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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14화 (15/749)

Chapter 14 - 13화 - 쇼핑이다!

리즈벳을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제법 감탄스러운 가게의 모습이 보인다. 외관부터 제법 고급스럽다 느꼈는데, 내부는 내 지구 시절 기억과 비교해봐도 먹힐만한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옷가게 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마네킹 2~3개와 옷걸이에 빽빽하게 옷이 걸린 그런 장소가 아니라, 넓은 벽에 옷 하나하나 전체가 보이도록 보이도록 가득 걸어두고, 눈에 보이는 것만 10개가 넘어 보이는 마네킹들이 다양한 옷을 입고 다양한 자세로 옷을 뽐내는 중이다. 거기다 가게 내부엔 손님용인지 제법 편해 보이는 의자도 다수 배치되어 있고, 상당한 덩치의 내가 넉넉하게 서 있을 만큼 공간도 여유로웠다.

곧 가게 안쪽에서, 어깨까지 드러난 제법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진한 화장을 한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이 나타났다. 날 보는 순간 잠깐 몸이 굳는 게 보였는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바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어머~ 어서오세요. 저번달에 오셨던 마법사 님 이시네요. 같이 오신 분은 요즘 라디아에서 소문이 자자한 신수님 이신가요?”

오... 날 보고 제법 놀랬을 법 한데 표정하나 변함없이 바로 응대해 준다는 것에도 제법 놀랐지만, 가게에 온지 한 달이 넘었을 리즈벳을 바로 알아보는 것도 꽤 놀라웠다. 가게 점주인 것 같다. 과연, 이게 장사의 프로란 건가?

“안녕하세요. 언니. 실은 얼마 전에 여기서 맞췄던 그 옷이 저 뒤의 신수 덕분에 못 입게 되버려서요. 용서해주는 대가로 제대로 뽑아먹으려고 왔어요.” “어머나~ 무슨 일인진 몰라도 남자친구분이 좋아하시던 것 같던 그 옷을 못 입게 되셨다니~ 이거 정말 비싼 옷으로 골라 드려야 겠는데요?” “네. 이번엔 가격 상관 없이 한번 쭉 볼려구요.”

그렇게 리즈벳과 여점주가 웃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옷들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끙... 옷이 아무리 비싸도 한국 원화로 1000만원에 해당하는 금화 1개가 넘겠냐 싶었는데, 가게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보니 이거 자신이 없어진다.

그래도 의외로 옷이 화려한 디자인 뿐만 아니라 수수하거나 단정한 디자인의 옷들도 있는 것을 보니 옷에 따라 가격이 아주 비싸진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어째 리즈벳이 눈을 주고 있는 옷들도 그런 수수한 디자인의 옷들을 보고 있다.

“저번처럼 모험을 생각한 옷을 보실 생각 이신가요? 그렇다면 이쪽은 어떠실까요? 이 전에 사가셨던 옷은 마법저항 뿐 이었지만 이쪽은 어느 정도 베는 힘에도 저항력이 있는 실크로 만들어진 블라우스 랍니다.” “응, 그것도 괜찮네요. 그럼 일단 이거랑...”

뭔가 한 벌이 아니라 여러 옷을 고르며 가게의 옷들을 둘러보는 리즈벳와 점주. 어째 이리저리 몇 개 뽑아 보다가 고를 생각인 것 같다. 길어질 것 같으니 나도 구경이나 좀 해볼까. 그리 생각하며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근처에 있는 마네킹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거 마네킹도 은근히 가슴이 크게 만들어진게, 이세계의 평균 몸매가 좋긴 좋구나 하고 느껴진다. 그렇게 흐뭇한 생각을 하며 살펴보다 느낀 건데, 이세계는 정말 생활과 관련된 부분 곳곳에서 은근 하이테크 라고 해야하나?

길에선 자동차나 교통수단도 안보이던 주제에, 이런 정교한 마네킹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는게 놀랍다. 그러고 보면 가게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 처럼 보이는 장식들의 불빛도 번쩍번쩍 한게, 조명 수단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 보인다. 저것도 다 마법 같은 걸로 만든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쭉 보다, 아 이거 나도 맞춤옷 한 벌 맞추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반신의 말자지를 가리기 위해 대충 맞춘 천을 두르고 있긴 하지만, 언제 인간화 스킬을 얻게 될 지 모르는 상태니 이렇게 대충 두른 천이 아니라 몸에 맞춰 하나 맞추는게 어떨까 하며 다른 마네킹에 시선을 돌렸을 때...

“...오... 이거...”

그 곳엔, 제법 내 취향이면서, 리즈벳에게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은 마네킹이 다리를 꼰 자세로 서 있었다.

