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 1화 - 말이다!
“히힝! (말이다!)”
바람을 느끼며 눈을 뜨곤 상황파악을 한 지 몇십 초, 내 입에서 처음 나온 소리였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현기증이 나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히히힝! (말이라고!)”
세상에 시벌. 이게 도대체 뭐지? 아래로 시선을 내리면 보이는 발굽이 달린 다리. 뒤로 시선을 돌리니 보이는 꼬리와 허리. 본 것은 아니지만 느낌상 느껴지는 얼굴이나 목의 형태. 입에서 나오는 울음소리.
그래. 지금 난 말이었다. 달리는 말. 신과 대화할 때 경마장을 뛰어다니던 말. 바로 그 말이다.
“히히힝, 히잉!? (시발 노숙자신 이 사기꾼 양반이!?)”
속았다. 세상에 신은 없었다. 말도 못 하는 몬스터 전생이라니 이딴 건 바라지도 않았어. 세상에 몬스터 전생이라 해도 왜 하필 굳이 말이란 말인가. 경마장에서 만났다고 말로 이세계 전생이라니. 이거 날 가지고 노는건가?
“푸르륵, 푸륵...... (하... 미친...)”
몬스터 전생. 뭔지는 알고는 있다. 오덕생활을 하며 보던 여러 이세계물에서, 몬스터로 전생하여 깽판치는 전생. 알고는 있었고 전생이란 말을 들었을 때 혹시 싶었지만 보통은 인간으로 전생하는게 이세계물의 기본이고, 좀 더 이세계에 대해 물어보며 정보를 얻으려 했다. 하지만 고르기도 전에 강제로 끌려와, 이런 말로 전생해 버리다니.
“푸히힝, 푸르륵... (아니 시발 왜 말은 안나오는데...)”
분명 어떻게든 발음해 보려고 입을 움직이는데,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저 말의 울음소리였다.
시발. 말이라니. 보통 몬스터 전생이라면 가장 좋은 건 슬라임이잖아. 흔히 말하는 가장 약한 잡몹이지만 마지막에 가면 사실상 인간이나 다름없는 변형을 하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삼켜 별걸 다 하면서 깽판 치는 바로 그 슬라임. 슬라임이 아닌 선택지에서 굳이 고르자면 인간화 스킬 같은게 있다는 조건으로 간지나는 늑대 같은 것이 취향이었다.
하지만 전생하고 확인한 내 모습은 말. 그것도 언어도 말할 수 없는 그냥 말이다. 히히힝 하면서 사람 태우고 다니는 그 말! 슬라임이 아니니 뭘 먹어서 레벨업 할 수도 없고, 육식동물도 아니니 간지나게 물어뜯거나 하지도 못하는 그 말이다.
“푸히히힝, 히이잉 (시발… 말이 뭘 할 수 있지?)”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며 좋은 점은 없나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말... 달리는 게 빠른 동물이지. 그리고 뒷발로 차는 게 꽤 무시무시하다 들었다. 사람이 잘못 맞으면 한방에 골로 간다던가. 근데 그게 이세계에서도 통할까? 달리면서 마법 같은걸 쏴야 하나? 아 이거 울음소리만 나왔지 시발. 말도 못하는데 무영창 스킬 같은 거라도 연습해야 하는건가?
아. 스킬이라고 하니 이세계라면 당연히 확인해봐야 할 스킬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로 상태창. 이런 말의 몸이라도 상태창이 나온다면 분명 뭔가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 상태창이 나온다면 어떨까? 상. 태. 창!
생각하자마자 바로 입이 움직였다
“푸히힉! (상태창!)”
......하지만 전혀 반응이 없는 야속한 시야를 두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상태창, 스테이터스, 정보 등등 떠오르는 말을 생각도 해보고 말 울음소리로 외쳐보았지만 야속한 말 울음소리만 퍼져나왔다.
'아니 시발 뭘 어쩌라고... 설마 잡몹 전생이었나 이거? 용사나 모험자의 경험치가 돼라 이런거야?'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며 이런저런 걸 시도해보다 지쳐, 주변을 둘러보았다.
'초원이네... 진짜 이세계스러운 스타트 위치에 보내줬네 그 할배.'
오른쪽에 보이는 곳은 넓게 초원이 펼쳐있다. 언덕 끝이 저멀리 보이는걸 보면 아마 그 너머까지 쭉 초원이겠지. 왼쪽을 보니 뭔가 나무가 조금씩 늘어나다, 저 끝에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숲이 보인다. 초원과 이어진 숲인가? 뭔가 안개가 좀 껴 있는 것 같은 숲이다. 동시에 어째 날씨가 제법 추운걸 보니, 계절도 그대로 맞춰서 넘어온 것 같다.
