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 6화 - 임시 계약이다!
창고에서 쌓여있는 여물로 대충 배를 채우고, 세라가 건네준 종이뭉치를 입과 발굽으로 뒤적거리면서 한 장씩 천천히 읽어보았다. 종이를 펼치는데도 한참 걸릴 정도로 불편해서 인간화 스킬에 대한 열망이 올라갔지만, 지금 당장은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천천히 정보를 모으는 수밖에. 일단은 이 도시에 대해 익숙해져야 한다 생각하며, 여러 가지 내용이 적힌 종이의 글자를 읽었다.
그리고 그 중 눈길을 끄는 건, 바로 용사에 대한 설명이었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한동안 나 챙기기도 정신이 없어서 물어보지 못하고 있던 내용이다.
용사란 에세르의 축복을 받아 에세르 보유량에 제한이 없는 사람을 칭하는 명칭이라고 한다. 에세르 보유량에 제한이 없단 것은, 무한한 에너지를 쓸 수 있다는 얘기로, 투기나 마법을 남발해도 에세르가 모자라지 않는단 얘기였다. 단, 어디까지나 에세르만 무한한 것이고 전투력이나 체력, 집중력은 또 다른 얘기라고 적혀있지만, 상당한 메리트인 것은 분명하다.
에세르 보유량은 신체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에세르 최대치를 나타내는건데, 조금씩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하긴 하지만 단기간에 확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용사가 아닌 사람들은 늘 자신의 에세르 보유량을 신경 써야 하지만, 용사는 그런 제약이 없어진다.
용사는 태어날 때부터 용사인 사람은 없고, 단련하거나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각성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무한한 에세르 덕에 빠르게 강해질 수 있고, 톱 클래스의 용사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강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용사인 사람이 라디아엔 12명, 용사 후보라고 해서 더 단련할 경우 용사가 될 가능성을 인정받은 사람도 약 20명 가량이 있다고 한다.
“음... 이거 좀 사기스럽네. 이 새끼들 전생자 같은거 아냐 혹시? 용사라며? 왤케 많아?”
누군 말로 변해서 고생하는 상태인데, 참 너무하네 그렇게 말하며 창 밖을 보니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는 게 보인다. 슬슬 길드관리소에 가기로 한 시간이다.
“아~ 길드는 어디가 좋을려나아”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곱씹어보면서, 따각따각 말발굽 소리를 울리며 밖에 나왔다.
***********************************************************************************************************
슬슬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라디아 길거리에서 내 모습은 확실히 눈에 띄긴 한가보다. 오전에도 그랬지만,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좀 많이 따갑다. 그래도 보름간 어느 정도 알려져서 쳐다만 보는거지, 첫날에는 막 비명 지르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더라. 와~ 말이다 귀엽다~ 같은걸 내심 기대했는데, 이세계에서 내 모습은 그냥 흉악하게 생긴 몬스터인가 보다.
주변의 시선을 받으며 나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자니, 아무래도 이세계엔 미인이 꽤 많은 것 같았다. 역시 이세계라고 해야하나, 전체적으로 지구시절 보다 평균적으로 여자들이 젊고 예뻐 보이는 편이다. 단순히 얼굴뿐만 아니라, 몸매도 전체적으로 상당히...
조금 이상한건 남자들 쪽인데, 외모 수준이 높은 여자들과는 다르게 남자들은 대부분 평범하다. 그 뿐만 아니라 평균키조차 여자와 비슷하단 느낌이다. 대부분 160~170 정도란 느낌인데, 키 뿐만 아니라 체형도 좋게말하면 평범, 나쁘게 말하면 밋밋한 남자들만 보였다. 뭐라고 해야하나 이거, 라노벨이나 일본 만화에 나올법한 호리호리한 타입의 주인공들을 외모만 좀 너프해서 가져다 둔 느낌?
뭘까, 지구랑은 인종이 다른건가? 뭐 그래도 여자들쪽은 확실히 눈이 호강하니 별 상관은 없지만.
“음... 여태까지 본 여자중에 굳이 고르자면, 리즈벳과 세라... 그리고 소장 정도인가?”
처음 만난 여자가 리즈벳 이였지만, 약간 작은 키를 제외하면 상당히 예쁜 여자였다. 아니, 오히려 그 얼굴에 그 키라서 오히려 귀여움까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복장이 수수한 게 아까울 정도였지. 그리고 세라, 길드관리소의 사무원들은 전부 미인이긴 했지만, 그런 길드관리소의 아이돌이라는 세라는 확실히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 너무 화려하지 않고 성실해 보이는 그 얼굴이 오히려 더 좋다고 표현해야하나... 그리고 소장... 소장은 그 당당해보이는 외모도 매력적이었지만 그 가슴이 정말...
