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 - 23화 - 탐색!
“으... 턱 빠질 것 같아...”
가게 앞에서 알스를 기다리는 동안 리즈벳이 턱을 만지며 날 째려보고 말한다. 역시 너무 크긴 했나 보다. 아니, 사실 이게 입에 끝부분만 이긴 해도 들어갈 줄은 몰랐다. 역시 지구의 인간과 닮았을 뿐, 이세계인은 내가 아는 인간과 다른 종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설마 그렇게 19금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페라가 가능할 줄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리즈벳을 달래다 보니, 곧 알스가 멀리서 웃으며 다가오는 게 보인다. 팔의 붕대도 푼 것을 보니 몸 상태도 좋아진 것 같아 보인다.
알스를 발견하자 리즈벳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으나, 곧 뭔가 생각난 듯이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방금 전의 일이 떠오른 거겠지.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안녕 리즈. 세마. 다들 잘 지냈어?” “오. 알스. 표정이 좋아 보이네. 이쪽은 잘 지내고 있었지.” “알스. 몸은 좀 어때?”
적당히 알스를 반기면서 제법 큰 건물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도시를 둘러보면서 찾은, 내 말 몸뚱이가 들어갈 수 있을만한 식당 중 하나인 곳이다.
주문을 하고 나는 적당히 테이블 옆에 엎드린 후 알스의 성과를 물으니 표정이 밝아지며 자신의 성과를 자랑한다.
“이번에 용사투기가 레벨 3로 올랐어. 사실 안 오를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를 때가 됐던 것 같아.”
용사투기 3렙이라. 어느 정도 인지는 아직 감이 안 잡히지만, 솔직히 그걸로 강해지긴 했을까? 싶은 생각이다. 어차피 용사투기 3레벨 이라고 해도 1분정도 만에 또 그렇게 지칠 것 아닌가?
“다행이네. 나도 세마가 도와줘서 레벨을 꽤 올렸어. 아직 스텟은 확인 못했지만 24야.”
나 라는 개인택시를 이용한 리즈벳은 저주받은 산맥에서 레벨을 쭉쭉 올려 요 일주일간 5레벨 업. 이 근처에서 만나던 몬스터의 조유율과 경험치를 생각해 봤을때, 상당한 성과일 것이다. 그걸 인증하듯 알스의 표정이 꽤 놀라는 표정이다.
“레벨을 5씩이나 올리다니... 일주일 만에 정말 대단한데? 레벨로는 리즈한테 추월 당해 버렸네.”
얌전히 레벨업이나 했었다면 나도 리즈벳을 일주일 내내 건들진 못했을 거고, 본인도 어찌됐든 나랑 같이 다니면서 레벨 업이나 했을 텐데.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다음 목표를 물었다.
“응. 히어로 이터를 추적해보고 싶어.”
아무래도 이 녀석. 정신을 덜 차린 것 같다. 그리 털렸는데 걜 쫓겠다니?
“알스. 너무 위험해.”
봐. 리즈벳도 식겁해서 말리잖아. 근데 어째 알스의 표정은 확고하다.
“아니, 이전에 싸우면서 느낀 거지만, 나 혼자서는 무리여도 우리 셋이라면 가능 할거라고 생각 돼. 베테랑 용사분이 당한 건 아마 혼자 돌진한 이후에 한숨 돌리는 틈을 타 기습이라도 한 게 아닐까?”
설령 그렇다 쳐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는데... 이 녀석, 어쩐지 하는 일마다 목표만 높아 보인다.
“양성소에 찾아오던 모험가들에게 들으니, 모든 길드가 참가 가능한 현상금 방식으로 토벌 퀘스트가 발행되었다고 해. 보수는 금화 50개. 이미 영주 휘하 병사들과 중견 이상 길드들은 모두 라디아 주변을 수색 중이라는 모양이야.” “수색 중이라니까 생각난건 데 우리가 그 놈을 어찌 찾지?”
금화 50개는 좀 억 소리 나긴 한다. 한국 돈 5억? 위기감을 느낀 건지 현상금을 제대로 건 느낌이다. 근데 다 좋은데 못 찾으면 그냥 꽝이잖아. 다른 길드들이 일주일 넘게 찾는 중 이라면 이거 이미 멀리 튀거나 숨어있는 것 아닌가?
“녀석이 빠져나간 차원문의 바깥 풍경을 봤을 때...” “둘 다. 이번엔 안 돼.”
알스와 내가 퀘스트 각을 보려고 하니, 리즈벳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알스는 이제 겨우 회복된 참인데 여기서 그런 위험한 일은 찬성 못 해. 그리고 우리 일은 히어로 이터를 찾은 걸로 끝났어. 누가 퀘스트를 맡긴 것도 아니고 다른 규모 있는 길드들이 이미 나서고 있는데 굳이 우리가 그런 위험한 일을 왜 굳이 하겠다고 하는 거야?”
리즈벳의 얼굴엔 걱정 반 분노 반이 섞여있다. 하긴 몸이 낫자마자 그런 위험한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알스가 걱정스럽긴 하겠지.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어서 그래. 리즈.”
알스는 리즈벳의 표정에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잠깐 생각하더니, 곧 진지한 표정으로 담담히 자신이 하고 있던 생각을 드러냈다.
