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 - 15화 - 너 뭐하냐!
아침, 어제 저녁 얘기한 대로 던전에 가기 위해 길드관리소에 들어갔다. 이번엔 내가 먼저 온 건가. 알스와 리즈벳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곧 세라가 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세마씨. 이번에 발생했던 이상규모 던전 7호에 가신다면서요? 그것도 3일간 던전에서 숙박이라고...” “안녕 세라. 던전에 가는 건 맞는데 이상규모 던전 7호? 그거 7개나 나왔었어?” “원래 던전이 나타나면 던전 연구소에서 이름을 붙이는데, 요 근래 간간히 나오던 대형 규모의 던전은 테세르의 위험 때문에 이름 붙을 새도 없이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을 모두 투입해서 처리해 왔거든요. 이번처럼 사라지지도 않고 이상한 상태로 남아있는 건 처음이긴 하지만... 그런 던전들을 이상규모 던전이라고 이름 붙이고 나타난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부르고 있어요.” “아하... 근데 요 근래 그런 던전들이 나온다 하던데 언제부터 그랬던 거야?” “1호 던전이 나온게 10년 전쯤 일까요... 그 전까진 그런 대규모 던전들은 수백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했었거든요. 저주받은 산맥이 200년 전쯤에 나왔던 대규모 던전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한 곳이에요.”
흐음. 수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규모의 던전 들이 10년 사이에 7번이나 나왔다고 한다. 수백년 단위의 텀이라면 대응도 제대로 안되서 저주받은 산맥 같은 곳이 나온 걸로 보이지만, 요즘엔 1~2년에 하나씩 간간히 나오다 보니 발견되면 무조건 길드를 모조리 투입해서 처리하는 걸로 체계가 잡힌 것 같다.
“내용에 대해선 길드관리소에 전달되긴 했지만... 그래도 세분만 보내는 건 좀 걱정스럽네요.” “걱정하지 마 세라. 아직 초보자들 이라곤 해도 재능 있는 마법사에 용사, 거기다 신수 파티잖아? 여차하면 내가 두 사람 태우고 바로 도망 칠거야. 내가 발 하난 엄청 빠르거든. 전력으로 달리면 그리폰도 못 따라올걸?” “어머 그렇게나 빠르시다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도 타보고 싶을 정도네요.” “큭큭. 말만 하라고. 인간화 스킬 얻기 전엔 언제든 태워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세라와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곧 리즈벳과 알스가 나타났다. 내가 사 준 옷에 망토 없이 가방을 매고 지팡이를 든 리즈벳의 섹시한 몸을 보니, 이거 아침부터 흐뭇하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퀘스트를 전달 받았다. 보상은 어제 말한 대로 금화 10개, 나에겐 금화 5개. 3일간 다른 길드들이 만든 지도를 가지고 던전을 탐색하면서, 베테랑 용사를 죽인 원인을 파악하고 던전을 소멸시킬 수 있다면 소멸시킬 것. 만약 위험해 진다면 도망친 후 보고할 것.
그렇게 지도까지 전달받고, 내 몸에 관리소에서 준 식량과 물건들이 담긴 가방을 묶었다. 아무래도 일이 일이다 보니, 영주나 길드관리소에서 준비해 준 모양이다. 그리고 관리소를 나온 후 남쪽 성문을 빠져 나와 두 사람을 태우고 던전으로 이동했다. 걸어서 반나절 가량의 거리지만, 내 가벼운 달리기론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고 보니 궁금한게 있는데,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교통 수단은 따로 없어? 도시도 엄청 넓고 다른 도시에 가거나 할 때 타고 다니는게 없어 보이던데.” “? 그냥 도시 안에서 좀 빠르게 다닐 수 있는 마도구는 있긴한데... 귀족이나 부자가 아니면 굳이 사는 사람은 잘 없지?” “엥... 그거 엄청 불편하지 않나?” “굳이? 도시 안에서도 자기가 사는 곳 근처에서 일하기 마련이고, 사는 곳 에서 멀리 나가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일반인은 다른 도시에 갈 일이 없지 보통은.”
그렇게 말하는 리즈벳의 마도구에 대한 설명과 알스의 추가설명을 들어보니, 제법 하이테크인 이세계에 자동차가 없는게 조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마을 안에서는 자기가 사는 반경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 잘 없으니, 아무리 도시가 넓더라도 굳이 이동수단을 쓸 필요가 거의 없다. 성문을 오가거나 집에서 멀리 떨어진 영주성에 출근하는 공무원이나 귀족들은 자전거 비슷한 1인승 이동수단을 쓰지만, 값도 비싸고 일반 서민들은 별로 필요성을 못 느껴 사질 않는다.
