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6화 (26/374)

〈 26화 〉 26­ 생존 1순위는 물.

* * *

아침이 되었다.

김준은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서 조용히 밖으로 나와 거실에 불을 켰다.

새벽 5시라 지금은 은지도, 인아도 아침 식사 준비하기 전이었고 김준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칙­ 치익!

아침 끽연으로 시작하는 오늘의 하루를 앞두고 김준은 빗물 탱크부터 향했다.

거의 쓰지 않아서 지난번 빗물 그 이전부터 고인물이 가득해 희석 락스를 조금 풀고서 생활용품으로만 쓸 물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창고로 시선을 돌렸을 때, 태양열과 그 빛을 기다리는 집열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는 자동차 배터리로 만든 펌프가 있다.

“물자는 넉넉해. 문제는 이걸로 만들어야 하는 기회비용인데….”

‘최후의 수’라고 생각했던 물 수급 방식에 대해 김준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아직 동네 하천이나 강물도 못 믿겠는데, 그걸 마시는 순간 어떻게 될지도 몰랐다.

최악의 경우 밖에서 자연적인 연못, 하천, 강에 대한 물 길어와서 먹었다가 전부 내부 장기부터 감염이 될 수도 있을 거다.

김준이 그것을 생각할 때, 시간이 지나 대문이 열리면서 부스스한 머리의 인아가 나왔다.

그러고는 베란다를 통해 3층으로 올라가 오늘의 아침 채소를 캐려다가 밑에 있는 김준과 마주치고 그의 부름에 내려왔다.

“무슨 일이세요?”

아직 졸린 눈이 가득하지만 모두의 식사를 위해서 일찍 일어난 인아였다.

김준은 담배 한 대 더 태우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내일 모래지? 은지 생일이.”

“아, 네.”

“케이크랑 생일 음식 좀 차릴 수 있겠어?”

지금 상황에서 물어본 제안에 인아는 손가락으로 세면서 계산을 해 봤다.

“미역국 정도는 이틀은 먹을 테니 추가로 끓일수 있고, 거기에 생일상에 필요한 건….”

“케이크 만들 수 있어?”

“만들 수는 있죠. 재료만 있으면…아니다, 어떻게 되겠다.”

인아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운다는 생각에 지금 창고와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만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볼 준비했다.

“일단 오븐은 있으니까, 밀가루하고 설탕… 있고, 거기다가 크림은 없지만, 초콜렛은 저번에 에밀리 언니랑 오빠가 구해온 코코아 가루랑 견과류 캔, 그리고 그 미군식량이라는 크래커랑 사탕… 체리나 키위가 있으면 좋은데, 그게 안 되면 방울토마토라도 따죠.”

본격적으로 생일상 이야기가 나오자 간만에 애들이 단 거 먹어서 어느 정도 이 생활 속에서 위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제부터 말한 가장 중요한 게 있었다.

“역시 문제는 물이죠.”

“그래, 내가 어제도 최소한 물을 아껴 쓰자고는 했지만, 차마 생일상에서도 그러진 못하겠다.”

장기 생존을 대비하는 와중에 참으로 낭만적인 소리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김준은 어제 가져온 생수에 오늘도 어떻게든 생수 위주로 마트와 시장 일대를 루팅할 생각이라 물은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그리고 은지의 생일이 끝나면 김준은 창고 안에 있는 장비들과 그간 챙긴 루팅물품을 가지고 빗물 탱크와 2,3층이 연결되는 파이프를 만들 생각이었다.

아마 대 공사가 될 거고, 혼자서 시작한다면 진짜 기약이 없을 정도로 길어지겠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그래도 물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넉넉해. 게다가 이 몸이 기술자니까!’

김준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인아에게 은지에게 줄 생일상은 비밀로 하자고 한 다음 아침 준비를 하러 올라갔다.

그날의 아침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쌀 물만 제외하고, 참기름에 버무린 나물 무침이었다.

그리고 물 역시도 생수를 정량으로 해서 먹었고, 아직은 그럭저럭 먹을 만 하게 나왔다.

“오늘은 모든 순위가 물이다. 오늘 최소한 100리터 이상은 구해 올 테니까 조금만 참자.”

“사실 지금 있는 물로도 최소 일주일은 견딜걸요?”

“목욕만 줄이면 말이지.”