“모험가가 되기 전에 용사로 선택 받아서, 난 우리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뛰어난 활약을 하며 라디아 뿐만 아니라 왕국 전체에 금새 이름이 퍼질 줄 알았어. 그런데 모험가가 된 지 1년. 벽에 막혀서 그 이상 못 올라가는 것과, 히어로 이터에게 내 힘이 거의 통하지 않는단 것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없어졌어.” “......”
리즈벳의 표정에서 분노가 사라지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알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설령 히어로 이터를 잡진 못하더라도 뭔가 해낼 수 만 있다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 위험하단 건 나도 알지만, 자신감을 회복하고 벽을 넘어서 고향 사람들과 리즈... 너에게 자랑스러운 남자가 되고 싶어.” “알스...”
리즈벳의 표정이 풀리고, 조금 감격한 듯한 느낌이 감돈다. 어쩐지 알스가 조급해 하던 이유를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히어로 이터를 어찌 할 수 있을까? 쓰러진 줄 알았던 녀석은 사실 1페이즈 종료였습니다 같은 느낌이었는데. 거기다 내가 맞은 검은 구체. 아직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 외에도 다른 능력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 도전하기엔, 여전히 위험한 상대로 생각되는데...
“...알았어. 하지만 이틀. 이틀은 더 쉬어야 돼. 이틀 뒤에도 히어로 이터가 토벌되지 않았다면, 그때는 말리지 않을게. 그리고 혹시 우리가 발견하더라도, 위험해지면 바로 도망친다고 약속해줘.” “약속할게. 나도 목숨을 걸 정도로 매달리진 않아. 리즈를 걱정하게 만들 일은 없을 거야.”
이런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속에서 뭔가 검은 게 올라오는 듯한 기분이다. 내 마음 속에선 이미 리즈벳은 내 암컷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딜 감히? 하고 화가 올라온다. 설마 내가 두 사람을 보며 이런 식으로 생각 하게 될 줄이야. 내 욕망을 자각한 이 후, 죄책감 같은 감정이 이전보다 많이 옅어진 느낌이다.
자랑스러운 남자가 되고 싶다고... 하. 알스. 그때까지 리즈벳이 너의 여자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리즈벳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빼앗아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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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복귀한 알스를 만난 후, 이틀을 더 쉬고 히어로 이터를 추적하기로 결정되었다. 이틀간 길드관리소에서 정보를 얻고, 상점 거리 쪽에서 준비를 하며 보냈다.
사실 그런 준비에 따라다닌 건, 리즈벳과 알스를 둘만 놔두기 싫다는 것도 있긴 했다. 어차피 같은 숙소에 있으니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 둘이서 하는 데이트 같은걸 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렇게 이틀간 낮에는 휴식 겸 장비 점검을 하며 보내고, 밤에는 리즈벳을 내가 있는 창고로 불러 입으로 성욕처리를 시켰다. 이틀 중 첫날에는 여전히 부담감이 있는지, 망설이는 모습 이였지만, 이틀째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냥 해 줘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번에는 사정할 때 얼굴을 돌리고 정액을 피하긴 하더라. 역시 이건 좀 부담스럽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인이 있는 여자가 몬스터의 자지를 입으로 해준다는 상황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 이겠지. 암컷 스킬 같은 게 없는 지구에서 연인이 있는 20살 정도의 여자가 동물 성기를 입으로 해줘야 한다고 하면 아마 기절하지 않을까.
“그래서 히어로 이터가 빠져나간 차원문은 이 주변이 아닐까 생각 중이야.”
길드관리소의 식당 구석, 넓은 테이블에서 지도를 가리키며 알스가 말했다. 히어로 이터가 빠져나간 차원문에 보이던 흐릿한 바깥 풍경에서 유추한 장소들이 지도 몇 군데에 동그라미 쳐져 있다.
그 중 알스가 가르킨 동그라미를 보니, 던전이 있던 곳 과는 전혀 다른 위치인 라디아 북서 방향. 어째 전혀 다른 위치인데...
“던전에서 아예 다른 곳인데 차원문이란 게 던전에서 그렇게 떨어진 곳으로 갈 수 있는 거야?” “보통은 아니긴 한데... 그렇다기 보단 애초에 던전 입구 외에 그런 식으로 차원문이 생긴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어. 꼭 입구 근처로 나간단 보장은 없을 거야. 무엇보다 그때 차원문에 보이던 배경으로 유추할 때 가장 의심스러운 곳이 여기야.”
히어로 이터를 노리는 다른 길드들은 주로 남쪽에 있던 던전을 중심으로 주변을 찾아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보니 사실상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더 크다. 이미 히어로 이터가 빠져나간 지 열흘 가까이 지나버렸으니까.
“둘 다 내가 말했던 것 기억하고 있지?”
리즈벳이 단호한 얼굴을 하고 처음 말했던 내용을 상기시켰다. 북서쪽에 가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그 근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의 진행. 히어로 이터의 탐색은 부수적인 것이며 발견 후 위험하다 판단되면 바로 도망치고 길드관리소에 알릴 것. 탐색은 3일만. 탐색해보고 발견하지 못하면 거기서 끝낼 것. 탐색을 허락하며 건 리즈벳의 조건이다.
“알고있어 리즈. 걱정하지 마”
알스 이 녀석 던전 안에서도 비슷한 얘길 했던 거 같은데...
“그럼 됐어. 슬슬 출발하자.”
그렇게 두 사람을 태우고, 퀘스트 겸 히어로 이터의 탐색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