그래도 서민들이 바깥에 나갈 때 자동차가 있으면 멀리 나가서 여행하거나 다른 도시에 가거나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여긴 이세계다. 도시 밖은 어디에서 몬스터를 만날 지 모르고 위험하니 굳이 나가려 하는 시민은 잘 없다고 한다. 관광지라는 개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돈 많은 귀족이나 부자들이 호위 모험가를 고용하거나, 단련된 본인들의 실력을 믿고 이동 하는게 보통이라고 한다. 굳이 성 문 바깥에 나가는 시민이라고 하면, 도시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 농업 종사들 정도. 물론 그들도 순찰하며 보호해주는 병사들을 믿고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흐음... 마도구로 만든 다인승 교통수단이 그래서 없는 거였나. 어째 성문의 상인들 쪽에도 마차 같은 것만 보인다 싶더니.” “마차? 몬스터 수레차 말하는거지? 마도구로 된 수레차 개발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런거 끌고 나갔다가 이동 중에 고장 나면 큰일이지. 아예 움직이질 못하니까. 길들인 몬스터가 끄는 수레차면 고장나도 수리도 간단하고 길들인 몬스터는 나름 몬스터들을 위협하는 호위 역활도 되기 마련이니까. 그 몬스터가 죽기라도 하면 본인이 끌고 가거나 도시에 와서 다시 챙기러 가는 수 밖엔 없지만 말이야.”
흐음. 과연. 이세계의 하이테크는 도시 안에서 생활에만 연관된 하이테크 인 것 같다. 이럼 인간화 스킬을 얻었을 때 도시 안에서 사는 것 자체는 지구와 큰 차이가 없겠는데?
그리 생각하면서 적당히 달리다 보니, 곧 던전에 도착했다. 입구 앞에 모험가들이 제법 모여있어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릴 발견한 모험가들이 오오 하는 소리와 함께 놀라면서 수근대는게 보였다. 아니 너흰 내 외모에 이제 익숙해질 때 되지 않았냐.
그렇게 내린 알스와 리즈벳이 대표로 보이는 듯한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던전에 들어 갈 준비를 했다. 나는 딱히 점검할 게 없어서 지팡이를 점검하는 리즈벳 옆으로 가 말을 걸었다.
“아니 모험가들은 이제 대부분 날 봤을테니 그만 놀라도 되지 않아? 모험가니까 신기한 건 많이들 봤을 거면서 왜 이렇게들 놀라냐. 내가 그리 무섭게 생겼어?” “그게 아니라 우리가 널 타고 와서 그럴걸? 길들인 몬스터라고 해도 타고 다닐 수 있는 몬스터는 정말 희귀하거든. 신수들은 대부분 사람 모습으로 살고 있고 수백년을 살아온 몬스터라서 쉽게 태워달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너 생긴거 엄청 흉악하게 생겼거든.”
아하... 내가 두 사람을 태우고 온 것을 보고 내 쓰임새를 파악했던 것인가. 이거 잘하면 인간화 스킬 얻기 전에 괜찮은 길드에서 가입권유가 올 지도 모르겠는걸? 근데 엄청 흉악하게 생겼다니, 느끼곤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참 슬퍼진다. 어딘가엔 이런 날 받아줄 여자도 있긴 하겠지?
그리고 우린 장비와 소지품 확인을 끝내고, 서로 주의사항을 확인한 후, 바깥의 모험가들에게 인사하며 차원문 스럽게 생긴 던전 내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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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법 긴 시간을 돌아다녀 봤는데... 이거 정말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던전은 뭐랄까 상당히 넓어서 나도 넉넉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돌벽과 천장이 있는 던전이였는데, 리즈벳은 이걸 폐쇄형 던전 이라고 말했다. 던전 중에는 이런 식으로 벽과 천장이 있는 곳이 있고, 혹은 숲 같은 장소에서 탁 트인 것처럼 하늘이 보이는 개방형 던전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던전 내부에는 천장에 뭔가 형광등처럼 빛이 나오는 돌이 박혀 있어서, 어둡지는 않았다. 바닥에는 뭔가 풀이나 이끼 같은 것도 깔려 있는게, 진짜 다른 공간이 아니라 무슨 유적지 같은 데에 들어온 건가 싶은 느낌이다.
“음... 여기까지도 다른 건...”
막다른 벽에 도착하자 가장 앞에서 걸어가던 알스가 멈춰서 지도를 보면서 위치를 파악한다. 알스의 태도가 내내 진지해 보이는 게, 이번 기회에 초보자를 확실하게 벗어 나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리즈벳은 중간에서 주위를 살피며 걷는데, 어째 표정이 긴장된 것 같기도 하고 싫은 것 같기도 한 묘한 표정이다.
“바깥은 이제 저녁일 것 같은데... 3일 일정을 생각하면 이정도 에서 휴식 하는게 좋지 않아? 너무 지친 상태로 돌아다니면 그게 더 위험할 것 같은데.” “그것도 그렇네. 그럼 이 근처에 넓은 방이 있으니까 오늘은 그쪽에서 쉬고 내일 아침 다시 탐색하자.”
그렇게 말하며 알스는 회중시계 같이 생긴 뭔가를 꺼내서 본 후 다시 집어넣었다. 뭐야 그거. 이세계 시계냐?
