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02화 (302/374)

김준은 총알을 생각 안 하고 미친 듯이 쏴댔다.

탕- 철컥- 탕!

더블배럴 샷건 이후로, 펌프 샷건으로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멧돼지도 한 방에 잡는 벅 샷이 좀비들의 몸을 사정 없이 찢어발겼고, 다른 좀비들이 보인 순간 김준이 허리춤의 권총을 뽑아 들었다.

탕!!!

리볼버가 불을 뿜으며 맹렬히 달려든 좀비의 머리통을 뚫어 버렸다.

“우우우- 크으으으-”

탕!!!

머리를 맞고도 쓰러진 채 꿈틀거리는 좀비에게 확인 사살을 한 김준은 품을 뒤적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

“뭔 일이야. 저게….”

하필이면 가장 피 공포증이 심한 가야와 인아가 파트너였고, 둘 다 대처가 늦어서 김준에게 굉장히 미안 해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아냐, 여기 좀비 발견할걸 몰랐어.”

김준은 담배를 태우면서 총에 맞은 좀비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일단 한 방 갈기고서 저놈들이 계속 숨이 붙어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는 담배 한 대 태우는 시간이 딱 맞았다.

그렇게 한 대를 다 피운 다음에도 좀비의 움직임이 없을 때, 김준은 뒷좌석 칸을 향해 노크했다.

“가은야 씨!”

“네, 넷! 오빠!”

“무서워하지 말고, 뒷좌석에 락스 소화기 있지?”

“잠깐만요. 찾아볼게요.”

“샤워실 옆에 의자 밑에 있을 거야.”

“찾았어요.”

“어, 그래. 그거 안전핀 빼고 대기해 지나가면서 싹 뿌려.”

“네, 오빠.”

평소라면 그냥 지나가거나, 아니면 뼈와 살을 박살 내버리며 그냥 깔아뭉개고 지나갔지만, 이 길은 앞으로도 갈 곳이었다.

그리고 좀비를 잡으면 일정 시간이 지나서 원래의 생물보다 빠르게 부패해서 아스팔트에 자국만 남기고 사라진다는 것도 잘 알았다.

“안 움직이는 거 확인했으니까, 천~천히 지나갈게. 좀비 시체 보이는 대로 락스 뿌려.”

“네, 오빠!”

가야는 방향제를 뿌린 면 마스크를 꺼내 얼굴에 쓰고는 소화기를 개조한 기구에서 가득 채워진 희석락스를 뿌릴 준비했다.

김준이 서행으로 갈 때마다 가야가 창문 너머로 락스를 뿌려댔고, 썩은 시취와 피 냄새가 지워져갔다.

“오빠, 저기 그….”

“음?”

“좀비들이 뜯어먹던 거 뭐였어요?”

불안한 얼굴로 묻는 인아의 말에 김준은 천천히 서행하면서 아까 좀비들이 있던 곳을 슬며시 바라봤다.

피라니아떼같은 좀비들에게 여기저기 살점이 뜯겨나가 뼈가 보이는 시체를 본 김준은 끔찍한 광경을 유심히 보면서 한 가지를 확인했다.

“됐어. 가자!”

“네?”

“저 시체 팔에 그림이 존나 많더라고.”

“!”

“팔 쪽에 도깨비에, 잉어에… 저거 우리가 아는 사람 아니다.”

“아….”

인아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이해했고, 김준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액셀을 밟았다.

그동안 명국이네를 포함해서 김준이 만난 생존자 중 양팔에 저런 휘황찬란한 문신한 인물은 제일파 깡패들밖에 없었다.

저놈이 어떻게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까지 왔는지, 그리고 혼자만 죽어서 저렇게 널브러진 건지는 몰랐다.

하지만 확실한 건 죽어서 좀비도 못 될 상태로 사고로 몸이 박살 난 상태고, 그 고깃덩이는 좀비들의 양분이 되었다.

김준은 그곳을 지나치면서 좀 더 속도를 올렸다.

어쩌면 이대로 가면서 또 다른 좀비 무리를 만나거나, 이동 수단을 끌고 다니는 제일파 무리를 볼 수도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서 한 손으로 엽총을 열어서 탄을 장전하고, 몇 발 남아 있는 리볼버도 챙긴 채, 달리는 김준.

가볍게 생선을 가져다주고, 아기도 보고, 점심도 먹으면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점점 심란해지는 김준이었다.

집안일도 해결하기 골치 아픈데 바깥까지 이런 상황이었다.

다행히 골목에 올 때까지 다른 움직임은 없었고, 명국의 집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어머!”

“뭐?”

“오빠, 저기 봐요! 옥상!”

“?”

인아가 가리킨대로 옥상을 보니 그 위에 명국이가 있었다.

지난번 보여 준 나무 활을 가지고서 이쪽을 겨누고 있다가, 김준 일행의 트럭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무기를 걷었다.

절룩거리면서 내려오려고 할 때, 이번엔 뒤에서 가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차 온다!”

“무슨 차?”

“저기요! 뒤에 저거!”

김준이 사이드미러를 통해 뒤를 봤을 때, 정말 이쪽의 캠핑카 트럭을 향해 달려오는 차가 한 대 있었다.

파란색에 짐칸이 두툼한 포터 트럭은 아주 익숙했다.

“행상인 아저씨 차 맞죠!?”

“양 사장도 여기로 온다고?”

김준은 혹시나 해서 총을 챙기고, 차는 맞는데 안에 탄 게 정말 양 사장이 맞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가까이서 보니 손을 흔들면서 먼저 나온 양 사장이 있었다.

“김 중사! 여기서 보는구만!”

“아, 네!”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세! 지금 난리야!”

“?”

