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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서 남의 여자를 빼앗는 말이 되어버렸다-36화 (37/749)

Chapter 36 - 34화 - 면죄부!?

저 녀석 왜 저리 커졌지? 어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같은 기운도 더 커진 느낌인게, 멸망을 가져오는 자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덩치가 되어있다.

녀석이 서 있는 곳은 숲 한가운데 펼쳐진 넓은 장소. 그 장소 제일 끝에 대략 3층 정도 높이의 높은 제단 같은 장소에 올라가 우릴 쳐다보고 있다.

전방에서 인솔을 맡은 길드장이 뭐라 외치자, 주변의 모험가들이 넓은 장소에서 펼쳐져 진형같은 형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리즈벳과 알스가 보면서 용사라고 말했던 인물 3명이, 가장 앞으로 달려가 각자 무기를 빼 들었다.

클레아를 포함한 우리 4명은, 우리를 지켜주기로 한 모험가들의 말에 따라 가장 뒤로 이동하여 빠졌다. 우리 앞에는 100명이 넘는 모험가와 5미터 쯤 되는 크기의 에레보스. 무슨 게임에서 대규모 레이드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곧, 후방의 마법사들부터 마법이 불과 얼음, 물, 번개 등등의 여러 마법이 발사됐는데...

“...엥?”

제단 위에 서있는 히어로 이터, 그 제단을 넘어가기 전에 벽에 막힌 듯 마법들이 부딪친 후 사라져버렸다.

“...어? 뭐야 어떻게...”

마법사인 리즈벳이 놀라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당황해 한다. 뭐지? 내가 봐도 마법들이 이상한 형태로 사라진 걸로 보였는데. 마치 제단 앞에서 공간에 빨려 들어 간 듯한 광경이었다.

“캬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우릴 바라보던 에레보스가 울부짖자, 주변에 에레보스 자신의 기운을 압축한듯한 검은 구체 수십 개가 나타났다.

그것을 본 사제들이 모여 뭔가 기도하는 듯이 보이더니, 모험가들 눈앞에 투명하고 커다란 막 같은 게 펼쳐졌다. 이후 검은 구체들은 그 막에 부딪쳐 사라졌으나, 어쩐지 사제들의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공격이 막힌 후, 용사들과 근접 직업 모험가들이 돌진하여 제단을 오르려 했으나... 제단 앞에서 벽에 부딪친 것처럼 더 이상 전진하질 못했다. 정확히는 움직이곤 있는데 더 이상 나아가질 않는다.

그리고 다시 날아오는 검은 구체. 바닥이 부숴지는 굉음이 들리면서 용사들과 모험가들이 피하고 막는 것이 보였지만, 몇 명 인가는 제대로 막질 못했는지 바닥을 뒹굴었다. 고레벨 모험가인 만큼 바로 일어나긴 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바라보는데, 이런 광경이 한참 이어지니 어쩐지 맥이 풀린다. 검은 구체에 맞는 사람이 몇 명씩 나오긴 하지만, 아무래도 버틸 만 한가보다. 뭐지? 심지어 뒤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뭔가 네모난 박스 같은걸 얼굴에 붙여대는 사람이... 설마 저거, 사진기인가? 여기 사진도 있는 동네야? 아니 그보다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니냐 저 사람은?

그런 식으로 여유로운 모험가들을 바라보며 드문드문 우리끼리 잡담을 주고받는데, 어쩐지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안 좋아 지는 게 느껴진다. 벌써 30분은 지난 것 같은데? 모험가들의 표정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제단 쪽에서 최대한 구체를 피하며 뭔가를 조사하는 듯한 몇 명의 표정도 잘 안 풀리는지 심각해 보이고, 후방 쪽에선 몇 명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

“......튈까?” “안돼요. 아직... 그것보다 저희만 빠져나가선 저분들은...”

아니 클레아 얜 이제 와서 이런 소릴? 너 안 튀면 난 리즈벳만 태워서 튈 건데? 알스는 타든가 말든가.

그렇게 어이없게 클레아를 쳐다보는 사이에, 용사들이 몸에서 푸른 기운이, 다른 전사들은 붉은색이니 노란색이니 다양한 색상의 몸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투기를 써 볼 생각인가? 그런데 투기를 써도 저 벽 같은 곳에 막혀 에레보스에게 다가가질 못하고 있다.

후방의 모험가들도 공격은 안 통하고 계속 저 검은 구체에 당하기만 하니, 어째 상황이 영 좋지가 않아 보인다. 사제들은 두세 번 가량 저 보호막을 치더니 완전히 지친 듯 땀들을 흘리고 있고, 후방의 마법사들은 공격을 줄이고 구체를 맞받아 치고 있는데 점점 지쳐가는 것 같다.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용사와 모험가들의 몸에서 올라오던 투기들도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모험가들도 철수하려는 듯, 조금씩 모여 각을 잡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지금은 튀어야 한다. 3명을 태우기 위해 엎드리려고 하는데... 저 놈 움직였다!

