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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5화 (6/749)

Chapter 5 - 5화 - 모험가다!

라디아란 도시에 들어온 지 어느새 보름 정도가 지났다. 처음 알스와 리즈벳과 성문에 도착했을 땐, 마차 같은걸 끌고 있는 일반인 들과 퇴근준비를 하는듯한 병사들이 있었는데, 나를 보자 마자 난리가 나더니 비명소리가 퍼지는 아수라장이 되었었다.

심지어 날 보고 겁에 질린 얼굴로 소변을 지리는 아가씨도 있다는 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만약 알스와 리즈벳이 없었다면 그냥 마물이다! 죽여라! 같은 분위기가 되었겠지.

다만 리즈벳은 내리고 난 뒤엔 계속 좀 묘한 태도였는데, 나한테서 내리고 난 뒤, 알스와 내 뒤에서 갑자기 ‘히이익!?’ 하는 묘한 비명을 질렀었다. 무슨 일이냐 물으니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숙이고 나선 말이 전혀 없었다. 어쩐지 얼굴이 많이 붉어 보였는데 뭔가 이상한 거라도 본 모양이었다.

이후 알스가 하는 나에 대해 설명하자 병사들과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었고, 이후 어딘가의 높으신 분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상당히 비싸 보이는 장비로 무장한 녀석들에게 둘러싸여 길드관리소 란 곳으로 데려와 졌다.

이후 나의 절박한 설명과 알스의 커버를 들은 사람들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보름간 다양한 검사를 했다. 이런저런 질문과 더불어 요상한 장비 같은걸 들고 와선 뭔가 측정 같은것도 하고...

아 그러고 보니 민망하게도 이때까지 내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냥 말이란 걸 잊고 있었다. 내 하반신 쪽에 붙어있는 커다란 쌍방울을 보고 간호사인지 연구원인지 헷갈리는 젊은 여성이 얼굴을 붉히며 말해주지 않았다면 한동안 쭉 맨몸이었을 것이다. 이후 누군가가 천 같은 걸로 나에게 맞춘 무릎까지 덮이는 하의를 만들어 내 허리와 하반신을 덮어주었다.

계속 그런 날이 이어지다... 열흘째 정도부턴 내가 무해하다 판단했는지 어디의 높으신 분을 만나러 가서 신수가 와줘서 고맙다거나 도시에서 잘 지내도록 도와주겠다거나 그런 얘기도 나눴다. 그리고 길드관리소를 관리한다는 소장이란 사람과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모험가가 되겠다는 얘기에 놀라더니 허락해 주었다.

참고 삼아 말하자면 소장은 여자였는데, 이게 또 상당한 미인이었다. 품격마저 느껴질 정도로 당당해 보이고 키가 제법 큰 미인이었는데, 상태창을 확인하진 못해서 나이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 결혼은 했을 것 같은 나이로 보였다.

근데 무엇보다 그 가슴이... 리즈벳의 가슴도 감탄하며 봤었는데 이건 뭐 머리통이 3개, 아니 그 이상인가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이즈라서 발기를 참느라 고생했다. 도저히 시선을 뗄 수가 없는 흉악한 가슴이었다. 소장도 중간부턴 시선을 좀 느낀 것 같았는데... 미안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머쓱한 분위기가 되더라.

어찌됐건 오늘, 마침내 이런저런 절차가 끝나고 라인하르트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신수란 것을 인정해준 뒤, 모험가가 될 수 있도록 시민자격을 준다고 한다. 혹시 무슨 나라에서 대우받는 영물 취급을 받나 했지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뭐 그래도 이왕 이세계에 온 거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좋은 건 이쪽이 아닐까? 여러모로 들뜬 채 왕국에서 준비해준 마구간 비슷한 깔끔한 창고에서 누워있다가 두근거리며 일어났다.

“이제 시민자격만 생기면 도시 안을 돌아다니는 것도 되겠지... 아무래도 지금은 좀 곤란하지만, 나중에 인간화 스킬을 얻으면 도서관 같은 데서 정보를 얻는 것도 될 거고, 무엇보다 더 이상 풀떼기만 씹지 않아도 되겠지! 캬아, 해피한 이세계 생활 시작이다!”

