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05화 (305/374)

그날 이후 집안 분위기가 매우 평화로워졌다.

집안일부터 잔뜩 쌓여있는 식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아포칼립스에서 잘 먹고 떵떵거리는 살 수 있었다.

거기에 에밀리 이후로도 다른 애들하고 돌아가면서 섹스해대서 식욕도 성욕도 맘껏 푸는 삶이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준비를 위해 움직일 때가 됐다.

“모레에요.”

“응?”

“그 ‘주일’이요. 미군 부대에서 매주 와달라는 시간이요.”

“아, 맞다!”

달력으로 표시하면서 계속 시간을 체크하고 있을 때, 일요일이 되어서 마리가 말했다.

“미군부대 가 볼 준비 해야겠네.”

“약속한대로 저 가는거죠?”

마리가 은근슬쩍 김준의 옆에 붙었을 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리고는 급하게 애들을 모두 불렀다.

“좀 갑작스러운데, 내일하고 모레 해서 이틀 동안 루팅을 하자.”

“아, 모레만 가는 게 아니라 내일도 간다고요?”

“그쪽에서 필요하다는 게 소금, 설탕, 옷이라고 했잖아? 그거 구하려고.”

“소금이나 설탕은 몰라도 옷은 어디서 구하죠?”

“그래서 드라이브 한번 해 보려고.”

“드라이브!”

드라이브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면서 애들이 보였다.

김준이 마리와 라나를 데리고 나간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든 따라가고 싶다는 게 모두의 얼굴에 보였고, 여러차례 다녀온 은지와 에밀리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갈 애들은 정해져 있었고, 김준이 가야를 시켜 지도를 가져오게 한 다음 펼치면서 말했다.

“일단 재래시장 옷가게들은 안 돼. 거긴 음식 썩은거에 핏물에 악취가 심해서 다 뱄을거야.”

“그러네요.”

“만물상도 속옷만 다 챙겨서 뭐 없고, 옷가게라고 있는 곳들은 다 털어서 있는 것도 없고.”

“스포츠웨어 전문점 없어?”

에밀리의 물음에 김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내 시외버스 터미널 쪽을 가리켰다.

“원래 이 일대가 상가가 많은데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다가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다른 건 몰라도 김준이 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좀비화되어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계단식의 복합 상가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그 리스크에 대해서는 확실히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 정말 중요한 게 필요하지 않으면 아예 접근도 못 했다.

그때, 은지가 생각난 게 있어서 말했다.

“작년에 그 옷 가져갔던 곳 있잖아요.”

“음?”

“에밀리 데리고서 나갔다가 고립돼서 무전기로 이야기하면서 하룻밤 보낸 곳이요.”

“아, 맞다! 거기가 있었지!”

초창기에 다녀온 곳이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곳이 떠올랐다.

“의류상설매장! 그래 거기 괜찮지.”

“옷 이쁜 건 별로 없는데, 입을만한 건 있을 거야.”

거길 다녀온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자 모두가 동의했다.

“그러면 그 대로변 상설매장으로 가자. 거긴 편의점도 하나 있으니까 구할 것도 많을거야. 그리고 소금하고 설탕을 대규모로 구하는 건….”

소금 이야기를 했을 때, 김준이 뭔가를 떠올렸다.

“예전에 그 바닷가에 횟집이 소금을 푸대자루로 쌓아놨었는데….”

“설탕은 제과점 같은 곳 가면 자루 별로 채워져 있을거예요.”

“맞아. 가야가 은지 생일 챙겨준다고 할 때 같이 가져왔지.”

김준이 그것도 기억하자 그때의 생일이 생각났는지 고개를 끄덕인 아이돌.

그때 생일 이야기가 나와서 손을 번쩍 들어올린 라나가 있었다.

“오빠! 나 이번달 생일!”

“진짜?”

“맞아! 라나 생일도 있었구나!”

“케이크! 케이크 만들어줄 거죠?”

“라나야, 일단 그거는 염두에 둘 테니까 설탕이랑 옷 구할 거 생각해보자.”

김준은 물물교환을 위해 물자 구하는 논의를 하면서 머릿속에 라나의 생일도 담아놨다.

그렇게 장비를 전부 준비하고 다음날이 되어서 마리와 라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

파캉-

“명중!”

“나 없어도 좀비 잘 잡네.”

파아악!!!

뒤에 있는 마리의 석궁 저격과 조수석에서 볼트를 장전한 라나의 새총으로 좀비의 머리통을 부수고, 꿰뚫어버렸다.

김준은 국도까지 오면서 본인이 쏜 총알은 공기총 연지탄 단 한 발이었고, 나머지는 두 아가씨가 잘 잡아줬다.

“저랑 가는 게 제일 편하다니까요!”

마리는 의학기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좀비를 잡는 것도 능숙하게 했다.

분명 좀비를 발견할 때 막아내는 교리와 사격 훈련을 가르칠 때만 하더라도 가장 떨어지는 둘이었고, 힘으로 파워풀하게 날리는 도경이나, 정밀기계같은 명중률을 가진 은지보다 얘들이 더 잘 잡았다.

“그래도 좀비가 얼마 없어서 그렇지, 떼거지로 몰려다니면 그건 내가 잡아야 해.”

