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9 - 46화 - 기다릴게!
알스와 아침을 먹은 후 산책 좀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딱히 알스랑 같이 돌아다닐 이유도 없으니 저녁에 내 방에 모여 축하파티를 하기 전까진 각자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자신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알스는 리즈벳이 자는 김에 오늘 밀렸던 세금계산이나 활동내역 보고 등의 길드장 업무를 하고 오겠다고 한다. 쌓여있는 게 많긴 하지만 저녁시간 전까진 돌아오겠다고 말하곤 길드관리소로 향했다. 음... 길드장이면 그런 일들도 해야 하는 건가.
그렇게 길드관리소로 향하는 알스를 보다 문득, 다른 길드에 들어가지 말고 그냥 내가 길드를 만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길드에 들어가려고 했던 건 이세계에서 생활하기 위한 기반을 가지고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건 내게 딱히 의미가 없다.
내 삶의 목적은 세상의 멸망을 늦추고, 동시에 용사들의 여자를 빼앗아 내 암컷으로 만드는 것이 되었으니까.
다른 이들에게 '세상 멸망까지 몇 년 안 남았어요~' 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을 모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걸 증명할 방법도 없고 사람들이 모였을 때 괜히 복잡해지고 내게 관심이 집중될 것을 생각하니 영 땡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직접 길드를 만들고, 거기에 용사에게서 빼앗은 내 암컷들을 채워 넣고 그녀들과 함께 모험가 생활을 한다면? 굳이 이 세상을 구원할 생각도 없으니 몇 백 년 정도만 멸망을 미루고 내 암컷들로 길드를 채워 이세계에서의 삶을 즐긴다면?
생각해보니 이거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내 암컷이 될 여자들과 즐기다 중간에 적당히 길드활동을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겸사겸사 멸망도 미루는 삶. 상상하니 꽤 즐거울 것 같은데.
나는 길드를 만드는데 뭐가 필요할까 생각하며, 주변 거리를 둘러보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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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라디아가 넓긴 넓다. 길을 살짝 빠져보니 또 처음 보는 거리가 나왔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라디아가 서울의 강남구 송파구 같은 구 하나 넓이는 되지 않을까? 그런 넓이에 성벽을 두를 수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세계 기술력이 좀 대단하단 말이지.
이러면 작은 마을 같은 곳은 어찌 사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한데... 나중에 가볼 기회가 있을 테니 그건 천천히 알아봐야지.
그보단 눈 앞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뭘 하는 곳인가 쭉 둘러보는데, 아무래도 마도구 같은걸 파는 곳들이 모여있는 것 같다.
난생 처음 보는 도구들이 뭐 얼마 할인이네 신상품이네 하며 가격이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고, 그 물건들이 가게 안쪽에 전시되어 있는 걸 보니 무슨 전자상가 같은 곳에 온 느낌이다.
다만 가게 주인들이 날 보고는 놀라거나 제품을 추천하거나 하면서 말을 거는 게 좀 성가시긴 하다. 그냥 좀 둘러보고 싶은데... 엇. 저건...?
한 가게에, 내가 한 번 본적이 있는 형태의 작은 상자 같은 물건이 있었다. 에레보스를 토벌하러 갔을 때 봤었던 이세계의 사진기.
그래. 이미 내 말자지에 빠져버린 리즈벳에겐 아직 크게 쓸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 생길 다른 암컷들에겐 써먹을 수 있을법한 물건. 미리 갖춰 놓는 게 좋겠지.
나는 그대로 유리창 너머에 그 사진기를 전시해둔 가게로 들어가 보았다.
“오서오십...! 어, 어이쿠. 이거 모험가 하신다는 신수님 이십니까?”
조금 놀란 표정의 가게 주인에게 적당히 인사한 후 사진기를 보러 왔다고 말하자 가게 주인이 웃으며 제품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설명을 대충 맞장구 치면서 들어보니 이세계의 사진기는 죄다 폴라로이드 형태인 것 같아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방법에 써먹긴 좋겠는데?
“혹시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건 없습니까?” “마도촬영기 말씀이십니까? 그건 크기도 상당하고 값이 어마어마한 물건이라 영주님이나 왕국 기관 정도나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구하려면 구할 순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판매하진 않는 물건이라...”
가게 주인에게 크기가 어느 정도 인지를 묻자 영상 촬영용 마도구는 작은 게 책상 높이만한 수준인 것 같다. 도대체 무슨 기술로 만들어졌길래 사진기랑 그리 크기가 차이가 나는 거지? 영상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다른걸 물었다.