말 나온 김에 말하는 거지만, 여태까지 내 식단은 숲에서부터 지금까지 모조리 풀떼기였다. 손이 아니라 발굽 달린 발 밖에 없고, 무엇보다 말의 얼굴 형태가 도저히 평범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처음 도착한 날 식사는 어떻게 하겠냔 병사의 물음에 적당히 요리를 가져다 달라고 하려다가, 이 얼굴과 이 몸으로 어떻게 먹지 싶어서 그냥 아무 풀이나 좀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덕분에 창고 안 한쪽 구석엔 여물같은 풀들이 잔뜩 쌓여있는 상태다.

아무래도 이런 몸 상태에서 뭔가 요구하기도 좀 그렇기도 하고, 음식은 인간화가 되었을 때의 기쁨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풀 맛만 느껴지는 풀떼기를 씹는게 좀 고역이긴 하지만 말이다.

“신수 세마님! 시민권 발급 절차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저희랑 같이 길드관리소 쪽으로 와 주십시오!”

어린 병사로 보이는 몇 명이 창고에 찾아와 얘기를 전해주었다. 기쁨에 어깨를 들썩이며 나와, 병사들과 같이 길드관리소를 향했다.

“흐흐흐, 시민권이라니. 신수가 시민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걸 보면 라인하르트 왕국인 꽤 좋은 곳인거 같은데?” “하하 라인하르트 왕국이 크고 좋은 나라이긴 합니다. 근데 사실 이런 경우가 없었죠. 저도 잘 아는건 아니긴 한데, 신수라고 하면 보통은 수백 년을 한 곳에서 자리잡고 살다가 자연스레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시민이라기 보단 마을 대표 같은 걸로 추앙받는게 보통이죠. 애초에 신수가 적기도 하고, 세마님 같은 케이스는 전 세계에서 처음일 겁니다.” “흐흐, 그래? 하긴 내가 수백 살은 안되고, 말도 갑자기 할 수 있게 된 거니까”

아직 1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어린 병사와 이런 잡담을 주고 받으며, 도시에서도 눈에 띄게 커다란 길드관리소에 도착했다. 병사들은 이후 길드관리소에서 안내를 받으면 된다고 말하며 돌아갔다. 오면서 느낀 거지만 뭔가 좀 바빠 보이는 것 같은데, 저 멀리에 있는 병사들도 바빠 보인다.

돌아가는걸 잠시 쳐다본 후, 근데 왜 시민자격을 길드관리소에서 주는 거지? 라고 생각하며 길드관리소에 들어갔다.

“아, 세마씨 오셨네요! 마침 시민권과 모험가 자격 발급 준비가 끝난 참이에요!” “흐흐, 안녕 세라. 이거 너무 좋아서 잠도 못 자고 기다렸어 푸히힝.”

길드관리소에 들어가자 세라 라고 부른 젊은 사무원이 맞이해 주었다. 처음 날 봤을 땐 기겁을 하더니, 어느 정도 대화를 하고 나자 안전하다 판단했는지 이후론 웃는 얼굴로 편하게 대해주기 시작했다.

다른 사무원들은 아직 날 보면 조금 긴장하는 눈치였는데, 그런 것 없이 웃으며 편하게 대해주는 젊은 여성이었다. 거기다 보름간 길드쪽에 관련된 일에선 세라가 거의 전속 사무원처럼 붙어서 날 도와주었다. 덕분에 나도 세라에겐 아주 호감이 가서 만나는 게 기대되는 여자였다.

“상태창”

================================================== 이름 : 라네트 세라 종족 : 인간 레벨 : 15 ( 160 / 3600 ) 칭호 : 길드관리소의 아이돌 사무원 나이 : 22세 ==================================================

세라가 잠시 뒤돌아 뭔가를 준비하는 동안, 조용히 상태창을 불러 세라의 상태창을 다시 살펴봤다. 레벨은 뭐 사무원 이란 걸 생각하면 괜찮은 수준 아닐까? 내가 고작 12레벨 이니까. 적어도 몸을 지킬만한 수준은 되는 것 같다. 역시 눈에 띄는 건 칭호... 길드관리소의 아이돌이라, 확실히, 다른 사무원들도 다들 미인들 이였는데,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세라는 그렇게 불릴만한 외모였다.