“네~ 그때 부탁드릴게요~”

라나가 활짝 웃으면서 양손으로 브이자를 그렸고, 김준은 칸막이만 없으면 손을 뻗어서 쓰다듬어주고 싶은 귀여움을 느꼈다.

그렇게 국도를 지나 대로변에 있는 상설매장을 발견한 그들은 능숙하게 오르막길을 타고 올라갔다.

“일단 뭐 나올지 모르니까 한 바퀴 돌게.”

“네.”

김준은 대형 상설매장 인근을 빙글빙글 돌았다.

편의점을 하나 발견하고, 저 곳에서 물자를 털었던 것을 떠올렸다.

“저기에서 물건 가져왔었어.”

“그랬구나~”

“여기서 쭉 가서 골목, 그래 저기! 좀비가 저기서 튀어나와서 에밀리 물려고 했어.”

“어머!”

“에밀 리가 안장 지팡이로 좀비 밀쳐서 벽에 처박아서 내가 쏴 죽였지.”

그때 생각하면 정말로 소름 돋는 일이었는데, 지나고보니까 그때 이후로도 위험한 에피소드가 참 많았었다.

“저기 대형매장에서 등산용 아웃도어를 팔거든? 여름에 쓸 만한게 있으려나?”

“그런거 있잖아요? 땀 배출하는 폴리에스테르 티셔츠.”

“어, 그런 거 챙기면 되겠다.”

어차피 1개 대대 분의 인원이 있다고 했으니 사이즈 상관없이 있는대로 다 가져가도 그게 전부 물자가 될 것이다.

문제는 김준의 차가 저 안에서 얼마나 챙길 수 있을지 몰랐다.

“일단 캐리어 박스 비워놓긴 했는데, 대대급 옷은 다 못 집어넣어.”

“그래도 백 벌 정도는 챙길수 있지 않을까요? 비닐팩으로 압축된 상태일테니까요.”

마리가 뒤에 있으면서 공간을 이곳저곳 넣을 배치도를 생각했고, 김준이 차를 도는 동안 간간이 클락션을 누르고, 소리를 내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들을 찾아냈다.

쨍그랑!

캬아악! 캬아아아아!!!

“꺄앗?!”

“나왔다!”

김준이 클락션을 누르면서 계속 신호를 주자 숨어있던 좀비들이 그것을 듣고 미친 듯이 뛰쳐나왔다.

유리창이 깨지면서 그곳을 비집고 나오는 좀비나, 예전에 열린 문을 통해 달려드는 녀석들을 보고 마리가 침착하게 석궁을 겨눴다.

비명을 지른 라나 역시도 대쉬보드에서 쇠붙이를 꺼내 다시 대처하려고 했지만, 뛰는 좀비의 수가 많았다.

타앙!

김준이 엽총으로 좀비를 잡으면서 주변에 보이는 녀석들을 향해 난사했다.

작은 쇠구슬 조각 뭉치의 꿩탄이었지만, 그게 오랫동안 방치돼 부패된 좀비들의 몸을 찢어발기면서 상당한 위력을 보였다.

“오빠! 계속 와요!”

“이건 내가 잡아!”

김준은 일단 좀비들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R기어로 돌리고 빠르게 후진했다.

20km 저속으로 빠져도 인간의 스피드로 달려오는 좀비들이 뒤쫓기엔 너무 빨랐다.

그렇게 뛰는 좀비들과 차를 가지고 술래잡기를 하면서 녀석들이 지치기를 기다렸다.

몇 바퀴를 돌면서 요리조리 빠지자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무빙샷까지는 못 가는 두 아이들이었다.

“그냥 창문 닫고 가만히 있어. 이놈들 어디까지 움직이는지 한 번 봐애겠어.”

“완전 술래잡기네요.”

마리는 이리저리 쫓아오는 좀비들을 보면서 재밌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인간을 보고서 달려오는데만 급급하던 좀비.

10분 동안 멈추지 않고 뛰기만 하던 녀석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털썩!

마라토너도 아니고 쉬지도 않고 전력으로 달려대다가 제풀에 지쳐서 주저앉는 좀비를 보고 김준은 뭔가를 깨달은 듯 피식 웃었다.

“역시! 그랬구만.”

좀비는 이성을 잃어버린 존재.

그래서 체력 안배고 뭐고 없이 그냥 인간을 발견하면 물어뜯고 먹어버리기 위해 식욕만을 앞세워 미친 듯이 달려든다.

그게 자동차였어도 아랑곳 하지 않았고, 그래서 전력으로 달리다보니 몸에 브레이크가 걸려버리고 멈춰서 제풀에 지쳐 움직이지 못했다.

빠각-

“라나야!”

“확인사살이요. 확인사살.”

21살짜리 아이돌이 새총으로 너트를 발사해 쓰러진 좀비의 머리를 하나하나 부수면서 하는 말이 뭔가 오싹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리 역시도 슬그머니 창문을 열고 그 좁은 틈 사이로 석궁 화살을 내민 다음에 바로 머리를 향해 날렸다.

푸욱-

김준이 집에서 깎아댔던 날카로운 화살이 좀비의 머리를 찢고 두개골을 부수고 뇌까지 뚫어버리자 움직임이 완전히 멈췄다.

좀비를 상대하면서 또 하나를 알게 된 김준 일행은 그렇게 뒷정리까지 확실하게 한 다음에 무더운 낮에 방호복을 입고서 차에서 내렸다.

본격적인 루팅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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