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66화 (366/374)

오늘의 아침은 고단백 식품이 가득했다.

“어우, 밥 많다.”

“잔뜩 드셔야죠. 몸 축날 텐데.”

“….”

은지는 김준의 밥만 다른 애들의 세 배로 퍼고, 야채고기볶음에 미역국에, 부추무침까지 잔뜩 차려 줬다.

“저기, 인아야?”

“…네.”

대답하면서도 얼굴이 새빨개진 인아를 보고서 김준은 머쓱해서 뺨을 긁적였다.

“어제 오빠… 했구나.”

라나가 토라진 얼굴로 말하자 김준은 헛기침하면서 밥그릇을 들었다.

일단 차려 준 밥을 잔뜩 퍼먹고, 반찬도 있는 대로 집어먹은 다음에 빈 그릇을 들고 재빨리 주방으로 가져다 놨다.

아침 식사 이후로 밖에 나온 김준은 식후연초 타임을 즐기면서 조용히 앉았다.

“날씨 좋다.”

김준은 어제의 격한 섹스 이후로 몸이 축 늘어졌다.

정말 불같은 밤이었고, 3명을 한꺼번에 했으니 앞으로 5명이 더 남았을 거다.

공평하게 해 주기로 했으니 다음 애들은 하나하나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오늘 밤이 될 수도 있어서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식후연초 이후 말년간부 모드로 멍때리고 있을 때였다.

덜컥-

“오빠….”

인아였다.

아침에 캠핑카에서 샤워하려고 나왔다가 김준이랑 가야랑 알몸으로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서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간 뒤로 굉장히 어색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처럼 성행위를 보고서 피하지는 않았다.

“뭐야?”

“그, 무전이 왔어요.”

“흐음. 어디서 또 온 껄까~”

김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무전기를 받았다.

“여보세요?”

[치직- 김 사장. 나야.]

“아, 형님!”

양근태였다.

김준은 지난번 절에서 만난 이후로 요새 들어 연락을 자주 하는 양근태를 향해 물었다.

“형님, 오늘은 어쩐 일이세요? 지난번 그 농협창고 이야기예요?”

[치직- 아, 그것도 있고… 그래! 오늘 같이 갈래? 소개할 사람이 있어,.]

“소개할 사람? 뭐예요? 다른 생존자 일행이 있어요?”

[나도 어제 만났어! 대규모 생존자가 공단면에 왔어!]

“!?”

김준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이 확 커졌다.

그리고 옆에서 듣고 있던 인아 역시도 흠칫했다.

“대규모 생존자요?”

[군인하고, 공단 사람들 해서 한 스무명 된다. 딴 동네에서 왔대.]

“어우- 군인하고 공단.”

김준은 그 말을 듣고서 이제 다른 지역에서도 소사벌까지 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군인이 있다는 말에 혹시나 해 물었다.

“바꿔줄 수 있어요?”

[건물 반대쪽에 트럭에 있는데 가서 바꿔줄까?]

“네.”

김준은 잠시 후 무전을 한 다음 그들과 많은 이야기하면서 가기로 결정한 김준.

그는 무전을 마치고 인아를 바라봤다.

“같이 갈래?”

“그래도 돼요?”

“어.”

“갈게요.”

김준은 인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바로 올라가서 나갈 준비 했다.

***

“드디어 바깥을 볼 수 있어~ 이게 얼마만이야~”

“놀러 가는 거 아니다.”

“준이랑 같이 가면 뭐로 가도 괜찮아!”

에밀리는 뒷자리에서 흥얼거리면서 공기총을 꼭 끌어안았다.

사냥꾼 김준과 그 옆에 착 달라붙는 골댕이 사냥개 에밀리의 조합이었다.

“상록시에서 온 사람들이란다, 5톤 트럭에 사람 잔뜩 실어서 말이야.”

“와… 그럼 트럭에서 사는 거예요?”

“원정 왔대. 지금 그 동네는 한 수천 명 사나 봐.”

“수천 명… 엄청 많네요.”

소사벌 위에 동탄, 그 옆으로 상록시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생존자들을 두고서 김준은 차 한 대 없는 빈 길을 운전하면서 핸들을 툭툭 쳤다.

‘51사단 출신의 간부들이라고? 어쩌면 아는 얼굴 볼 수도 있겠네.’