“캬아아아아아아앙!”

우리는 저 벽같은 공간 너머로 다가가질 못했는데, 에레보스 저놈은 그 공간을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서 넘어왔다. 그리고 가장 전방에 있던 용사들에게, 알스에게 썼던 브레스를 내뿜었다.

“큭!” “커헉!”

브레스의 충격에 용사들은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와 쓰러졌다. 와 저놈 여태 지 혼자 핵 쓰다가 치사하게 이제 나오다니?

“모두 얼른 내 등에...어!?”

내가 엎드려 3명을 태우려고 뒤돌아보자, 클레아는 내 옆을 지나 불안정한 뜀박질을 하며 쓰러진 용사들에게 달려간다. 아니 저년이 진짜!?

“이, 이건...! 자애로운 여신이시여... 부디 이 사람에게...”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는 용사에게 뭔가 중얼거리며 빛을 내뿜는 클레아. 근데 에레보스가 그걸 또 쳐다보고 있다.

“아오 저 미친...!”

욕을 내뱉으면서 클레아에게 달렸다. 저 개년. 내가 저년 끌고 나가면 진짜 가슴 한 대 칠 거다. 아니면 뒷발로 커다란 엉덩이를 차주거나.

“아니 뭐해 클레아! 위험하면 도망치기로 한 거 잊었어!?” “그렇다고 해도 이분들을 놓고 갈 수는...!” “이 사람들이 우리보다 경험 많고 더 강해! 얼른 튀어!”

존대도 생략하고 클레아의 수녀복을 물고 일으켜 세웠다. 이런 시발. 에레보스 저놈 지금 달려오는데?

“이런 씨...! 알스! 리즈벳!”

뒤따라오는 두 사람 쪽으로 일단 물고 있던 클레아를 던지듯이 보내자, 비틀거리는 클레아를 리즈벳이 붙잡는 게 보인다. 바로 시야를 돌리자 눈 앞에는 에레보스가 발을...

“아오 씨!”

그 발에다 뒷발로 싸커킥을 날렸는데, 이번엔 묵직하다 정도가 아니었다. 그대로 흙 바닥을 끌면서 나무에 처박혔다. 충격으로 부딪친 나무가 그대로 쪼개진다.

“컥...!”

이거 크기만 커진 게 아니라 훨씬 강해진 느낌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거길래 그 사이에 이렇게 세진 거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데, 이번엔 클레아를 붙잡고 있는 알스와 리즈벳을 그 앞에 서있는 에레보스가 쳐다보고 있는 게 보인다. 모험가들도 달려오고 있는데, 에레보스와 두 사람간의 거리가 더 가깝다.

“끄흐아아압!”

리즈벳은 안되지 이 새끼야. 어떻게든 다리에 힘을 넣고 그대로 녀석에게 들이박듯이 몸을 날렸다.

“카하아악!”

앞발을 들고 있던 녀석이 그래도 내가 온 힘을 다해 들이 박은 것에 충격이 있긴 한지 조금 밀려나 비틀거렸다.

“세마!”

리즈벳이 다급한 목소리로 날 부른다. 그 표정에는 걱정과 공포가 서려있다.

“얼른 내 등에...!”

모험가들이 에레보스에게 달라붙는걸 보면서, 3명을 태우려고 했는데... 지친 모험가들은 에레보스가 앞발을 휘두르니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이건 망했다...!

“아니, 떨어져!”

엎드리려다 리즈벳 쪽으로 뛰는 녀석을 보고 그대로 싸커킥을 날리려 했으나, 이번엔 녀석이 빨랐다. 세 사람을 노리던 앞발이 그대로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커헉...!”

이거 진짜 말로만 듣던 뼈 속까지 아픈 충격이다. 어쩐지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면서 그대로 바람을 느끼며 날아갔다. 말 몸뚱이가 된 후 처음으로 느끼는 부양감 이였다.

“커헉, 컥...!”

바닥에 그대로 내리 꽂히며 구르고 나니, 온 몸이 욱신거리고 어쩐지 다리 쪽에 감각이 없는 것 같다. 여긴 제단 쪽인가? 에레보스에게 계속 달려드는 모험가들과, 나에게 달려오는 리즈벳이 보인다.

“세마! 세마! 괜찮... 어!?”

달려오던 리즈벳의 표정이 새파랗게 변했다. 왜 그러는 거지? 그대로 일어나서 리즈벳에게 다가가려는데...

