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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13화 (14/749)

Chapter 13 - 12화 - 혼란스럽다!

“죄송합니다아아아아!!!!!!”

리즈벳이 모두 기억하고 있단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 말 대가리는 자동으로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알짤 없는 성추행범, 그것도 협박과 대딸을 시킨 것이니 준 강간 급이다. 아직 신고는 안한 것 같지만, 신고한다면 여기 흉악하게 생긴 성추행범 몬스터가 있어요! 하며 추방, 혹은 철컹철컹 행이겠지. 아니, 왕이랑 귀족이 있는 이곳을 생각해보면 그냥 모가지 뎅겅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최대한 대가리를 박았다.

“......”

한참을 말머리를 박고 있는데 혹시 용서해주려는 얼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살짝 얼굴을 들어 리즈벳의 표정을 확인하니 여전히 날카롭게 째려보며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있었다. 잽싸게 다시 머리를 박았다.

“헤에... 미안한 줄은 아나 보네?” “넵... 정말 죄송한 짓을 했습니다... 너무 오래 금딸하다 그런 버섯까지 먹으니 제정신이 아니였습니다...” “흐~응...”

살짝 고개를 들어 다시 리즈벳의 표정을 살핀다. 다소 누그러진 듯 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눈초리로 째려보고 있었으며, 손가락을 멈추고 다리를 까딱거리고 있었다. 새하얀 스타킹과 포동포동한 허벅지가 보일락 말락 하는, 상당히 자극적인 광경이었다.

“저기, 난 여태까지 남자의 성기를 만져보긴 커녕 제대로 본 적도 없었거든?”

소꿉친구라던 알스와 이미 그렇고 그런 관계로 보고 있었는데, 의외로 아직 끝까지 가진 않았었나 보다.

“그런 나한테, 애인도 아니면서 그런 더러운걸 만지게 시킨데다 정액까지 뿌려댔었지” “그게...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뭐?” “아닙니다.”

변명을 하려 하자 누그러지는 듯한 눈초리가 다시 매서워졌다. 조금씩 올라가던 머리를 다시 땅바닥에 박았다.

“신수라고 해도 몬스터인 주제에... 암컷 몬스터가 아닌, 인간 여자한테 그런 식으로 발정해대다니...” “어... 저는 몬스터쪽엔 전혀 관심이 없는데요...” “......”

몬스터 취급 당하자 나도 모르게 변명해버렸다. 앗 이게 아닌가 싶어 뭐라도 추가 변명을 하려 리즈벳의 얼굴을 살폈는데, 어쩐지 살짝 눈빛이 누그러지고,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흐, 흐응~... 인간 여자에 관심있는 몬스터라니... 정말 답없는 변태 몬스터네.” “아니, 저, 그게...” “있지.”

어떻게든 변명을 이어가려는 내 말을 끊고, 리즈벳은 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내 블라우스랑 치마, 스타킹. 그거 전부 얼마전에 모험용으로 새로 맞춘거라 제법 비싸고 아끼던 옷들 이였거든?”

어째 수수하지만 재질이 꽤 괜찮아 보인다 싶었더니 나름 비싼 옷들 이였나보다.

“블라우스가 터진 건 내 실수긴 하지만... 그렇다 쳐도 그 정도는 충분히 수선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네 더러운 정액으로 범벅이 되서 냄새가 아주 제대로 베였더라.”

최대한 물과 수건으로 닦는다고 노력해봤는데, 세제 같은것도 없이 그냥 물로만 닦아서 그런지 냄새가 좀 베였나보다...... 그냥 빨면 안되냐?

“냄새에 둔한 알스도 무슨 냄새지 할 정도로 지독하게 베여있더라고. 밤꽃나무 냄새니 뭐니 하며 둘러대느라 참 힘들었어. 어릴 때부터 함께 있던 남자친구에게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된 여자의 심정이 이해는 돼?” “아, 아뇨... 무척이나 괴로우셨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까딱하면 알스에게 걸려서 개판났을 수도 있었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거짓말을 해준 리즈벳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덕분에 옷은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죄다 쓰레기통 행. 도저히 세탁할 생각도 못하겠더라고. 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알겠어?” “읍... 넵... 원하시는건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변상이든 뭐든 말만 해주시죠...”

비싼옷을 세탁하고 수선할 생각도 안하고 죄다 버려버리다니, 정말 어지간히도 싫었나보다. 뭐든 해줄 테니 용서해달란 의미로 답하자 리즈벳의 눈에서 날카로움이 사라지고, 입이 미소짓는게 보였다.

“뭐든지 란 말이지... 요전번에 정~말 맘에 드는데 너무 비싸서 넘어간 옷이 있었는데... 위 아래 모두 아주 제대로 빼 입으면 기분이 좀 풀려서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넵... 물론입니다... 정착금으로 받아둔 돈이 있으니 용서만 해주십쇼...” “흐~응... 오늘 쇼핑하면서 태도를 보고 용서할지 말지 정해야겠는걸?”