“아~ 나, 그래가지고 오늘 땀 잔뜩 뱄는데, 물티슈로 몸 닦았잖아.”

그래도 아침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면서 깔깔거리면서 분위기를 살렸다.

김준은 식사를 마치고서 물 대신 가글로 씻어낸 다음 오늘의 루팅을 준비했다.

은지 역시 어제와 같이 단단이 준비한 다음 차에 올라탔다.

“자, 오늘 하루 한 번 물 길으러 가 볼까?”

“네, 오빠.”

김준은 힘껏 액셀을 밟고 그동안 못 갔던 시내 쪽으로 향했다.

시내라고 해야 재래시장하나 있고, 한의원이다 치과다 각종 약국이 많은 전형적인 시골 읍내다.

김준은 그곳까지 가면서 수십, 수백의 좀비떼가 있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것들은 좀비가 되어서도 출근을 하나….”

“수가 많긴 하네요.”

은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준의 캠핑카를 발견한 좀비 중 몇몇이 입에 피거품을 물고서 달려들었다.

김준은 바로 공기권총을 꺼내서 빠르게 뛰는 좀비들부터 처리했다.

공기총으로도 빠르게 처리한 좀비들을 보고서 김준은 다른 곳을 찾았다.

소사벌 재래시장을 기점으로 크게 한 바퀴 돌면 하천이 나오고, 그곳을 따라가면 삼산강이라고 옛날에 떡붕어 낚시 많이 하던 곳이 나온다.

그리고 그 위에는 소사벌시 상하수도사업소가 있는데, 그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슈퍼마켓이 여러 곳 있다.

생수 수급을 위해서 김준이 이리저리 움직일 때였다.

은지는 창밖을 보다가 풀숲을 보고 말했다.

“아! 저기.”

“!?”

은지는 하천에서 물을 마시는 들개와 새들을 보고 흠칫했다.

하지만 그쪽 역시도 움직이는 차를 보자 후다닥 풀숲으로 도망갔다.

“….”

은지는 그것을 보고서 하천을 유심히 살펴봤다.

캠핑카가 다리를 건너가고, 작은 슈퍼에 도착할 때였다.

몇십 년은 되 보이는 낡은 벽에 슬레이트 지붕이 쳐진 구멍가게 수준의 슈퍼.

“좋아! 저기로 가….”

그 순간 트러블이 생겼다.

파각!

삐­ 삐삐삐삐삐­

“엇?! 이런 씨발?”

타이어 경고등에 불이 켜졌고, 경고음이 계속 울리자 김준은 바로 시동을 껐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본다음 내렸을 때, 타이어를 보고서 할 말을 잃었다.

“아, 지랄같이….”

앞타이어에 쇳조각이 가득 박혀 있었다.

그동안 신경 안 썼는데, 좀비 사태 이후 당연히 도로 청소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당장에 집에서 수 km 떨어진 곳에 왔는데, 여기서 펑크가 나 버린 자동차.

그리고 다시 움직이려면 시간이 걸리겠다.

“펑크예요?”

“하필 이때 빵꾸가 나냐.”

“….”

김준은 한숨을 쉬면서도 일단 엽총을 장전했다.

“일단 저기 슈퍼 확인하고, 안에 있는 물건들부터 챙기고, 타이어 갈아야겠다.”

“네, 그러죠.”

김준은 총을 들고서 가게 일대를 살폈다.

그러던 중 안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좀비가 있었다.

[크어어어어어!]

뛰는 좀비가 김준과 은지를 향해 달려왔고, 김준은 그 자리에서 한 방 갈겼다.

타앙­

좀비가 풀썩 쓰러지고, 그 뒤로 허릿춤에 있는 라이터 기름통으로 앞에 뿌려 바로 불을 당겼다.

불길이 치솟자 쓰러진 좀비가 몸부림치다가 그 움직임이 멈췄고, 완전히 처리될 때까지 시간을 꽤 소비했다.

그 뒤로 좀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간 김준, 그리고 옆에 있던 은지가 호루라기를 크게 불었을 때도 반응은 없었다.

내부는 아까 있던 좀비로 인해서 찐득한 바닥에 퀴퀴한 썩은 내가 마스크를 뚫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고, 일단 전기가 끊겨 있어 설탕 바다가 된 아이스크림 냉장고 제끼고, 옆에 있는 음료냉장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역시나 생수가 가득했고, 확 미지근한 감촉에도 하나하나 챙겼다.