뿐만 아니라 그들이 권총탄과 소총탄을 교환할 수 있다고 하니 김준은 기꺼이 응하기로 했다.

“오늘 가면 좋은 걸 많이 찾을 수 있을 거야. 먼 길 갈수도 있고.”

“난 어디든 좋아♥.”

에밀리는 그저 김준하고 같이 나간다는 게 좋은지 흥얼거렸고, 인아 역시도 바깥을 보면서 좀비라고는 저 멀리 바깥에서만 보이는 광경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그렇게 공단면까지 오랜만에 도착한 김준은 그 앞에 서 있는 거대한 트럭을 볼 수 있었다.

“와- 엄청 커.”

“아주 추레라를 끌고 왔네.”

5톤이 넘는 컨테이너 트럭에 창문을 뚫어놓은 이동식 집 같은 곳이었다.

김준은 그것을 보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천천히 클락션을 울렸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양사장이 건물에서 내려오면서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김 사장! 왔어?”

“형님, 저기예요?”

“맞아. 위에 있으니까 올라가서 얘기 좀 해 보자고.”

김준은 에밀리와 인아를 내리게 한 다음에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계단을 타고 들어갔을 때, 수많은 외국인 보도 아가씨들이 없는 자리에서 노래방 앞에 있는 한 무리가 있었다.

“어?”

“안녕하십니까? 다른 생존자 분이십니까?”

“아, 네.”

풀 무장한 두 명의 군인이 김준에게 인사했다.

작은 키에 단단한 체구의 중년남성은 상사, 그 옆에 있는 김준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인물은 중사였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라고요?”

“51사단 소속으로 상록시에서 왔습니다. 유대근이라고 합니다.”

“아, 네. 유 상사님. 그리고 이분은….”

“이민철입니다.”

“네, 이 중사님.”

김준은 얼마 만에 만나는지 모르는 국군 간부들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상록에서 오셨으면 167여단이겠군요.”

“아, 네. 맞습니다. 수송대 소속입니다.”

“거기는 병력 많이 있나요?”

“에휴… 작년에 그 일 터지고서 부대가 뒤집혀졌습니다. 대대병력 두어개 남은 게 전부입니다.”

군부대 내에서도 좀비는 당연히 나왔을 테고, 미군부대에서 들은 이야기처럼 서로 물어 죽이고, 패닉 상태에서 총을 쏘고 죽어 나가서 지휘권이 완전 붕괴된 상태였을 거다.

“암튼 잘 오셨습니다. 저도 그 부대에 있어서 반갑네요.”

“아, 혹시…?”

“51사는 몇 년 안 있었는데, 소사벌 고덕에 좀 있다가 9사단으로 갔습니다.”

“어이구, 그래요?”

김준은 평소 가지고 다니던 군번줄을 품 안에서 꺼내 보여줬다.

임기제 부사관 시절에 5로 시작하는 여섯자리 번호를 확인한 두 간부는 바로 김준과 같이 경례를 나눴다.

“아, 그리고 애들도 좀 있는데….”

문이 열리자 대형 홀 안에서 아이스티와 양근태가 준 육포와 어포, 통조림을 까 먹는 병사들이 있었다.

“어, 충성!”

“응, 쉬어쉬어쉬어!”

유 상사는 손을 들고 제지한 다음에 안에 있는 애들을 보여줬다.

“병사애들입니다. 몇몇 놈들은 아직도 전역을 못 하고 있죠.”

“쯧, 그러네요.”

특히 병장 마크를 단 친구들은 전역을 한참 넘어서 준 간부 상태로 있는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에밀리가 조용히 얼굴을 내밀었다.

“오오오-”

“행보관님! 뒤에 누굽니까?”

유 상사의 뒤에서 얼굴만 내밀고 홀 안의 병사들을 본 에밀리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와!”

“저기, 그 아이돌 아니야? 스피넬!”

에밀리는 자신을 알아보는 젊은 병사들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Yes, I Am!”

에밀리는 바로 나와서 자기소개하고는 자연스럽게 김준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매달렸다.

김준은 그 짧은 순간에 분대 두 개 단위의 어린 병사들의 눈이 흔들리는 거 봤다.

“어, 오빠. 사람 많네요?”

“와! 씨발!”

“샤인이다!”

