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8 - 26화 - 교회!
“마물에 대한 처리나 치료는 교회 전문이야. 평범한 치료도 교회에서 가능하긴 하지만, 회복관련 스킬은 마법이 아니라서 에세르 소모량이 어마어마하기에 상당한 부상자가 아니라면 교회에서 받아주지 않아. 어떤 스킬 인지에 따라 다르긴 해도, 적당히 규모있는 교회의 대표 급의 사제가 하루 1~2번의 치료가 고작이라고 들었어.”
라디아를 향해 달리는 동안, 리즈벳은 교회로 가야 된다고 말한 뒤 교회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치료비용도 꽤 높아. 수준급 치료가 가능한 사제는 몇 명 안되고 사용할 수 있는 횟수 제약도 심하니까. 듣기론 사제쪽 스킬들은 단련이 아니라 강한 믿음을 가지고 여신에게 기도를 꾸준히 올려야 강해진다고 들었는데, 그 믿음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해.”
아무래도 이세계의 사제란 직업은 흔히 생각되는 RPG의 사제랑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모험가 생활을 하는 사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러한 이유 때문에 잠깐 누굴 돕는 수준으로 하는 사제들이 대부분 이라고 한다.
단련법이 다르니 애초에 스텟들도 모험가 라기엔 맞지 않는 스텟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오로지 믿음에서만 오는 힘을 가지고 스킬을 익히니 모험가 생활을 해 봤자 딱히 사제능력이 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 동안 모험가들 중에 사제처럼 보이는 사람이 없어서 레어직업 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라디아의 교회는 왕국 전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규모 있는 곳이니까... 알스의 치료도 가능할거야. 난 마법사라서 테세르는 대략적으로만 느끼는 수준이지만, 알스의 몸에서 느껴지는 게 테세르의 기운처럼 보이니 아마 교회라면...”
리즈벳은 마치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알스의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 그렇게 규모 있다면 알스의 치료도 되겠지. 이제 다 왔어 리즈벳.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말해줘.”
뒤로 노을 지는 광경이 보이는 라디아의 성문을 바라보며, 리즈벳에게 교회의 위치 안내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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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십니까! 응급 환자입니다! 치료를 부탁 드리러 왔는데요!”
성문 앞에서 우리를 보고 놀란 병사들에게 간단히 설명한 후, 빠르게 통과하여 교회에 도착했다. 내가 와보지 않은 곳에 있던 교회는, 조금 감탄할 정도로 크고 화려한 건물이었다. 마치 지구에서 유럽에 있는 유명한 성당을 보는 듯한 정문 뒤의 건물을 바라보다, 열려있는 정문으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곧 근처에 있던 작은 건물에서 수녀같은 복장을 한 여자 두 사람이 다가오다가, 날 보고 헉 하며 식겁했다. 나는 놀란 두 사람에게 얼마전에 라디아에 온 신수라고 설명하면서 안심시킨 후, 등 위의 알스를 보여주며 대략적으로 설명을 하곤 치료를 부탁했다.
두 수녀는 상황을 파악하곤 한 명은 곧장 어디론가 달려갔고 한 명을 우리를 어디론가 안내해 주었다. 다만 내 정체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도 두 명의 수녀의 얼굴에서 겁먹은 표정이 사라지지 않는 게 좀... 리즈벳을 처음 봤을 때 겁먹던 표정보다 더 새파랗게 질린 듯한 표정들이다. 생긴 게 이래도 말도 할 줄 아는데... 수녀들이 겁들이 좀 많네.
곧 안내에 따라 한 건물에 들어가니, 마치 병동처럼 보이는 장소가 나타났다. 안내해준 방에 알스를 눕힌 후 잠시 기다리니, 사제처럼 보이는 몇 사람이 나타나 알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 중 가장 화려한 옷을 입은 안경 쓴 사제가 알스의 가슴에 손을 얹고 뭐라 중얼거리니, 그 손에서 뭔가 성스러워 보이는 빛이 퍼져 나왔다.
그 빛에 감탄하며 바라보다가 빛이 사라지니, 알스의 표정에 어느 정도 생기가 돌아온 듯이 보였다. 안경 쓴 사제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숨을 내쉰 후,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안심하셔도 될 듯 합니다. 아직 상태를 좀 더 봐야 하긴 하지만 위험한 것은 넘긴 상태입니다.”
