났다.

“저도 나갈게요.”

“오케이. 저 찬장에 1회용 우비 있거든? 각자 입어.”

김준은 비옷을 입고 나와서 집으로 나와 뒤꼍으로 나왔다.

그동안 빗줄기는 더욱 세차졌는데, 그녀들을 데리고 김준이 간 곳은 뒤꼍의 거대한 PVC 물탱크였다.

“자, 내가 올라가서 저거 열 테니까 너희 셋은 여기 땅에 묻힌 거 열어라. 혼자 못하니까 셋이 합쳐서.”

옛날 할아버지가 농사지으실 때, 가뭄에 대비한다고 파묻어두신 것과 김준이 따로 구비했던 빗물 탱크가 이럴 때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김준은 올라가서 밸브 렌치를 힘껏 돌려 탱크의 마개를 열었고, 창고의 방수페인트 칠해진 금속 지붕을 타고 내려온 파이프관을 괴어서 곧바로 빗물 탱크로 향하게 했다.

김준이 작업을 할 때 밑에서는 가야와 인아가 낑낑거리면서 대형 밸브를 열려고 했고, 도경 혼자서 옆에 있는 밸브를 겨우겨우 돌렸다.

김준은 한숨을 쉬면서 처박아놨던 녹슨 밸브렌치를 들어 던졌다.

“야, 이거 써라!”

“!”

처음 보는 삼발이 렌치를 보고 어떻게 쓰는지 몰라 들고 있던 가야와 도경.

그나마 인아는 그것을 보고 둥근 밸브를 향해 걸고서 힘차게 돌렸다.

“아마 이거 이렇게 하는… 으랏차!”

끼릭­ 끼리리릭­

쇠와 쇠가 부딪치는 녹슨 금속음과 함께 서서히 열리는 묻혀있는 빗물탱크가 열렸다.

안에는 거름망이 있어서 순수하게 물만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고, 김준이 펌프를 돌리면 정화된 빗물이 올라올 거다.

“휘유. 됐다. 다들 수고했어.”

김준은 그녀들을 칭찬하면서, 온 김에 창고에 있는 상자 중 숨겨놨던 비상식량을 건네줬다.

“왓! 초코바!”

“이 자리에서 얼른 먹고 가는 거다?”

“네!”

비를 맞으면서 오들오들 떠는데, 핫브레이크 하나씩 먹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

그날 밤.

김준은 배가 고파서 야식이나 먹으려고 냉장고를 뒤적였다.

배려해 준다고 했지만, 아이돌들이랑 삼시세끼 같이 먹다 보니 자신만 다이어트를 하는 것 같았다.

저번에 편의점에서 루팅한 핫바하고 맛살, 치즈볼 등에 창고에서 가져온 소주를 꺼냈다.

“이야, 진짜­ 휑해지긴 했네?”

김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맛살이랑 치즈볼은 빼고, 핫바 하나로 안주로 쓰면서 넌지시 중얼거렸다.

“오늘 만든 햄 다 먹으면, 진짜 고기는 못 먹는 건가…”

“….”

김준이 냉장고를 보고서 무심코 중얼거리던 한 마디.

그때, 김준이 소주와 안주거리를 챙기고 안방으로 향하다 화장실에서 나온 가야와 눈이 마주쳤다.

“…아!”

“안 잤어?”

“아, 지금 자려고요.”

가야는 김준이 든 걸 슬쩍 보면서 소주를 보고 시선을 떼지 못했다.

김준은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한잔할래?”

원래라면 아침에 마리 말대로 안정을 해야 한다지만, 까짓거 이번엔 넘어가기로 했다.

가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준은 5분만 기다리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럴 일은 혹시나 없겠지만, 침대 밑에 있는 권총을 다시 확인하고, 엽총과 공기총은 벽장에 집어넣고 문을 잠가 주머니에 넣어뒀다.

그리고 들어오라고 했을 때, 김준은 조명을 최소한으로 해 놓고 그녀를 맞이했다.

“받아.”

“…감사합니다.”

종이컵에 소주를 약간 따라주고, 안주로 핫바를 건네주자 그녀는 한 잔 쭉 마시고는 쓴맛을 억지로 삼키기 위해 얼굴을 찡그렸다.

“몸 상태 안 좋으면 바로 들어가도 돼.”

“….”

“여기서 우리끼리 딱 먹고 끝내는 거다?”

“네.”

“다른 아이들 확실히 다 자는 거 맞지?”

“네, 그래도 다 착한 애들이어서 자기 할 일은 다들 알아서 해요.”