한쪽으로 살짝 땋아 묶은 연한 녹색머리, 생글거리는 웃음이 묻어있는 색기있는 얼굴, 굽을 빼면 170이 조금 안돼 보이는 적당한 키. 리즈벳보다 조금 작지만, 아주 커다란 과일만한 가슴. 그 가슴과 어울리면서 굴곡이 있는 늘씬한 몸매. 그 몸매에 잘 어울리는 깔끔한 제복 등은 누가 봐도 이 길드관리소의 꽃으로 느껴질 만 했다. 거기다 이 친절함이라면 이미 푹 빠져 해롱거리는 모험가들도 꽤 많지 않을까?

상태창을 살피면서, 주변 모험가들은 어떻게 생겼나 살펴보려 했지만, 안에는 예상과 달리 10명 정도밖에 없는 상태다. 길드관리소는 지구의 건물들과 비교해봐도 층만 낮고 넓이가 상당한 편이라 아주 휑해 보였다.

오전인데 아직 모험가가 움직이는 시간이 아닌가? 내가 특이한 신수니까 많이들 보러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자, 세라가 무언가를 들고 데스크 밖으로 나왔다.

“자, 이쪽이 세마씨의 시민증이에요. 어차피 복제할 수도 없는 물건이라 누가 훔쳐가진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잃어버리면 재발급 비용이 꽤 비싸니까 조심하셔야 할 거에요. 세마씨에겐 이걸 어떻게 드려야 하나 하고 다들 고민했는데, 이렇게 찰 수 있는 가방이 있더라구요. 이쪽에 담아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세라는 내 왼쪽 앞다리 허벅지쪽에 자그마한 주머니 형태의 포켓이 2개 달려있는 가방을 달아주었다. 친절함에 고마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처음엔 목에 끈으로 거는 게 어떤가 했는데... 세마씨 모습을 보면 목에 거는 건 의외로 불편할 것 같아서요. 이런 가방쪽이 편할 것 같아 준비해 봤는데 어떠신가요?” “오오... 이거 확실히 움직이기 편한데? 고마워 세라.”

이리저리 다리를 움직여도 거슬리지 않는 게 제법 괜찮았다. 몸통까지 끈이 메어져 있어서, 이 정도면 날뛰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쪽이 바로 세마씨가 모험가가 되기 위한 모험가 카드 발급기! 시민권과 비슷한 카드를 발급받는 건데, 모험가에겐 이 카드가 일종의 이력서가 되는 물건이에요” “호오, 이력서? 어째서?” “모험가 카드는 모험가의 레벨이나 스텟등의 정보가 담겨 있으니까요. 이전 길드 소속도 나오고 큰 업적이 있는 모험가는 업적이 기록되니 모험가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 수 있어요.”

단순히 상태창 업글판 이라고 생각했는데, 모험가 카드는 상태창 이라기 보단 이력서 같은 것 이라고 한다. 상태창도 스킬 레벨이 올라간다면 비슷해 지려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세라가 가져온 제법 큰 수정구 달린 기계를 바라보았다.

“일단 세마씨의 모험가 카드를 만들어서 스텟을 확인해봐요! 사실 세마씨는 신수인데 모험가가 되겠다고 하셔서 기대하던 길드들이 많았는데, 엊그제 근처에 상당히 규모가 큰 던전이 하나 발생해서 긴급 퀘스트로 대부분 거길 간 상태거든요... 아마 오늘 저녁쯤엔 돌아와서 세마씨의 정보를 찾을 거라 생각하지만요.”

던전! 이거 또 참을 수 없는 단어가 나왔다. 던전이란 얘길 들으니 이게 이세계지 하는 생각과 함께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길드관리소에 사람이 없는 게 그런 이유였나.

“자 그럼 이쪽 수정구 위에 손... 아니 발을 올려주세요. 세마씨의 에세르을 읽어 모험가 카드가 작성될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수정구 위에 오른발을 올려 보았다. 이후 수정구에서 빛이 일렁 거리며 수정구 아래의 달려있던 구슬 같은 게 회전하며 움직인다. 뭔가 신기한 물건이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더니 곧 빛이 사라지면서 아래쪽에 놓여있는 빈 카드에 뭔가가 그려지는 게 보였다.