그렇게 말하며 리즈벳은 상자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나는 별수없이 파우치에 금화가 제대로 들어있는지를 확인하며 리즈벳의 뒤를 터덜터덜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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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리즈벳을 따라 걸으며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길까지 돌아왔다. 어쩐지 오는 동안 리즈벳의 뒷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걸 보니, 나한테서 뜯어 낼 생각에 기분이 좋은가 보다.

'하... 내가 잘못한 거니 사주는건 상관없지만... 적당히 뜯어가 줬으면 좋겠다.'

왕국에서 받은 금화가 10개나 있으니 어지간한 옷 정도는 충분하겠지만, 문제는 이건 내게 있어 이세계 생활의 밑천 이였다. 인간화 스킬을 얻기 전까진 길드가입도 힘들어 보이고 제대로 된 수입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그걸 고려하면, 금화 10개는 내게 있어 일종의 생명줄이다.

다소 갑갑함을 느끼다, 문득 리즈벳의 경험치가 궁금해져 조용히 상태창을 불렀다.

“상태창”

================================================== 이름 : 타니아 리즈벳 종족 : 인간 레벨 : 19 ( 2460 / 6000 ) 칭호 : 말자지에 흥미있는 조금 변태적인 마법사 나이 : 19세 암컷 스킬 : [음란 Lv.2] ==================================================

“......푸륵!?” “? 뭐야?” “아, 아니야 아무것도! 히힝!, 그냥 재채기가 나왔네!” “...? 이상한 재채기 소리도 다 있네. 딴 생각 말고 똑바로 따라와.” “아, 어, 그래!”

순간, 내가 뭘 잘못봤나 싶어 나도 모르게 말 같은 소리를 내 버렸다. 리즈벳의 상태창의 칭호가 상상도 못하게 바뀌어져 있는 것도 놀랐지만, 암컷 스킬 이라는 놀라운 항목이 생겨난 것도 깜짝 놀랄 일이였다. 거기다 음란 Lv.2 라니? 뭐야 저 19금 게임에 나올법한 스킬은!? 경험치나 확인해야지 하고 부른 상태창인데...

어제 본 내 상태창은 변한 게 없었는데? 혹시 내 상태창도? 란 생각이 들어서 내 상태창을 불러 확인해봤지만, 내 상태창은 어제 본 그대로인 상태였다. 혼란스러움을 느끼다, 혹시 성별 차이인가 싶어 길의 여자들도 조용히 확인해 보았으나, 전부 내 상태창과 별 반 다를 게 없었다.

리즈벳만 상태창의 항목이 변하다니, 무슨 조건이지...? 알 수는 없지만, 리즈벳과 나 사이의 일이라면 대딸 사건 정도일 터, 그게 무슨 영향을 준 건가?

혼란스럽지만 확실한 조건을 알 수 없어서, 일단 암컷 스킬 항목은 넘어갔다. 그리고 칭호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데 이것도 제법 혼란스럽다.

'...말자지에 흥미가 있다고? 조금 변태적? 재능있는 은 어디로 갔어? 아니 그보다 어제 대딸 해준 걸로 식겁 했을텐데?'

말자지에 흥미가 있다... 이건 내 자지를 말하는 거겠지? 여태까지 사람들의 반응으로 봐선, 말이란 동물에 해당하는 몬스터가 없고, 뿐만 아니라 아예 닮은 몬스터도 없는 걸로 보였다. 어쩌면 라디아 근처에서만 못 보는 걸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라디아에선 현재 말자지는 나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리즈벳이 내 말자지를, 그렇게 강제적으로 대딸했었으면서, 말자지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얘긴가...? 암컷 스킬까지 포함해서 보면, 리즈벳은 음란한 거고?

거기까지 생각하니, 앞에서 흥흥 거리며 걸어가는 리즈벳의 뒷모습이 뭐랄까... 묘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몸 속 깊은 곳 에서, 뭔가 올라는 듯한 간질간질한 느낌이다.

“자, 다 왔어. 여기가 네 지갑을 털 곳이야.”

그렇게 말하며 리즈벳이 날 뒤돌아보며 소악마 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리즈벳 뒤에 있는 제법 크고 화려하게 생긴 건물에, 유리창 너머엔 제법 값비싸 보이는 옷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 가게 뿐만 아니라, 주변 가게들이 어째 내가 돌아다녀본 곳의 가게들보다 크고 화려해 보이는 게 어쩐지 고급스러운 가게들이 모인 곳인 것 같아 보인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았더니 어째 눈에 익은 곳이 없는 게, 상태창에 신경 쓰다 와보지 못한 곳 안쪽까지 와버린 듯 하다.

“이제와서 돌아갈 순 없거든? 얌전히 들어와. 네 덩치 때문에 입구 근처에서 서 있어야 겠지만, 어차피 지갑으로 따라온거니 구경이나 해”

그렇게 말하며 가게로 들어가는 리즈벳을 바라보다, 혼란스러운 느낌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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