그래도 선후배 관계가 있는 연예계여서 그런지 규율이 잡히는 것 같았다.

물론 고참이라고 해야 김준보다 어리고 이십 대 한창의 아가씨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어제 안 그래도 됐는데.”

“네?”

“딥 키스~”

“….”

김준이 자기 입을 가져다 대고 낄낄대자, 가야는 화끈거리는 얼굴로 덜덜 떨었다.

“그, 그때… 아무것도 안 들렸어요. 욕설…그리고 오빠가 날 떼어놓고 간…다고.”

‘긴장하면 뽀뽀로 풀린다’고 장난으로 말한건데 그걸 진짜 할 줄이야.

그렇게 두 남녀가 종이컵 소주를 나눠 마시다가 가야가 조심스럽게 김준에게 물었다.

“저기… 오빠….”

“음?”

“저희 모두 끝까지 살 수 있겠죠?”

“엉. 당연하지~”

김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가야를 슬쩍 바라봤다.

화장을 안 해도 도드라지는 입술과 속눈썹, 목욕을 마치고 곱슬거리는 장발은 편의점 샴푸 향도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나야, 이쁜 아이돌들 데리고 살았던 게 평생 남을 기억이고.”

“그, 그래요?”

대수롭지 않은 대화인데, 가야가 술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슬금슬금 다가오는 그녀를 눈치채지 못하고, 김준은 소주를 먹다 넌지시 말했다.

“뭐, 루팅이 아니더라도, 도움이 될 게 많겠지.”

“이를테면… 그…”

“음?”

“섹스라도…?”

“…!?”

김준이 돌아볼 때 어느새 그에 어깨 위로 올라와 알콜이 섞인 숨을 내뱉었다.

순간 등골에서부터 찌릿한 감각에 움찔거린 김준을 향해 흐릿한 조명 속 가야의 얼굴이 보였다.

발그레해진 모습이 5년 전 수많은 삼촌팬들을 울렸던 그때의 미모 그대로였다.

“왜 이래? 농담이야.”

“그래도 어떻게… 지금 오빠한테 안긴다면…”

가야가 점점 더 다가오다 김준과 입을 맞췄고, 입술 속에서 농밀한 혀가 서로 교환됐다.

끈적한 타액 속에서 점점 아랫도리가 불끈했고, 그녀의 새하얀 손이 서서히 그곳으로 향했다.

환상적인 상황이었다.

단 한 가지가 없는 게 아쉽지만.

“미안한데 콘돔이 없다.”

“….”

“다음에 하자.”

무드 있는 분위기가 한순간에 확 깨졌지만, 일부로 그런 말이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데, 벌써 이런 분위기가 생기면 나중에 다른 애들 어떻게 보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멈출 생각이 없나 보다.

가야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살짝 벌리며 자신의 촉촉한 입술을 가리켰다.

“손하고, 입으로라도….”

“킥!”

가야는 멈출 기세가 아니었고, 김준은 점점 불끈하는 아랫도리를 보고서 조용히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 순간 가야의 얼굴이 김준의 아래로 파고들어 반바지의 지퍼를 이빨로 살짝 씹고는 그대로 내렸다.

지이이이익­

이빨로 지퍼를 내리고 혀로 사각팬티를 살짝 젖히자 가운데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대물.

“와아….”

생각 이상의 사이즈에 그녀는 입을 모아서 그대로 목 끝까지 닿았다.

“크으읏.”

현역 아이돌이 이 쉘터에 살기 위해 입으로 해주고 있었다.

침을 바르는 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고, 불빛이 줄어들자 촉각과 청각으로만 의존하게 된다.

츄르릅­ 츄릅­

나풀거리는 얇은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가슴과 등에서 느껴지는 브라끈 감촉.

혀로 휘감고, 입술을 오물거리면서 끝을 당기고 몇 분간의 애무 끝에 김준이 그대로 한 발 발사했다.

“으읍, 읍!”

순간적으로 가야의 뒷목을 잡은 김준은 사정의 쾌감에 천장으로 눈이 향했다.

가야는 입가에 잔뜩 고인 정액을 보여주면서, 근처에 휴지로 조용히 떨어트리는데, 흰 백탁액의 선이 길게 이어졌다.

“후우… 미친, 급발진으로 입싸까지 했네.”

“흐으응.”

“…이런 건 안 해도 돼.”

“콘돔 생기면 나중에라도….”

가야는 소주로 입가를 한번 헹구고는 애인처럼 김준을 끌어안아줬다.

따뜻한 감촉을 느낀 뒤, 그날 밤의 일은 모두가 잠든 사이에서 둘만의 비밀로 이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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