아 안되겠다. 미녀들이 자주 보이다 보니 슬슬 나도 깜짝 놀라는 크기인 내 분신이 내 의지를 거스르고 반응하려 한다. 두 달 가까이 물을 못 뺐더니 도시에 들어오고 난 이후로 계속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손도 없는데 이놈이 날뛰면 정말 답이 없을 것 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며 그렇게 길드관리소 근처까지 가니, 확실히 오전보단 사람이 많아 보였다, 입구부터 벌써 시끌시끌한 사람느낌이 나고 있었다.
“에세르가 516000에 스테미너가 723!? 캬, 확실히 신수 맞네. 우리가 고용할까!?” “늦게와놓곤 뭔 개소리야! 줄서! 우린 복귀하자마자 관리소와서 대기하고 있었어!” “스텟이 높다고 해도 난 좀 고민되네, 그거 같이 싸울순 있어?” “마델 커플 두 사람 말론 등에 타고다닐 수 있다던데? 되지 않겠어?” “아무리 그래도 그 외형에다 에세르가 너무 흉흉해서 여자뿐인 우리 길드는 좀...”
아이고, 여자뿐인 길드에는 못 가나보다. 이거 하렘은 글렀네.
***********************************************************************************************************
“하아이고, 나 참...”
길드에 들어가자 시선이 꽂히면서 사람들이 나에게 몰려왔고, 이러쿵 저러쿵 본인들의 길드를 설명하면서 나에게 가입권유를 날려왔다. 왠지 잘나가는 길드부터 순서대로 줄서있단 느낌이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가입조건을 설명하자 하나같이 으음... 하는 표정과 함께 생각해 볼 시간을 달라며 빠지더라. 그렇게 길드 7개 정도를 면접을 봤더니, 줄 서 있던 사람들이 다 사라져버렸다.
1. 내 최우선 목표는 인간화스킬 획득이니, 거기에 대한 정보를 모아주고 인간화 스킬을 얻기 전까진 그 정보를 우선시해서 활동하겠음. 2. 인간화 스킬을 얻기 전까진 옆에서 날 도와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음. 3. 급여 외에, 길드에 대한 지분, 혹은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너스를 줄 것. 4. 퀘스트 선택권을 줄 것.
위와 같이 말하자 하나같이 표정들이 미묘했다. 신수라는 것만 믿고 너무 불렀나? 그래도 신수라는 희귀하고 대우받는 녀석이니 좋아라 할 녀석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질러봤는데, 아무래도 오산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면접을 본 길드장들이 미묘한 표정으로 돌아가자, 나에게 개인적인 흥미로 말을 거는 녀석들만 있을 뿐, 더 이상 길드 가입을 권유하는 녀석이 없었다.
“아~ 지분 얘기는 뺄걸 그랬나...”
그렇게 한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보자, 멀리 식당처럼 보이는 곳에서 손을 흔드는 녀석이 있었다.
알스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리즈벳. 알스가 손을 내리자 테이블 위에 있는 두 사람의 손등에 새겨진 같은 모양의 길드문장이 눈에 띄었다. 어쨌든 반가운 얼굴들이 나와 녀석들 쪽으로 다가갔다.
“잘 안 풀렸나보네 세마. 잘 지냈어?” “오 알스, 나야 뭐 이리저리 불러 다니면서 신기한 취급이었지 뭐. 너희도 한동안 안보이던데 근처에 생겼다던 던전에 다녀온 거야?” “던전은 무슨, 너 때문에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 설명만 줄창 하다 오늘 점심때쯤 겨우 돌아왔어. 하아 피곤해...”
리즈벳이 투덜대며 한숨을 쉰다. 확실히 처음 만난 날보다 얼굴빛이 좀 피곤해 보인다. 불려다닌게 제법 피곤했었나 보다. 식당 직원처럼 보이는 직원이 나에게 주문을 물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몸으론 뭘 먹을 수 없어서 괜찮다고 말하고 녀석들 앞에 서 있었다.
“오늘 모인 대형 길드들은 전부 반응이 좋지 않은 것 같던데... 무슨 조건을 건 거야?” “아, 그게...”