그 말을 듣자 리즈벳이 안도하며 표정이 풀린다. 음... 나는 뭐 별 상관은 없긴 한데...
“용사 분께서 이리 다치고 오신 것도 놀랍지만... 신체 내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좀 특이한 기운입니다. 혹시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묻는 사제에게 알겠다고 답한 후, 사제를 따라 다른 건물로 이동했다. 리즈벳은 알스 곁을 떠난 다는 것에 좀 주저하긴 했지만, 다른 사제들이 붙어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보곤 일단 안심한 듯 같이 움직였다.
사제를 따라 중앙의 성당처럼 보이는 건물 옆에 붙어있는 작은 건물에 들어가자, 응접실 비슷한 분위기의 방이 나왔다. 그 곳에서 사제는 리즈벳에게 의자를 권하고 나는 그 옆에 엎드려 얼굴 높이를 맞추었다.
“먼저 제 소개를 해야겠군요. 저는 여신교 라디아 지부의 주교를 맡고 있는 마더 바울이라고 합니다.”
주교? 이거 다른 사제들보다 옷이 화려하다 싶었더니 상당히 높은 직급이 나왔다. 근데 주교는 제법 나이든 할아버지들 정도는 되야 맡는 직급이 아닌가? 눈 앞의 바울은 상당히 젊어 보인다. 아마 높아 봤자 30대 초중반 정도일 것 같은데 주교라니...
일단 바울 주교의 나이에 대한 건 넘기고, 무슨 일인지 묻는 바울에게 겪은 일을 설명해 주었다. 바울은 안경 너머로 진지한 눈빛으로 우리의 얘기를 듣더니 조금 한숨 쉬며 말하기 시작했다.
“후우... 과연... 그 히어로 이터란 것에 대해서는 교회 쪽에도 내용이 전달되었었습니다.. 그것이 단순한 몬스터인지 마물인지 판명되지 않아 교회가 움직여야 하는지 고민이었는데 설마 이리 될 줄은...”
그렇게 말하는 바울은 조금 안타까운 듯한 표정이다.
“그렇다곤 해도 아무리 용사라고 하지만, 아직 초보자인 분들께서 너무 성급하셨습니다. 레벨 높은 용사를 죽인 녀석을 그렇게 쫓다니요.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지 까딱하면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 그대로라서 변명할 말이 없다. 리즈벳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지 바울은 싱긋 웃더니 말했다.
“죄송할 것 까지야. 저는 그저 몸을 아끼란 의미로 말씀 드린 것뿐입니다. 모험가는 늘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위험을 최대한 고려하고 피하는 것이 필수적이니까요. 모험가가 위기감을 가지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크게 후회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바울에게선 묘한 확신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 어쩐지 잘 아시는 느낌이네요?” “아하, 모르시는군요. 저는 꽤 길게 모험가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때의 활동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주교가 되어 라디아 지부의 대표를 맡게 되었죠. 이리 보이지만 저도 용사입니다. 하하”
세상에 용사! 그것도 사제가! 이건 좀 놀라운데. 용사는 검을 들고 다니는 전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제 용사가 있었을 줄이야. 용사가 되는 기준 같은 건 따로 없는가 보다. 어, 그럼 치료는 에세르가 무한하니 제약이 없는 게 아닌가? 그리 생각하고 묻자 바울이 답해 주었다.
“아무리 모험가 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사제들은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레벨업을 해도 스텟이 전혀 라고 말할 정도로 증가하지 않는 편입니다. 덕분에 아무리 레벨을 높여도 초보 모험가보다 못한 스텟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거기에 사제들이 사용하는 스킬이 제법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다 보니 에세르가 무한한 용사라고 해도 횟수가 상당히 제약됩니다. 저도 하루 3~4번 정도 가능한 수준이니까요.”
아무래도 알스에게 느꼈던 체력고자 증상은 용사들 전체 공통사항 인 것 같다.
“다시 얘기를 돌려서, 히어로 이터... 이 녀석의 정체는 아직도 불분명한 부분이 있군요. 알스씨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단순히 테세르라고 하기엔 좀 이질적입니다. 거기다 두 분의 얘기로 봤을 땐 주변에서 오염도 따로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군요... 음?” “어?”
그렇게 말하던 바울로 듣고 있던 리즈벳이, 순간 의문을 표하며 날 쳐다본다.
