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밤의 톱스타-372화 (372/374)

끼이익-

김준이 사금고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 안에는 먼지가 가득쌓여 플래시에 비치는 곳마다 가루들이 나풀거렸다.

“쿨럭! 쿨럭! 어우 씨!”

“준! 밑에 가서 에어 컴프레셔 가져올까?”

“됐어! 인아랑 에밀리 둘 다 빠져 있어.”

“저기! 오빠 먼지 쌓인 거 제가 털게요.”

“마스크나 잘 써!”

김준은 자신이 처리하겠다면서 품 안에 손수건을 꺼내 물에 적셨다.

그러고는 젖은 수건을 손가락에 걸고 먼지가 쌓인 선반을 탁탁 쳐 내면서 걷어내고는 하나하나 살폈다.

“오빠, 뭐 있어요?”

“준! 보물상자 있는 거지?”

“끄으응! 이거나 받아!”

김준이 안에 들어가서 꺼내온 것은 묵직한 나무 박스였다.

그것을 인아와 에밀리 앞에 내려놓고서 위를 뜯어보니 나온 것은…

“위스키?”

“발렌타인… 30년이다!”

나무 상자를 뜯고 안에 나온 것은 발렌타인 30년 위스키였다.

한두 개가 아니라 상자 전체를 꽉 채운 것이 16개나 있었다.

“유흥가 건달들 아니랄까 봐 면세양주 빼돌린 거 봐라.”

“어, 그러네? 듀~티 프리가 써져 있어.”

에밀리의 말대로 면세용을 나타내는 (DUTY FREE)가 떡하니 박혀 있는 최상급 위스키였다.

이것들은 개인 면세점 용으로 업소 같은데 쓰면 큰일 나지만 이것들은 라벨을 바꿔서 잘도 쓰고 있었다.

뭐 그간 제일파와 엮인 걸 생각하면 이 정도 일은 불법 축에도 못 끼는 일이기도 했다.

“어쨌든 챙겨 보자고, 안에 박스가 잔뜩 있어.”

“설마 마피아 보스가 남겨 놓은 게 술이 전부는 아니겠지? 마지막에 한 잔 하라는 뜻인가?”

에밀리의 말에 김준은 박스 여러 개를 더 가져와 손도끼로 쳐서 뜯어 봤다.

“이건… 로얄 살루트!”

딱- 딱-

“조니워커 블루.”

딱- 콰직!

“맥켈란… 글렌피딕… 헤네시… 시발것들 아주 백화점을 차렸네.”

“집에 있는 것도 싸구려는 아닌데….”

예전에 황여사한테 받은 17년이나 편의점에서 턴 12년 짜리도 나쁘진 않은데 그거에 배 이상의 최상급 위스키가 잔뜩 튀어나왔다.

아마 여기 있는 걸 업소에서 판다면 병당 80에서 100만원은 받을 수 있을 거다.

“진짜 클래식 바 차려도 되겠다. 나 바니걸 복은 입어 줄 수 있어.”

에밀리가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김준이 순간 바니걸 코스의 에밀리를 떠올렸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일어났다.

“일단 이거부터 나르자.”

“오케이!”

“잠깐만요! 장갑끼고….”

이미 캠핑카 안에는 쌀과 토끼, 닭고기가 가득했지만,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어서 수백병의 위스키를 챙기게 됐다.

정말 이것만 가지고 가도 집 안에서 몇 달은 존버할 수 있을 물자였다.

“이게 마지막 박스!”

“끄으응! 혼자 들 수 있어요!”

궤짝 하나를 낑낑거리며 들어 올린 인아가 내던지듯이 겨우 차 안에 실었고, 김준이 그걸 들어서 위에 차곡차곡 쌓아놨다.

“오케이!”

“이게 끝?”

“아냐, 아직 더 있어.”

“흐으응~ 진짜 술 장사용인가 보다.”

에밀리의 말에 김준 역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들어갔다.

‘다 죽어 가는 데 큰스님에게 준 게 불법 밀수 양주 창고? 알아서 쓰라는 건가?’

소사벌 밤거리의 제왕 치고는 소소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일단 챙기기는 했고, 그 안에 있는 상자 하나를 가져 왔다.

“자, 이건 또 무슨 양주인지 한번!”

딱- 딱- 콰직!!!

나무 상자가 도끼를 맞고 갈라지자 김준이 바로 뜯어내서 살핀 순간… 이번 거는 술이 아니었다.

“어?”

“왓?!”

“힉?”

언박싱하면서 열어 봤는데,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보고서 모두가 경악스러운 얼굴했다.

