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237화 (237/374)

〈 237화 〉 237­ 이제 다시 일해야지.

* * *

김준은 약속한 대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사랑을 나눴다.

하루 종일 옥탑방에 틀어박혀서 정액냄새 풀풀 날리는 모습에 질색하는 멤버도 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러브 앤 피스의 대세에 휘말리면서 마지 못해 몸을 내밀었다.

“흐아암~”

“깼어요?”

안방에서 김준이 일어났을 때, 그 옆에는 은지가 조용히 누워 있다가 그를 보고 말했다.

김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확 끌어안았다.

말 없이 조용히 안길 때, 그녀의 반응을 보니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고 느꼈다.

처음에는 김준을 보고 극혐하면서 거리를 두던 아이였지만, 이후에 불같은 밤과 과거를 들은 이후 대외적으로 생존 파트너로써 얘처럼 든든한 애가 없었다.

다만 섹스할 때는 언제나 어려웠었다.

은지는 김준이 오늘따라 좋다고 끌어안으면서 하자고 하면 기를 쓰고 거부하면서, 그가 중요한 일을 앞두거나 언제고 자신이 직접 느낌이 올때만 응하기 때문에 그녀랑 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아침 준비 해야지.”

은지가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널브러진 브래지어를 주우려 몸을 숙일때, 김준은 다시 한 번 불끈 거렸고,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걸 먼저 눈치챈 은지가 잽싸게 욕실로 들어갔고, 김준은 아쉬운대로 아침 텐트는 그냥 자연스레 풀리길 기다리며 거실로 나갔다.

며칠간 잠­섹스­잠­섹스­잠으로 엄청나게 스테미너를 쏟아부은 김준은 아침메뉴에 고기를 필수로 요청했다.

“음~ 요새 진짜 살만 찌겠어.”

마리의 한 마디에 모두들 슬며시 자기 배나 허벅지를 보면서 최근에 군살이 붙은 것 같다며 한탄했다.

“한창 활동했을 때는 진짜 행사만 뛰다가 살이 쭉 빠졌는데.”

“맞아맞아. 요새는 좀 편하지?”

라나와 인아가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이야기를 할 때 김준은 슬며시 다른 쪽도 바라봤다.

“왜 저를….”

나니카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김준의 시선을 회피했다.

안 그래도 짤뚱하고, 육덕진 체형이라고 콤플렉스였는데, 다른 아이들이 살찐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를 보니 뭔가 부끄러웠다.

“런닝 열심히 뛰어야 겠어요.”

“아냐, 지금이 딱 좋아.”

하필 옷도 펑퍼짐한 원피스 차림이라 은근히 신경을 쓰는 나니카였다.

그 옆에서는 아예 하체비만이라고 애들에게 놀림받는 에밀리도 있었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마친 뒤로 김준은 테이블을 펼치고, 무전기를 여러개 준비했다.

“아­ 아­ 명국이 있냐?”

[치직­ 아, 김준 오빠. 저 수영이에요.]

무전기 너머로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에 모두가 환하게 웃었고, 김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씨, 명국이는 괜찮아요?”

[치직­ 움직이는 건 힘들어하는데 계속 재활운동 하고 있어요. 몇 달 걸릴 것 같대요.]

하긴 빗길에 오토바이 타다가 구른건데,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게다가 그때까지 이동수단도 없어서 당분간은 집에 있는 농장과 우물로 식사를 해결하게 되었다고 한다.

[치직­ 그래도 이렇게 대화하니 다행이네요.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도움 요청을 해도 될까요?]

“네, 뭐. 이쪽도 여유가 된다면 말이죠. 아, 그리고.”

[치직­ 네?]

“명국이가 알아서 하겠지만, 그 트럭 행상인 아저씨 올 때 이야기 잘 하라고 하세요.”

[치직­ 아, 네!]

김준은 그렇게 무전을 마친 뒤로 지도를 펼친 다음 다른 곳들도 이제 무전기를 설치할 준비를 했다.

“일단 정토사 여기 절부터 해 봐야지.”

“네, 거기가 좋을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는 황 여사네 가서 설치하고, 거기까지 이어놓으면 은야랑 에밀리 생일 파티 준비하자.”

“대찬성!”

에밀리는 자기 생일 파티를 챙겨준다는 말에 박수치면서 벌써부터 잔뜩 먹을 생각에 행복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파트너를 누구로 고를지 생각하고 있을 때, 은지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제가 갈게요.”

“저도요! 한번씩 더 가죠.”

은지와 마리가 이번에도 같이 움직인다는 말에 김준은 그러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잇몸이 계속 부어서 치료 한 번 받으려 했어요.”

마리가 자기 입 안을 보여주면서 잇몸 질환을 호소하자 김준은 내친김에 치과 치료도 받고, 거기 있는 친구도 만나면서 상황도 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일 가기로 하면서 준비를 하는 동안 김준은 차를 정비하고, 무기들을 한 번씩 손질하고는 조용히 밖을 바라봤다.

치익­

담배 한 대를 물고서 바깥을 봤을 때, 최근 주변에서는 묘한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일대가 죄다 푸르딩딩해졌네.”

마치 곰팡이가 진 것처럼 가정집의 벽들에서 푸른 이끼가 돋아나더니, 몇몇은 잡초들이 시멘트 틈을 뚫고서 자라나고 있었다.

특히 간간이 터지는 소나기로 인해서 더욱 풀이 잘 자라는지 몇몇은 아예 집 전체가 길리 슈트화가 되었다.

“사람 손길 없는 곳이 다 저렇다니까.”

이미 근처까지 한 번씩 털어서, 그릇이나 가전제품, 에밀리가 남의 예금통장이나 핸드백까지 가져왔었고, 몇몇은 좀비와 시취로 인해 아예 불까지 질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생명의 존재라고는 이곳만 있는 상황.