“진짜 샤인 맞습니까?”

몇몇이 간부 앞에서 욕이 튀어나오고 환호하자 흠칫한 인아가 뒤로 물러나면서 김준의 등 뒤에 숨었다.

“그만, 그만!!”

“얘들아, 조용좀 해라.”

유 상사와 이 중사는 바로 병사들을 제지했다.

그리고 병사들이 계속 두 아이돌을 두고 사랑에 빠졌을 때, 김준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애들을 지켜줬다.

“사진 찍어도 돼요?”

“사인 좀 해 주세요!”

에밀리는 그 말에 품 안에서 볼펜을 꺼냈다.

“사진은 몰라도 사인은 해 줄 수 있어. 터치 안 돼♥”

“야, 에밀리.”

“아, 제가 질서 통제 하겠습니다. 야! 야!”

사람 좋아 보이던 인상의 이 중사는 바로 호통을 치면서 병사들을 휘어잡았다.

‘얘들도 군기 잘 잡혔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통제가 되나 싶었는데, 이 중사의 외침에 병장부터 상병급 이하들이 전부 자리를 잡았다.

계급장이 말이 상병이지, 1년 지나면 벌써 전역하거나 말년 병장 될 애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이 중사가 통제해서 사인과 악수 정도는 OK, 그 이상 찝쩍대면 바로 워커가 날아갈 것 같은 분위기에서 에밀리와 인아가 1년 만에 아이돌로서 위문팬싸인회하게 됐다.

김준은 그 모습을 잘 지켜보다가 애들이 안전한 것을 보고는 바로 옆방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문이 열린 상태에서도 바로 옆방을 볼 수 있었고, 에밀리가 노래방의 노트장부를 펼쳐서 빈 공간에 싸인해서 찢어 주고 있었다.

“애들이 좀 혈기 왕성하죠?”

“상록시에서 오셨다는데 거긴 어떱니까?”

“근처에 시화공단하고, 폴리텍학교 있는 생존자들 모아서 어찌어찌 살고 있습니다.”

“어우, 사람 장난 아니겠네요.”

“공단 일대에 대형 마트만 5개에 백화점이 3개입니다. 다행히 그걸로 어찌어찌 버티면서 공원에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김준은 그 말을 듣고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양근태도 같이 앉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생존자 확인을 위해 상록에서 화성, 소사벌까지 내려왔습니다.”

“그쪽 상태는 어떤가요?”

“사단본부의 생존자들을 겨우 상록까지 수송하고, 그 외에 소사벌을 왔습니다.”

“이 근처에 예비군 훈련장 말이죠? 거긴….”

김준이 과거 군부대를 통해서 말하려고 했을 때, 양근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거기 못 가. 죄 박살 났어.”

“네?”

“내가 진작에 가 봤지. 김 사장한테도 말하지 않았나?”

“아, 그러셨죠… 거기 불나서 싸그리 타 버렸다고.”

처음에는 무기가 부족해서 못 가고, 이후에는 장비 구하려 가려 했지만 거기 가스폭발해서 다 날아갔다는 이야기에 접은 곳이었다.

“그렇게 됐군요.”

“딱 여기까지인 거 같수.”

양근태는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임 상사를 위로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면서 보존식품 물자도 많이 구했으니 올라가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행보관 양반, 농협 창고는 가야지.”

“네?”

“아, 어제 말한 거 있잖수. 여서 쫌만 더 가면 농협 종자 창고하고 직불금 받기 전에 놔둔 도정안한 쌀 많을 텐데.”

“저희가 가도 되겠습니까?”

김준은 어차피 종자는 소량만 가져도 상관없었다.

거기는 종자 뿐만 아니라 화학비료나 밀, 보리 등의 쌀 외에 다른 잡곡을 대량으로 구할 수 있으니 그것만 챙기면 된다.

그리고 이번에 또 신릉면에 가면… 그때 말한 그 ‘유물’도 찾을 수 있었다.

“잠시 얘기 좀 하겠습니다.”

임 상사는 조용히 일어나 옆방으로 걸어갔고, 그 사이 에밀리와 인아가 와서 김준의 양옆에 착 앉았다.

“착한애들이었어.”

“악수를 하는데 눈물을 완전….”

김준은 두 아이를 한 번씩 안아 주면서 저 군인들을 기다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