“네 완성됐습니다! 그럼 세마씨의 정보를 한번 확인해볼게요. 어디어디 레벨은 12...? 저주받은 산맥을 넘어오시고 매드카우를 한방에 쓰러트리셨다고 하셔서 30은 넘으셨다고 생각했었는데... 아! 스텟이 레벨에 비해 놀라운 수치네요! 특히 스테미너가 어마어마해요! 스테미너는 그리 중요한 수치는 아니긴 하지만, 이런 수치는 저도 처음 볼 정돈데 레벨 12라니... 역시 신수라서 그런걸까요...”

세라가 집중하며 보다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나도 궁금하긴 하지만, 사무원이 확인하는 게 먼저이긴 하겠지. 보고 싶어 근질거렸지만 참으면서 세라의 말에 집중했다.

“에세르 보유량도 정말 놀라워요! 이 정도면 용사도 부럽지 않겠어요. 신수는 굉장한 에세르를 가진다던데 역시... 어, 스킬란은... 조금 이상하네요. 이정도 근력이라면 투기전환은 당연히 있으실 것 같았는데, 그렇다고 마력전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째 놀라던 세라의 표정이 갸웃 하는 표정으로 변해간다. 뭐야 그러지마 불안하잖아...

이후 세라는 뭔가 네모난 두꺼운 판 같은 물건을 꺼내더니 거기에 모험가 카드를 겹친 후, 카드만 다시 내 앞에 데스크 위에 올려두었다.

“네 관리소 확인 및 기록은 완료되었습니다! 이쪽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다시 웃는 표정으로 바뀐 세라를 한번 바라본 후 모험가 카드를 바라보았다.

############################################################ 이름 : 정 세마 소속 길드 : - 레벨 : 12 에세르 보유량 : 516000 스테미너 : 723 / 근력 : 282 / 마법력 : 48 / 민첩 : 254 보유 스킬 : [뒷발차기] 특이사항 및 업적 : - ############################################################

......어? 뭐랄까 예상보다 더 심플한 내용이다. 상태창과 그리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내가 싸커킥이라 외치면서 날리던 발차기가 혹시 스킬이었나. 어쩐지 싸커킥을 날릴때는 몸에 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스킬을 쓰는 느낌이었나?

그리고 어째... 스텟쪽은 수치는 둘째치고 항목이 뭔가 부족해 보인다. 이게 끝이야? 마나나 체력 같은건?

“어...세라야? 혹시 이거 뭐 덜 적힌거 아냐? 뭐 공격력이나 방어력 같은 표시 안돼?” “음... 공격력이나 방어력 같은건 수치화 하기 힘든 내용이라 표시되지 않아요. 거기 표시 되어있는건...”

세라에게 질문하자 같이 카드를 보면서 설명을 해준다. 저 수정구가 달린 기계는 에세르를 분석하여 수치화 할 수 있는 부분만 수치화하여 작성해주는 기계라고 한다. 이름과 업적 같은건 관리소에서 직접 입력하여 주는 거지만 나머지는 수정구 기계의 마법이 에세르를 분석하여 수치화 한다고 한다.

스텟은 그때그때 갱신할 때마다 차이가 생기는데, 만약 단련하지 않고 놀기만 했을 경우 스텟이 확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같은 수치를 가진 사람들도 직접 비교하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어째 그냥 건강분석 수치 정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그날그날 몸 상태 등에 따라서 달라지고, 비슷한 수치라고 하더라도 그런 컨디션에 따라 더 낮은 수치를 가진 사람이 이길 때도 있으니 그냥 대충 이정도구나 하는 정도의 참고만 하는게 좋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까 투기나 마력이라고 하던데... 그게 뭐야?” “투기전환은 에세르를 신체를 강화하는 에너지로, 마력전환은 에세르를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에너지로 바꿔주는 스킬이에요. 투기는 신체에 버프를 주는 형태로 사용되고, 마력은 마법으로 분류되는 마법사들의 스킬을 사용하는데 사용돼요. 마법이 아닌 스킬은 익히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지만, 마법으로 분류되는 스킬들은 마력전환을 익혀야만 사용할 수 있어요”

즉, 전사계열은 투기라는 버프를, 마법사계열은 마력이라는 마법전용 에너지를 사용한단 얘기였다. 헌데 나는 투기도 마력도 익히지 못했으니 순수한 근육의 힘과 에세르만으로 싸워야 한단 얘기겠지.