거기에 맞춰 수영이 나와 쇠사슬 문을 걷어내고 열어 주자 두 대의 트럭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수영이 그걸 확인하고 자물쇠를 채운다음 빠르게 달려왔을 때, 절룩거리며 나온 명국이 그들을 맞이했다.

“아, 오셨어요? 행상인 아저씨도 오셨네요.”

“농장 양반! 별일 없었어? 딴 놈 이야기 없었고?”

“그거 때문에 저희도 난리였어요!”

김준은 양 사장과 명국의 이야기를 듣고서 분명 뭐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야 하고 인아는 챙겨놓은 거 가지고 들어가!”

“아, 네!”

가야랑 수영이 생선 통조림과 말린 건어물을 챙기고 나올 때, 양 사장 역시도 가진 짐 중에서 스티로폼 박스를 열었다.

“안 그래도 우럭을 좀 가져 왔는데, 이것도 가져갈텐가?”

“어머!”

“회 떠요! 회!”

양 사장이 스티로폼을 꺼내 안을 열자 그 안에는 아직 살아 있는 채로 뻐끔거리는 우럭이 있었다.

뭐가 됐든 오늘 점심 생선으로만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고, 여자들이 들어가 아기도 보고 음식도 만들 때, 남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말했다.

“미친놈이 날뛰는 줄 알았어요. 오토바이 클락션 소리가 막 울리면서 도로에서 폭주뛰는 거 같은데.”

“기어이 여기까지 왔나? 그 미친놈들 진짜 답이 없구만!”

양 사장과 명국의 이야기를 두고, 김준은 아까의 그 상황이 떠올랐다.

“둘 다 자세히 좀 말해 봐요. 뭔 일이 있었는데?”

“김 사장. 그게 말이야. 제일파 놈들 ‘쿠’ 일으킨 건 알지? 신릉면 일대가 완전 아사리판이야.”

“네, 그건 알죠. 제일파 보스 뒈… 흠, 여튼 거기 묻혔잖아요?”

“그래… 그리고 그놈들이 난장을 까서 나도 그 일대는 못 가고 있어.”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그놈들이 미쳐 날뛰면서 죽을 뻔한 적이 두 번, 자신뿐만 아니라 에밀리도 칼에 맞아서 크게 다쳤던 게 한 번이다.

그 상황에서 보이는 족족 다 죽여 버린 뒤로 다신 볼일이 없었는데, 이런 상황이 되었다.

“오히려 박 사장이 죽고 난 다음에 더 심해졌어. 에휴-”

김준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쓴웃음을 지었고, 명국도 아까의 이야기를 다시 했다.

“저도 그 오토바이 소리 들리고 혹시 누가 쳐들어오는 줄 알고 옥상에서 활 준비하고 기다렸어요. 하필 형님한테 이야기하고 이런 일 생겨서 부딪치면 어쩌나 싶었다고요.”

“응, 이미 앞에서 처리하고 왔어.”

“네?!”

“아까 보니까 대로에 오토바이 개박살 나고 대가리 터진 시체를 좀비들이 뜯어먹더라고.”

“으윽….”

“팔에 문신 가득있는 거 보고 너는 아니라 생각했다.”

“그 새끼들 약빨아서 제정신 아니야.”

“…약이요?”

양 사장은 팔을 걷어서 안쪽 팔꿈치에 주사 바늘 시늉했다.

“이거 있잖아, 히로뽕.”

“미친… 이 상황에서요?”

“그거 빨고서 좀비들 잡아대고, 미쳐 날뛰는 제일파 새끼들 여럿이야! 감도 안 잡힐 정도야.”

“후우… 그 일대 진짜 난리도 아니겠네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김준 역시도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생각 나는 게 있어 양근태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 신릉면예요.”

“응?”

“제일파 본 거지에 깡패 말고 또 누구누구 있죠?”

“아, 생존자?”

“네.”

“내가 마지막으로 간 건 박 사장 살아 있을 때지만, 거기도 사람 많지.”

양 사장은 이제는 말해 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거기에 대해 말했다.

“일단 제일파 빌딩 내에 의사하고 약사들.”

“의사요?”

“소아과하고, 내과 의사지만 일단 전문의 둘, 그리고 약사가 자기 약국에서 그거 만들었어. 히로뽕.”

“….”

“와~ 마약까지 만들줄 아는 약사예요? 그거 놔 둬도 괜찮나?”

“그 양반들이 지들이 빨려고 그걸 만들겠어? 양아치 새끼들이 붙잡은 거지.”

양 사장은 그러면서 그 위에도 말했다.

“그 위에 안마시술소도 있는데 마담 합쳐서 대여섯 명 될 거야. 아무튼 그쪽도 골치 아프게 됐어.”

“불쌍하게 됐네요.”

명국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안에 있던 여자들이 밖으로 나왔다.

“식사하세요.”

“오빠! 우럭회 떴어요. 우럭!”

인아가 생선회를 뜨고, 서더리탕을 만들고, 통조림으로 생선튀김을 만들어서 외쳤다.

그 옆으로 가야가 명국과 수영의 딸인 은영이를 안고서 엄마 미소를 지었다.

“밥이나 먹자. 아무 일 없는 게 다행이지.”

김준이 먼저 말하자 명국도 양 사장도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해프닝 속에서 해산물이 넘치는 식사를 마치고, 각자가 필요한 종자와 닭, 메추리, 오리 등을 있는 대로 잡아서 각각의 물물교환을 준비했다.

식사를 마친 뒤로 닭과 오리 손질까지 끝낸 뒤로 가는 길.

김준은 아까 양 사장이 말한 그곳의 생존자를 떠올렸지만, 그 보다도 중요한 건 오늘 집 안에 애들끼리 트러블을 수습하는 게 먼저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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