넓은 방에 들어가 자리를 깐 후 리즈벳의 마법으로 불을 피웠다. 무슨 요상한 마법진 위에 스킬을 쓰자 불덩이가 자리잡더니 장작도 없는데 그대로 불이 유지됐다. 이세계 마법 완전 개쩌는데? 그리 생각하며 챙겨온 식량으로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일정을 논의하며 얘기를 나누다가, 잘 시간이 되서 간단히 세면을 끝 낸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난 그리 많이 안 자도 되니까 두 사람은 푹 쉬어둬. 난 평소에도 2~3시간 정도만 자도 충분하더라고”
지구에선 백수의 특권인 8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고, 좀 피곤하다 싶을때 마다 낮잠을 즐기곤 했었다. 헌데 이세계로 넘어온 후, 그 높은 스테미너 때문인지 도통 지치질 않았다.
저주받은 산맥 에서도 긴장만 느꼈을 뿐, 이 체력 넘치는 말 몸뚱이 덕에 체감상 30분 정도씩 끊어 자면서 돌아다니다 어쩌다 괜찮은 자리가 있으면 조금 푹 자고 일어나 이동했었다. 그렇게 지냈을때도 힘들다거나 피곤하든 느낌이 없었던 걸 보면, 확실히 체력 하난 기가 막힌 것 같다.
알스는 조금 미안하단 눈치로 얘기하다 이내 납득해줬고, 리즈벳은 슬쩍 나에게 다가와 ‘이상한 짓 하면 죽을 줄 알아’ 라고 귓속말 한 뒤 돌아섰다. 이렇게나 못 믿다니 정말 너무한데.
이후 알스는 시계처럼 보이던 물건을 꺼내서 나에게 시간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며 불침번 순서를 정했다. 내가 5시간, 그 뒤 알스, 리즈벳 순서로 두시간 씩. 최대한 체력을 온존하기 위해 시간을 넉넉히 잡고 푹 자 두기로 했다. 빛을 가릴 천막을 세운 두 사람은, 이후 천막 그늘에서 침낭으로 들어가 손수건 같은 것으로 눈을 가린 채 잠들었다.
그렇게 조금 심심하면서 긴장된 불침번을 서는 동안, 딱히 별 일은 없었다. 두 사람이 잠들고 얼마 안 지났을 때 리즈벳이 ‘으, 으응...♡’ 하며 묘한 신음소리를 내서 좀 놀랬단 것 정도. 뭔가 꿈이라도 꾸는건가 싶었는데, 이후로 들리는 깊은 숨소리를 들으니 푹 잠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5시간 지나 알스를 깨우고 나는 천막 옆에 누워 눈을 붙였다. 별로 졸리진 않지만 감고 있으니 약간 선잠에 드는 느낌으로 자다가, 알스가 리즈벳을 깨우는 소리가 들려 살짝 정신이 돌아왔다.
눈을 뜰까 하다가 혹시 모르니 체력 보존을 해두어야 한단 생각에 눈을 계속 감고 있으니, 잠시 조용하던 리즈벳이 내 근처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 가는건가? 혼자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 머리 근처까지 와선 소리가 없었다. 일어날까? 하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감긴 눈자위 위로 뭐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뭐지? 어째 리즈벳의 숨소리가 조금 커진 느낌이...
그리고 잠깐 시간이 지나는 듯 하더니... 리즈벳이 내 몸을 덮고 있는 천을, 그것도 하반신 쪽을 살짝 들추는게 느껴진다. 아니 너 뭐하냐? 순간 깜짝 놀랐지만 진정하고 리즈벳이 뭘 하려는 건지 고민해보니, 문득 머리에서 어제 본 리즈벳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말자지에 흥미 있다는 칭호, 암컷 스킬이라고 표시된 곳에 있는 음란 Lv.2
이거 혹시... 리즈벳 이녀석 내 말자지에 관심 있어서 보러 왔단 말인가!? 알스도 옆에 있는데!? 암만 음란 Lv.2 라고 해도 이건 좀 위험하지 않냐!?
위기감 때문인지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오던 말자지가 이번엔 튀어 나오질 않았다. 평상시엔 멀리 보이는 여자 뒷모습에도 간간이 튀어나오더니... 일단 다행인 것 같다.
이후 리즈벳은 놀랍게도 내 하반신의 검고 커다란 불알을 쿡쿡 찌르거나 슬쩍슬쩍 만져보기 시작했다. 아니 이녀석 대딸 시켰다고 그리 화내고 대가로 옷을 금화 한개에 80은화, 즉 1800만 짜릴 챙겼으면서 이런 짓을...?
“하아...하아...”
리즈벳은 이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불알을 쿡쿡 찌르다가, 이후 자리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알스와 나를 아침이라고 말하며 깨웠다. 날 깨울때 얼굴을 확인하니, 살짝 붉어진 리즈벳의 새침한 얼굴이 보였다.
나는 이걸 어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하며 리즈벳을 쳐다보면서 아침 시간을 보내다가, 이후 탐색 준비를 마치고 다시 탐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