“없는 건 뭐 나중에 익힌다 치고... 그럼 혹시 투기를 익히면 마법은 못써?” “못쓰는 것 까진 아닌데 투기와 마력 모두 익힐 경우 양쪽 모두 애매해지기 마련이라서요. 보통은 타고난 능력치에 맞춰서 한쪽만 익히는 편이에요.” “으음...”

그렇다면 내 스텟은 어쩔 수 없이 투기를 익혀야 하는 스텟이었다. 나름 마법 쓰는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하이브리드는 똥망캐 라는걸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보통 게임에서도 하이브리드는 망캐이기 마련이니까. 다른 것보다 마법을 못 쓰는게 너무 아쉬운데.

“마법 못쓰는 건 좀 아쉽긴 하네... 그럼 이걸로 끝인가?” “아 카드 발급 외엔 시민권과 길드에 대한 설명이 있어요! 원래는 소장님께서 설명해 주실 예정이었는데 소장님은 지금 아까 말씀 드린 던전과 세마씨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서 빠르게 보고하란 명령이 내려와서 수도에 가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리로 설명 드리기로 했답니다.” “오호라. 소장님이 안보이시던 게 그거 때문이었나. 그럼 부탁해.” “네! 그럼 안쪽 접대실 에서 설명드릴게요!”

세라가 모험가 카드 발급기를 집어넣는걸 보고 함께 접대실로 들어간 뒤, 적당히 넓은 곳에 자리잡고 서서 시민증에 대한 설명부터 들었다. 이런저런 서류를 보며 시민권에 대한 설명을 요약하니 대충 라인하르트 왕국에서 나의 시민 권리를 인정해주며 범죄를 저지르면 어찌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었다.

대충 현대 지구와 비슷하게 나쁜 짓 하지 말라고 요약 가능한 수준이어서 사고 안치고 착하게 살면 된다 정도로 알아들었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특이케이스인 만큼, 라디아에 온 이후로 내가 살고 있는 마구간 같은 창고를 반년간 무상으로 대여해 줄 예정이며, 정착금으로 금화 10개를 준다고 한다.

“금화라고 하니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얼마 정도 되는 금액이야?” “일반적으로 은화 40개 정도가 3~4명 규모의 가족이 한 달을 지내는 평균 금액이라고 해요. 물론 모험가는 이런저런 장비 비용이 비싸서 훨씬 생활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요. 돈의 단위는 금화 한 닢이 은화 100닢, 은화 한 닢이 동화 100닢에요. 동화 아래엔 잔돈으로 쓰이는 소동화가 있는데 10개에 동화 1닢에요”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짱구를 굴려보니 대충 은화 1개가 10만원 금화 한 개가 천만원 정도로 한국 원 단위로 환전이 되었다. 와 그럼 정착금이라고 1억을 준거네? 신수랍시고 우대해 주는건가? 한동안 사는 건 문제가 없겠어.

“그리고 다음은 길드에요! 아마 세마씨는 다양한 길드에서 가입권유가 올 텐데 첫 길드는 심사 숙고해서 고르시는 게 좋아요! 아무 길드나 들어갔다가 커리어를 망치는 모험가도 꽤 많거든요!” “그러고 보니 길드란게 어째 내가 생각하는 거랑 다른 느낌이 들던데, 모험가란건 솔로활동 하거나 파티를 맺거나 하면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직업 아니었어?” “그런 사람들이 없지는 않은데 보통 1인 길드를 만들어서 움직이죠. 모험가는 길드에 가입하는 게 의무에요. 길드가 없는 임시 계약직 이란게 있긴 한데 이 경우엔 부과되는 세금이 엄청 높은 편에 매번 퀘스트를 할 때마다 계약하는 길드와 계약서를 써야 해요. 길드쪽에서 정 일손이 부족할 때 잡심부름을 할 사람을 구한단 느낌? 그리고 보통은 가입한 길드원들 끼리만 파티를 맺어 움직이죠. 서로 다른 길드끼리 협력하려면 양쪽 길드장의 허가 및 관리소에 신고가 필요해요.”