“그럼...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건 따로 있습니까?” “네. 있기는 한데... 그것도 가지고 다닐 수 있을만한 크기는 장난감 수준인데 괜찮으십니까?” “어떻길래요?”
내가 묻자 주인은 담배갑 정도 사이즈의 물건을 들고와 내게 보여 주었다.
“이정도 크기의 녹음기가 30초 정도 기록이 가능합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안에 들어있는 마력 결정에 기록을 하는데...”
주인이 이리저리 원리를 설명해 주는데, 뭔 소리인지 제대로 이해는 안되지만 무슨 마력이 담긴 수정에 기록을 하는 것 같다. 녹음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수정의 크기가 상당히 커야 하는 모양이다. 1분짜리만 되도 사진기 만한 크기인 걸 보니 어쩔 수 없이 녹음기도 저 30초짜리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럼 그거랑, 카메라 중에서 출력이 빠르게 되고 깨끗하게 찍히는 걸로 추천 좀 해주세요.”
그러자 가게 주인은 2~3개 정도의 사진기를 보여주며 각각의 스펙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 중 제법 선명하게 찍히고 사진 출력도 1초 정도 만에 빠르게 되는 사진기를 구입했다.
가격은 녹음기와 카메라, 그리고 촬영용지 100매 포함 금화 3개에 은화 20개. 가격이 상당하긴 하다. 이세계에 지내다보니 느끼는 건데, 식비나 필수 생활 물품은 상당히 싼 편인데 이런 취미용품이나 고급에 해당하는 물건들은 가격들이 억소리가 나오는 금액들이다.
아무래도 모험가 장비들도 질이 좋을수록 상당히 비쌀 것 같은데... 이것들만 사고 남은 돈은 슬슬 좀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사진기와 녹음기를 구매하고 나서 적당히 다시 거리를 둘러보다 점심때가 다 되어 가는 것 같아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슬슬 리즈벳이 일어나지 않을까? 같이 점심이나 먹고 알스가 올 때까지 리즈벳이랑 즐겨도 좋을 것 같은데 리즈벳의 체력이 버틸진 잘 모르겠다.
방에 사온 물건들을 놔두고 옆 방의 문을 두드리며 리즈벳을 부르자, 잠시 후 어제의 파자마 같은 원피스 복장 그대로인 채 약간 헝클어진 머리를 한 리즈벳이 나왔다. 부르는 소리에 깬 모양이다. 아주 푹 잤는지 자다 일어났는데도 혈색이 제법 좋게 보인다.
“잘 잤어? 이제 점심때야 리즈.” “응. 꽤 오래 잤네... 알스는?” “리즈가 피곤해 보였으니 자게 냅두자고 말했더니 길드장 업무 같은 걸 처리하고 오겠다더라고. 저녁때쯤 올 거라던데?”
그렇게 말하자 리즈벳은 ‘아 그러고 보니...’ 하고 중얼거리곤 살짝 웃으면서 들어오라고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라 말하고 샤워실로 들어가는 리즈벳을 보며,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연인도 아닌 남자를 방에 들인 채로 샤워하러 들어가다니. 호감도가 알스를 확실하게 넘어선 덕분인가?
그대로 잠시 기다리자, 젖은 머리에 몸에는 수건을 두른 리즈벳이 나왔다. 하... 이거 당장 박아달라고 유혹하는 것 같은데. 하룻밤 사이에 리즈벳과의 거리가 확 좁혀진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씻고 나온 리즈벳의 얼굴은, 어쩐지 이전보다 더 얼굴이 밝아진 느낌이다. 그 동안 봐온 리즈벳은 피곤함이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수면부족이 느껴지는 얼굴인 날이 많았는데, 그 피곤함이 싹 날아간 것처럼 보인다. 어째 더 매력적인 얼굴이 된 것 같다.
나는 그대로 옷을 갈아 입으려 하는 리즈벳을 뒤에서 살짝 껴안으며 말했다.
“리즈. 연인도 아닌 남자를 방에 들인 채로 너무 무방비한데? 이거 그냥 알스가 올 때 까지...” “그, 그런 거 아냐. 그냥... 뭘 새삼스레 이제 와서 란 느낌이 들어서...”
하긴 그렇긴 하지. 근데 그렇다 쳐도 밤에만 이라고 해놓고 낮부터 이리 유혹해대면 내가 참기 힘들거든.