“물은 그래도 풍족하네.”

“주스랑 우유는 못 먹겠네요?”

주스나 유제품은 미개봉 상태여도 저걸 먹었다간 바로 배탈 각이고, 탄산음료는 그나마 1년 이상 버티니 하나하나 챙겼다.

그 뒤로 구멍가게라 협소했지만, 있는 껌, 사탕, 과자 등을 챙겼고, 다 녹은 초콜릿은 아웃, 대신 장기 보관이 되는 아이스티 가루, 일단 먹을 수 있는 건 다 챙겼다.

그러던 중 김준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오~”

김준은 박스 단위에 있는 것을 집으면서 은지에게 물었다.

“유제품 필요해?”

“다 썩었잖아요.”

“만들어 먹을 수 있겠다.”

“?”

김준은 탈지분유와 프림 등의 박스를 챙겼고, 은지는 남은 생필품, 특히 생리대나 플라스틱 그릇, 김치통, 체, 1회용품 집기 등을 모두 긁어서 차에 넣었다.

구멍가게 하나 털어서 넉넉하게 채운 상황.

그리고 모든 것을 담았을 때, 이제 남은 것은 타이어 수리였다.

“잠깐 주변 좀 살펴봐.”

“네. 오빠.”

김준은 캠핑카 안에 있던 사다리를 꺼내 설치한 다음, 그 위에 있는 루프탑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유압자키, 그리고 이럴 일을 대비한 건 아니지만 스페어 타이어와 공구들이 아주 나란히 있었다.

“끄응!”

힘겹게 꺼내서 내려놓은 뒤로 공구들을 가지고 즉석에서 타이어 교체에 들어갔다.

그때 은지는 다리 밑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김준이 타이어를 교체하고 있을 때, 주변에 보이는 좀비는 아까 처리한 녀석 빼고는 조용했다.

때때로 고개를 돌려봤지만, 멀리서도 보이지 않는 좀비 무리를 보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힘겹게 타이어를 교체하고 허리를 두들기며 일어났을 때, 은지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얘는 또 어디 갔어?”

총을 들고서 어디론가 사라진 은지를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곧바로 일대를 수색했다.

그리고 은지를 발견한 것은 다리 밑에 있는 하천이었다.

“야, 임마! 거기서 뭐 해?”

김준은 위험천만한 루팅에서 홀로 움직인 그녀를 향해 소리쳤지만, 그녀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고는 품 안에서 종이컵을 하나 꺼내 흐르고 있는 하천의 물을 담았다.

“야, 주은지! 너, 지금…?!”

“….”

은지는 흐르는 하천의 물을 떠다가 쭉 들이켰다.

그러고는 눈을 감은 채로 그 맛을 음미하고는 천천히 풀숲을 헤쳐 올라왔다.

그런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총을 겨누고 있는 김준이었다.

“주은지…”

“아, 보셨어요?”

철컥­

“가까이 오지 마.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지 아는 거냐?”

“알죠.”

그녀는 총이 겨눠진 상태에서도 태연하게 말했다.

“30분 정도 지나서 제가 감염되면 쏘세요.”

“!”

“훌륭한 실험이 되었어요. 다른 아이들 사는데도 도움이 될 거니까.”

“야 이 미친년아!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냐?”

강이나 하천의 물을 스스로 마셨다.

만약에 상수도에 좀비가 빠져 있다거나, 그 안에서 썩은 바이러스가 있었다면 곧바로 감염되고 은지는 좀비가 된다.

김준 역시 그것을 알고 총을 겨눴지만, 자신이 감염되면 주저 없이 죽이라고 하는 은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언제까지 생수만 털다가 버틸 수는 없겠죠.”

“….”

“그래서 스스로 실험을 해 봤어요. 만약 내가 무사하다면 앞으로 강이나 하천의 물을 길어올 수 있고, 아니라면… 먹을 입이 하나 줄었으니 다른 애들이 오래 버티겠죠.”

“그렇다고 저걸 처 마셔?”

“이게 희생이죠.”

공허한 눈으로 그 결과를 기다리는 은지.

김준은 그 팽팽한 대치 속에서 총을 든 손이 떨리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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