이어지는 설명을 쭉 듣고 있자니 어째 내가 생각하는 모험가랑은 좀 다른 느낌이었다. 길드란건 결국 모험가가 가입하는 회사 같은 것이며, 길드에 가입하지 않고 활동하는 모험가는 불법 모험가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세금문제나 모험가 관리 등의 이유 때문이고, 이 때문에 파티도 결국 길드원 끼리만 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각 길드들을 관리하는 곳이 길드관리소. 즉 길드관리소는 기업들이 모인 협회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관리소에서는 나라, 혹은 다른 단체에서 일감. 즉 퀘스트를 가져오고, 각 길드는 퀘스트를 할당 받아 클리어해서 보상을 받고, 사냥하며 얻은 부재료 등을 얻어 부가수입을 얻는다고 한다.

거기다 중견 이상급 길드의 길드장 중,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길드와 연계된 회사를 따로 경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길드의 수입은 급여 계약에 따라 각 길드원에게 분배되어 길드원의 급여가 되는 것이라고 세라가 설명해 주었다.

이런 게 맞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 1인 길드를 창업하여 혼자서 상시 퀘스트 같은 자잘한 소일거리만 맡거나, 혹은 그때그때 다른 길드에 임시 고용되는 식으로 일하는데 안정성이 없어 불안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길드를 만들 땐 문장을 만들게 되는데, 그 문장을 만들면 길드에 가입할 때 관리소에서 마법도구를 통해 원하는 곳에 문신처럼 새겨 준다고 한다.

그렇게 새긴 문장은 같은 길드원이란 표식이자 일종의 마법진 같은 거라, 레벨차가 크지 않은 같은 길드원이 가까이 있을 때, 서로 경험치가 공유되는 효과를 준다고 한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문신같은 그림이 경험치 공유를 하게 해 주는걸까?

그리고 임시계약직의 가장 큰 단점이 이 길드문장이 없어 경험치를 쌓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점 때문에, 서로 다른 길드끼리 협력하더라도 몬스터를 같이 잡는 일은 웬만해선 없다고 한다.

알스와 리즈벳의 손등에 새겨진 것이 바로 이 길드 문장이었던 것 같다.

“흠, 그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아무 일이나 맡아서 하는 건 안되겠네. 좀 아쉬운 느낌인데” “길드에 따라서 그런 자유행동을 허가해주는 길드도 있어요. 길드에서 소규모 퀘스트를 자주 받아가서 그런 사람들에서 배분해주는 식이죠. 물론 규모가 아주 큰 길드는 굳이 그럴 이유가 없지만요.” “음 그래... 그럼 어차피 길드가입 전엔 모험가 활동도 못 하는거니 잘 생각해 봐야겠는걸” “후후. 네. 혹시 궁금하거나 물어보실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 오셔서 물어보셔도 되니까요. 더 궁금하신 점은 있으신가요?” “음... 아 혹시 세라. 몬스터나 신수가 인간모습이 되는 스킬이나 방법은 있어? 아무래도 이 말 모습이 너무 불편하긴 해서...” “스킬이 있다고 들었어요. 듣기론 대부분의 신수들은 사람모습으로 지낸다고 하던걸요? 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세마씨도 곧 익히시지 않을까요?” “오오...! 고마워. 당분간 그 스킬을 얻는 걸 목표로 해야겠다. 일단 길드 조건에 대해서 생각좀 해보다 저녁에 다시 올게” “후훗. 네. 세마씨의 사람 모습이 기대되네요. 저녁에 봬요!”

그렇게 접대실을 나와 인사한 후 몇 가지 상세 설명이 적힌 종이뭉치가 담긴 가방을 목에 걸고 저녁에 보자며 인사한 후, 밖으로 나왔다. 나오면서 몇 명 있던 모험가들이 말을 걸려나 싶었지만, 신기한걸 보는 것처럼 쳐다볼 뿐, 딱히 말을 걸거나 하진 않았다.

“이벤트라도 발생할 줄 알았는데 힝...”

좀 아쉬운 기분으로 창고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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