김준이 담배를 태우며 바깥을 볼 때, 조용히 은지가 다가와 옆에 나란히 섰다.

“생존자들끼리 교류도 잘 되겠네요.”

“그렇겠지.”

“다른 동네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아산까지는 어떻게 내려갔지만….”

은지의 말에 김준은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요새는 두꺼운 옷도 안 입고, 얇은 셔츠 차림에 만질 때마다 옷 아래 브라끈 감촉이 아주 좋았다.

“무전기 설치 끝나면 파티 준비 제가 할게요.”

“필요한 재료 있으면 다 구해볼게.”

김준의 대답에 은지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에 불같은 시간도 그렇고, 은지는 점점 김준과 가까워 지고 있었다.

***

“자, 출발!”

김준은 경쾌한 소리와 함께 힘껏 액셀을 밟았다.

조수석에 앉은 마리는 석궁을 장전한 채 주변을 둘러보면서 좀비가 나올지를 살폈다.

절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중간에 무전기를 설치할 기지국을 찾는 곳이 문제였다.

“어디로 갈지, 생각 좀 해 봐야겠는데.”

“거기… 가면 어때요?”

“거기?”

“그, 저희가 처음에 갇혀있었던 곳이요.”

“아, 소사벌 운동장!”

마리의 제안에 김준은 거기가 괜찮을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딱 중간지점에 위치한 곳이었고, 거기다가 무전기 두 개를 설치한다면, 알맞을 것 같았다.

그렇게 중간 지점인 소사벌 운동장까지 왔을 때, 김준은 주변을 살피면서 차를 멈췄다.

마리와 은지또한 나란히 내렸고, 무기를 장전했다.

“어디보자. 이 근처에 설치할 만한데가….”

대부분 평지에 이 일대는 전봇대나 가로등도 없어서 어디 높은데 놓을 곳도 없었다.

“좀 더 들어가 볼까요?”

“차에서 너무 떨어지면 안 돼.”

“저기면 될 거 같은데.”

은지가 가리킨 곳에는 실내 체육관 근처에 있는 소화전이었다.

“오케이! 저거!”

50m 밖에 있는 곳에서 김준은 다시 차에 타라고 한 다음에 서행으로 천천히 가서 소화전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면서 소화전 함을 열고 그 위에 있는 투척형 소화액을 빼내고 그 위에 무전기 두 개를 설치했다.

“아­ 아­ 지금 잘 들려?”

[치직­ 오케이~ 오케이~ 잘 들려.]

에밀리의 발랄한 목소리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무전기에 주파수를 맞췄다.

그리고 확인을 한 다음에 무전기를 세팅하고, 소화액을 차 안에 담고 있을 때, 김준의 눈에 보인게 있었다.

“아….”

“왜요?”

마리가 조용히 물었을 때, 김준은 저 멀리 있는 불에 탄 잔해를 바라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오랜만에 온 추억의 장소에서 정말로 잊고 싶은 그 곳이었다.

“저게 원래 경찰차였는데 말이야.”

“아… 그거구나.”

생존자 추가로 구하겠다고 밤중에 따라나섰다가 눈 앞에서 감염되고 죽어가는 경찰에게 받은 권총.

김준은 허리춤에 잘 있는 그것을 어루만지면서 그들의 희생 덕분에 신릉면 파출소에서 수많은 무기들을 챙긴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그때 뒤에 있던 은지가 황급히 외쳤다.

“좀비 온다!”

“!?”

“저 먼저 탈게요!”

덜컹­

경계를 서던 은지가 좀비가 온다는 말에 바로 뒷문을 열고 차로 들어갔고, 마리와 김준 역시 감상에 젖을 시간은 접고서 바로 차에 탔다.

캬아아아아­!!!

캬아악­ 캬아!!!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달려오는 뛰는 좀비들의 무리.

김준과 마리가 각각 엽총과 석궁을 준비했고, 전방 100m에서부터 달려오는 좀비들을 보고 머리를 겨눴다.

타앙­

순조롭게 한 마리 잡은 순간, 뒤이어서 시체를 밟고 달려오는 좀비들이 보였다.

“다음은 제…?!”

마리가 상반신을 내밀고 석궁에 달린 스코프로 좀비를 겨눈 순간 멈칫했다.

“아, 안 돼!!!”

“?!”

김준은 갑자기 좀비를 보고 절규하는 마리를 두고 재빨리 뒤따라오는 좀비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들어 와!”

“!”

마리는 바로 몸을 집어넣고는 바로 창문을 닫아버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은지야! 뒤에는?”

“없어요!”

“이따 교대할 준비 해!”

아무래도 상태가 안 좋은 마리를 두고서 김준은 기어를 돌리고 바로 차를 후진하면서 총으로 뛰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잡아갔다.

그리고 후문을 향해서 바로 소사벌 운동장을 빠져나갔을 때, 마리는 그때까지도 넋이 나간 얼굴로 말이 없었다.

지난번에는 진짜 좀비 잡는데 스페셜리스트였던 아이가 오늘은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계속 좀비로 있었어.”

“뭐야?”

김준의 물음에 마리는 한숨을 내쉬면서 뒤에 있는 은지에게 말했다.

“은지 언니, 아까 좀비 중에서… 있었어요.”

“말 안해도 돼.”

“….”

마리의 반응을 보고, 은지가 신경쓰지 말라며 말해줬고, 김준 역시도 짐작한게 있어서 조용히 물어봤다.

“그… 좀비 중에 촬영팀 스태프 얼굴이라도 봤어?”

“….”

마리가 말이 없자 김준은 혀를 차며 정토사로 향했다.

그리고 마리가 누가 들을 수 없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코디 언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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