“......그러고 보니 신수께서도 상당히 이질적인 기운을 가지고 계시군요.” “음... 세마 네 기운과 비슷... 한가?”
뭐야? 설마 내가 그 놈이랑 같은 거라고? 설마 내가 전생한 이 말 몸뚱아리가 멸망을 불러온다는 히어로 이터랑 같은 종류란 건가? 바울은 곧 실례한다며 일어나 내 말 몸뚱이에 손을 올린 후 눈을 감은 채 뭔가 감지하기 시작했다.
“음... 알스씨에게 느껴지던 기운과 비교하면 좀 다르긴 하군요. 알스씨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테세르인데 오염만 일어나지 않고 있다 라고 한다면, 신수분 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에세르이긴 한데 테세르와 비슷한 기운이다... 라고 할 수 있겠군요” “음... 저도 제가 왜 이런 기운을 가진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사제들도 신수에 대해선 자세히 아는 게 아니라서 확답을 내리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걱정하실 건 아닌 듯 합니다. 일단 에세르란건 확실하게 느껴지니까요.”
다행이다. 내가 멸망을 불러오는 마물이었다면 슬퍼질 뻔 했어.
“일단 신수분에 대한 건 그렇다 치고... 알스씨 쪽이 문제인데, 치료가 얼마나 걸릴지는 입원해서 살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완치 라기엔 무리가 있으니까요.”
그 말을 듣자 리즈벳의 표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변했다.
“이질적인 기운을 뒤집어 써서인지 몸 안에서 테세르가 요동치고 있었는데, 빠르게 오셨기에 응급처치로 안정시킬 순 있었습니다. 다만 테세르가 이질적이라 그런지 원래는 치료되어야 할 수준으로 정화 스킬과 회복 스킬을 사용했는데도 아직 몸에서 테세르가 제법 느껴지는 상태입니다.” “그... 몸에 후유증이 남거나 하는 건...?”
리즈벳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울에게 묻자, 바울은 리즈벳을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띄며 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테세르가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은 상태일 뿐, 몸이 크게 다치거나 내부 장기가 오염에 영향을 받거나 한 게 아니니까요. 단지 테세르를 완전히 정화할 때 까진 입원이 필요할 뿐 입니다.”
그렇게 말하자 리즈벳은 안도한 듯 한숨을 내 쉬었다.
“알스씨는 저희에게 맡기시고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밤이 다 되어가니 두 분께서는 먼저 히어로 이터의 정보를 길드관리소에 전달하시고 돌아가셔서 쉬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교회병동 입구 쪽의 수녀에게 주소를 적어 주시면 알스씨가 깨어났을 때 연락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바울에게 리즈벳과 함께 고맙다고 인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울. 여기 있나요?”
문이 열린 소리에 이어 투명한 듯한 느낌의 맑은 목소리가 바울을 찾았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수녀복을 입은 금발의 미녀를 본 순간, 속으로 헉 하며 탄성이 흘러나왔다.
검은 베일에 덮힌 반짝이는 금발. 여유가 있어 보이던 수녀복이 타이트한 핏으로 느껴질 정도로 탄력 있게 과시되는, 자신의 머리크기보다 커 보이는 가슴. 세 갈래로 갈라진 치마는, 가운데로 내려오는 천 부분이 검은색 바탕에 흰색의 라인과 금빛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갈라진 치마는 안쪽으로 잠글 수 있게 되어 있는 건지, 발목 부근만 살짝 벌려져 있다. 검은색 계통의 단정한 수녀복이 색기를 발산하는 것처럼 보이는 미녀의 모습이다.
특히나 눈이 감겨있는 그 얼굴은, 뭐랄까 자애와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온화하게 느껴지는 얼굴이다. 거기에 투명하다 생각될 정도로 깨끗한 피부와 반짝이는 입술, 마치 성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색기가 느껴지는 미인이다.
“아, 미안해요 바울. 손님이 계셨...!?”
그런데 방 안을 둘러본 후, 그녀의 자애롭게 느껴지던 온화한 얼굴이, 순간 얼굴빛이 변하면서 두려움을 띄며 일그러졌다.
“꺄, 꺄아아아아아아악!!!!!!!!”
날 보던 여자들 중 가장 크게 기겁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 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손을 짚으며 쓰러졌다. 너무하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