민소매에, 단추가 꽤 아래쪽에서 시작되는 가슴 윗부분이 오픈된 새하얀 셔츠, 살짝 옆 트임이 있는 타이트한 치마가 마네킹에 입혀져 있고, 함께 셋트로 파는 것처럼 보이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화려한 자켓이 마네킹 옆에 걸려 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 자체가 화려하단 느낌이다. 리즈벳이 입으면 상당히 예쁠 것 같아 보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더 옷들을 구경하고 있자, 어느 정도 골랐는지 리즈벳이 시착을 해보러 가게 안쪽에 들어갔다. 그 사이에 여점주는 내 근처로 와 말을 걸었다.

“마법사 아가씨께 크게 잘못 하셨나봐요~ 고르는데 거침이 없으시던데?” “하하... 땅에 머리 박으면서 사과할 정도로 실수하긴 했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울면서 지갑으로 따라오게 됐네요. 신수라고 나라에서 배려해준 정착금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 “아직 라디아에도 익숙하지 않으실텐데... 그래도 리즈벳씨가 고른 옷들은 화려하지 않은 단정한 옷들이라 그렇게 값 비싸진 않을 거에요.” “음... 리즈벳은 좀 더 화려한 옷들이 어울릴 것 같은데...” “저번에 같이 오신 남자친구라는 용사분께서 수수하고 단정한 복장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보이시더라구요. 아마 거기에 맞춰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저도 마법사 아가씨 외모가 좀 아깝다는 느낌이지만, 역시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을 따르는 거겠죠.”

어째 나쁘게 말하면 조금 촌스럽다고 할 수도 있는 수수한 리즈벳의 복장 이였는데, 리즈벳이 알아서 고른게 아니라 알스의 취향이었나. 리즈벳의 외모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그런 옷들도 귀엽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참 꾸밀 나이인데 좀 더 화려한 옷들을 입어도 되지 않나 생각되는데...

챠락.

그리 생각하고 있던 중, 가게 안 쪽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리즈벳이 나타났다. 체형에 맞춘듯한 블라우스와 나풀나풀한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마. 어째 단정한 시골소녀룩 처럼 보인다. 밀짚모자만 쓰면 딱 그런 이미지 아닐까?

“야. 세마. 어때보여?”

리즈벳이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 알스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르면서도 다른 평가가 필요한 가 보다.

“흐으음. 난 리즈벳은 좀 더 화려한 디자인이 어울리지 않나 싶은데... 나쁘진 않지만 리즈벳의 외모가 아깝단 느낌? 좀 더 꾸며도 괜찮지 않을까?” “뭐, 뭐어? 하! 너 보여 줄려고 입은 줄 아는거야?”

약간 얼굴을 붉히며 리즈벳이 화를 낸다. 아니 그럼 왜 물어본건데... 그 후 리즈벳은 몇 벌 더 옷을 갈아입고 나왔지만, 가게 안의 화려한 옷들을 살펴본 나에겐 하나같이 미묘했다. 분명히 전부 귀여운 느낌은 있는데 으음...

“야, 세마. 넌 나한테 어떤 게 어울릴 것 같은데?”

그렇게 내 표정을 살피면서 미묘한 표정으로 갈아입던 리즈벳이 나에게 물었다. 난 가게 안을 쭉 살피다, 아까 리즈벳에게 어울릴 것 같던 마네킹의 옷을 보았다.

“이건 어때? 내가 볼 땐 이거 리즈벳한테 되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어머~ 신수님 눈이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이 옷은 아가씨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마법사가 모험용으로 쓰기 적당한 옷이기도 하구요”

내가 마네킹의 옷을 고르자 옆에서 여점주도 거들어 옷에 대해 설명을 이리저리 해 주었다. 얘기를 들으니 디자인 외에도 뭔가 마법적인 기술이 여러가지 들어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다만 점주가 금화 1개와 60은화 라는 가격을 얘기했을 땐 조금 식겁했지만. 원화로 1600만원 이라니!?

“누, 누가 변태 몬스터 아니랄까 봐 저런 옷을...” “아니 무슨 저걸 가지고... 저 정도는 괜찮지 않나?” “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저 정도의 노출은 요즘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오히려 마법사 아가씨는 조금은 과감한 노출이 있는 게 남자친구분도 사실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은데~” “으, 으으...”

여점주와 내가 츄라이 츄라이 하며 부추기자 리즈벳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더니, 곧 쭈볏쭈볏 거리며 ‘그, 그럼 한번 입어보기만...’ 하고 여점주가 사이즈에 맞게 새로 꺼낸 옷을 가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치마와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갈아입은 리즈벳이 나타났다.

“으, 으으... 무슨 노출이 이렇게...” “오오...”

이거 내 예상보다 상당히 잘 어울린다. 제법 짧은 타이트한 검은 치마는, 광택없는 하얀 스타킹과의 사이에 절대영역을 만들면서 동시에 리즈벳의 커다랗고 탱탱한 엉덩이를 부각시켰다. 어깨가 완전히 드러난 새하얀 민소매 셔츠는, 리즈벳의 커다란 가슴 위쪽을 드러낸 채 잘록한 허리를 부각시켰다. 예상보다 더 내 취향인데.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어느새 아래쪽에서 말자지가 또 튀어 나오려는 게 느껴져 식겁하고 얼굴을 흔들었다.