물어오는 알스에게 내가 길드장들에게 설명했던 조건을 대강 말해주었다. 그러니 알스는 미묘한 웃음을 지었고, 리즈벳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너 그런 조건으로 길드에 가입하려 한 거야?” “역시 좀 그런가? 지분이...” “지분은 모르겠지만 대부분 길드는 본인 성과에 따른 추가금은 주기 마련이니 그건 상관 없었을 거야. 문제는 도와줄 사람을 붙여달란 거랑 퀘스트 선택권이지.”
그렇게 말하는 알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길드들은 보통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전력을 원하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런데 언제 얻을 지 모르는 인간화 스킬을 얻기 전까지 도와줄 사람을 붙여달란 건 오히려 일손이 줄어드는 일. 그것도 부담되는데 퀘스트 선택권 이란 건 도저히 받아줄 수 없는 조건이라고 했다.
“길드장과 가깝거나 오래 일해서 친한 사이라면 선택권까진 못 주더라도 상황을 고려해주는 길드장도 있긴 해. 그런데 길드원 누군가에게 선택권을 주게 되면 어느 길드원이든 선택권을 원할 거야. 다들 하기 편하고 성과가 남는 일을 원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다 보면 길드에 할당된 퀘스트 중에서 외면 받는 퀘스트도 생길 텐데, 그런 퀘스트를 처리 못하면 길드평가가 망하고 지원이 끊길 수도 있거든” “거기다 흉악하게 생긴 외모에 에세르 기운도 흉흉해서 신수라는것도 긴가민가 한데 누가 그런 조건을 받아 들이겠어?”
아... 이거 직원이 업무를 골라잡겠단 것 같은 조건이 되어버렸나 보다. 거기다 아직 모험가들은 나에 대해 좀 긴가민가 한 상태인건가. 어느 정도 움직이기 편하려고 건 조건인데 망했네.
덧붙여 길드장들은 길드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대표자들이라, 길드에 손해가 갈만한 선택을 할 길드장은 없을거라고 알스가 덧붙였다.
“뭐 그래도 듣자 하니 오늘은 대규모 길드 외엔 많이 안 온 모양이야. 던전이 꽤 힘들고 위험한 곳이었다고 들었거든. 긴급 퀘스트로 지정되서 여유 있는 길드는 대부분 강제 참가했다고 들었는데, 피해가 꽤 심한 길드도 있었다 하더라고. 이제 막 복귀해서 다들 정신없을테니, 소규모에서 중견급 이하 길드는 내일 이후부터 권유가 들어오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어째 모험가들의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붕대를 매고 있는 사람도 있고 다들 어딘가 크고 작게 다친 모양새였다.
“허... 그런 던전이 많은가 봐? 길드들이 그렇게 모였는데도 피해가 나올 정도라니” “보통 던전은 그 정도로 위험한 곳이 아니긴 한데... 어쩐지 몇 년 전부터 그런 던전이 간간이 나타나는 중이야. 그런 위험한 던전은 가만히 놔두면 던전의 몬스터가 마물로 오염되고, 그 마물이 던전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저주받은 산맥처럼 테세르가 넘치는 땅이 될 수도 있거든.” “호오...”
그런 것보다 요즘 간간이 위험한 던전이 나온단 얘기에, 노숙자 신이 말했던 멸망 얘기가 생각났다. 그래도 수백 년 뒤라고 했는데 설마 그거 때문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날 쳐다보던 알스가, 음. 하더니 나에게 제안을 해왔다.
“혹시 세마 너... 우리 길드에 들어올 생각 있어?” “하아!? 이녀석을!? 우리 길드에!?” “오... 너희 길드?”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알스를 바라보는 리즈벳에게 알스는 싱긋 웃어준 뒤, 날 쳐다보며 얘기를 꺼냈다.
“우리 길드 이름은 마델의 빛 이라는 길드야. 리즈와 내가 만든 2인 길드지. 마델은 우리가 태어난 마을인데, 거기서 우린 어릴 적부터 모험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리즈는 마법학교, 나는 모험가 육성소를 다니다 졸업하고 작년에 만든 길드야.”
얘기를 들으니 작은 시골에서 재능이 있다고 주목 받던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같이 모험가가 되자며 약속했었고, 리즈벳은 마법학교 6년, 알스는 동네 도장 스승에게 3년, 모험가 육성소를 3년정도 다닌 후 졸업하여 함께 길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리즈벳은 어릴 적부터 타고난 마력을 가져서 마법학교 입학 권유를 받은 인재였고, 알스는 근성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다가 길드를 만들기 직전에 용사로 각성하여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두 사람이 만든 마델의 빛 길드는 초보이지만 재능 있는 젊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꿈을 위해 만든 개인적인 길드였다. 그런 두 사람을 관리소에서 눈여겨보며 제법 배려해주고, 다른 길드들도 가끔 함께 들어오라고 가입권유가 오는 등 좋게 봐주는 편 이라고 했다.