“...이런 시발...”

내 두꺼운 앞다리 두 개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다. 이거... 진짜 망했다.

“세, 세마! 다리가! 아, 아니, 왜 못 넘어가!?”

리즈벳이 계속 달리지만, 제자리에서 런닝머신 뛰는듯한 움직임만 보이며 다가오질 못한다. 아까 제단을 못 넘어가던 모험가들 같은 모습이다. 알스와 클레아도 달려왔으나, 마찬가지로 넘어오질 못했다.

“이건... 공간이...! 이래선 스킬도...!” “세마! 너 다리가...!”

알스는 날 보고 식겁하고, 클레아는 안 보이는 눈으로 뭔가를 느끼는 건지 넘어오지 못하는 벽을 더듬거린다.

“알스, 리즈벳. 일단 클레아 데리고 뛰어!” “세, 세마 너는!” “다리가 이러면 난 못 움직여! 다른 모험가들이 저놈 붙잡고 있는 동안 얼른!”

치사하게 모험가들이 지쳐 퇴각할 낌새를 보이자 그대로 내려온 녀석이다. 아무리 강한 모험가들이라 해도 지쳐서는 얼마나 붙잡고 있을 지 모른다.

“그, 그치만 세마 넌...!” “난 됐으니까 얼른!”

세 사람은 우물쭈물하다, 조금씩 발을 움직여 입구 쪽으로 달린다. 그런데 또 에레보스 저놈 몸 주위에, 검은 구체의 산탄이 만들어졌다.

그 산탄이 주변에 뿌려지며, 흙먼지가 내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그 흙먼지를 가르며 나에게 날아오는 구체가 하나.

“이런 시발...”

직격은 아니지만, 검은 구체가 내 앞에 떨어지며 충격에 밀려 제단에 부딪쳤다. 이 몸의 감각이 조금씩 없어지는 것 같다.

‘...나 죽는 건가?’

...썅. 욕이 절로 나오네. 어찌어찌 아다는 뗐지만 아직 리즈벳을 완전히 내 암컷으로 만들지도 못했는데 이리 죽다니.

클레아 저 개년. 만약 내가 살면 저년도 내 암컷으로 만들 거야 시발. 욕망을 참고 뭐고 간에 저런 년은 버릇을 고쳐줘야지. 성녀고 나발이고 뭐 하자는 건데 이거?

...기껏 이세계에 왔는데... 이제 4달 정도 지났나? 그 중 한 달은 저주받은 산맥에서 헤매고 있었고... 하... 너무 억울하다... 기껏 내 욕망도 알게 되었는데...

“...어?”

어쩐지, 내 뒤의 제단에서, 빛이 새어 나온 듯한 느낌이...

‘...뭐야 이거?’

갑자기 시야가 변하고, 내 앞에는 뭔가... 사진으로만 보던 행성의 모습과 우주가 보인다.

‘...? 뭐야 나 죽은 거야?’

뭐지? 시야만 보이고 내 몸이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저 행성의 대륙... 자세히 보니 지구와는 좀 다르다. 이건 혹시, 이 이세계의 행성인가?

의문을 느끼며 행성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묘한 감각에 휩싸이며 시야가 빠르게 전환된다. 동시에 시야에서 스쳐 지나가는 광경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흘러 들어온다.

...뭐야 ...이게... 이... 우주라고?

빠르게 흘러 들어온 정보가, 제단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말해주었다. 에센티아를 만든 창조주이자, 여신교가 섬기는 여신. 그 여신의 힘으로 만들어진 제단. 내 머릿속에 들어오고 있는 정보는 그 제단에 남겨진 여신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은 나에게, 이 우주가 왜 멸망할 우주인지에 대한 정보가 마치 머릿속에 강제로 입력되는 것처럼 새겨진다.

이게 사실이라면 난...

‘...제대로 사기당했네.’

이 우주, 이대로면 멸망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 게다가 날 이세계로 보낸 이유가...’

정보가 굉장히 띄엄띄엄 이라 잘 파악은 안되지만, 정리하면 용사의 무한한 힘은 이 우주에서 일종의 버그.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에너지를 우주에서 끌어와 멸망을 가속하는 것이 용사다. 용사의 버그같은 힘은, 용사가 된 자의 의지가 남아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여신은 그러한 용사들에 의해 멸망하는 미래를 막지 못해 원한을 가진 채로 소멸했고, 소멸하면서 여신의 힘이 흩어졌는데 그 힘과 원한에서 태어났고 또 앞으로 태어날 것들이 에레보스 같은 멸망을 불러오는 자들.

저 멸망을 불러오는 자들은 여신의 원한을 이어받아, 자신들이 죽인 용사들의 버그를 흡수해, 체력적인 제약이 있는 용사보다 더 빠르게 우주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도록 만들어졌다.