지구에서도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잘 없겠지만, 한달 넘게 라디아의 여성들의 복장을 둘러보니 여성들의 옷 취향은 상당히 다양해 보였다. 비키니 같은 갑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모험가 여성도 있었으니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으으... 그, 그래서 어때 이건? 어울려?” “와...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은 했지만... 이거 진짜 내가 볼 땐 라디아 최고 미녀라고 말하고 다녀도 되겠는데?” “어머 신수님 저랑 정말 똑같은 생각이신데요? 마법사 아가씨한테 너무 잘 어울려요~ 노출이 신경 쓰이신다면 한번 이 자켓까지 같이 입어보세요. 그 옷과 셋트인 자켓인데, 마법사의 망토 역활도 대신할 수 있는 자켓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여점주가 셋트로 걸려있던 약간 루즈핏의 화려한 장식이 있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섞인 자켓을 걸쳐주자, 타이트한 셔츠와 치마가 어우러져 화려한 리즈벳이 탄생했다. 이거 정말 괜찮은 느낌이다.

“으으... 자켓이 어깨쪽을 가려주긴 하지만... 가슴이랑 다리가 드러나서 조금 그런데...” “아니, 정말 잘 어울린다니까? 이거 내가 추천하고도 좀 놀랐어” “끄으으...” “뭐, 알스가 남자친구니 그 취향에 맞추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한참 꾸밀 나이인데 수수하기만 한 옷들은 내가 볼땐 좀... 뭐 이리 말해도 선택은 리즈벳 네가 하겠지만.” “...넌 이런 옷이 취향이야?” “뭐, 내 취향이긴 한데... 그래도 싫어하는 남자는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자 리즈벳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여점주를 보며 말했다.

“언니, 이 옷이랑 어울리는 스타킹도 하나 골라줘요. 가격 상관 없이 하얀색에 아주 고급스럽고 착용감 좋은 걸로.” “스타킹이라면 비단거미의 거미줄로 만든 최고급 물건이 있죠~ 이쪽에 보면...”

리즈벳이 고른 스타킹은 고급스러운 광택이 있는, 밴드 부분 장식이 화려한 스타킹이였다. 스타킹까지 갈아입은 리즈벳은, 카운터에서 입고 왔던 옷을 포장용 가방에 담았다. 내가 계산하려고 하자, 잠깐 여점주에서 귓속말로 뭔가 묻던 리즈벳이 가게 안쪽 구석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이라도 간 건가?

“아. 혹시... 여기 남직원은 따로 없습니까?” “남편이 쉬는 날 가끔 가게를 봐 주긴 하지만, 보통 저 혼자 운영하고 있어요. 저희 가게는 제가 디자인한 고급 재질의 옷들을 소량으로 파는 곳 이거든요. 왜 그러시죠?” “혹시 맞춤옷 제작도 되나 싶어서... 그러면 좀 힘들겠네요” “여성복이면 안될 건 없긴 한데... 아, 혹시 신수님께서 입으실려는 건가요?” “네. 지금 두르고 있는 게 라디아에 왔을 때 가릴만한 걸로 아무렇게나 두른 거라서요. 똑같이 두르는 거라도 좀 튼튼한 천으로 몸에 맞게 걸칠까 싶어서.” “그 정도라면 간단하니 제가 맞춰 드릴게요. 어디 그럼 신수님의 체형을...” “아, 잠깐...!”

그렇게 말하며 내 몸의 천을 걷은 여점주가, 몸을 숙여 줄자로 내 몸을 재려다 굳어버렸다. 아, 아무래도 내 하반신의 쌍방울을 봐 버린 것 같은데.

“그, 그러니까 이런 이유로 남직원을 찾은 거라...” “아, 아~ 그, 그러시군요. 시, 실례했습니다. 신수님...”

여점주는 잔뜩 얼굴을 붉히며 다시 내 몸에 천을 덮어 주었다. 아 이거 영 쑥스러운데. 리즈벳이 돌아와 내 지갑에서 금화를 꺼내 1금화와 80은화 의 옷을 계산할 때까지 여점주의 얼굴이 붉은 상태였다. 쑥스러운 상태로 가게를 나가려 하자 점주가 말을 꺼냈다.

“아까 말씀하신 신수님의 옷... 지금은 괜찮은 천이 없지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내일 이후에 다시 찾아와 주세요. 실례해 버렸으니 사죄의 의미로 공짜로 맞춰 드릴께요”

오. 공짜라니, 그건 좀 고맙지. 그리 생각하며 점주에게 인사한 뒤, 흥얼거리며 나가는 리즈벳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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