“….”

김준은 나무 상자 안에 있는 것을 하나 들어 봤다.

그것은 마치 햄스터나 새를 키울 때 쓰는 톱밥 뭉치나 메주같이 생긴 두툼한 뭉치였다.

“쑥 말린 건… 아니겠지?”

“마리화나야! 바로 말아필수 있는 뭉치로!”

“에밀리 넌 그거 어떻게 아는데?”

“어… 해 본 적은 없어. 진짜야.”

김준은 그 안에 있는 대마 뭉치를 보고할 말을 밀었다.

불법 양주야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 이건 선을 한참 넘은 것이었다.

미친놈들이 사금고에다가 마약을 보관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김준은 안에 있는 대마 뭉치를 보고는 그대로 접었다.

“이건 안 돼.”

“맞아요! 이건 정~말 아니예요!”

다른 건 몰라도 마약은 진짜 안 된다면서 없애버리려고 할 때, 에밀리가 갑자기 손을 넣고 뭔가를 더 꺼냈다.

“준, 이거 봐바.”

분식집에서 소금 넣는데 쓰는 작은 비닐팩 안에 유리 조각 가루같은 게 보였다.

에밀리는 그걸 손에 끼고 팔랑거리며 말했다.

“이거는 크리스털 매스일 거야.”

“언니, 그게 뭔데요?”

“음… 필로폰?”

“그러니까 어떻게 아냐고?”

“이거 봐. 통 안에 있는 파란 거, 비아그라야, 그리고 이거는… 뭔진 몰라도 알약이 좋은걸 같지는 않네.”

“다 내놔!”

“여~기.”

에밀리는 쿨하게 김준에게 마약을 넘겨 줬다.

김준은 그것을 보고서 조용히 품 안에서 드링크 병을 꺼냈다.

이번 것은 물이 아니라 화염병 용도로 쓸 신나가 들어 있었고, 그것을 마약에 뿌려 버렸다.

“이거 끌고나가 태울 거니까 그렇게 알아.”

혹시라도 꼬불치지 못하게 마약에다가 기름을 뿌려서 아예 입도 못 대게 만들었고, 다 챙기면 그걸 입구에 가져다 놓고 다 태워 버릴 거다.

“혹시 이 안에 마약 더 있으면… 그냥 여기 전체 불질러버리고 나간다.”

“안 그럴 거예요. 뭔가 또 있을 거 같아요.”

“준! 빨리! 빨리 언박싱!”

에밀리와 인아의 요청에 김준은 바닥에 있는 상자 하나를 또 꺼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으으윽?!”

“준!”

“오빠!”

상자를 끌다가 순간 허리를 붙잡으면서 주저앉은 김준.

“괘, 괜찮아요?”

“시발! 저거 뭐야? 안에 쇳뭉치 들었나?”

순간적으로 들어 올리려다가 허리를 삐끗한 김준은 인아나 에밀 리가 끄는 것으로는 절대 안 움직이는 그 물건을 노려봤다.

“도끼 줘 봐. 내가 언박싱 해볼게.”

“….”

김준이 손도끼를 건네주자 에밀리는 사악한 미소를 짓고는 자물쇠 부분을 사정 없이 내리쳤다.

쩍- 쩌억- 쩍-!!

콰득-

자물쇠 부분을 도끼로 쳐서 뜯어낸 에밀리가 그걸 내려놓고 손을 이리저리 비볐다.

“자~ 언박싱 시작하겠습니다~ 과연 뭐가 있을까… Oh My god...”

“어, 언니! 뭐예요?”

“안에 뭔데?”

달그락- 달그락-

에밀리는 대답 대신에 그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서 김준과 인아에게 건네줬다.

“어?”

“실버 불릿!”

이건 은괴였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100개는 넘어보였고, 다 합치면 100kg... 혼자선 절대 무리고 셋이서 같이 들어야 할 양이었다.

“은 시세 가… 온스당 2만 7천 원이었던가.”

“kg수로는 얼마인데?”

“어, 1온스가 30그램인가? 되니까 대략...”

“가져가서 계산하면 되잖아? 가야나 은지가 수학 잘할 거야.”

에밀리는 그런 거 따지지 말고 은괴 챙기자면서 하나하나 집어 백팩과 더블백에 담았다.

그 외에도 엄청난 물건이 많이 나왔다.

“전기 충격기… 표창, 도끼, 목검…”

스릉-

“카타나!!!”

에밀리가 짧은 사이즈의 일본도를 꺼내고서는 의기양양하게 보였다.