이미 시작된 멸망을 막을 순 없지만, 늦추는 방법이 두 가지.

1. 용사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어 의지를 꺾고, 그 것으로 용사의 힘을 없애 버그를 소멸시킨다. 2. 멸망을 불러오는 자들이 용사의 힘을 흡수해 너무 강해지기 전에 빠르게 처리한다.

정신적 충격... 용사... 순간 알스와 리즈벳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정신적 충격이라고 하면 연인의 배신이 가장 큰 충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우주의 멸망, 마치 나보고 용사들과 그 연인들만 골라서 너의 욕망대로 살면 알아서 늦춰질 거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설마 지구의 노숙자 신은 이걸 노리고 날 보낸 것일까? 그 당시에 나도 깨닫지 못하고 있던 내 내면의 욕망을 꿰뚫어보고?

어쩐지 기분이 좀 더러운데, 동시에 묘한 기쁨도 같이 올라온다.

어차피 이 우주, 멸망은 확정이다. 내 머릿속에 들어온 정보로는 용사의 숫자만 이 행성에 만 여명이 넘는다. 날고 기어도 모든 용사들의 힘을 없애 버그를 없애는 건 힘들다. 거기다 이미 우주의 에너지가 뒤섞였고, 여신의 힘이 흩어져 멸망을 불러오는 자들이 태어나고 있으니, 이걸 모두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내 욕망을, 용사들을 대상으로 풀면서 버그를 줄이고 멸망을 불러오는 자들이 용사들의 버그를 흡수하기 전에 최대한 막는다면, 적어도 멸망을 수백 년 뒤로 늦출 수는 있다. 노숙자 신이 뭘 원하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이걸 원하고 날 보낸 거겠지?

마치 신의 계획대로 이세계에서의 내 삶이 정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내 욕망을 용사들을 상대로라면 양심의 가책 없이 펼쳐도 된다는 면죄부를 받은 것 같다. 용사들 몇 명만 괴로우면, 이 우주의 생명체들 대부분이 잠시나마 구원받으니까.

이 사실을 알게 되니, 욕망을 억제해야 한다며 선을 긋던 이성이, 그럼 용사들의 연인이라면 몇 명이든 뺏어도 괜찮은 거네? 하고 나에게 묻는다.

어차피 지금 내 몸은, 리즈벳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세계의 암컷들을 정복하기에 최상의 육체. 내 맘대로 살라며 보내고, 이런 몸을 준 이유가 바로 이건가?

내가 당연히 그렇게 살 거라고 생각하고 보낸 것 같아 기분은 좀 나쁘지만... 나한텐 나쁠 건 없는 삶이다. 아니, 오히려 욕망을 펼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에 묘하게 기분이 고조되고 있다.

양심의 가책으로 그어놨던 선이, 어느새 저 멀리에 새롭게 그어진 느낌이다.

‘내가... 이렇게 막 나가는 인간이었다니... 옛날의 내가 알면 기절하겠네.’

새삼스레 또 다시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느낌이다. 괴롭게 될 사람들은 그대로 괴롭게 될 텐데, 이런 면죄부 하나 생겼다고 ‘어쩔 수 없지. 너네만 희생 좀 하자’ 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그래... 알겠어. 원하는 대로 해 줄게 노숙자 신 할배. 내 좆대로 살아도 된단 거지?’

그래. 어차피 먼저 멸망 시기로 사기친 신이다. 내 좆대로 살아도 뭐라 할 수 없겠지.

‘그렇게 살면 용사들은 날 더럽게 싫어하겠네. 나중엔 단체로 토벌이라도 하려나?’

몇 명의 암컷들을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를 생각해봤다. 근데... 딱히 걱정이 되지 않는다. ‘까짓 거 신수인데 내가 강해지면 되지. 체력 고자 새끼들.’ 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 때가 되면 무슨 마왕[魔王] 같은 걸로 불려도 되겠네. 아니, 말이니까 마왕[馬王] 인가?’

감정의 고조를 느끼며, 거기에 맞춰 시덥잖은 생각을 떠올렸다. 좋네. 이렇게 된 김에 용사 한정 마왕 같은 게 되는 것도 좋겠는데?

그래 일단... 내 눈앞에 있는 에레보스. 저 고양이 새끼부터 족친다. 그리고 리즈벳을 내 암컷으로 만들고, 날 물 먹인 클레아. 너도 내 암컷 목록에 추가다.

내 생각이 정리되고, 내 안의 악이 기쁨에 뛰쳐나온다. 그 악을 받아들이며, 나는 자신을 자각을 때와 같이, 새로워진 나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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