그야 이런 어린애들이 꿈을 얘기하면서 노력하는걸 보고 있자면 꽤 훈훈하지 않을까. 아직 초보자들이니 큰 길드랑은 퀘스트 경쟁 같은 것도 없을 테고.
“원래는 우리 둘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자며 반쯤 뛰쳐나온 건데, 최근엔 좀 힘이 부족한걸 느끼고 있거든. 초보의 벽을 넘어가는데 약간 모자란 느낌이야.”
하긴 어디에나 초보자의 벽이 있기 마련이다. 두 사람은 최근 그 벽에 막혀서 다소 조급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새삼스레 퀘스트도 아니라던 매드카우를 잡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도 퀘스트 선택권은 조금 그렇지만... 다른 조건이라면 그럭저럭 맞춰줄 수 있을 것 같아. 3명이라서 거의 함께 해야할 테니 도와줄 사람이란 조건도 우리가 채워줄 수 있겠지. 어때?”
퀘스트 선택권이 없더라도 나름 구미가 땡기는 조건이었다. 다만 걱정스러운건 아직 젊은 두 사람이 전부인 길드라서... 이거 회사로 생각하니 어린애 두 명이서 만든 스타트업이란 느낌을 드는데. 괜찮으려나?
“가입이 고민된다면 우리랑 같이 몇 번 임시계약직을 해보는 건 어때? 경험치 공유가 안되고 정산할 때 세금이 꽤 붙어서 남는 건 많이 없겠지만, 그래도 부담 없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이라 여유 있는 사람들은 첫 길드 가입 전에 몇 번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 “오호라”
그러고 보니 세라가 그런게 있다고 했었나, 계약직이란 소리에 좀 부담이 가서 전혀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인간화 스킬을 얻기 전엔 임시계약직으로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차피 돈도 한동안 지낼만한 금액이 있는 상태 이기도 하니까
“음. 임시계약직이 괜찮을 것 같은걸. 생각해보니 길드 돌아가는 건 물론이고 다른 지식도 많이 없는 내가 처음부터 덜컥 길드 가입하는 것도 좀 그런 것 같네” “응,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첫 길드에서 2년도 못 채우고 나오거나 해고당하면 무슨 불화를 일으키거나 한게 아닌가 의심받기 마련이거든. 모험가 카드에 기록이 남으니 속일 수도 없고 말이야. 모험가는 한번 그런 의심이 쌓이면 그 이후론 일하는데 지장이 많거든.”
그에 비해 임시계약직은 길드 가입 기록 없이 일을 해본 횟수 정도만 기록된다고 한다. 물론 큰 일을 해내면 업적이 쌓이지만, 임시계약직이 그런 업적을 쌓긴 힘들다고 한다. 뭐 나는 당장 업적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이쪽이 괜찮아 보였다.
“응, 그럼 두 사람 길드에 당분간 임시계약직으로 들어가는 게 괜찮을 것 같은걸. 리즈벳씨는 어떠신가~?”
어쩐지 조금 뚱한 표정으로 얘기를 듣고 있던 리즈벳에게 장난스럽게 의견을 물었다. 리즈벳은 눈썹을 조금 꿈틀 거리더니,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하아. 뭐... 어쩔 수 없지. 우리도 한 명쯤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표정을 보아하니 내심 아직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두 사람만의 커플 길드라는 느낌이었는데 다른 사람, 아니 말이 임시계약직이라 하더라도 함께한다니, 여자로선 내심 불만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뚱한 표정을 보고 있으니 이거 그냥 가입해서 괴롭혀 줄걸 그랬나 싶은 장난기가 꿈틀거렸다.
“그럼 말 나온김에... 내일 우리랑 길드에서 만나서 퀘스트를 고르고, 도시를 한번 둘러보는 건 어때? 여태까지 도시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했을 것 같은데” “음, 그렇긴 하지. 오늘 시민권을 받고 나선 자유롭게 움직여도 된다고 듣긴 했는데 길도 잘 모르고 주변 시선이 영 부담스러웠거든.” “그럼 그렇게 하자. 아무래도 내일 당장 출발하긴 좀 그러니까 내일 하루는 퀘스트를 고르고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준비하는 걸로” “알았음~”
그렇게 잡담을 조금 더 주고받다가, 내일 아침 길드에서 만나기로 하고 두 사람과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