일단 말 생활에 대해선 둘째치고 살 곳을 찾든 사람을 찾든 몬스터를 찾든 무언가를 해야 했으나, 오른쪽의 저 넓은 초원에선 불가능해 보였다. 지평선까지 쭉 펼쳐져있는 초원인데 그 사이엔 겨울 날씨여서 말라 비틀어진 풀 외엔 전혀 보이는게 없었다. 일단 숲에서 물이든 뭐든 찾자 라고 생각하며 숲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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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존나 빠르긴 하네 이거...'
사람이었다면 제법 걸어야 될법한 거리였는데, 경보하는 느낌으로 달려오니 금세 서늘한 안개가 껴 있는 숲 입구에 도착했다. 가볍게 뛰는데도 자전거 타는 정도의 속도가 나왔다. 말 육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걸을 수는 있을까 싶었는데, 그냥 내 몸처럼 익숙하게 달릴 수 있었다. 설마 이 익숙함이 이세계 특전이란 말인가?
'아냐... 그럴린 없을거야... 적어도 언어능력 정도론 줘야지... 설마 이런 쓸데없는걸...'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숲 안에서 물이든 뭐든 없나 둘러보았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건 풀과 시꺼먼 땅, 제법 커다란 나무들 뿐이다. 오 시발 신이시여 왜...
'일단... 올라가는 길은 피하고 낮은 길로만 돌아다녀볼까...'
그리 생각하며 한참을 뛰어다니다 보니, 안개가 사라지고 그냥 어두운 분위기의 숲이 이어졌다. 헌데 문제는 나무 와 풀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단 거였다. 말이 된 지 체감상 반나절, 점점 목이 마르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설마 이대로 이세계에서 물 한모금 못 마시다 죽는건가? 누구 보는 사람 같은것도 없이? 설마?
불안감을 떨치려 더 빠르게 발을 움직이다보니, 어디선가 작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살았다! 시발 쎅쓰!'
물만 있으면 일단 당분간은 살 수 있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며 물소리가 들리는 곳에 향하자, 크진 않지만 발은 잠길만한 작은 시냇물이 있었다.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물도 못 마시고 죽을 위치에 놔두진 않았겠지.'
라고 생각하며 맑아보이는 물로 목부터 축이려고 다가간 그때.
'아니 시발 이 얼굴...?'
거기엔, 뭐랄까 흉폭하게 보이는 짙은 검갈색의 피부와 검은 갈기를 가진, 험악하게 생긴 말 한마리가 보였다.
'......아니, 말 얼굴이 뭐 이따구야? 존나 험악하고 불량스러워 보이잖아. 경마장에서 본 말들은 어떤 말이 내가 돈을 건 말인지도 제대로 구분이 안갔는데, 이 말 얼굴은 뭐 이렇게 개성이 넘치는 거지?'
정말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를 미묘함이 엄습한다. 이게 이 세계에서의 내 얼굴이라고? 이 험악하고 불량스러운 말 얼굴이? 이래봬도 나름 잘 나갈땐 꾸미기도 제법 잘 꾸미면서 모델 제의도 받아봤던 얼굴이었는데. 연예인급 이라기엔 뭐했지만, 적어도 길거리에선 나름 훈남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었는데 이 험악한 모습은......
'...후... 정신차리자. 어차피 말 얼굴이야. 얼굴이 뭐가 중요하겠어. 그래 다른곳은...'
미묘한 감정을 무시한 채로 물을 한 모금 들이킨 후, 제대로 보지 못한 다른 신체를 비춰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에 비친 몸을 둘러보니, 이번엔 또 다른 미묘한 감탄이 찾아왔다.
'햐... 시발 이거 죽이네...'
상당한 근육질에 거구인 몸이었다. 확실히 말이라고 하면 보통 근육과 덩치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날렵하게 생겼지 두껍진 않단 느낌이었는데, 물에 비친 말의 모습은 굵은 핏줄이 꿈틀거리는 불끈불끈한 근육에, 전체적으로 두껍고 튼실하단 느낌이었다.
예전에 농사용으로 기르는 근육질의 말 사진을 본적이 있는데, 그런 말보다 더 근육질에 불끈불끈하단 느낌이다. 특히 몸과 이어지는 다리의 허벅지 근육이 감탄스러울 정도다.
'이게... 앞으로 이세계에서 살아갈 내 몸이란 말이지...'