나는 그대로 리즈벳의 커다란 엉덩이를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리즈의 이런 색기넘치는 모습을 보면 내 아랫도리 녀석이 환장하는데? 당장 꺼내달라고 난리야.” “...그, 그래도 안돼. 약속했던 대로 밤에만... 낮에는...”
리즈벳이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린다. 뭐, 이미 거의 넘어왔고 시간은 많으니까. 이제 곧 죄책감 따윈 무시하고 나에게 매달리게 될 테니 여유롭게 갈까.
“그래. 아쉽지만 말했던 것처럼 리즈가 싫어하는데 억지로 하진 않아.”
그렇게 말하며 내가 다시 침대에 앉자, 리즈벳은 살짝 멈칫 하더니 다시 옷을 꺼내기 시작했다. 두르던 수건을 벗고 속옷을 입는 뒷모습이 아주 흐뭇하다. 리즈벳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는데 아마 본인도 모르게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
“아참. 리즈. 알스가 내 아랫방 이라던데? 어제 밤에...” “뭐!? 서, 설마 들렸대!? 여기 방음은 잘 될 텐데...!?”
리즈벳이 화들짝 놀라며 얼굴이 새파래진 채 날 바라본다. 역시 아직 알스와의 관계가 망가지는 건 두려운 건가. 슬쩍 괴롭혀 주고 싶은 반응이다.
“아니, 들린 정도는 아니고 가구 옮기는 소리로 착각했더라고. 침대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일단 잘 둘러댔어. 의심하진 않을 거야.”
그렇게 말하자 리즈벳은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쉰다. 연인이 아닌 남자 앞에서 속옷만 입은 채로 바람기 섹스를 연인에게 들키지 않았단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 모습. 아주 좋은데 이거?
“그래서 말인데, 혹시 소리를 줄이거나 하는 마법은 없을까?” “들어본 적이 있긴 한데... 비싼 마도구가 필요하다고 들었어. 거기다 공간도 작은 공간으로 한정되고 대화소리 정도만 막을 수 있는 걸로 아는데... 그렇게 벽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는...”
리즈벳이 곤란한 얼굴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만둔다는 선택지를 말하지 않는 걸 보니 이미 리즈벳은 내 말자지에서 벗어나긴 그른 것 같다.
“그럼, 앞으론 리즈벳의 방에서 해야겠는데? 침대 소리 정도만 들렸다면 알스 방에 들리진 않겠지?” “내, 내 방에서? 그치만... 내 방은... 알스도 자주 찾아오는데...”
고개를 떨구며 고민하는 리즈벳에게 다가가 리즈벳의 턱에 손을 가져다 대어 날 바라보게 만들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계속 소리가 들리면 결국 알스가 눈치채게 될 텐데 그것보단 낫지 않겠어? 밤에 몰래 나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두 명이서 늘 그렇게 나가다 보면 그것도 위험할 테고 말이야.”
리즈벳은 날 바라보던 시선을 돌린 채 말없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번 더 선택권을 줘야지.
“그리고 내가 밤마다 찾아오는 건, 리즈가 원하지 않는 데도 내가 밀어붙여서 억지로 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리즈벳에게 선택권을 가장한 거절할 수 없는 명령을 전했다.
“매일 밤. 리즈벳 네가 내 방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같이 리즈 네 방으로 와서 성욕처리를 한다. 만약 하루라도 내 방으로 찾아오지 않는다면 성욕처리는 그날로 끝. 어때?” “...어? 아, 안 가면 끝...?”
고민하던 리즈벳의 표정이, 순간 당혹과 절망이 느껴지는 듯한 표정으로 변한다. 술김으로 한 게 아닌, 멀쩡한 맨 정신에 스스로 원해서 내 말자지가 주는 쾌락을 맛본 리즈벳에게 이 선택지는 잔혹한 선택지일 것이라는 내 생각이 그대로 적중한 모양이다.
“그래. 뭐 몸이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안 좋다거나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녀석이 성욕이 날이 가면 갈수록 커져서 이제 하루라도 빠지면 이제 밤에 잠들기도 힘들어. 하루 한 번이란 조건도 괴로운 상태라서... 리즈가 해주지 않는 건 정말 안타깝지만 하루라도 빠진다면 창관에 가는 수 밖에.”
그렇게 말하자, 리즈벳의 표정이 더욱 더 싫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 미소 지으며, 리즈벳의 귓가에 속삭였다.
“매일 밤, 잘 생각해봐. 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속삭인 후, 리즈벳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 입맞춤에 리즈벳은, 살짝 몸을 떨었다.