“어디 전쟁 나갈 때 써도 되겠네.”

“만약에 이걸… 그때 썼다면.”

인아가 옛날의 트라우마가 생각나서 부들부들 떨었을 때, 김준은 표창을 집고 이리저리 보더니 뾰족한 부분에 손가락을 댔다.

“오빠!”

“이거 날 제대로 안 섰어. 그냥 협박용이야. 도끼도 봐.... 숫돌로 엄청 갈아야 나무라도 쪼개겠다.”

조폭들이 허세로 가지고 다니는 날이 서지 않는 쇠붙이 들이었고, 기껏 해야 장난감으로나 쓸 수준.

게다가 은도 가득 있는데 굳이 이것도 챙겨 무기로 개조하기에는 수지가 안 맞았다.

“도끼나 칼, 전기충격기나 챙기자.”

“카타나 이건 내거야.”

“맘대로 하세요~ 대신 장난이라도 애들한테 휘두르면 두들겨 패서 내쫓을 거야.”

김준은 에밀리에게 경고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언박싱이 끝나고 마지막 남은 것.

김준은 과연 마지막은 뭔가 조심스럽게 뜯어 봤고 그 안에 나온 건….

“골드!”

“금붙이네요?”

“이건 또 어떻게….”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각종 금붙이 등이었다.

특이하게도 주조된 골드바가 아니라 밀수용으로 쓴 건지 청심환 만한 사이즈의 금구슬이나, 전당포나 시계방 같은 데서 볼 법한 금두꺼비와 황금열쇠, 그리고 반지 목걸이 등의 장신구가 가득했는데, 그중에 에밀리가 챙기다가 이빨로 깨물어 봤다.

까득!

“하지 마!”

“완전 순금은 아닌가?”

18k랑 24k가 섞여 있는 것 같은데 뭐 가져가서 보면 될 거다.

그렇게 안에서는 수백 kg에 달하는 제일파 보스 박제혁의 유물을 알차게 챙길 수 있었다.

밀수 양주, 일본도, 은괴와 밀수 금붙이, 그리고 마약까지 해서 여기 있는 걸 다 합친다면 시가 200억은 될 것이다.

물론 마약은 처분하기로 했으니, 반 갈라서 100억 정도.

***

치익-

화르륵- 화륵-

“잘 탄다~”

김준은 약속대로 박제혁의 보물을 전부 실은 다음 마약 박스만 따로 빼내고 불을 붙였다.

처음에는 대마부터 타들어 가다가 그 옆에 플라스틱 약병이 녹아내리며 매캐한 연기를 내뿜고, 비닐봉지에 각각 담긴 필로폰 염산염도 타들어 가면서 설탕같이 새까맣게 늘어붙었다.

“됐어. 가자!”

계속 있었다간 마리화나 타는 연기에 중독이 될 수도 있고, 불붙은 거 봤으니 이걸 누가 가져갈 수도 없을 거다.

김준은 인아와 에밀리를 태우고 힘차게 시동을 걸었다.

돌아가는 길에 에밀리는 일본도와 금목걸이를 가지고 세상 행복한 얼굴로 김준에게 말했다.

“준! 우리 이제 부자야!”

“어, 팔 수 있다면~”

“나중에 좀비 아포칼립스 끝나면 우리 이거가지고 펍 하나 만들자!”

“!?”

“샤인이랑 은지 요리시키고, 내가 서빙하고, 다른 애들이 바텐더 하는 거야! 대형 스크린 TV도 설치하고, 다트판이랑 포켓볼 다이도 놓고 비어퐁 게임도 할 수 있게.”

무슨 이태원이나 홍대의 외국인 펍 같이 꾸미자고 한 에밀리.

“그리고 손님들한테 썰을 막 푸는 거지. 사실 우리가 여기에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해서 갱스터랑 싸우고, 좀비 수백마리가 달려왔는데 도망치고, 다른 동네 가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하고….”

에밀리가 신이 나서 앞으로의 미래를 말하자 김준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

인아 역시도 딱히 수긍은 안 하지만, 에밀리를 향해 그리고 또 뭘 만들거냐면서 묻고 있었다.

“뭐, 앞으로 먹고 살 문제는 없겠네.”

만약 좀비 사태가 끝난다면 명국이네나 영주 아저씨처럼 양계장이나 농장을 크게 지어서 먹여 살리려고 했는데 오늘의 전리품을 보니 그거 말고도 할게 많을 것 같았다.

9명이 앞으로 살아가기엔 충분히 남을 정도의 한 탕을 벌였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냥 즐기는 외출을 해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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