말이라서 미묘한 느낌이었지만, 두꺼운 근육에 튀어나온 핏줄들을 보니 이거 다른 건 몰라도 생존은 할만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탄탄한 몸이라면 이세계 에서도 육체적으론 상위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후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는데, 근육질 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몸이 유연했다. 심지어 아주 놀랍게도, 허리가 구부러진다! 목도 전후좌우 제법 잘 돌아가는데 이거 말이 아니라 다른 생물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몸이 자유로웠다. 그렇게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다 머리를 숙이고 다리 사이로 배를 쳐다보려 집어넣으니...
'......!? 뭐, 뭐, 뭐 이 시발 저건...!?'
검은색 피부가죽에 싸여있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크고 아름다운 쌍방울이 눈앞에서 덜렁대고 있었다. 저 하반신의 위치에서 발견된 게 아니었다면, 저게 수컷의 그 쌍방울이란 것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크고 아름다운 쌍방울이었다.
'허얼미... 싑헐...'
예전에 어쩌다 인터넷의 동물성기 테러짤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한 쪽의 방울이 손이 큰 남자의 주먹만해 보이는, 참외 두 개가 달린 것 같은 크기의 고환. 거기다 커다란 핏줄들이 도드라진 웅장한 형태는 자신의 쌍방울 이란 것 조차 잊고 감탄과 탄성을 내지르게 하기에 충분한 쌍방울이었다.
그 쌍방울에 감탄하다 이후 가운데에 있는 튀어나온 부분이 눈에 띄었다.
'아 그래. 이거 말꼬추지. 말자지. 이거 예전에 봤던 인터넷 동물성기 테러짤처럼 저기서 말꼬추가 튀어나오는건가?'
그리 생각하며 은근슬쩍 지구에서 발기하던 느낌으로 힘을 주자, 가운데서 이번엔 또 다른 비명을 지르게 하는 흉악한 사이즈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에그머니나 시발 저게 뭐람!?'
저게 내 자지란 것이 머리에서 바로 인지되지 못할 정도로 흉악한 놈이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검붉은색을 띠고 굵직한 핏줄이 도드라진 그 흉악한 모습과 크기의 물건이 내 주니어란 것을 알게 되자, 몇 초간의 혼란 후 한숨이 튀어나왔다.
'하아니 시발... 내가 말자지만 하면 좋겠다 하며 왔지만... 진짜로 말자지를, 아니 저건 말자지를 아득하게 뛰어넘었잖아 시발...'
이전에 테러짤로 보았던 말자지는 뭐랄까 길이가 대단하단 느낌이었다. 그쪽은 관심없어 잘 모르지만, 하드코어 야동 같은데선 말이 나오는 수간물도 있다곤 들었었다. 하지만 이쪽의 주니어는 그런 용도로 과연 사용할 순 있는걸까? 싶을 정도로 흉악함을 뽐내는 녀석이었다.
한숨이 나온다. 이세계로 넘어올 때, 더 이상 지구에서의 변질된 여성관은 버리기로 다짐했었다. 이세계 여자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새 인생을 사는데 그런 미친 마인드랑은 작별하고 싶었다.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의, 약간 구시대적인 마인드로 돌아가, 앞으로 만나게 될 여성과 평범하게 꽁냥꽁냥한 연인 생활을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지구에선 경험하지 못한 성경험을,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잔뜩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저찌 미래에 여자를 만나 꽁냥꽁냥한 관계가 된다 쳐도 저걸 쓸 수는 있을까? 거근은 남자의 로망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사이즈는 여자가 기겁하고 뛰쳐나갈 거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3D 야동보단 하드한 2D 망가 같은데서나 볼 수 있는 믿기지 않는 흉악한 말자지를 보고 있자니 다시 한숨이 나온다.
'......이렇게 된 이상 인간화 스킬! 그래 그거다! 인간 모습이 되는 수밖에 없어!'
한숨을 쉬다 어디서 전등 켜지는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들 정도로 번뜩였다. 그래. 몬스터 전생물에서 흔히 있는 인간화 스킬. 그런 스킬로 인간 모습이 될 수 있다면?
'인간화 스킬을 얻으면 만사 OK잖아! 말 모습만 벗어난다면 저놈 사이즈도 변하겠지! 그럼 시발 평범하게 쎅쓰할수 있어! 저 사이즈면 인간형 주니어도 충분히 크지 않을까!? 이세계 대물남 씹가능 일거라고 시발!'
목표가 정해졌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인간 모습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그런 스킬이 없을 가능성도 있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눈물이 나올 것은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인간화 스킬은 있다. 레벨업이든 뭐든 어떻게든 얻을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인간화 스킬을 얻고, 그러고 나서 이세계 생활을 즐긴다!
'...일단 지금은 말도 못하지만... 말도 할 수 있게 되겠지?'
결심하자 마자 다시 걱정부터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